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듀크 일행은 그날부터 족히 보름간 안토니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안토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함을 못 이긴 듀크는 심지어 얼마 전 조심스럽게 북한 지역까지 들어갔다가 나온 적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북한에서도 안토니의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믿기 힘들지만 안토니는 한국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사실상 이쯤 되면 아예 작정하고 들어갔을 상황을 고려한 아멜리아가 말했다.
“그냥 돌아가는 게 어때?”
“돌아가자고?”
“왜, 알잖아. 이거 우리가 애초에 손쓸 수 없다는 걸 알고 들어갔을 확률은 낮을지 몰라도 지금쯤 우리가 따라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쯤 충분히 눈치챘을 시간이야.”
아멜리아의 말을 들은 듀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고집 때문에 애써 외면하던 상황을 귀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의외군.’
그렇다. 북한도 아니고 한국에는 최강이 존재한다. 안토니는 도망자 신분.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가려면 최강을 쓰러트리는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안토니라면 완전히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지금 짐 덩이들이 있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토니는 두 소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안토니가 그 둘을 끼고서 최강과 싸움을 벌였을 확률은 상당히 적었고, 더욱이 최강을 쓰러트렸을 확률은 더 낮은 것이었다.
듀크가 혹시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에 대해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곧이어 듀크의 고개가 저어졌다. 안토니 혼자라면 몰라도 안토니에게는 두 명의 소녀가 있다. 최강이 존재하는 서울과 반대쪽을 타고 들어갔다면 최강은 피했을지 몰라도 주변 사람에게 발각이 되어서 매스컴이 시끄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며칠째 전혀 그런 뉴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하던 듀크가 말했다.
“한국에 다녀오겠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프락시온 케인이 말했다. 듀크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잠깐! 혹시 자살하려는 건가?”
자신은 듀크 하나만을 믿고 프락시온을 탈퇴했을 뿐만 아니라 인류를 적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런 듀크가 무책임하게 죽어 버리면 정말이지 대형 사고가 벌어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듀크가 답했다.
“천만에.”
“그럼 설명해 줘야겠다. 이 시국에 한국으로 들어가겠다는 이유가 뭐지?”
“별 이유 없다. 상황만 파악을 할 생각이다.”
확실히 자신은 안토니와 다르게 짐 덩이가 없다. 기척을 감추고 국경을 넘어서 상황을 파악해 보는 것 정도라면 자신 있었다.
아니, 설령 마주치더라도 도망칠 자신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최강과 안토니가 이미 만났고 모종의 계약을 한 거라면 곤란하다. 인정하겠다. 그 순간 안토니를 더 이상 이용할 방법은 없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분명히 수가 있다. 때문에 이걸 확인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인 거다.”
고민하던 케인이 말했다. 그도 역시 최강이라는 존재의 위력을 이미 간접적으로 체감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모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군. 자신은 있는 건가?”
케인의 말에 듀크가 답했다.
“물론.”
***
일요일 오전이었다. 잠에서 깨어난 최강이 눈앞이 깜깜한 것을 느끼고 얼굴 앞에 손을 얹었다.
최강이 무언가를 들어 올리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자신의 배에 올라타서 자던 최재숙이 데굴데굴 굴러서 다리 쪽에 배를 뒤집어 깐 채로 축 늘어진 자세로 자자 최강이 그 위에 최지숙을 내려놓았다.
‘이 녀석들, 왜 매일 내 위에서 자는 거지?’
말숙이 같은 경우엔 그러지 않았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내려놓아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다시 올라타고 해서 근래에는 포기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의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최강이 최말숙과 마찬가지인 주황색 추리닝 차림 덕에 햄버거를 연상시키는 비주얼로 자고 있는 최지숙과 최재숙을 바라보다가 방구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최강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두 자루의 검이 세워져 있었다. 청화수와 그레이스였다.
그레이스.
청화수와 마찬가지로 볼카스의 7대 장비라던 검은 청화수와는 외관적으로 또 다른 모습이었다. 검날이 청색 광택을 발하는 청화수와는 다르게 그레이스는 녹색 광택을 발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참 신기하긴 한데…….’
최강이 말했다.
“야, 조용히 좀 해라.”
-하하하! 더 재밌는 이야기는 없습니까, 누님?
“…….”
최강이 자신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떠드는 청화수를 노려봤다.
청화수가 말하는 누님은 당연히 그레이스를 의미했다. 탄생 시기로 보면 그레이스는 볼카스의 다섯 번째 작품이란다. 청화수보다는 두 번째나 먼저 만들어진 병기인 것이었다.
물론 이 역시 녀석들의 수다를 엿들은 덕에 알아낸 정보였지만 녀석들이 떠드는 말은 이런 것 말고 99.9%는 쓸데없는 이야기였다.
때문에 요즘 노이로제에 걸린 것만 같은 느낌의 최강이 한숨 쉬었다.
‘하…… 괜한 짓을 한 건가?’
그날 이후 청화수는 짜증 날 정도로 그레이스와 쉴 새 없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다행히 그레이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뭐가 그렇게 좋다고 재잘재잘 떠들어 대는지 괜히 그레이스를 받아 온 건 아닌가 짜증이 다 날 정도였다.
-네? 아, 저 녀석 말입니까? 무시하십시오. 원래 툭하면 노려보는 놈입니다.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냐. 네가 그렇게 노려본다고 내가…….
“…….”
-자, 잠깐. 진정해라.
-누님을 지금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청화수를 무시하고 그레이스를 들고 방을 나온 최강이 거실의 소파로 시선을 던졌다. 최지우의 모습이 보였다.
“지우야!”
최강이 최지우를 향해 그레이스를 검집째로 휙 던지자 최지우가 리모컨을 내려놓고 황급히 양손으로 받아 들었다.
“이걸 갑자기 왜…….”
“그거 잠시간 네가 맡아 놓고 있어라.”
최지우가 소파 옆에 기대 놓은, 일전에 받은 두 자루의 유니크 검을 슬쩍 흘기며 물었다.
“제가 말입니까?”
“그래. 시끄러워서 살 수가 있어야지. 여튼 나중에 주인이 달라고 할 때까지만 네가 쓰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이…… 이 고얀 놈아! 당장 누님을 모셔 와! 누님! 그레이스 누님!
청화수가 최강의 머릿속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댔지만 최강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녀석의 시끄러운 수다를 언제까지나 들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말이다. 이참에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
***
프락시온을 남겨 두고 혼자서 철책을 넘은 듀크는 지금 서울에 있었다.
“후…….”
자신 있다고 말은 했지만 이곳은 어디까지나 듀크의 입장에서는 적진 한복판.
때문에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에 듀크는 온정신을 기감에만 쏟아붓고 있는 상태였다.
듀크가 서울 이곳저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하고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듀크는 서울의 탐색을 마칠 수 있었다. 딱 한 군데.
“이제 여기뿐이군.”
최강이 근래에 매입했다는 이 동네를 제외하면 말이다.
안토니가 최강과 만났다면 서울에 위치할 가능성이 높다. 이건 안토니를 자유롭게 두기에는 부담스러울 최강의 심리적인 부분을 읽은 듀크가 내린 결론이었다.
즉, 듀크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곳을 반드시 조사해야 최강과 안토니가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듀크는 지금 마지막 관문을 놔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다름 아닌 최강이다.
이 안으로 들어간다면 조사하던 중 반드시 최강과 한 번은 마주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토니를 먼저 만난다면 다행. 하지만 역으로 그 전에 최강에게 걸린다면 본전도 못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도박이었다. 그러나.
‘녀석을 과소평가하는 수밖에 없겠군.’
듀크의 선택은 결국 ‘진입한다’였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던 듀크가 한참을 지날 때였다.
‘안토니?’
아니…… 아니었다. 정확히는 안토니의 마나가 묻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마나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듀크가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조그마한 놀이터가 존재했다.
‘저곳인가?’
놀이터에는 신기하게도 쪼그마한 꼬맹이들이 잔뜩 있었다. 합쳐서 50평도 안 될 법한 조그마한 놀이터에 서른 명도 넘는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시간대야 아직 해가 중천이고 한참 뛰어놀 나이의 녀석들이라지만 듀크는 이것이 심상치 않은 일이란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놀고 있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소꿉놀이를 하겠다고 집에 있는 나무를 뽑아다가 집을 만든다거나, 놀이터의 기구를 뽑아서 이곳저곳 옮기며 노는, 일반적인 아이들이 존재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어느 엘리트 종의 유년체 정도 되겠군. 그런데 이렇게 많이 있다니 신기하군.’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듀크의 시선이 놀이터 이곳저곳을 훑다가 멈추었다.
“찾았다.”
행운이었다. 최강을 먼저 마주치는 것이 아니라 안토니를 다시금 밖으로 끌어낼 수단을 찾은 것이었다.
“쥬시였던가?”
듀크는 두 소녀가 원래 살던 마을에서 신고한 론이라는 녀석이 제공한 정보로 안토니의 추적을 시작했다.
때문에 두 소녀의 기본적인 신상 정도야 알고 있었다.
‘저 녀석을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면 끌어들일 수 있는 확률이 상당히 높다.’
엘리트 몬스터도 아니고 일반 시민 꼬맹이를 납치하는 건 듀크에게는 아주 간단한 일인 것이었다. 하지만.
듀크가 잠시간 망설였다.
‘저 추리닝.’
최강의 추리닝과 같은 옷이었다. 아마도 저 아이와 놀고 있는 녀석들은 적어도 최강과 관련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하지만.
잠시간 망설이던 듀크는 결국 움직였다. 저 추리닝 차림의 두 꼬맹이를 당장에 건드리는 것은 골치 아프겠지만, 어차피 죽이지만 않는다면 최강이 길길이 날뛰며 자신을 쫓아올 이유는 없을 것이다.
‘가볍게 날려 버리고 녀석만 낚아챈다!’
좁아터진 놀이터쯤 듀크가 일순간에 가로질러 쥬시의 목덜미를 움켜쥐려고 할 때였다.
“뭐냐, 너?”
간발의 차이였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가 최지숙, 최재숙과 함께 쥬시까지 끌어안고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허공에 헛손질한 듀크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자 놀이터 구석에서 세 명의 아이를 내려놓는 최지우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 지숙이랑 재숙이한테는 무슨 볼일이야?”
‘파란색 추리닝?’
최강과 같은 디자인의 추리닝. 그리고 방금 전 일순간이었지만 자신과 거의 필적하는 속도. 상당한 녀석이었다.
‘적어도 솔레스급.’
겉으로 느껴지는 마나도 꽤나 정결했다. 지구의 탁한 마나로 성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만큼 말이다.
“그 녀석들에게는 관심 없다. 갈색 머리 꼬맹이를 넘겨라.”
최지우의 눈이 가운데 딸려 있는 쥬시를 향했다. 사실 쥬시는 최지우의 입장에서 본다면 별로 상관없는 녀석이었다. 최강이 최지우에게 부탁한 것은 오늘 하루 지숙이와 재숙이랑 놀아 주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최지우가 듀크를 조용히 응시했다. 딱 봐도 강해 보이는 녀석. 일전에 파르키오라던 녀석은 우스울 정도였다. 물론 그때보다 최지우도 여러 면에서 큰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여전히 눈앞의 듀크는 가볍게 여길 존재는 아니었다. 얼마 전에 받은 무기가 없었다면 말이다.
최지우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싫은데?”
“그럼 어쩔 수 없군.”
최지우의 말을 들은 듀크가 즉각적으로 답했다.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아니, 그보다 오히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방금 전 기척을 냄으로써 최강이든 안토니든 자신의 마나를 읽었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검을 뽑은 듀크가 달렸다. 이제부터는 시간 싸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