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다음 날 최강은 자신의 관할로 배정받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최강이 근처에서 가장 높은 옥상으로 주소희와 올라갔다.
10등급의 배분이라 직경 2킬로미터도 안 되는 좁은 관할이었으니, 최강에게는 옥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범위였기 때문이다.
최강이 준비해 온 파라솔과 접이식 의자를 대충 펴고 피서지라도 온 듯 드러누웠다.
그 모습을 본 주소희가 푹 한숨 쉬더니 말했다.
“그런데 정말로 괜찮겠어요? 접선지 근처의 카페 같은 데서 변장하고 앉아 있어도 되는데요?”
“돈은 어디서 나서?”
“카드만 쓸 수 있게 해 주시면 제가 내드려도…….”
최강이 주소희를 노려봤다. 주소희가 냉큼 입을 다물었다.
“스스로 똑똑하다며? 내가 ‘카드 금지’, ‘세가에서 지원 금지’라는 조건을 붙인 이유를 모르겠냐?”
“아니요. 알죠. 어떻게 모를까요? 근데 여기서 접선지까지 1킬로미터는 떨어져 있거든요? 제 딴에는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 걱정돼서!”
최강이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됐으니까 앉기나 해.”
주소희가 최강의 말대로 자신의 의자를 펴고 못마땅한 얼굴로 앉았다. 최강이 말했다.
“그나저나 정말로 사람이 오긴 하는 거냐?”
날이 선 말투로 주소희가 말했다.
“올 거예요. 그쪽이 놓치지만 않는다면. 특히 마포구 은평구 서대문구, 이 근처라고 한다면 아직 중립 구역인 곳도 몇몇 있어서 이 근처를 배정받은 세가들은 대개 신생 세가들이 많기도 하고, 괜히 협회에 알려서 해결하기보다 그 전에 골머리부터 썩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주소희의 계획. 그것은 쉽게 말해 이것이었다.
주씨세가가 최강에게 실적 평가와 대외적 입지를 고려해 도움을 요청한 경우처럼 세가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런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이다.
쉽게 말해 주소희는 세가에서 협회 쪽에 요청을 하면 평가에 감점이 들어가고, 무인을 파견해 주어 해결하는 정부와 세가의 사이에 최강이 슬쩍 관여함으로써 난이도 있는 몬스터의 현상금과 실적, 두 가지를 동시에 차지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짠 것이었다.
때마침 접선지를 지켜보던 최강이 주소희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
“야, 초록색 손수건이면 뭐지?”
“뭐예요? 진짜로 보여요?”
“내가 보인다고 했잖냐. 그래서 어떻게 할까?”
“조금만 더 지켜보죠? 더 좋은 일거리가 있을지 모르잖아요. 근데 진짜로 보이는 거 맞죠?”
최강이 짜증스러운 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보인다니까.”
그리고 이것이 주소희의 세심한 영업 방식이 돋보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먼저 공개적인 정보 유출이 아닌 무림인 전용 유통망을 구성해서 수평이 아닌 수직 체계의 정보망을 구축.
그리고 그 정보망에 접선지와 접선 방법을 때에 따라 변경해 정보를 흘려 접근성을 낮춰 양질의 일거리가 들어오도록 만들고, 거기에 요청 상황에 따라 일반, 긴급, 위급 세 가지의 상황을 색깔별로 한 번 더 구분해서 더욱 양질의 일을 골라 최상의 효율을 뽑아낼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내가 거짓말해서 뭐 하냐?”
“그냥 자존심 상해서 거짓말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주소희와 티격태격 말을 주고받으며 접견지를 지켜보던 최강이 갑자기 테이블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야! 초록색 가는데?”
***
세가를 창설한 달이 지났다. 4월 말에서 5월 말로 계절이 바뀌자 봄 날씨가 만연해질 무렵이었다.
일대의 무림인들 사이에 경험담 비슷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프리저가 세가를 창설하고 은밀히 활동 중이라는 둥, 그 세가 이름이 최씨 특전대라는 둥. 나름 구체적인 정보가 가미된 소문이었다.
최강이 오늘의 일터로 정한 옥상에 대뜸 모습을 드러냈다.
“다녀왔다.”
주소희가 두툼한 갈색 서류 봉투에서 가장 앞 장을 꺼내 읽으며 말했다.
“이번 건 D급이었죠?”
“어, 그랬지.”
한 달 사이 일대의 노른자 사건들만 대략 50여 건을 독식한 최강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솔직히 이해할 수가 없네.”
“뭐를요?”
“의뢰하러 오는 무인들이나 의뢰를 받아서 사냥한 몬스터나 매가리가 없어, 매가리가.”
최강이 주소희를 보며 질문하듯 말했다.
“원래 이렇게 무림인들이 다 형편없냐?”
주소희에게 있어 자칫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이었다. 그 ‘형편없다’라는 것은 최강과 만났던 주씨세가에도 적용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소희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할 수 있었다.
“그건 아니에요.”
“아니야?”
한 달여간 최강의 상식 외의 강함을 직접 지켜봐 왔기 때문이었다.
거리 불문, 난이도 불문하고 의뢰를 받으면 길어도 두 시간 안에 해결하고 멀쩡하게 돌아오는 최강은 그야말로 ‘최강이 최강했다.’라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 아니에요. 그건 최강 씨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일 뿐.”
“간과하고 있는 것?”
“지금 최강 씨가 만난 주씨세가와 류씨세가를 더불어 국내 10대세가와 그 이하 세가들은 무림 출범 이전까지는 일반인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최강이 처음 듣는 사실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뭐야? 그럼 너희 주씨세가도 그렇게 오래 돼먹은 무림 집안은 아니란 거네?”
“네. 부끄럽지만 저희 주씨세가를 창설했던 고조할아버님도 그저 뿌리 깊은 문파의 재능 있는 속가제자였을 뿐이라고 하니까요.”
“그럼 그 진또배기들은 뭐 하는데?”
주소희가 즉답했다.
“최강 씨가 말하는 진짜배기들 즉, 이른바 1세대 무림인들은 소속이 없는 경우에는 협회 쪽으로 귀순하는 게 보통이고, 대개는 아직도 수면 아래에서 일류세가들의 뒷배가 되어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의 10대세가라고 불리는 세가들은 전부 뒤를 봐 주는 문중이 있고요.”
최강이 대충 이해가 됐다는 듯 말했다.
“한마디로 하수인을 세워 두고 지들은 뒤에서 신선놀음이나 한다는 그런 거구만?”
주소희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말하자 최강이 질문했다.
“그럼 주씨세가의 뒷배는 어딘데?”
“정씨 문중이라고 들었어요. 1년에 한 번씩 가주인 아버님만 홀로 다녀오시기 때문에 위치라거나 구성원의 정보까지는 잘 모르지만요.”
최강이 주소희의 설명에 끄덕이며 슬쩍 접견지가 되는 카페를 바라봤다.
최강이 때마침 눈에 들어온 빨간색 손수건을 보고 말했다.
“빨간색!! 야, 빨간색이다.”
“진짜요?”
한 달간 초록색과 간간이 주황색 신호는 보았어도 빨간색 신호는 한 번도 없었던 만큼 상기된 목소리로 두 사람이 말했다.
“데려온다?”
“그러세요.”
***
10분쯤 지났을까?
최강이 옥상 문을 거칠게 열며 들어왔다.
“모셔 왔다.”
최강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자 이제 막 뒤따라 옥상에 입장하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서른 중후반 정도의 외견을 가진 일반적인 체구를 가진 사내였다.
“여기 앉으시죠.”
남자가 주변을 흥미로운 얼굴로 살피며 걸어가 마침내 최강의 맞은편에 앉는 것이 보였다.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프리저…… 맞습니까?”
“별로 좋아하는 별명은 아닌데…… 뭐, 일단 사람들은 그렇게 부르더군요.”
남자가 최강의 말에 최강의 외견을 다시 한번 더 훑었다.
‘생각보다 많이 어린데……?’
남자가 최강의 생김새에 대한 감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주소희가 의뢰인에게 생수를 내려놓으며 최강이 들으라는 듯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보라색 추리닝 차림의 주소희의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뭐야, 엄청 예쁘잖아?’
최강도 그랬지만 주소희도 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외모가 빼어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강과 주소희의 차림에 대해 촌스럽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못난 사람이 된 것처럼 말이다.
“큼.”
최강이 헛기침했다. 남자가 번뜩 정신 차리는 모습이 보였다.
“빨간색 손수건을 올려놓으셨던데요?”
“아…… 예, 그랬죠.”
남자가 최강이 내미는 용지를 받아 들고 말했다.
“이게 뭡니까?”
“한번 읽어 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1. 의뢰인은 프리저에게 의뢰한 사건에 관하여 발생하는 모든 이권을 양도한다.2. 의뢰인은 프리저가 처리한 사건에 관한 뒤처리를 프리저의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한다.
3. 위의 두 가지의 사항을 어길 시, 세가의 관할을 프리저에게 양도한다.
.
.
.]
남자가 밑에 의뢰하는 몬스터의 이름이나 의뢰인의 정보 등 기입하는 난이 있는 것까지 확인하고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죄송합니다. 오해가 있었나 보군요.”
다음 순간 남자가 빈 용지를 다시 돌려 최강에게 밀었다.
최강이 주소희를 바라봤다. 양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였다.
최강의 시선의 의미를 알아먹은 주소희가 격하게 부정했다.
확실히 용지를 확인해도 평소와 다름없는 의뢰서의 모습에 최강이 말했다.
“오해?”
“사실 저는 의뢰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최강이 남자의 말을 듣고 시큰둥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거르고 걸렀다고 해도 간혹 프리저를 눈으로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로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최강이 말했다.
“그럼 용건이 뭡니까?”
“제안을 하러 왔습니다.”
“제안?”
남자가 자리에서 몸을 약간 일으켜 최강에게 상체를 가까이 해 말했다.
“저희 측 무인이 정찰 중에 다수의 트롤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요?”
남자가 몸을 다시 앉히며 말했다. 최강이 당연히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여유 넘치는 모습이었다.
“함께하시지 않겠습니까? 트롤의 경우에는 난이도는 다른 C랭크 개체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가죽 이외에도 재생력이 뛰어난 혈액이 회복의 영약을 제조하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은 10배 가까이 더 높은 편입니다. 배분은 저희 측이 3, 그 외의 참여한 모든 문파가 공적에 비례해서 7을 나눠 갖는…….”
남자의 말을 듣던 최강이 중얼거렸다.
“난 또 뭐라고.”
“네?”
남자의 물음에 최강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이 계약서에는 사인하기 싫다는 거 아니야?”
최강의 의외의 반응에 당황한 기색의 남자가 말했다.
“그…… 그거야 뭐 당연한 것 아닙니까? 트롤입니다. 이미 다수의 세가도 참가하겠다고 몰려들고 있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남자의 말을 자르면서 최강이 말했다.
“하…… 이 사람이 거참, 눈치 없네? 오해는 그쪽이 하고 있는 거 같아.”
“네?”
“우리는 못 하는 일을 해결해 주는 거지, 할 수 있는 일을 거들어 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야.”
잠시간 사고가 정지한 남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거절하신 겁니까?”
“제대로 이해했다.”
픽.
최강의 의외의 반응이 어지간히 당황스러웠는지 실소를 터트린 사내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뭐, 프리저 님의 의견은 일단 잘 알겠습니다.”
“…….”
옥상에서 모습을 감추기 전, 남자가 비스듬히 뒤돌아 말했다.
“공격대는 3일 후까지 모집할 예정입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늦지 않게 연락 주시죠.”
이윽고 마지막 말을 남기고 남자가 모습을 감추자 주소희가 다가와 말했다.
“왜 거절하신 거예요? 저 남자의 말대로 그렇게 손해 볼 장사는 아닐 수도 있는데.”
“너도 다 듣지 않았냐?”
“네, 들었죠. 그런데 그게 정말 이유인가 해서…….”
“그럼 다른 이유가 필요한가?”
“아니요, 결국에 하고 말고는 최강 씨 자유잖아요.”
주소희가 최강의 뜻에 어느 정도 동조하자 최강이 대뜸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들어.”
“네?”
“돈도 돈인데, 솔직히 나는 ‘약자를 돕는다’ 그런 의미에서 무림인 짓도 괜찮다고 생각했어. 했는데!”
‘저 녀석들하고 함께하면 뭔가 이 일에 대해 회의감이 들 거 같단 말이다.’라는 뒷말은 차마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은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접었다.
“가자. 퇴근해.”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이른 퇴근을 결정한 듯한 최강은 그렇게 트롤 건과 인연이 끝난 것 같았다.
정확히 나흘 후 공격대가 전멸하고, 다른 모습으로 의뢰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