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뭐야…… 그거였어?”
최강이 주소희의 계획을 듣고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거라면 됐다. 별로 관심 없어.”
주소희의 계획은 있는 자본을 끌어다가 저렴하게 시중의 건물을 매입. 그리고 최강의 명의로 신생 세가를 만들자는 의견이었는데, 이것에는 커다란 불만 요소가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아니, 왜요?!”
“그거야 별로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없걸랑.”
이사라는 점 말이다.
최강은 짧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 없는 살림에 처음으로 얻은 이 집에 나름의 애착이 생겼고, 피치 못할 사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직 떠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것이다.
최강이 가 보라는 듯 휙휙 손을 저으면서 다시 자리를 잡고 드러누우려는 기색을 보였다.
주소희가 황급히 말했다.
“자…… 잠깐만요.”
“뭔데?”
“그…… 그럼 이사는 가지 말고 사무실만 그쪽에 두는 걸로 하죠? 믿어 보라니까요? 진짜 괜찮은 계획이에요.”
침묵이 흘렀다. 주소희 입장에서는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이것마저 틀어진다면 최강의 신망을 빠르게 얻을 방법이 원초에 사라져 버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강에게 거절당한다면 분명히 자신의 두 오라버니와 펼치는 가주 경쟁에 적신호가 들어오는 일이기도 했고 말이다.
최강이 말했다.
“좋다. 그러는 걸로 하자.”
“휴…….”
주소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최강이 물었다.
“그래서 그 세가 창설은 어떻게 해야 하는데?”
***
최강이 주소희와 함께 이동한 곳은 최강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무림인 전용 은행이었다.
무림인 전용 은행이라고 해도 내부는 일반적인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
하지만 그렇다고 차이점이 없다는 말과는 조금 달랐다. 무엇보다…….
“5억 원 이체되셨습니다.”
“7억 원, 말씀하신 계좌로 입금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고객님.”
은행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일반적인 거래의 금액이 억 단위는 기본일 정도로 커다란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마침 한 남자가 거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격증을 받아 들어 남자가 은행을 빠져나갈 즈음, 최강의 대기 번호가 호명됐다.
“130번 고객님.”
최강의 번호표를 본 주소희가 최강의 옆구리를 찔렀다. 최강이 꿈틀거리며 반응을 보이자 주소희가 말했다.
“저기 130번이라고 쓰여 있는 곳 보이시죠? 저기로 가셔서 처리하시면 돼요.”
주소희의 말에 최강이 130이라는 숫자가 켜진 자리로 가자 은행원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세가 창설이란 것 좀 합시다.”
“아, 세가 창설 말씀이신가요? 고객님, 죄송하지만 자격증 한 번만 제출 가능하실까요?”
은행원의 요청에 최강이 어렵지 않게 자신의 자격증을 내밀자 그것을 받아 든 은행원이 타자기를 열심히 두들기기 시작했다.
자격증의 정보를 다 입력한 은행원이 자신의 방향으로 놓인 화면을 슬쩍 확인하고 말했다.
“네, 신원 확인되셨구요. 세가 창설 활동 내역도 D급 이상 몬스터 3개체 이상을 사냥하셔야 하는데 아라크네 다섯 마리로 그 부분도 충족되셨……네…….”
말을 하던 은행원이 헛것이라도 본 듯 놀란 눈으로 다시 한번 컴퓨터 화면을 확인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에는 자잘한 D, F급은 일절 없고 오로지 C급 아라크네 다섯 마리만 3일 전 날짜로 입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코퍼라는 등급의 무인이 사실상 달성하기에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 고객님, 죄송합니다. 제가 정보를 잘못 열람한 것 같거든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네, 뭐. 그러세요.”
다시금 분주하게 자격증에 기입된 정보를 두드리는 타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
침묵.
그 후로도 몇 번을 반복하던 은행원이 같은 결과를 확인하고 최강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고객님. 자격증 조회해 본 결과, 활동 내역이 3일 전에 아라크네 다섯 마리를 사냥하신 걸로 확인되는데요…….”
최강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무슨 문제 있습니까? 며칠 전에 주씨세가라는 녀석들이 부탁해서 사냥하긴 했는데?”
최강의 말에 은행원이 황급히 말했다.
“아니요, 그건 아닙니다. 세가 창설 조건 충족되셨구요. 바로 도와 드리겠습니다.”
은행원이 서류 몇 장을 급하게 들고 와서 최강에게 내밀었다.
“여기 초록색으로 표시된 항목만 작성해 주시면 되거든요?”
“네.”
최강이 자신의 말에 서류를 채워 가는 모습을 보고 은행원이 생각했다.
‘프리저다……. 진짜 프리저야.’
잠시 후 최강이 펜을 내려놓고 허리를 폈다. 은행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작은 백지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저, 여기다가도 큼지막하게 사인 한 장만 해 주시겠어요?”
“네, 뭐.”
은행원의 요청에 최강이 멋모르고 사인을 마치고 용지를 돌려주며 말했다.
“이제 끝난 겁니까?”
은행원이 사심을 충족시킨 웃음을 애써 지워 내고 말했다.
“아니요. 마지막으로 세가 창설 대금이 남았습니다.”
“대금? 얼맙니까?”
은행원이 영업용 미소를 싱긋하게 그려 보였다.
“10억 원입니다.”
***
최강이 아라크네의 포상금을 그대로 세가 창설에 꼬라박는 그 순간.
최강의 아라크네 사냥 영상의 조회 수 상승에 일조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하얀 피부와 차가운 눈매, 그리고 훤칠한 키까지 어울리는 전형적인 귀공자 느낌의 소유자였는데, 남자가 최강의 영상을 다 시청할 때쯤.
때마침 블라인드 쳐진 어두운 방구석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라인드 사이로 미세하게 스며들어 오는 빛이 여인의 모습을 일부 밝혔다. 여인은 기모노를 입은 아담한 체형의 여자였다.
“뭐야, 엘리스 그거 죽었대?”
“그렇다는군. 솔직히 부상 입었다고는 해도 성체인 엘리트 아라크네가 이렇게 쉽게 쓰러질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의외네.”
“뭐가 말이지?”
“솔직히 기분 나빠할 줄 알았거든. 완벽주의자잖아, 너.”
남자가 별수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솔직히 그 정도 수준의 1세대 무림인이 주씨세가를 도울 줄은 몰랐으니까.”
여인이 호기심 섞인 말투로 말했다.
“원래는 이번에 주씨세가를 무너트릴 생각이었잖아?”
“뭐, 그랬었지.”
남자가 긍정하자 여자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데?”
“바뀌는 건 없다. 하지만 새로운 패를 구할 필요성은 있겠지. 내가 끼어들었다가는 정씨 문중의 개입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차피 주씨세가는 이변이 없는 한 망한다. 지금 남자의 말을 듣고 그렇게 판단한 여자가 말했다.
“뭐, 그건 그렇네.”
남자가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미사, 일본에 돌아가고 싶나?”
“당연한 거 아니야? 여기 너무 따분하다구. 그런데 또 대기라며?”
남자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미안하게 됐군. 정 심심하면 유성이 놈과 놀지 그러나?”
여인이 혀를 베, 내밀어 보이며 말했다.
“제안은 고맙지만 난 못생긴 남자는 관심 없어서.”
지이이이잉.
여인이 남자의 말에 답했을 때였다.
때마침 남자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고, 남자가 메시지가 도착해 불이 들어온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성이 녀석이 있었으면 상처 좀 받았겠구만.”
『충북 청주에서 거대한 규모의 균열 발견. 추정 난이도 알 수 없음.』
메시지를 읽은 남자가 앉아 있던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본 여인이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어디 가?”
씨익.
남자가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새로운 패를 구하러 갈 생각이다.”
***
“이거 칼만 안 들었지 순 강도들 아니야?”
세가 창설을 마친 최강이 은행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최강이 뒤따라 나오는 주소희를 휙 노려보고는 말했다.
“그리고 너 말이야, 뭐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이사를 가니 뭐니 말하지 않았었냐?”
“그거야…….”
무언가 입을 열어 변명하려던 주소희가 사과했다.
“죄송해요. 설마 세가 창설하는 데 저도 10억이나 들 줄은…….”
주소희를 못 미더운 눈초리로 보던 최강이 말했다.
“나 진짜 너 믿고 일해도 되는 거지?”
“무…… 물론이죠.”
주소희를 향한 시선을 마지못해 거두며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사무실은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나는 이제 누구 씨 믿고 덜컥 행동한 탓에 주머니에 몇만 원 남은 게 다다.”
주소희가 최강의 눈치를 보며 확인하듯 물었다.
“그…… 자택에서 일단 일을 하는 건 싫으시죠?”
“어, 당연하지.”
지금만 해도 당장에 좁아터진 집구석에 어느 순간부터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서 골치 아픈데, 이 이상 늘어나는 것은 최강의 입장에서 사양인 것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해요. 원래는 사무실을 기점으로 세가를 성장시키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강 씨 같은 경우에는 조금 특별하잖아요?”
“칭찬이겠지?”
“당연하죠. 순수하게 칭찬이에요.”
주소희의 말이 엎드려 절 받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기분이 조금 풀어진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
주소희가 냉큼 말을 시작했다.
“원래는 터를 잡고 세가를 키우다 보면 영양가 있는 일, 영양가 없는 일 가리지 않고 해야 해요. 이유는 아시죠?”
“뭐 얼핏 들은 거 같기도 하고……. 무슨 평가 같은 걸 한다며? 그거 때문이냐?”
“맞아요. 해마다 정식적으로 등록된 세가의 실적을 통해서 연말에 다시 재평가를 하는데, 이 절차를 통해서 관할이 축소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해요.”
주소희의 말을 들은 최강이 본론을 말하라는 듯 입을 뗐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주소희가 말했다.
“우리는 어차피 신생 세가잖아요? 제일 낮은 10등급이라서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세가 자격을 몰수당하는 일은 드물 테니까, 한마디로 사무실이 생길 때까지만 관할로 배정받은 은평구의 관할 외에서도 실적을 만들어 오자는 거예요.”
최강이 주소희의 말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잠시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야, 잠깐.”
“네?”
“관할이란 곳 외에서 사냥을 해도 문제가 안 되는 거냐? 아닐 거 같은데?”
최강의 의문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주소희가 당연하다는 듯이 관할 외에서도 실적을 만들자고 했는데, 그것이 가능하다면 관할이 존재할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그건 또 뭔 개소리야?”
“예전에는요. 관할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랬더니 무림인들 간에 사소한 다툼이 너무 빈번해졌고, 한마디로 지금 관할은 다툼을 막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최강이 이해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상대와 문제만 만들지 않으면 관할 외의 실적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맞아요.”
“그럼 무슨 수로 그걸 구분하는데? 막말로 아무거나 때려잡아서는 안 되는 문제잖아?”
“구분할 필요 없어요.”
“뭐?”
최강의 물음에 주소희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말했죠? 제가 밥이나 하고 빨래나 시키기엔 아까운 인재라고. 오게 만들 거예요, 그것도 영양가 있는 사건만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