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0
130화
10분이라고 통보를 하긴 했지만 최강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온 것은 넉넉하게 잡아서 15분쯤 지났을 때였다.
“시간을 달라고?”
“그렇다.”
“참 나…… 언제는 대화 좀 나누면 바로 넘길 거같이 말하더니.”
최강이 선뜻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얼마나 더? 한 30분 정도면 되냐?”
최강의 눈에 약간 난처해하는 프락시온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연하지만 시간의 단위 개념이 전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테리가 아이템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못해도 몇 주일. 하지만 반면에 최강은 고작 며칠도 아니고 몇 분이었다.
크리스가 눈 딱 감고 내지르듯 말했다.
“한 달.”
최강의 눈썹이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내일까지 끝내.”
크리스가 말했다.
“3주다.”
사실 이 정도도 이미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한계치로 낮춘 거였지만 최강의 후려치기는 사정없었다.
“모레.”
“보름. 이 이상은 안 된다.”
“일. 주. 일.”
크리스의 표정이 굳는 것이 보였다. 최강이 또 크리스가 허튼소리 하기 전에 못을 박듯 말했다.
“알았냐? 여기서 더 늘리려고 하면 이 이상의 대화는 없어. 그냥 지금 당장 가 버리는 것도 난 상관없으니까.”
크리스가 생각에 잠겼다. 그건 상당히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때 자신을 들쳐 메고 듀크와 술래잡기를 하던 상황을 놓고 본다면 최강에게도 듀크는 손쉬운 상대가 아닌 것이다. 당장에 그날 그곳에서 듀크를 처리하지 않은 것만 봐도 그랬다.
“알았다.”
크리스가 말했다.
“대신, 이건 어떻지?”
최강이 사무실에서 튀어 나갈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경고했을 텐데?”
“일단 들어 봐라. 네게도 손해는 아닐 테니까.”
크리스를 응시하던 최강이 다시 엉덩이를 깔고 앉아서 조용히 기다리자 무언의 동의로 생각하고 크리스가 말했다.
“네게 아이템을 만들어 주겠다. 사실 보름의 시간도 촉박하지만 아이템의 질을 생각해서라도 최소 보름의 시간은 필요하다.”
“아이템?”
최강이 의문이라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걸 나한테 왜 만들어 주는데?”
크리스가 말했다.
“너는 우리에게 균열의 양도를 부탁했다.”
“그런데 그게 왜?”
“본론부터 말하면, 그건 우리 체면상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 보름 후든 지금이든 상관없는 거 아닌가? 보름 후면 뭐가 바뀌나?”
말을 하던 최강이 무언가 생각난 얼굴로 말했다.
“근데 생각해 보니, 그게 니들이 아이템 만들어 주는 거랑 무슨 상관?”
“상관이 있다. 우리가 만든 아이템으로 네가 대신 처리하는 거라면 우리의 간접적인 지분도 생기게 되는 거니까. 우리도 최소한 그 정도라면 양보할 수 있다는 거다.”
최강이 납득한 듯한 기색을 보이자 크리스가 속으로 안도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급하게 짜낸 거짓말이었지만 속아 주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크리스의 말을 종합해 보던 최강이 말했다.
“그럼? 여하튼 균열은 양도하겠다는 거네? 그리고 아이템도 주겠다는 거고.”
“뭐 결론만 말하자면 그렇다.”
최강이 사무실 구석에서 구경하고 있는 주소희를 비롯한 세 사람을 보자 나미사가 말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
최강이 크리스를 향해 다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그래, 그럼 받지 뭐. 어디 한번 잘 만들어 보든가.”
***
커뮤니티 무잘알은 요즘 달아올라 식을 줄을 모르고 있었다. 베트남의 균열을 최강이 처리한다는 정보를 ‘돈많으면쳐봐’가 물어 오고 나서 얼마 뒤 공식 속보가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내외 할 것 없이 많은 신문사와 언론들이 직접 최강이 나선다는 베트남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구체적인 일정은 없는 거죠?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빨리…… 빨리 날뛰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근데 공표된 지가 언제인데 너무 굼뜬 거 아닌가? 평소랑은 너무 다른데…….
-HOXY……?
-어허! 그분을 의심하지 말라!
-아…… 아멘…….
마침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한창 떠들고 있을 때였다. ‘돈많으면쳐봐’와 마찬가지로 ‘한시간빠른육수’라는 이름을 가진 네임드 유저가 채팅방에 들어와서 말했다.
-여러분 링크 타고 들어가 보세여! https//…….
네임드 유저였기 때문일까, 의심 없이 들어간 일반 유저들이 사이트를 보고 말하기 시작했다.
-와…… 드디어.
-최강이 나타났다!
***
보름.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최강의 입장에서는 긴 시간이었다.
아무리 미국과 이야기를 나누는 단계에서 언제까지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합의를 본 것은 아니라지만 상도덕이 있지, 보름씩이나 꾸물댈 수는 없는 것이었다.
때문에 최강은 크리스와 이야기가 끝난 주말에 슬쩍 움직였다.
“뭐 어찌 됐든 요지는 그거잖아?”
아이템 덕을 본 것처럼 행동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기간을 구태여 기다릴 필요도 없었고 나중에 아이템만 수령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게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일석이조라는 것 아니겠는가?
‘그 녀석들 열심히 하긴 하는데, 확실히 많이 불안불안하단 말이지.’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확실히 주소희든 최말숙이든 류세란이든 예전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을 이뤘지만 믿고 쓰는 카드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했다.
최강은 좋은 아이템 하나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는지 안다. 오래갈 것도 없이 근래에 최말숙이 4:1 상황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왔던 일만 떠올려 봐도 그렇다.
‘녀석들에게 적당히 나눠 주면 모르긴 몰라도 강해지긴 하겠지.’
미국 측에서 제공하는 헬기를 타고 이동하던 최강이 창밖을 내려다봤다.
‘대충 이쯤인가?’
땅 밑에 보이는 요상한 모양의 생물들을 보자니 이 근방이 확실한 것 같았다. 최강이 저공비행 하고 있던 헬기의 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최강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발생한 소음이 주변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잠시 후였다. 최강이 자신을 경계하며 하나둘씩 몰려드는 생물들을 보며 말했다.
“안녕, 친구들.”
노란색 불꽃이 응집한 것처럼 반투명한 형태로 이루어진 듯한 늑대 무리였다.
으르르릉.
도둑을 발견한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녀석들이 일제히 뛰는 모습을 보고 최강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일곱 마리의 늑대에게 적절한 위력의 주먹을 먹이자 북 가죽 두들기는 소리 같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늑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퍼벅. 퍽퍽.
“음…….”
이상했다. 전력을 다해 휘두른 주먹은 아니라지만 녀석들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에 비해 대미지가 별로 없어 보였던 것이다.
“거, 이상하네…….”
예상이 틀리지 않았는지 실제로도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금 일어나는 녀석들을 발견한 최강이 이번엔 유형기를 일으켜 가볍게 발로 땅을 내리찍었다.
땅이 거미줄 갈라지듯 하더니 지면에서 바람이 거칠게 일어났다. 수천수만 개의 얇은 바람줄기가 녀석들을 관통해 벌집으로 만들어 보이자 그제야 반딧불처럼 잘게 부서져 사라지는 늑대들이 보였다.
“조금 과했나?”
확실히 그럴 수도 있었다. 기껏해야 크기나 덩치나 어느 걸로 보나 몬스터로 비유하자면 C급 몬스터 수준의 녀석들에게 유형기씩이나 사용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강은 자신의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체력 낭비일 수도 있겠지만 유형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더 귀찮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
최강이 신발을 고정하듯 앞꿈치로 쿡쿡 땅을 내려찍었다.
“번거롭단 말이지.”
최강이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눈으로 숲속을 바라봤다. 셀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기운이 느껴졌다.
아마도 저 멀리 가장 큰 기운을 가진 저 녀석에게까지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할 것이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말이다.
“무극.”
최강이 자세를 가다듬고 왼쪽 발을 장전했다. 한 번에 잔챙이들은 싹 쓸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기.”
마침내 최강의 발이 휘둘러졌다. 최강의 주변으로 솟구치던 강한 돌개바람들이 한데 뭉치더니 순식간에 직선로의 모든 것을 갈아엎는 것이 보이길 잠시였다.
파지지직.
강력한 뇌전과 최강의 바람이 맞부딪치더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거기 계시다는 거겠지?”
폭발의 여파가 가시자 잠시 후 최강이 뻥 뚫린 길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제 좀 깔끔하네.”
***
그날 이후 듀크는 고민했다. 이대로 팔콘에게 합류할 것인지, 크리스를 찾아 죽일지 결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듀크는 결국 후자 쪽을 택했다. 이유는 상급 정령 아르타가 날뛰게 되었을 경우, 크리스가 그 녀석을 역소환하기 위해 언젠가 재접촉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팔콘에게 말해 뒀던 시간적인 여유도 있겠다, 아르타를 역소환시키기 위해 접근한 크리스를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듀크의 계획에도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그 녀석…….’
자신을 최강이라고 소개했던 두 번째 상급 정령이었다. 자신을 최강이라고 소개할 만큼 꽤나 오만한 성격이었던 녀석은 크리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날렵한 움직임은 물론이고 앞선 상급 정령에 비해서 유연한 행동 패턴까지 보였다. 상급 정령 아르타가 그저 힘에 의존하는 전투를 하는 타입이었다면, 두 번째 녀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듀크는 알고 있었다. 작정하고 싸워 준다면 모를까, 그것이 아니라면 이쪽의 경우가 더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던 듀크가 3일째 기다렸을 때였다.
생각에 잠겨 있던 듀크를 깨우는 일이 일어났다. 하룻밤을 꼬박 날뛰던 아르타가 숨어들어 간 숲을 송두리째 관통하는 기운이 발생한 것이었다. 물론 곧이어 아르타가 발출하는 전격에 막혀 사라지긴 했지만 듀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왔군.”
그때 그 녀석이 분명했다. 크리스 그 녀석이 마침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회심의 미소를 그리며 듀크가 생각에 잠겼다. 난입할 타이밍을 재는 것이었다.
‘지금? 아니면 이따가?’
분위기를 보아하니 아직 아르타와 최강이 정면으로 맞붙은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 난입한다면 1:1 구도를 만들 수 있겠지만, 솔직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을 따돌린 채 듀크는 크리스를 제거할 자신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지난번처럼 크리스를 해치우기 전에 녀석이 크리스를 들쳐 업고 도망가면 상당히 곤란했다. 자신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크리스가 다음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언제가 될지 짐작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는 수 없지.”
결국 기다리는 쪽으로 결정한 듀크가 중얼거렸다.
“어디 실력 좀 지켜볼까?”
둘 다 한바탕 날뛰고 양패구상이 되는 그 순간을 노리는 듀크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