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서울 도심은 한동안 극심한 교통 체증을 앓고 있었다. 도로 한복판에 15미터 남짓의 차원 균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균열은 주소희와 류세란이 사무실을 비슷한 시기에 나간 것과 연관이 있었다.
15미터 정도의 차원이라면 보통 A급 균열의 표준 수치 정도 되는데, 어지간한 A급 균열이라도 일반적으로 1급 세가가 맡아서 처리할 경우 한 달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균열의 경우에는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에 의미가 컸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의 도심 한복판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소모하며 단일 세가에 맡기는 것은 막대한 손실을 불러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회가 내린 결정은 이러했다. 류씨세가와 주씨세가의 최정예를 비롯해 조중일과 강성훈, 정대욱까지 100대 고수에 필적하는 고수들까지 투입해 최대한 빠르게 진압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조중일과 강성훈만 해도 어진간한 A급 균열의 경우 당일에 단신으로 처리가 가능한데 그러한 100대 고수에 필적하는 고수가 셋, 거기에 주소희와 류세란을 비롯한 두 세가의 정예 멤버들까지 더해지자 투입 세 시간 만에 차원 중심부까지 들어온 것이었다.
앞장서서 균열을 헤쳐 가는 주소희, 류세란, 정대욱, 조중일, 강성훈. 총 다섯 사람을 열심히 뒤따라가던 사람들이 숨을 고르고는 그들의 무용을 지켜봤다.
“이거 사실 저희는 필요 없었을지도.”
“그러게요. 이거 괜히 들고 왔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들의 등에는 배낭이 메여 있었는데 최정예 멤버가 투입이 되었어도 일반적인 상식상 며칠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에서 생활할 생필품을 각자 챙긴 듯 보였다. 물론, 짐을 풀 여유도 없이 열심히 쫓아가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말이다.
류세란을 핵심적으로 지켜보는 박지원을 향해 류미란이 말했다.
“뭘 그렇게 봐요, 박 팀장님?”
“아…… 그냥 제가 알던 아가씨가 맞나 싶어서요. 완전 다른 분 같네요, 아가씨는.”
류미란도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류세란을 한동안 보다가 픽 웃었다.
“그러게요. 근데 저쪽만 볼 건 아니고. 봐요.”
“네?”
“저쪽도 만만치 않잖아요?”
박지원이 류미란의 말을 듣고 주소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C급 몬스터의 경우에도 가볍게 주먹 한 방에 급소를 으스러트려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박지원이 말했다.
“그렇군요……. 최씨 특전대에는 뭔가 강해지는 비법 같은 거라도 있는 걸까요?”
박지원은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 류미란도 알고 있을 것이다. 류세란도 그랬지만 주소희 역시 불과 1년 반 전까지는 그저 2세대 무림인 수준에서 조금 뛰어난 정도였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뭐랄까. 주소희나, 그보다 못하긴 해도 충분히 강력한 류세란도 충분히 저들과 비등비등한 수준이었다.
류미란이 말했다.
“그러게요. 비법이 있으면 공유라도 해 달라고 해 볼까……?”
***
주소희와 류세란의 성장을 놀라워하는 것은 지켜보던 류씨세가와 주씨세가의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지금 두 사람과 함께 최전방에서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는 정대욱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애송이 같던 2세대 무림인 두 사람의 공격이 더 이상 소꿉장난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주소희의 저 살벌한 주먹은 압권이었다. 이미 유형기를 실은 최강의 주먹에 1년 전쯤 크게 한번 맞아 본 적이 있었던 정대욱이기에 과연 간담이 다 서늘해질 정도였다.
조중일도 마찬가지였다. 조중일은 류세란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힘이 부족한 류세란이 몬스터를 무형기로 묶어 두고 정확하게 급소만 찌르는 모습에 매료되어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수십만 언데드를 제압하던 최강의 모습과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조중일이 생각했다.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최강의 라인에 서야 해. 역시 그는 특별하다.’
평범한 2세대 무림인이었던 두 여자를 불과 1년 만에 이렇게 다른 사람으로 만들 정도의 능력.
조중일은 이것이 최강의 무서운 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런 인간을 뚝딱 붕어빵 찍어 내듯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중일이 어쩌면 자신도 그 성장의 비밀을 공유받을지도 모른다는 행복 회로를 굴리며 전진하고 있을 때였다.
차원 진입 다섯 시간째.
마침내 차원의 마지막 층에 도착했음을 본능적으로 조중일은 느꼈다. 필드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거대한 석재 신전을 연상시키는 듯한 내부 구조의 환경을 조중일이 살피며 입을 열었을 때였다.
강력한 불의 구체가 자신들을 덮치는 것을 목격한 조중일이 본능적으로 유형기를 일으켰다.
콰지직.
조중일이 일으킨 얼음 장벽에 불꽃이 수차례 강타하더니 마침내 금이 가던 장벽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불길을 피해 훌쩍 물러난 조중일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 마리의 가고일을 확인했다.
등 뒤에서 바쁘게 따라온 사람들이 몬스터를 보며 말했다.
“이럴 수가! 어째서 가고일이 이곳에!?”
가고일.
거의 유일하게 엘리트 개체가 아니라 일반 개체도 B등급으로 인정받는, 여태까지 현대로 넘어왔던 몬스터 중에서는 으뜸인 몬스터였다. 다만 그 개체값이 높아서 아직까지는 출몰한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근래에 거대한 균열이 자주 열리면서 아마도 모습을 드러낸 듯 보였다.
조중일이 자신의 뒤편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눈매를 좁혔다.
문제는 5미터 크기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가고일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눈앞의 몬스터는 B급 몬스터다. 100대 랭커에 필적하는 사람이 다섯이 있는 상황에 일반 가고일은 문제가 아닌 것이다. 즉, 진짜 문제는.
‘저 남자…….’
조중일의 눈이 하늘을 날고 있는 가고일의 뒤편에 박쥐처럼 날개를 접고 서서 자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아직 날개라거나 갈라진 피부 가죽을 봤을 때 완전한 엘리트 가고일은 아니겠지만 통상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따져 봤을 때 A급 몬스터에 필적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A급 몬스터라면 리치보다는 조금 약할지라도 미국의 LA와 사천성에서 출몰했던 대균열의 몬스터와 비등한 수준이라는 것은 분명한 것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정대욱도 말했다.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들은 그렇다 치고, 저 퍼질러 자는 놈은 조금 위험하겠군.”
정대욱의 시선이 주소희를 조용히 향했다.
“저놈을 나랑 같이 골로 보낼 사람이 필요하다. 자신 있나?”
정대욱이 봐 왔던 주소희의 공격력은 그래도 자신과 거의 필적할 수준이었다.
“아니요. 자신은 없어요. 하지만 하라면 못 할 것도 없죠.”
“시원시원해서 좋군. 그럼 녀석은 나와 그쪽이 맡는 걸로 하고.”
정대욱이 강성훈을 비롯한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나머지는 그쪽에게 부탁해도 되겠지?”
세 사람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정대욱과 주소희가 가고일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녀석을 빠르게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소희와 정대욱을 향해 가고일들이 거대한 불꽃 덩어리를 뿜어냈지만 곧이어 조중일과 강성훈, 류세란에 의해 저지당하는 모습이었다.
자유로워진 주소희와 정대욱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고 있는 엘리트 가고일의 앞에 도착한 정대욱이 주먹을 날렸다. 뇌기가 잔뜩 담긴 주먹이었다.
파지지직. 쾅.
가고일에 적중한 정대욱의 주먹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일순간에 주변엔 모래 먼지가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모래 먼지 속에서 침묵을 지키던 정대욱이 잠시 후 얼굴을 구겼다. 자신의 주먹을 강하게 쥐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콰드득.
“이 몸의 잠을 깨우다니. 겁이 없구나, 인간.”
정대욱이 가고일의 말에 피식 웃으며 반대편 주먹을 들어 올렸다.
“들을 가치도 없는 말! 이번에야말로…….”
쿠구구궁.
“보내 주마!”
정대욱의 주먹이 엘리트 가고일의 복부에 직격했다. 강력한 뇌전이 가고일을 거침없이 밀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20미터쯤 가고일이 밀려났을 때였다. 뇌기에 한차례 비틀거린 뿐 멀쩡한 모습의 엘리트 가고일이 정대욱을 향해 이를 바득 갈았다.
“니놈이 진정 죽고 싶어서!!”
정대욱을 쏘아보며 한 걸음 내걸으려던 가고일.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엘리트 가고일의 눈에 당혹스러운 기색이 어렸다. 눈앞에 주소희가 나타났던 것이다.
“시도는 좋았다만, 어림없다!”
순간적으로 당황해서 반응이 늦었던 것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여전히 여자와 자신의 차이는 분명했고 엘리트 가고일은 자신 있었다. 눈앞의 여자보다 자신의 공격이 빨리 닿을 자신이 말이다. 한데.
‘몸이…….’
그건 뭘 모르는 생각이었다. 주소희의 무형기가 제대로 먹힌 것이었다.
순간적이었지만 몸이 고장 난 듯한 감각을 엘리트 가고일이 맛본 순간이었다.
“죽어!!”
주소희의 주먹이 마침내 가고일을 직격했다. 방금 전 정대욱이 때렸던 그 위치 그대로였다. 주소희의 주먹에 가고일이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주변의 석실 벽에 꼬라박히는 모습이 보였다.
“…….”
숨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이 환호했다.
“와!!”
“이…… 이긴 건가?”
어느새 하늘을 날아다니는 세 마리의 가고일은 조중일을 비롯한 세 사람에 의해 정리된 상태였다.
주소희가 사람들의 환호를 들으며 뒤돌았다. 주소희가 정대욱에게 걸어가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그쪽도 고생…….”
말을 하던 정대욱이 입을 다물었다. 갑자기 석실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진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흠칫.
강력한 마나를 모두가 느꼈을 때였다.
파앙.
엘리트 가고일의 날개가 펼쳐지며 강력한 파동이 석실을 가득 흔들었다.
마나의 파동에 주소희는 물론이고 정대욱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날아가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보였다.
“고맙다, 빌어먹을 녀석들아. 덕분에 잠이 확 달아났다.”
가고일의 복부에는 소용돌이 모양의 주먹만 한 상처가 나 있었지만 그다지 큰 상처는 아닌듯했다.
입가의 피를 닦아 낸 엘리트 가고일이 한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더니 날개를 쫙 폈다.
강력한 마나가 날개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나를 깨워 준 답례로 모두 재워 주마.”
엘리트 가고일의 날개가 어두운 빛깔의 날개의 색과 붉은빛의 마나가 번갈아 가며 빛나기 시작했다. 공격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이 어쩔 줄 몰라 할 때였다.
장내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주황색 추리닝과 하얀색 머리띠를 끼고 있는 145센티미터 신장의 금발 소녀.
“말숙이?”
주소희가 최말숙을 알아보고 말했을 때였다. 피식 입꼬리를 올린 엘리트 가고일이 마침내 날개를 휘둘렀다.
“송장이 하나 늘었군.”
“말숙아, 뒤!”
최말숙이 마치 거대한 물결과 같이 중구난방으로 쏘아지는 마나의 칼날을 향해 천천히 뒤돌았다. 그리고.
최말숙이 고사리 같은 주먹을 내질렀을 때였다.
파앙.
공기가 팽창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엘리트 가고일의 공격이 일순간 소멸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엘리트 가고일의 코앞에서 나타난 최말숙이 두 번의 주먹을 휘두르자 엘리트 가고일이 하늘 높이 천장에 들이박혔다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쾅.
떨어지는 가고일의 머리에 최말숙의 주먹이 직격했다. 거대한 날개부터 갈기갈기 찢어진 엘리트 가고일이 곧이어 가루가 되어 산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트 가고일을 손쉽게 처리한 최말숙이 잠시 후 입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틈에서 나타났다.
잔뜩 겁먹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물러나자 최말숙이 주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님, 30분 안에 귀가하지 않으면 저녁밥 먹을 생각 하지 말라는 아버님의 말씀이 있으셨사와요.”
“어……? 어 빨리 가자.”
주소희와 류세란이 최말숙과 함께 사라지자 사람들이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저녁밥 먹는 것보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란 건가…… 최씨 특전대에게는?”
대한민국의 중심이 어떤 곳인지 다시금 깨달은 듯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