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해 질 무렵이었다. 동네의 집들을 둘러보던 최말숙이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집을 둘러보고 가는 최말숙을 세대주가 나와서 배웅했다.
“그럼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감사한 것이에요.”
최말숙이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는 돌아섰다. 작은 화단이 늘어선 마당을 슬쩍 흘겨본 최말숙이 말했다.
“크기는 딱 좋긴 한 것이에요 하지만…….”
생각하던 최말숙이 고개를 저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말숙이 찾는 집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방이 너무 많은 것이에요.”
이것이었다. 최말숙은 인테리어나 평수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최우선으로 방의 개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과 주방과 거실을 제외하고 큰 안방과 작은방 2개가 딸린 그런 집.
비교적 아주 넓은 집은 아니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최말숙은 그런 집을 찾고 있었다.
무엇보다 안방에서는 최강과 주소희 그리고 자신이 자야 했기 때문이다. 류세란과 나미사는 최말숙의 생각으로는 이미 작은방행으로 확정되어 있었다.
최말숙이 생각을 하며 대문을 열고 나왔을 때였다.
“살펴 가세요.”
“아, 네.”
때마침 최말숙이 나오는 집 건너편 대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지우의 목소리였다. 알고 있었다는 듯 인사를 마치고 돌아선 최지우가 최말숙에게 말했다.
“원하는 집은 찾았을라나? 우리 귀. 여. 운. 조카님?”
최말숙이 픽 웃으며 말했다. 인테리어에 조금 하자가 있긴 했지만 찾았기 때문이다.
“물론인 것이에요, 그러는 삼촌은 어떠신 것이와요?”
최지우가 마찬가지로 웃었다. 최지우도 물론 원하는 이상적인 집을 찾았던 것이다.
“나도 물론 찾았지. 여기도 괜찮긴 한데 역시 미리 봐 둔 곳이 더 좋을 거 같더라고.”
“그것참 다행인 것이에요. 원하는 집이 없었다는 핑계로 도망치시면 그것만큼 김빠지는 일도 없으니 말이에요.”
“아, 그런가? 그것도 그렇긴 하겠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였다. 때마침 최말숙의 휴대폰에 전화가 걸려 왔다. 최강의 전화임을 확인한 최말숙이 전화를 받았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 보는 게 많이 늦네? 아직 멀었어? 무슨 일 있는 건가?
“아, 그건 아닌 것이에요 이왕 이사 가는 김에 이것저것 조금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사와요.”
-음…… 그래?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말했다.
-그럼 빨리 와.
“네, 알겠사와요.”
최강이 전화를 끊자 최말숙이 휴대폰을 저지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아직 시간은 30분 정도 남긴 했는데, 어떻게 하시겠사와요? 저는 아버님께서 돌아오라고 하셔서 이만 귀가할까 생각 중인 것이에요.”
최말숙의 도발을 받은 최지우가 말했다. 자신도 이 이상 봐야 딱히 변할 건 없었기 때문이다.
“말했을 텐데? 나도 이미 맞는 집을 찾았다고.”
***
저녁이 되자 주소희와 류세란이 저녁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들어갔다. 원래 저녁 당번의 경우엔 매일 두 사람씩 돌아가며 했는데 그때 당번을 어긴 벌로 1주일간 두 사람이 전담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방에 두 사람만 남게 된 최강과 나미사는 간단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최강 씨 차례니까 빨리 던지세요.”
“기다려. 지금 기운을 모으는 중이니까.”
최강이 한 손에 들고 있는 2개의 주사위를 들고 바닥에 깔린 게임판을 바라봤다. 그렇다. 최강은 지금 부르마블 중이었다.
‘진정하자, 최강. 오사카나 도쿄만 피해 가면 된다. 이번 턴만 넘기면 녀석도 서울이나 런던을 피해 가야 하는 상황이니 공평해.’
최강이 주사위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빼고는 주사위를 굴렸다.
‘2? 다른 하나는?’
먼저 멈춘 주사위의 눈을 확인한 최강이 꼭짓점으로 빙글빙글 돌고 있는 주사위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리고 팽이처럼 돌던 주사위가 멈췄을 때였다. 최강의 표정이 굳었다.
“…….”
“으햐햐…… 오사카다!”
설마 했던 오사카 엔딩이었다. 호텔 3개가 나란히 서 있는 오사카를 밟은 대가는 컸다. 자잘한 도시를 다 매각하고도 서울과 런던 2개 중 하나를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미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최강이 이글이글 의지를 불태웠다.
서울과 런던. 둘 중에 하나를 팔더라도 아직 나미사가 밟을 확률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디 팔 건데요?”
“기다려. 고민 중이잖아.”
“혹시 화나신 거 아니죠?”
“화 안 났다.”
최강의 귀에 나미사가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는 최강이 생각했다.
‘3과 8. 사실상 3이 나오려면 1, 2로만 조합이 가능하지만 8의 경우에는 6-2. 3-5. 4-4. 3개의 경우나 존재한다. 이건 볼 것도 없어 런던을 팔아야 한다.’
생각을 마친 최강이 말했다.
“런던을 팔겠어.”
최강이 런던을 팔고 나미사가 주사위를 굴리는 것을 말없이 바라볼 때였다.
“얍!”
나미사가 가볍게 주사위를 굴렸다.
“말도 안 돼. 3이라고……?”
나미사의 말이 런던에 멈췄고 호텔 3개가 한 방에 들어섰다. 런던에 서 있던 나미사의 말이 최강의 부들대는 진동에 조금씩 떨려 옆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생각을 떨쳐 버리고 주사위를 굴렸다. 최강의 말이 출발 지점에 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진정하자. 아직 녀석의 말이 서울을 통과한 것은 아니다. 이번에 5가 나올 수도 있는 일.’
나미사의 말이 주사위의 눈을 따라 이동했지만 역시 서울에 멈추기는커녕 서울을 세 칸이나 지나서 황금 열쇠에 멈춰 섰다.
“황금 열쇠네요. 어…….”
나미사가 황금 열쇠를 집어 들어 읽었다.
“올림픽을 개최하세요.”
나미사가 말했다.
“저는 런던이요.”
런던. 방금 전까지 최강의 땅이었던 곳.
최강의 이마에 실핏줄 하나가 솟아났다. 나미사가 묘한 웃음소리와 함께 런던에 올림픽을 개최한 이유가 도발하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런던 걸릴 거라고 생각하냐?”
최강의 말에 그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나미사가 싱긋 웃었다.
“혹시 Dr. 나트레인지라고 들어 보셨나요?”
“재밌네. 그럼 Dr. 나트레인지, 제가 이번에 밟을 건 뭐죠?”
나미사가 고민도 없이 말했다.
“황금 열쇠요. 그리고 올림픽 개최지로~!”
최강이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
“재밌네, 재밌어.”
기지개를 켠 최강이 비장한 눈으로 주사위 2개를 집으며 말했다.
“우리 여기서 베팅 한 번 더 할까?”
“베팅이요?”
“내가 진짜로 황금 열쇠 밟아서 런던으로 가서 게임 끝나면 밥 한번 산다.”
“진짜요? 단둘이서 가는 거예요?”
“그래. 근데 다른 경우가 걸리면 이번 판 니가 진 걸로 하고, 맞기로 했던 딱밤의 2배로 맞아.”
이번 판의 매치는 전 판 두 번 연속으로 졌던 최강의 리벤지 요청으로 두 대의 딱밤이 걸려 있는 판이었다. 2배라면 네 대를 의미했다. 나미사가 잠시간 고민하자 최강이 말했다.
“왜, 쫄리냐?”
나미사가 최강을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
“천만에요. 해요, 내기.”
나미사가 무모한 듯한 최강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최강이 주사위를 콰득 쥐었을 때였다.
“자…… 잠깐만요, 최강 씨.”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주소희와 류세란이 이야기를 듣다가 내기를 말리려고 나왔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최강의 손에서 주사위가 이미 떠났기 때문이다.
국자를 들고 있는 주소희와 고기를 뒤집던 기다란 나무젓가락을 든 류세란까지 네 명의 시선이 2개의 주사위로 향했다.
주사위의 눈은 2.
공교롭게도 정말로 최강의 말이 이동할 곳은 황금 열쇠였다.
꼴깍.
류세란이 침을 꼴깍이자 최강이 이번 판의 승패를 결정지을 황금 열쇠의 위에 손을 올려 한 장을 집어 들자 주소희가 물었다.
“그…… 그 패 뭐예요? 빨리 읽어 봐요.”
손바닥에 겹친 패를 눈가에 가져다 댄 최강이 천천히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올림……픽 개최지로 가시오…….”
“야호!”
나미사가 환호했고, 최강이 절망하여 방바닥으로 드러누웠다. 물론 이번 판 후반까지 오면서 황금 열쇠가 많이 걸렸지만 올림픽 개최지로 이동하라는 패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패가 전부 나왔던 것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황금 열쇠에 걸리면 30% 이상은 걸릴 확률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행운이군.’
결과적으로 본다면 나미사는 그 행운을 뚫었다. 황금 열쇠에 걸리는 건 둘째 치고 그 낮은 확률마저도 말이다. 이쯤 되면 최강이 정말로 미래를 보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최강이 체념하고 드러누워 있자 눈에 나미사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최강이 조용히 이마를 까고 눈을 감았다.
딱. 딱.
최강의 이마 위에 붉은색 점 2개가 더 생겨 종합적으로 4개의 붉은 반점이 되었다. 4성구 엔딩이었다.
***
벌칙으로 두 대의 딱밤을 맞은 최강이 부르마블 판을 치우고 TV를 켰다. 슬쩍 옆으로 다가온 나미사가 말했다.
“최강 씨. 화난 거 아니죠?”
“화 안 났다.”
마치 리모컨을 집어 채널을 돌리려고 하면 들려오는 아버지의 ‘안 잔다’와 흡사한 가라앉은 목소리를 들은 나미사가 말했다.
“원래 게임은 봐주면 재미없잖아요.”
“알아. 누가 뭐래?”
나미사가 최강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쿡 쑤시며 말했다.
“에이, 화 풀어요. 원하면 딱밤 한 대 맞아 줄 테니까요. 네? 네?”
최강이 옆으로 앉은 채로 물러나며 나미사의 팔목을 잡았다.
“하…… 알았으니까 TV나 보자.”
“네.”
최강이 나미사의 손목을 놓고 TV를 보자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다녀왔냐?”
최말숙과 최지우였다. 최말숙이 최강의 앞에 와서 공손히 인사했다.
“다녀왔사와요.”
“그래, 집은? 괜찮은 덴 있었나?”
최말숙이 인사를 받은 최강의 말에 최지우와 ‘승부다’라는 듯 눈빛을 주고받았다. 최지우가 가볍게 신호를 보냈다.
먼저 보여 드리라는 것이었다.
최말숙이 흔쾌히 승부를 받아들이고는 말했다.
“여기 있사와요.”
최말숙이 내민 집과 관련된 사진과 정보를 확인하는 최강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아버님은 본래 그다지 넓은 집을 선호하지 않으시는 것이에요. 그건 당장에 돈이 생겼을 때도 이사를 가지 않으셨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이에요. 갑자기 불어난 식객인 저 두 사람만 해결하면…….’
최말숙이 류세란과 나미사를 슬쩍 한 번씩 흘겼을 때였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 방이 너무 적지 않아?”
“네?”
“다른 방은 없어?”
“그건 아닌 것이와요. 그런데…….”
최강의 말에 최말숙이 답할 때였다. 최지우의 픽 웃는 소리에 최말숙의 말이 끊어지자 최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을 한번 보시죠, 도련님.”
최지우가 최강이 자신이 내미는 서류를 받아 들자 슬쩍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는 최말숙을 바라봤다.
‘훗. 그래서 말숙이 네가 애송이라는 것이다. 도련님의 진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다니. 방 2개? 도련님의 의중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최지우가 준비한 방은 화장실 2개에 거실, 주방을 포함해서 큰방 하나와 작은방 3개가 딸린 곳이었다. 큰방은 물론 최강과 류세란이, 작은방 3개는 주소희와 나미사 그리고 최말숙의 몫이었다.
‘완벽해.’
최지우가 자신의 안목에 흡족해하는 얼굴로 혼자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여기도 조금 방이 적은데. 다른 곳은 없냐?”
“그…… 그럴 리가?”
최말숙이 최강의 말에 조용히 다가가 매입한 집들의 정보가 담긴 서류집을 주고 최지우를 바라봤다.
별다른 말이 없었지만 단순히 그 행동만으로도 최지우의 멘탈에 상당한 피해를 입힌 동작이었다.
최지우가 최말숙과 마찬가지로 뒤로 물러나 어지럽기라도 한 듯 벽을 한 손으로 짚었을 때였다.
최강이 집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여기가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