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사무실에 들어온 최강이 소파에 털썩 앉았다.
‘좀 쓰리네…….’
통증을 느낀 부위는 아르타의 기습에 입었던 팔의 상처였다. 평소 최강의 회복력이면 당연히 길게 쭉 찢어진 정도의 상처는 금세 나아야 맞는데, 이상하게 회복이 더딘 것이 문제였다.
“말숙아.”
최강의 말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떨어져서 최강을 신기하게 지켜보던 사무실 사람들 중에 최말숙이 후다닥 달려왔다.
“부르셨사와요.”
“그 뭐냐, 구급상자 좀 가지고 와.”
“알겠사와요.”
최말숙이 구급상자를 가지고 온 최말숙이 신발을 벗고 최강의 옆자리에 무릎 꿇고 앉아 소독약을 먼저 꺼냈을 때였다. 누군가 최말숙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최말숙의 어깨를 잡은 사람은 어느새 불쑥 다가온 나미사였다. 나미사를 보고 최말숙이 말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와요?”
나미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 내가 하면 안 될까?”
최강과 나미사의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최말숙이 최강이 별말 없자 벗어 두었던 신발을 신고 물러났다.
“여기 있사와요.”
“고마워.”
소독약을 받아 든 나미사가 사심 가득한 눈빛으로 최강에게 다가가 소독약을 바르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요, 나미사 씨.”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시려나요?”
누가 명문가 아가씨 아니랄까 봐 차분한 말투의 나미사가 응대하자 주소희가 말했다.
“그거 제가할게요. 이리 주세요.”
주소희가 손을 뻗자 나미사가 제자리에서 휙 돌아 피하더니 등지며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할 테니 저기서 쉬고 계세요.”
“아니요. 글쎄, 제가 하겠다니까요?”
사무실이 금세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두 사람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최지우가 부러운 듯 지켜보고 있는 류세란에게 조용히 말했다.
“형수님도 가서 참전하시죠?”
최지우는 얼마 전부터 류세란도 최강의 집에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최지우는 친류세란파답게 그 일에 대해서 매우 흡족해하고 있었다.
“제가 그래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어쩌면 도련님도 그걸 바라고 계실지 몰라요.”
최지우는 알고 있다. 고려 시대 당시에 최강이 전장에서 가벼운 부상을 입고 오면 백서화가 정성스럽게 치료해 주던 모습을 다 목격한 것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로 백서화에 대한 향수를 떠올린다면 최후의 승자가 류세란이 되는 것에 한 발짝 다가가는 일이 될 것이었다.
“진짜요?”
“네.”
물론 근거 없는 말이었지만 최지우의 바람에 자신감을 얻은 류세란이 참전하자 이윽고 사무실이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과 최강이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숨 쉰 최강이 조용히 일어나 휴게실 문고리를 잡고 최말숙에게 손짓했다. 세 사람은 여전히 너니 나니 웃는 얼굴로 말을 주고받는 게 최강이 없어진 줄도 모르는 듯했다.
최말숙이 성큼 다가오자 최강이 최말숙에게 들고 왔던 구급상자를 넘겨줬다.
“말숙이가 해.”
구급상자를 받아 든 최말숙이 말했다.
“알겠사와요.”
***
이틀 뒤였다. 프락시온은 얼떨떨한 상태였다. 보름 후에 아이템을 받기로 했던 최강이 무려 10일도 더 남은 그 주 주말에 말도 없이 간 것도 모자라, 예상과는 달리 무사히 생환했기 때문이다.
크리스가 생각하기에 아마도 최강 딴에는 적당히 처리하고 프락시온이 제공한 아이템 덕분이라고 대충 둘러대면 상관없으리라고 판단하고 한 행동일 것이다. 그래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걱정되는 부분은 있었다. 그건 최강이 생각 이상으로 제멋대로라는 점이었다.
어쩌면 듀크가 등을 돌려 버린 시점에서 최강은 인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얼마 전까지 그를 해치겠다며 날을 갈던 자신들이 이런 말을 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런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그렇다. 솔직히 이번에 순순히 듀크가 물러났기에 망정이지 자칫 듀크가 그 자리에서 결판을 보려고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크리스는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지, 크리스?”
크리스가 자신에게 말하는 테리를 바라봤다. 본래 테리가 만들려고 했던 아이템은 총 3개. 하지만 아직 테리가 만든 아이템은 1개뿐이었다.
테리의 손에 들린 반지를 본 크리스가 말했다.
“그래도 일단 주긴 해야겠지.”
“역시 그런가?”
테리가 아이템을 내려놓고 자신의 공방으로 향하기 위해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그럼 나는 마저 아이템을 만들어야 하려나…….”
“잘 부탁하지.”
테리가 방을 나가자 쇼튼이 말했다.
“근데 크리스, 테리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문제 있는 거지?”
“그렇다고 봐야겠지.”
크리스는 쇼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단 최강이 적어도 자신들의 의견을 참고해 행동해야 할 텐데, 지금의 최강은 너무 자신의 힘을 과신하고 있다. 최강에게 무슨 여벌 목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건 너무 위험했다.
크리스가 말했다.
“최강을 만나러 가자.”
***
-님들 님들, 근데 이거 진짜예요?
무잘알의 채팅방에 어떤 남자가 기사의 링크를 올리며 물어 왔다. 잠시 후 채팅방에 들어와 있던 남자가 알고 있는 기사라는 듯 말했다.
-최강이 직접 그렇다잖아요. 맞겠죠. 신문사도 협회 직속 신문사이기도 하고…… 나름 신빙성 있습니다.
최강과 관련된 기사였는데 최강이 그날 균열을 무사히 해결할 수 있었던 게 프락시온에게 건네받은 아이템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그럼 최강이 아이템빨로 균열을 클리어했다는 건가요? 오늘 이거 때문에 방금 전에 친구랑 다퉜는데요. 저는 물론 최강을 변호하는 입장이었고요.
-음…… 솔직히 그건 저도 아니라고 보네요. 아이템빨로 깰 수 있었으면 프락시온이 아이템으로 깼겠죠. 최강에게 양보할 이유가 일단 없고요. 아마도 아이템은 최강의 능력을 한두 단계 정도 강화하는 수준이었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윗분의 말에 동감. 막말로 까놓고 말해서 이번에 프락시온 권위 아작 난 거 피해가 막심할 텐데 이걸 프락시온이 몰랐을까요? 프락시온이 바보도 아니고 최강에게 양보할 이유가 없잖아요.
-저도 동감. 하여간 최까들 다 죽어야 함.
오랜만에 최강이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인터넷이 시끄럽자 재미 삼아 슬쩍슬쩍 눈팅 하던 주소희가 말했다.
“최강 씨.”
“왜.”
최강이 책을 읽다가 쓱 넘기며 말했다.
“최강이 인터뷰한 것 때문에 지금 인터넷이 꽤 시끄럽네요.”
“뭐라고 하는데?”
주소희가 인터넷 내용을 쓱 훑어보고는 말했다.
“최강 씨가 받은 아이템이 별로 좋은 게 아닌 거 같대요.”
“그래?”
주소희가 말했다.
“근데 최강 씨.”
“왜.”
“아이템 아직 안 받으셨죠?”
“그래, 보름 걸린대잖아. 너도 다 들었으면서 그건 왜 물어?”
“혹시나 해서요. 그럼 분신술이나 그 검은 최강 씨 기술인 거죠?”
최강이 책에서 눈을 떼고 잠시간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렇지 뭐.”
주소희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그것도 의형기예요?”
모든 것을 다 들었던 주소희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이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저 의형기로 만든 기술이라기에는 그 위력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최강이 말했다.
“왜, 관심 있냐?”
주소희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자 최강이 픽 웃었다.
“그럼 빨리 수련부터 해. 말했지? 의형기의 시작은 ‘원’부터라고.”
“네.”
***
류세란은 강해지고자 하는 성장욕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주소희보다 강했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수련에 집중하는 류세란의 모습이 그 증거였다. 물론 주소희야 최강에게 찝쩍대는 류세란을 견제하는 입장인 데다가 최지우라는 마땅한 조력자가 있는 류세란과는 달리 최강이 여유가 있을 때 간간이 지도받는 입장이었으니까 그것을 온전히 성장욕으로 설명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하튼 시간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어때요?”
처음에 존재하던 류세란의 ‘원’ 옆에 10분의 1만 한 또 다른 크기의 ‘원’이 생겨났다가 몇 초 있다가 ‘퐁’ 하고 터지는 모습이 보였다. 최지우의 피식하는 웃음을 본 류세란이 말했다.
“그…… 많이 형편없으려나요?”
“아니요. 아주 훌륭하십니다.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원’을 하나 생성하는 것과 2개째로 늘리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동반한다고요.”
“그러시긴 했지만…….”
“너무 상심하실 것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크기는 귀엽긴 했지만 꾸준히 성장하시고 계신 거니까요. 그보다, 제가 말씀드린 수련은 하고 계시나요?”
“의형화 말씀이시죠?”
의형화.
즉, 의형기의 모양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그동안 류세란은 기본적인 ‘원’의 형태로 만들어서 내공을 사출하는 방식의 기술을 사용했지만 의형기의 꽃은 역시 의형화라고 볼 수 있었다. 의형화의 능력에 따라서 최강처럼 분신을 만들 수도 있었고 일전에 타쿠마처럼 없는 팔을 만들어 더 강력한 위력의 주먹을 날릴 수도 있는 등 자신의 전투 타입에 맞춰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지우가 류세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류세란이 뜸 들이다가 말했다.
“저, 그게…… 사실 잘 안 돼서요.”
“음…….”
류세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니 그것이었다. 어떤 것을 만들지 이미지는 떠올렸는데 그걸로 변화시키는 것이 안 된다는 말이었다. 의형화를 익히기 위해서 수련하는 초심자들이 가장 난처해하는 단계였다.
최지우가 진지하게 생각했다. 지금 자신은 류세란의 어려움에 도움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인의 내공을 컨트롤하는 건 상당히 세심한 작업이다. 내공이 내부에서 역류하면 두 사람 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금 스스로의 내공도 온전히 컨트롤하기도 버거운 상황에 최강처럼 도와주기가 힘든 것이었다.
“차라리…….”
최지우의 말에 류세란이 말했다.
“무슨 방법이 있는 건가요?”
“이 기회에 도련님께 말씀드려 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도련님이면…… 최강 씨요?”
류세란의 표정이 난처하게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야 그럴 법도 했다. 솔직히 담임선생님인 최강 입장에서 본다면 최지우라는 과외 선생님한테 편법을 써서 그간 배워 왔다는 걸 사실대로 말해야 하니 말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밝힐 문제입니다. 형수님.”
“그…… 그래도 아직 마음의 준비가…….”
“너무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도련님이 그래도 그렇게까지 속 좁은 분은 아니셔요.”
류세란이 그래도 영 내키지 않는지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방법이 정말 그것뿐일까요?”
최지우가 어깨를 으쓱 올려 보이며 말했다.
“아니면 열심히 수련하시는 수밖에요. 참고로 조력자가 있어도 2년이 평균치인 겁니다. 재능 여하에 따라 빨리 습득할 수도 있지만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거예요.”
류세란이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알았어요.”
옥상에서 과외를 하고 있던 최지우가 류세란이 옥상 문을 열고 사무실로 향하는 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 기회에 최강과 류세란이 눈이라도 맞아 조카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류세란이 나가자 최지우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대로 정체해 있을 순 없지.’
류세란도 앞으로 나갔다. 이제 자신이 성장할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