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최강이 고른 집은 평수로 따지면 최말숙이 고른 집보다 거의 2배 이상은 넓은 집이었고 최지우가 고른 집보다는 방 개수가 하나 더 많은 집이었다.
때문에 최강이 고른 집은 가격 면에서 따진다면 훨씬 비싼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순히 평수나 방의 개수를 떠나서, 넓은 정원이 존재하는, 딱 봐도 사치스러운 저택이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이 집을 고른 이유는 이것이었다.
먼저 안방은 최강이 쓰고 2층에서 넓은 방을 최말숙과 주소희에게 그리고 나미사랑 류세란, 마지막으로 이참에 최지우까지 작은방에 들여서 살 생각이었던 것이다.
최강이 생각을 공유하자 최말숙이 말했다.
“큰방을 아버님 혼자 말씀이시와요?”
뭔가 서운한 듯한 얼굴의 최말숙을 본 최강이 말했다.
“왜……? 말숙이가 저 녀석이랑 큰방 쓸래? 내가 2층 방 쓸까?”
“아…… 그런 건 아니니 신경 쓰실 필요 없으신 것이에요.”
최말숙이 그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자 이번엔 최지우가 말했다.
“도련님, 저도 함께 산다는 겁니까?”
“그래. 어차피 매일 우리 집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는 것도 신경 쓰이고, 그럴 거면 그냥 같이 살면 편하잖아. 신경 안 써도 되고.”
최강이 감동 먹은 얼굴의 최지우를 보고 말했다.
“뭐…… 뭐? 왜 울려고 해?”
최지우가 넙죽 엎드려 절했다.
“평생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도련님.”
“뭐…… 그래.”
두 사람과 대화를 마친 최강이 주소희와 류세란 그리고 나미사까지 쓱 훑어보며 말했다.
“너희는 불만 같은 거 없지?”
주소희가 두 사람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주소희는 최강과 한방을 쓰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최말숙의 핑계도 있겠다. 이전의 경력 아닌 경력도 있겠다. 슬쩍 끼어들어 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네.”
주소희가 가장 먼저 답했다. 어차피 그건 방의 개수가 적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지, 작은방이 이렇게 인원별로 배분할 정도로 많아서야 불가능한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네. 저도 상관없답니다.”
나미사도 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미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주소희가 가장 견제해야 할 대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주소희가 각방을 쓰기 때문이었다. 그 전부터 최강과 그 좁은 공간에서 쌓았던 정이라거나, 입양 딸이긴 해도 최강이 친딸 못지않게 아끼는 최말숙이 주소희 라인에 서 있다는 것을 감안했음에도 이러한 배정이 나왔다면 확실히 나미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손해 보는 배정은 아닌 것이었다.
“저도 뭐 딱히…… 상관없어요.”
마지막으로 류세란이 답했다.
먼저 주소희의 경우엔 최말숙이라는 아군이 있었기에 경계 대상이었지만 나미사의 경우엔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은 물론이고 최강과 궁합까지 잘 맞았기 때문이었다. 곧잘 친구처럼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쩔 때는 진짜 경계 대상은 주소희가 아니라 나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두 번 해 본 것이 아닌 것이다. 사실상 구태여 현 상태에서 최강과 이어질 가능성을 감안해 보면 두 사람에 비해 한참 밀린다고 자각하고 있는 류세란의 입장에서 본다면 역시나 손해 보는 결정은 아닌 것이었다.
“그럼 뭐, 모두 이견은 없는 걸로 치고…….”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에 걸린 달력에 펜으로 별을 그렸다.
“이날 이사하자.”
***
1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최성주에게 사무실을 맡기고 모처럼 바깥에서 외식을 하고 온 최강이 사무실에서 대기 중인 크리스를 보고 말했다.
“이건 뭐냐?”
사무실 중앙에 놓여 있는 가로세로 2x1m 수준의 목재함 3개의 정체를 물어보자 크리스가 말했다.
“일전에 부탁했던 아이템들을 어느 정도 골라낸 거다.”
최강이 조용히 목재함을 열어 보자니 중앙에 잘 놓인 병기와 자잘한 액세서리 3~4개가 천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최강이 옆에 것도 열어 보고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뭐야, 쓸모없는 게 많다더니 제법 많은데?”
“정확히 말하자면 쓸모없던 걸 조금 쓸 만하게 바꾼 거다.”
“바꿔? 어떻게?”
최강이 관심 있는지 물어보자 크리스가 말했다.
“일전에 말했듯이 마석은 탈부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착된 마석을 다시 재활용하는 방법이 완전 없다는 것은 아니지.”
“뭔데, 그 방법이?”
“녹이는 거다. 아이템은 물론이고 마석까지 녹여 버리면 실력 좋은 대장장이는 100%는 불가능해도 70% 가까이는 마석의 성분을 추출해 낼 수 있지.”
크리스가 말했다.
“뭐 요약하자면, 그나마 쓸 만해 보이는 아이템을 추출한 마석으로 강화했다고 보면 된다.”
크리스의 말에 관심 있게 아이템들을 바라보던 최강이 말했다.
“음…… 그래서 이건 어느 정도 수준이나 되는 건데? 그 듀크인가 하는 녀석의 무기보다는 훨씬 안 좋아 보이는데?”
최강이 기억하기로 듀크라는 녀석이 사용하던 무기는 상당히 질이 좋은 무기였다. 예기만 놓고 본다면 절대 청화수에도 뒤지는 수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크리스가 말했다.
“물론이다. 아쉽지만 그건 태생 자체가 다른 무기다. 마석으로 강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뭐…… 그래도 이것도 유니크 아이템 중에서는 거의 상급 수준은 될 거라고 자부한다.”
최강이 등 뒤에 서 있던 일행들에게 말했다.
“들었지? 그렇댄다. 관심 있는 거 있으면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라.”
최강의 말에 주소희를 비롯한 일행이 상자 앞으로 가서 아이템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기세에 물러난 크리스가 최강에게 말했다.
“괜찮겠나? 차라리 본인이 직접 사용하는 게?”
최강이 소파로 가서 털썩 앉으면서 말했다.
“뭐 무기는 일단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고……. 너한테 솎아 달라고 한 것도 사실 저 녀석들 주려고 한 거기도 하고.”
최강의 말을 들은 크리스가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무기라면 청화수라는 저 검에 비한다면 초라한 것이 맞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액세서리도 괜찮은 게 많이 있을 거다. 괜찮다면 하나쯤.”
“혹시 남으면 생각해 볼게.”
최강이 관심 없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서 TV를 켜자 크리스가 쇼핑에 열중하는 세 사람을 바라봤다. 때마침 주소희가 크리스에게 말했다.
“이건 뭐예요? 반지인 거 같기는 한데…….”
크리스가 주소희를 보고는 잠시 후 설명을 시작했다.
“유니크 아이템의 경우엔 무기라고 해서 꼭 무기의 형태를 하고 있지는 않다. 마나를 인식시켜서 주입했을 때 본래의 형태로 변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크리스가 설명하자 주소희가 마나를 반지에 주입했다. 하지만.
“음…… 반응이 없는 거 같은데요?”
“마나를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 일반적인 랭커들도 유니크 아이템에 마나를 주입하는 데 보통 석 달이 걸리…….”
말을 하던 크리스가 놀란 눈을 해 보였다. 주소희가 전력으로 마나를 주입하기 시작하자 느껴지는 기운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천주갑을 통해 최강의 순도 높은 마나를 공급받은 만큼 내공의 수준만큼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었는데 거기다가 근래에 의형기 수련을 도와준답시고 최강이 주입한 마나를 천주갑이 야금야금 가져가고 있었던 결과였다.
‘이 정도면 족히 알티스 수준은 되지 않나?’
알티스. 최말숙을 건드리다가 운 나쁘게 죽었던 프락시온 중 한 명이었다. 크리스는 지금 순수한 내공이 알티스 수준은 된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여기에 유니크 아이템이 적절하게 더해지면 상당한 잠재력이겠어.’
주소희가 말했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다.”
크리스가 주소희의 말에 답하자 이번엔 나미사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었는지 크리스에게 말했다.
최강이 나미사가 관심을 보인 도를 설명하는 크리스를 보다가 슬쩍 최말숙에게 말했다.
“말숙이도 가서 보는 게 어때? 필요한 게 있을 수도 있잖아?”
“그치만 제가 감히…….”
최강이 최말숙의 반응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비켜 봐.”
최강이 주소희의 이마를 슬쩍 밀어 옆으로 치우고는 대충 상자에서 목걸이랑 팔찌를 집어 들었다.
“아…… 그 목걸이…….”
“안 돼. 이건 말숙이 줄 거니까 포기해.”
최강이 주소희의 말에 답하고는 다른 함에서 검 두 자루를 들어서 휙 최지우에게 던졌다.
“너도 이거면 되지?”
“충분합니다.”
최강이 다시 자리로 와서는 최말숙의 주머니에 대충 집어 온 아이템을 쑤셔 넣고 크리스에게 말했다.
“그래서 전에 만들어 준다던 아이템은? 저 중에 섞여 있는 건가?”
열심히 설명하던 크리스가 최강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니다. 그건…….”
***
“저 그럼 다녀올게요.”
“아저씨, 안녕! 이따 봐요.”
여자아이 쥬시의 인사에 손을 흔든 안토니가 현관문을 닫고 두 사람이 사라지자 터덜터덜 걸어 거실에 있는 TV 앞 소파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1주일을 얹혀 지내 버렸군.”
소녀는 아직까지 수상한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진짜로 밀고하지 않을 셈인가?”
안토니가 그날 TV를 조용히 끄던 소녀의 모습을 목격했던 날의 오전 일을 떠올렸다.
아마도 점심식사를 끝냈을 즈음이었을 것이다. 소녀의 집을 노크하는 사람이 있었다.
“안젤리카!”
“어? 론 오빠다.”
문밖에서 나는 목소리에 쥬시가 그렇게 반응했던 것을 본다면 평소 친분이 상당한 소년 같았다. 그리고 쥬시가 그런 소년에게 문을 열어 주러 가려고 할 때였다.
“쥬시! 잠깐만.”
소녀가 쥬시를 불러 세웠고 현관문으로 대신 나가서 잠시 후 론이라는 소년과 함께 집에서 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토니가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거리가 멀긴 했지만 안토니의 뛰어난 기감에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피해 갈 거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야? 이번 주에는 아저씨가 오늘 쉬라고 그러셨는데?”
“아, 걱정돼서 와 봤어.”
“걱정? 무슨 걱정?”
안토니는 소년의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저 론이라는 소년은 안젤리카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제 나무 그늘 아래 있던 남자 기억나? 그 남자가 글쎄, 정부에서 수배하는 사람이지 뭐야? 어젯밤에 누구랑 같이 이동한 걸 누가 본 것 같다고 그래서, 혹시 그게 안젤리카면 위험한 거 아닌가 해서.”
“아…… 그런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좀 충격이네.”
소년과 소녀의 대화를 엿들었던 순간을 떠올려 본 안토니가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가 없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같았다. 소녀가 자신을 숨겨 줄 만한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단순히 외로움이라거나 그런 종류의 이유라고 해도 여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는 아니었다.
때문에 어제는 심지어 직접 대놓고 물어볼 생각도 해 봤었다. 하지만 안토니는 뜻대로 소녀에게 답을 듣지 못했다.
단둘이 놓인 상황에 말을 꺼내려고 하면 소녀가 항상 쥬시를 핑계로 피했기 때문이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할 일이 없나 집 안을 돌아다니던 안토니가 세탁기에 찬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듀크 녀석과 팔콘을 찾아야 하는데, 골치 아프군.”
오늘 저녁엔 꼭 물어봐야겠다고 안토니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