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듀크는 검을 본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지면에서 떨어져 있는 검의 높이를 감안한다면 그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어이가 없군.”
‘어이없다.’ 그렇다. 그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의 크기도 크기였지만 무려 똑같은 크기의 검이 5개나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검의 크기가 크면 그만큼 공격은 둔하다는 것쯤 듀크도 알고 있다. 또 당연하게도 저렇게 거대한 검을 손으로 직접 쥐고 휘두를 리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냉정하게 놓고 본다면 그런 예리함 없는 일격 따위 듀크는 얼마든지 피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듀크는 고민하고 있었다. 문제는 ‘저 검으로 무엇을 할까?’였기 때문이다.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건가?’
단순히 직선적인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한다면 당연히 상당히 난처했다. 예상외의 상황은 언제나 위험하니 말이다.
고민하던 듀크의 얼굴이 거대한 크기의 아르타에게 조용히 향했다. 결국 저 거대한 검의 목적이 거대해진 아르타를 상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가능성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너무나도 납득되는 말이었다. 저렇게 거대한 녀석을 일반적으로 놓고 본다면 상대할 방법이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냐……?’
어째선지 불안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촉이었다. 이런 감각, 그란디아 대륙에 막 떨어졌을 때를 제외한다면 느껴 본 적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감을 믿을 것이냐, 이론적으로 생각할 것이냐의 사이에서 고민하던 듀크가 중얼거렸다.
“하는 수 없지…….”
마침내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놀랍게도 ‘거리를 더 벌린다’였다. 이 이상 거리를 벌린다면 대략적인 상황 파악은 가능하겠지만 더 이상 둘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자신이 유리할 타이밍에 끼어들기란 불가능함을 의미함에도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
듀크가 뒤돌아서 기척을 숨긴 채 이동하기 시작했다. 기척을 숨긴 채라 평소보다야 이동속도가 늦기는 했지만, 그의 가공할 만한 속도가 조금 죽었을 뿐 여전히 빠른 편이었다. 그리고.
듀크가 이동하고 30초쯤 지났을 때였다. 듀크가 등 뒤편이 환해지는 것을 느끼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이어서 듀크가 고개를 돌린 그 순간.
듀크의 표정이 굳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검이 강력한 빛을 뿜고 있었으니 말이다.
‘뭐지?’
점점 더 강렬해지는 빛을 지켜보며 듀크가 잠시간 생각할 때였다.
번쩍!
절정에 달한 검이 한차례 점멸했다. 빛은 상당한 거리임에도 듀크조차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쿠쿠쿠쿠쿠쿵.
빛으로 인해 눈을 감았던 듀크가 갑자기 들려오는 굉음에 갑작스럽게 눈을 부릅떴다.
“이럴 수가…….”
마치 융단폭격이라도 이루어지는 듯한 상황이었다.
수만 개의 자잘한 검으로 분리된 거대한 검이 엄청난 범위의 지면에 사방팔방 무차별적으로 내리꽂히며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떤 것은 화염을, 어떤 것은 지면을 빙결시키는 냉기를, 또 어떤 것은 모든 것을 베어 버리는 바람을 머금은 검 다발을.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상황.
돌아가는 분위기를 파악한 듀크가 황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기척을 감추느라 죽였던 속도조차 끌어 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듀크의 엄청난 속력도 개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검우(劍雨) 속에서는 답이 없었다. 빗줄기같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검 다발에 곧이어 듀크도 잡아먹혔기 때문이다.
***
최강이 사용한 기술의 이름은 천강검우.
소환한 거대한 검이 셀 수 없이 분열하며 일대를 초토화시키는 기술이었다.
“역시 사용하지 않기를 잘했네.”
천강검우의 위력을 지켜보던 최강이 이렇게 중얼거렸다. 당연했다. 이 위력은 기술을 사용한 최강조차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천강검우의 위력은 검 하나당 반경 1킬로미터 남짓.
하지만 지금의 천강검우는 그야말로 굉장했다. 당시의 위력을 아득히 초월한 상태였고 작은 검 줄기 하나의 폭발력도 족히 수십 배는 상승한 듯한 느낌이었다. 역시 그동안 주변의 피해를 고려해서라도 의형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참회동에서 지냈던 긴 시간은 의형기에 유독 자신이 있는 최강에게는 예상보다도 상당한 성장을 가져다준 것이었다.
만약에 이러한 기술을 도심 한복판에서 사용했다면?
서울이 통째로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면 협회장이 울겠지.”
그동안 잘 참아 온 자신을 칭찬하며 최강이 누군가를 찾았다.
“그 기회주의자 같은 놈은, 어디 보자…….”
분명히 천강검우로 모든 것을 쓸어버리고 있으니 조만간 나타날 것이었다. 그리고 최강이 듀크의 기척을 찾아 잠시간 헤맬 때였다. 마침내 최강의 기감에 기다렸던 듀크의 기척이 잡혔다.
“거기 있었냐?”
씨익 입꼬리를 올린 최강이 거리를 가늠했다. 그리고 제법 떨어진 거리였지만 이 정도라면 단숨에 갈 수 있다고 최강이 판단한 순간이었다.
“어?”
걸음을 내디디려던 최강이 주춤거리며 멈춰 섰다. 녀석의 기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천강검우가 기척이 느껴지는 부근을 휩쓸고 지나가기는 했다지만 어쩐지 뭔가 께름칙했다. 너무 쉽게 죽은 것은 아닌가 해서.
최강은 그래도 녀석이 지금껏 봐 왔던 녀석들 중에는 상당히 강한 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처음 녀석을 마주친 순간부터 그러했고,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툭 까놓고 말해서 대뜸 공격부터 해 오는 녀석을 그날 그 자리에서 처리하지 않고 자리를 뜨는 쪽을 선택했던 것도, 어떻게 보면 녀석을 처리한다는 것이 최강에게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질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나와서 한바탕 날뛰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했던 상대가 지금 천강검우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었다.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천강검우라는 기술이 강력해도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을 녀석 같지는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가 볼까……?’
기척이 사라진 곳으로 이동해 볼까 생각하던 최강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가 봐야 기척을 숨긴 녀석을 찾아내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자리에 없을 확률이 높았다.
‘적어도 가려면 바로 갔어야 했지…….’
최강이 괜히 주춤거린 자신을 탓했다. 이제 와서 간들 녀석의 발자취를 찾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최강이 듀크에 대한 생각을 할 때였다.
“이…… 저급한 인간 놈이!!”
거대한 체적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검우를 직격으로 받아 내던 아르타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난 뇌우가 하늘과 아르타의 주변에서 일어나며 아르타의 방향으로 향하던 수천수만의 검 다발이 도중에 꼬리 잇듯이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엄청 열 받았나 보네.’
최강이 픽 웃었다. 잠시 후 폭연을 뚫고 모습을 드러내는 아르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아르타의 손에 어느새 들려 있는 거대한 전류의 창을 보며 최강이 말했다.
“그럴 거 같더라고.”
최강을 향해 성큼 걸음을 옮기던 아르타가 두어 걸음 걷다가 멈춰 섰다. 아르타가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어느 틈에…….”
거대한 검이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한 아르타가 한차례 휘청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감히 나에게! 네놈도 한번 맞아 봐라!!”
아르타가 최강을 향해 창을 집어 던지려는 듯 비스듬히 서며 한쪽 발을 쭉 뻗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아르타가 창을 집어 던진 순간이었다.
아르타의 눈에 낯익은 빛이 보였다. 빛은 아르타의 바로 턱밑 가슴에 박힌 검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아르타가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예상한 순간이었다.
콰과과광.
검이 폭발했다. 구름을 뚫고 하늘로 승천하는 푸른색 원기둥의 냉기가 아르타를 집어삼키다 못해 최강의 발아래까지 다가와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모습이 이어졌다.
챙그랑…….
아르타가 털썩 무릎 꿇고 중얼거렸다. 자신이 던진 창은 분명히 최강을 관통했지만…….
“마지막까지…….”
이번에도 분신이었기 때문이다. 아르타가 말을 뱉다 말고 결국 수억 개의 반딧불이 되어 흩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방금 전 창이 스쳐 지나간 곳에 다시금 모습을 나타낸 최강이 후면을 바라봤다.
최강의 눈을 노란색 빛이 가득 채웠다. 방금 전 아르타가 던진 창이 후면에서 폭발했기 때문이었다.
산 수십 개는 간단하게 녹여 버렸을 무시무시한 위력을 확인한 최강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아르타에게 말했다.
“그러게 잘 보고 쐈어야지.”
***
아르타를 해치운 최강이 혹여나 듀크가 모습을 드러낼까 싶어 기다리다가 마침내 자리를 떴을 때였다.
차원이 일그러지더니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있었다. 듀크였다.
“칫…….”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상황이 정리된 것을 파악한 듀크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래선 아무런 소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걸로 벌써 2개나 써 버렸군.”
3개뿐이었던 플로어 스톤.
이전에 아르타를 가두는 데 사용했고, 이번에 공격을 피하느라 또 하나를 사용해 버렸다. 그렇다. 위기의 순간 듀크는 다름 아닌 상대를 차원에 가두는 플로어 스톤을 자신에게 사용한 것이었다.
듀크가 차분한 눈으로 고민했다. 최강을 쫓을까 말까 고민하는 것이었다. 그가 향할 곳은 뻔했으니 말이다.
팔콘.
그렇다. 듀크의 예상대로라면 아마도 아르타를 쓰러트린 최강은 균열로 곧장 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야 뻔했다. 아마 팔콘과 더불어 페르간의 군대는 최강에게 몰살당할 것이었다. 팔콘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자신보다 약하다. 냉정하게 말해서 자신조차 정당한 방법으로는 겨룰 자신이 없는 최강을 팔콘이 당해 낼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쩔 수 없군.”
듀크가 단념하듯 중얼거렸다. 그란디아 대륙과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녀석들이었지만 그냥 버리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듀크가 균열과 반대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틀 전 숙소로 보내 놓은, 자신에게 붙은 프락시온들과 합류하기 위해서였다.
***
생중계로 최강의 전투를 지켜보던 무잘알은 지금 축제의 상황이었다. 불과 며칠 전 파르키오를 어린애 가지고 놀듯이 하던 팔콘이 최강의 손에 맥없이 쓰러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그에게 의심의 소리를 내었는가?!
-히익 죄송합니다.
-신앙심이 부족한 저를 용서해 주세요.
최강의 사진을 굴지의 대하드라마 태조왕x의 궁예의 사진과 합성한 짤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드립들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최강은 아르타와의 일전에 걸렸던 30분 남짓의 시간과는 달리,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정작 균열을 정리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치킨을 시켰는데…… 치킨 오기도 전에 끝나 버린 거…….
-저도요…….
도합 해서 한 시간 정도로 모든 것을 정리해 버린 최강 덕에 무잘알 내에서는 뒤늦게 도착한 치킨 사진을 인증하는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무잘알의 반응과 세계 각지의 반응은 다르지 않았다. 모두 최강을 칭송하는 이야기들뿐이었다. 미국의 의도대로 프락시온에게서 최강에게로 힘의 상징을 옮겨 온다는 계획이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멋지게 먹혀들어 간 것이었다.
미국의 대통령 조지가 말했다.
“아놀드. 최강과의 연락은 어떻게 됐나?”
“지금 계속해서 제이스를 통해 시도해 보고는 있습니다만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대통령.”
대통령 조지의 표정이 난처하게 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전의 최종 단계, 균열을 정리한 최강이 미국과 입을 맞출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최강은 아직 자유계약 상태인 것이었다. 이제 누구와 계약을 맺느냐에 따라서 세계의 패권이 갈리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