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안토니는 요즘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며칠 지나면 도시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듀크의 마나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척을 감추었는지 사라지고 없었지만, 마치 존재감을 과시하듯 한 번씩 자신의 마나를 도시 전체로 펼치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선택해야 하나?”
이 도시를 떠나느냐, 아니면 이쯤에서 듀크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 녀석과 담판을 짓느냐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안토니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전자의 경우에 매우 성가신 방법이었고, 후자의 경우엔 비교적 간단한 방법이었다. 여하튼 듀크는 잠재력이 좋은 기사긴 했지만 자신을 위협하기는 힘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안토니는 이성적으로 몇 번을 생각해 봤지만 후자를 택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듀크가 자신과 만나고자 하는 데에 악의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악의’ 즉, 페르간 공국의 기준으로 볼 때 오히려 불충을 행하고 있는 것은 듀크가 아니라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왕의 명령은 듀크와 팔콘의 행방을 찾아 복귀하라는 것이었는데, 자신은 지금 듀크를 찾았음에도 사사로운 인연을 끊지 못하고 그를 피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안 주무세요?”
안젤리카의 목소리에 안토니가 뒤돌았다. 졸린 눈을 한 안젤리카의 모습에 이어서 잠옷 차림을 본 안토니가 말했다.
“할 일이 있으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자라.”
“그 할 일이라는 것 때문이신가요? 그것 때문이라면 저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안토니가 말했다.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고 가서 자라. 방해되니까.”
“죄송해요.”
풀이 죽은 안젤리카가 쥬시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자 안토니가 한숨 쉬었다. 괜히 예민하게 행동했음을 자각했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자신의 방금 전 언행을 뉘우치며 중얼거렸다.
“도시를 떠나야겠군.”
***
다음 날 밤이었다. 가급적이면 조용히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던 안토니가 택시에 올랐다. 도망가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듀크의 눈을 속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지……?’
이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듀크의 마나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 중이었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도시를 벗어나 한참을 지켜봤지만 여전히 택시와 듀크의 기척은 멀어지지 않고 있었다.
안토니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곳에서 내려 주겠나?”
택시를 보내고 도로 한복판에서 세 사람이 내렸다. 잠시 후 듀크의 기운이 빠르게 가까워지더니 곧이어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입니다, 안토니 경.”
“…….”
듀크가 무답으로 응하는 안토니를 보고는 능청스레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만 물어도 되겠습니까? 어째서 저를 피하셨습니까?”
안토니가 말했다. 이 질문은 답하지 않으면 후일에 곤란한 문제를 빚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
듀크가 안토니의 뒤편에 있는 두 명의 소녀를 보며 말했다.
“그 사정이 뭔지 듣고 싶습니다만.”
“내가 답할 의무는 없을 터다.”
듀크가 흔쾌히 인정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당신은 솔레스의 기사 중에서도 최고 서열. 고작 제가 심문을 할 자격 따위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안토니가 말했다.
“그래서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듀크?”
“페르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안토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돌아가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군?”
“물론입니다. 당장에는 불가능하지만 당신이 존재한다면 채 몇 달도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안토니가 듀크의 표정을 살폈다. 유감스럽게도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다.
“좋다. 그 방법이란 게 뭐지?”
안토니의 물음에 듀크가 말했다.
“그 전에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그 등 뒤의 두 사람은 뭡니까?”
“알 필요 없다고 했을 터.”
“그렇다면 저 역시 답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안토니가 살짝 마나를 일으켜 위협하며 말했다. 듀크가 훌쩍 물러나며 말했다.
“지금 듀크, 네가 나에게 주제넘게 거래를 요청하는 건가?”
갑작스러운 위협에 당황하긴 했지만 듀크는 크게 겁먹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실력에서는 자신이 분명히 뒤지지만 일단 이 정도 거리라면 도망칠 자신은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라니요. 애초에 이게 거래거리나 되는 겁니까? 안토니 경, 당신은 페르간으로 귀환하는 것이 고작 그 두 소녀의 정체를 묻는 것과 감히 비교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듀크의 눈에 안토니의 표정이 굳는 것이 보였다. 확실했다. 방금 전 자신의 발언이 먹혀들어 간 것이었다.
“뭐, 좋다. 이 두 소녀는 나의 몸종이다. 이곳 생활이 적적해서 데리고 다니는 중이지. 답이 되었나?”
“…….”
듀크가 말없이 안토니 뒤편의 두 사람을 봤다. 그나마 안젤리카의 경우에는 10대 후반 정도는 되었기에 그렇다고 우기면 할 말이 없었지만 쥬시의 경우에는 턱도 없었다.
다섯 살 수준의 여자아이.
오히려 걸리적거리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때문에 듀크는 안토니의 말이 거짓임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딱히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사실 방금 전 질문은 두 여자아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기보다는 그저 안토니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토니는 상당히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페르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말해 드리겠습니다.”
듀크가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한참을 설명했다. 그리고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설명을 마친 듀크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마나의 공명이란 것을 일으키면 경계가 허물어지고 그란디아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건가?”
“맞습니다.”
안토니가 물었다.
“이상하군. 그런 것이라면 구태여 내가 아니라 듀크, 그대 혼자서라도 충분히 가능할 텐데?”
상당히 예리한 질문이었지만 듀크가 여유롭게 답했다. 어차피 이제 비밀로 유지할 가치도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어째서지?”
“저는 애초에 그란디아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아니, 그렇군. 그런 거였나?”
마나의 공명이 사실이라면 듀크가 이곳의 사람이라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자, 안토니 경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와 함께 두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그란디아로 돌아가 이 세계를 발아래 두는 겁니다.”
안토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발아래 둔다라. 그게 무슨 소리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안토니 경도 느끼셨을 겁니다. 이곳의 조잡한 마나와 나약한 무인들을 말입니다.”
확실히 듀크의 말마따나 이곳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나약했지만 안토니는 공감할 수 없었다.
“그게 어떻게 우리가 이들을 지배해야 한다는 이유가 되는 거지?”
“안토니 경, 원래 세상은 강한 자가 지배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다 아시는 분이 그런 질문을 하시다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아니, 설령 경계가 무너지면 우리가 싫다고 하더라도 그란디아 대륙의 몬스터들을 당해 낼 힘이 없는 이들은 알아서 그란디아의 대륙 밑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안토니가 표정을 구겼다. 듀크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듀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란디아 대륙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에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안토니는 듀크의 말마따나 경계가 무너지면 자신은 그란디아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필시 이 세계는 듀크의 말대로 될 것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자, 저와 함께 돌아갑시다, 안토니 경.”
안토니가 듀크의 말에 망설였다. 자신은 페르간의 기사. 비록 정의를 위해 움직인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적어도 그 소속은 이곳이 아니라 그란디아 대륙의 사람이다. 듀크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때마침 허리 소매를 꽉 쥐는 안젤리카의 행동을 느낀 안토니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간 그녀를 통해서 무언가를 본 안토니가 결심한 듯 듀크를 향해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말했다.
두 소녀와 마찬가지로 이 세계에 사는 모든 사람의 운명을 고작 자신 한 명의 사명감을 위해서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듀크, 그대의 의견은 기각하겠다.”
“진심이십니까, 안토니 경? 제가 잘못 들은 것은 아니겠지요?”
“기각하겠다고 했네, 듀크. 내가 다시 부를 때까지 돌아가서 대기하도록.”
안토니의 말을 들은 듀크가 멍 때리다가 잠시 후 픽 웃었다.
“왜 웃지? 내 말이 들리지 않나?”
“듀크 경, 당신은 정말이지 멍청한 사내입니다. 제가 당신이 거절한다고 해서 경계를 허물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게 무슨 소리지? 지금 항명하겠다는 건가?”
듀크가 말했다.
“안토니, 당신은 싫든 좋든 당신의 손으로 세계의 균열을 부수게 될 겁니다. 당신은…….”
안토니가 대화를 하던 듀크의 시선이 뒤쪽에 놓인 두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 순간적으로 검을 뽑아 들어 일격을 날렸다. 하지만.
안토니의 공격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안토니가 여차하면 공격해 올 것을 듀크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토니의 공격을 피한 듀크가 안토니를 도발하듯 말했다.
“그렇게 마나를 거침없이 사용하셔도 되겠습니까?”
그렇다. 듀크는 두 소녀를 인질로 안토니가 마나를 사용하도록 유도할 생각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더 공격 안 하실 겁니까?”
이미 방금 전 공격으로 산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빌딩 상층부가 사라진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안토니가 침묵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라는 뜻으로 알고 오늘은 이쯤에서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지금 오금이 저릴 정도라서요.”
듀크가 사라지더니 이어서 기척도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토니가 두 소녀를 보며 인상 썼다.
‘말려들어 버렸군.’
***
최강이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주소희가 협회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고 끊자 최강이 말했다.
“뭐래? 또 균열이래?”
“네.”
“아, 요즘 왜 이래? 뭐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니냐?”
이상한 일이었다. 그 전에도 하루라도 균열이 발생하지 않은 날은 없었지만 그래도 요즘은 정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기 때문이다. 요즘은 10대세가들이 균열의 발생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까지 되어 버린 것이었다.
때문에 최근에는 조씨 문중도 정씨 문중도 최씨 문중도 어느 곳 할 것 없이 균열의 정리에 힘을 쓰고 있었고 이건 비단 대한민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통계상으로 볼 때 며칠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2배 가까이 균열의 발생 확률이 상승했으니 말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저, 이번에도 같이 갈 거예요?”
최강은 일전에 획득한 유니크 무기를 가장 먼저 마나 주입을 끝낸 주소희에게 주고 균열이 발생하면 그녀의 훈련을 겸해서 같이 행동하곤 했다.
주소희의 물음에 그러자고 답하려던 최강이 입을 다물더니 잠시 후 말했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번엔 지우 녀석이랑 같이 가라.”
조금 아쉬워하는 듯한 주소희의 표정을 못 본 척한 최강이 최지우를 바라보자 지우가 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심하고.”
“네.”
이미 외부 지원 때문에 두 사람 말고는 존재하지 않던 사무실에 혼자 남은 최강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많이 바쁘려나?”
-아닙니다, 선생님!
4장로 최성주였다.
“지금 내가 갈 곳이 있는데 사무실 좀 잠시 봐 주라.”
-아, 알겠습니다. 3분 내로 뛰어가겠습니다.
최강이 밖에서 대기 중이던 최성주를 불러들이고 전화를 끊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화수가 진열된 곳까지 걸어간 최강이 청화수를 집어 들며 중얼거렸다.
“그럼 청화수의 형제님의 얼굴 좀 보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