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29
129화
상급 정령을 크리스가 직접적으로 소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소환에 필요한 마나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래서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크리스가 취한 액션이 바로 중급 정령을 제물로 삼는 것이었다.
수십 기의 중급 정령을 제물로 먹고 태어난 상급 정령은 과연이었다.
엄청난 위력으로 자신을 날려 버린 것만 봐도 실로 엄청난 파워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소환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리 없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또한 다 크리스가 각오하고 있었던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쩌면 다행이었다. 현세에 소환된 정령이 역소환되는 방법은 총 3가지.
첫째, 역소환당할 만큼 충격을 받는 것. 둘째, 소환된 술자가 죽는 것. 셋째, 술자가 강제로 역소환시키는 것뿐이었는데 물론 셋째의 경우에는 자신의 마나로 온전히 소환된 것이 아니었기에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녀석은 자신을 죽기 직전까지의 공격만을 가하고 듀크와 날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날아왔을까 차마 가늠하지 못할 만큼 먼 곳을 날아왔음에도 두 사람이 날뛰는 여파가 전해지는 것을 느끼며 크리스가 겨우 끊어질 듯한 의식을 겨우 붙잡고 버틸 때였다.
“야 혹시 죽었냐?”
누군가의 목소리가 크리스에게 들려왔다.
“아… 곤란하네… 할 말이 있었는데….”
‘누구지?’
상급 정령의 목소리는 필시 아니었다. 그렇다고 듀크의 목소리는 더욱 아닐 것이었다. 무엇보다 둘은 아직 저곳에서 전투 중이었으니 말이다.
크리스가 목소리의 주인을 생각할 때였다.
“다른 녀석을 찾아야 하나?”
크리스의 흐려진 초점 위로 보이는 흐릿한 형상이 뒤도는 모습이자 보이자 크리스가 그를 불러세웠다.
“기다… 려라.”
다행이었다. 뒤돌아서는 기척이 느껴진 것이었다.
“누구냐? 너는.”
“어… 나?”
당황해하는 것이 목소리를 통해 여실히 느껴졌다.
“너 나 잊어버렸냐?”
***
최강은 크리스와 연락할 수단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와 반드시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만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이유는 그때 녀석과 거래할 때 담보 차원으로 녀석에게 마나를 주입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약속을 지키지 않고 허튼짓을 한다면 디멘션 게이트를 이용해서 쓱싹 해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크리스와의 약속은 잘 지켜졌고 디멘션 게이트를 그렇게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 나를 잊어버려 줬다면 솔직히 고맙긴 한데 말이지….”
그 상황은 최강의 예상과는 다르게 빨리 찾아왔다. 고작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서 사용할 일이 생긴 것이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한 달 만에 잊어버린 것은 의외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조금만 더 기억해 주지 그랬냐? 번거롭게.”
“누군지 말해라.”
최강이 크리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크리스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수가… 어떻게?”
최강이 그러거나 말거나 크리스에게 다가가서 크리스에게 약간의 내공을 주입했다.
‘뭐 이걸로 갑자기 숨이 픽 하고 끊어지진 않겠지.’
최강이 초췌한 크리스의 눈 밑에 조금 혈색이 도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크리스가 말했다.
“최강?”
“뭐야 알고 있었잖아? 근데 왜 모른척….”
최강이 크리스의 말에 답했을 때였다.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최강의 눈동자가 크리스에게서 옆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샤샥.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를 살피던 최강이 처음 보는 녀석임을 직감하고는 녀석을 향해 돌아섰을 때였다.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너는 뭐 하는 녀석이냐?”
“글쎄. 이름을 물어보는 거라면 최강이다.”
“최강?”
최강의 눈에 녀석의 얼굴이 복잡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녀석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린 순간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녀석을 목격한 최강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크리스의 심장을 찌르려던 검이 한 치 앞에서 멈춰 서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녀석의 팔뚝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뭐 하는 거지?”
“나 그 녀석하고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훗.
최강이 불쾌하게 올라가는 녀석의 입꼬리를 봤을 때였다. 또다시 최강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목을 향하는 검을 한 치 옆에서 잡아 낸 것이었다.
녀석의 동요가 흐르는 눈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뭐냐? 너 진짜 빠꾸 없네?”
“정체가 뭐냐? 너도 상급 정령인가?”
“상급 정령? 그건 또….”
화들짝 놀란 최강이 빠르게 움직였다. 손을 비틀어 검을 빼낸 녀석이 역으로 이번엔 크리스에게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츳….”
간신히 크리스를 낚아챈 최강이 제법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여튼 이 녀석은 지금은 못 죽이니까 포기해라.”
최강의 말에 인상을 구긴 녀석이 사라졌다. 최강도 곧이어 사라졌다. 술래잡기하듯 빠르게 이동하며 이곳저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최강을 쫓아 항상 한 타이밍 늦게 나타난 녀석의 검이 이번에도 허탕을 쳤을 때였다.
최강이 비웃으며 말했다.
“어디 그렇게 느려서 파리라도 잡겠냐?”
디멘션 게이트로 그대로 들어가는 최강을 이번에도 간발의 차이로 놓친 듀크가 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어디로 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상급 정령을 두 기나 소환할 수 있었을지는 몰랐군.”
듀크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플로어 스톤을 사용했어야 했나?”
플로어 스톤.
강제로 차원에 가두는 아이템이었다. 듀크가 아르타를 따돌리고 이곳으로 올 수 있었던 것도 가지고 있던 플로어 스톤 중 하나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녀석을 공격하는 척하다가 기회를 봐서 차원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생각하던 듀크가 흠칫하며 생각에서 깨어났다.
강력한 뇌전이 일어나더니 차원이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벌써 한계인가?”
듀크가 크리스를 추격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생각에 잠겼다.
이 기세라면 불과 몇십 초 후면 다시 상급 정령 아르타가 이곳으로 다시 소환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본적으로 아르타 저 녀석과 이곳에서 사활을 걸고 2차전을 벌이느냐 아니면 이대로 도망가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리고.
두 가지 기로에서 고민하던 듀크의 선택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곧이어 손에 들고 있던 검을 없앤 듀크가 모습을 감춘 것이었다.
잠시 후 재소환된 아르타가 자신을 차원에 가두었던 듀크가 보이지 않자 울부짖었다.
둥근 원을 그리며 터져 간 뇌기가 일대를 집어삼키는 모습이 보였다.
***
다음 날 오후였다. 최강의 사무실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파르키오였다.
이번엔 입구에서 최지우와 파르키오가 만나는 일은 없었다. 최지우가 요즘도 여전히 훈련 삼매경이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
“조용히 해라. 예의 없게.”
최강이 파르키오를 노려보며 일갈하자 움찔한 파르키오가 사과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미안하다.”
파르키오가 크리스가 이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크리스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크리스의 편에 섰던 3명의 프락시온도 곧이어 파르키오의 뒤를 따라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무사한 크리스의 모습을 본 쇼튼과 엘리자가 파르키오와 마찬가지로 소리 내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최강의 심통 난 눈빛을 봤기 때문이었다.
최강의 반대편으로 네 사람이 모두 모이자 최강이 말했다.
“자. 그래서 이제 대화를 해야지. 빨리들 결정해서 말해 줘라.”
최강이 심통 난 이유는 간단했다. 베트남의 균열을 자신에게 넘기라는 말에 크리스가 다른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강이 정작 멍석을 깔아 주자 눈치만 보고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녀석들을 보고 말했다.
“왜 대화들 하라니까?”
주소희가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최강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하씨… 가지가지 하네.”
자리에서 일어난 최강이 말했다.
“딱 10분 준다. 그 안에 끝내.”
최강이 사무실에 있던 주소희와 나미사 그리고 최말숙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자 다섯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쇼튼이었다.
“크리스 어떻게 된 거야?”
“뭐… 결론만 말하자면 운이 좋았다. 최강이 마침 그 자리에 나타나 줬으니까.”
파르키오가 말했다.
“그보다 그게 정말인가? 저 최강이라는 자가 듀크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는 게?”
“당연하다. 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살아 있지 못했겠지.”
크리스의 이야기를 들은 파르키오가 말했다.
“그럼 크리스 너는 최강에게 협조를 요청할 생각인 건가?”
“그럴 생각이다. 사실상 듀크가 나타난 타이밍을 생각한다면 베트남의 균열은 듀크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농후해.”
테리가 말했다.
“하긴 그렇다면 애초에 이제 우리 선에서 정리하긴 불가능하니까 더 이상 끌고 있을 필요도 없긴 하지.”
“거기다가 하나가 더 있다.”
“하나 더?”
크리스가 말했다.
“상급 정령이다.”
“상급 정령? 지금 베트남에서 날뛰고 있다더군.”
네 사람은 크리스의 연락을 받고 급히 오느라 아직 뉴스를 못 본 듯했지만 베트남에 홀로 재소환된 아르타가 날뛰고 있다는 소식은 상당히 핫한 상태였다.
“크리스가 소환한 거야?”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파르키오가 턱수염이 까끌한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그런데도 듀크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건가?”
“정확히는 듀크가 무슨 수를 쓴 것 같았지만 뭐 여하튼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파르키오가 말했다.
“그럼 어째서 바로 최강에게 인계하지 않은 거지? 구태여 이런 거라면 바로 떠넘기고 후에 이야기를 했어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만.”
“그건 곤란하다. 최강이 내가 떠넘기는 느낌을 받으면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까.”
“하긴.”
크리스가 말했다.
“그리고 사실 결정에 앞서서 너희를 기다린 것은 사실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한 가지 더?”
“감이 잡히지 않는군.”
“당연하다. 사실상 테리가 필요했던 거니까. 내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아무리 최강이라고 해도 듀크를 상대하는 건 지금 상태로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최강은 듀크에 비해 아이템이 부족하다.”
테리가 말했다.
“그렇군. 우리가 도와주자는 건가?”
“그렇다.”
크리스가 테리에게 물었다. 마나플로라이트는 테리가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나플로라이트에 여유가 얼마나 되지?”
“알다시피 S급은 없어. 들어오는 족족 우리가 사용해 버렸으니까.”
한번 장착한 마나플로라이트는 탈착할 수 없다.
“A급 2개와 B급 5개 정도?”
크리스가 사무실 구석에 진열되어 있는 청화수를 슬쩍 흘기고는 말했다.
“아이템을 부탁해도 되겠나? 무기는 이미 충분해 보이니 성능 위주의 악세서리로 말이다.”“상급 정령과 그에 필적한 듀크를 상대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이라….”
승부욕이 생긴 듯한 얼굴로 테리가 말했다.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