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최지우가 달려들며 휘두르는 듀크의 검을 허리춤의 세 자루의 검 중에 하나를 꺼내 막아 냈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최지우의 뒤편에 숨어 있던 세 명의 꼬맹이들이 뒤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당황한 최지우가 듀크를 떨쳐 내고 놀이터 구석까지 굴러간 최지숙 일행을 바라봤다. 다행히 날아가긴 했지만 그 와중에 쥬시를 양쪽에서 끌어안은 두 녀석들 덕분에 쥬시는 멀쩡해 보였다. 최지우가 말했다.
“지숙아, 그 꼬맹이 데리고 집으로 뛰어.”
최지숙이 고개를 크게 한번 끄덕이더니 쥬시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리고 놀이터를 질주했다. 듀크가 도망가는 세 명의 꼬맹이를 향해 몸을 날리자 잠시 후 듀크의 앞을 가로막고 최지우가 검을 내리쳤다.
최지우의 검을 피해 훌쩍 물러난 듀크가 표정을 어둡게 만들자 최지우가 말했다.
“마음대로는 안 되지.”
최지우의 도발을 들으며 품속으로 손을 향하던 듀크가 멈칫하며 행동을 멈추더니 잠시 후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다.’
안주머니에서 손을 뗀 듀크가 결국 다시금 최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최지우를 떨치고 꼬맹이들을 쫓기는 무리라고 판단하고 빠르게 해치운다는 계산이, 이렇게 된 이상 틀려 버렸다.
‘어차피 애송이들이다.’
꼬맹이들이 속도가 빠르다지만 자신이라면 정말이지 일순간에 따라잡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지우와 듀크의 숨 쉴 새 없는 격돌이 시작됐다. 서로 50센티미터 남짓 되는 좁은 거리를 놔두고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쉴 새 없이 검을 휘두르던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3분여의 공방을 나누던 두 사람 중에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최지우였다.
최지우가 표정을 약간 찌푸렸다. 듀크의 실력 때문이 아니었다. 자신의 검이 듀크의 검과 닿을 때마다 날이 상하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검…….’
말도 안 되게 좋은 검이 분명했다. 자신의 검도 유니크 아이템인데 이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걸 써야 하나?’
기회를 틈타며 공방을 주고받던 최지우가 눈을 빛냈다. 반보 뒤로 물러나 공격을 피한 최지우가 동시에 쥐고 있던 검을 반대 손으로 던져 받으며 남은 손으로 허리춤에서 검 하나를 더 빼 들었다.
다시금 날아오는 듀크의 검을 넘겨 쥔 검으로 받아 내고 동시에 역수로 꺼낸 검으로 파고든 최지우가 듀크를 스쳐 지나갔다.
투두둑.
듀크의 팔을 타고 피가 흘러 바닥을 적셨다. 듀크도 나름 급하게 피한다고 피했지만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금 전 최지우의 동작은 최지우가 고려 시대 때부터 순간적으로 변칙적인 상황을 만들어서 자주 상대를 유린하던 그만의 필살기였기 때문이다.
멋들어지게 공격이 먹혀들어 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큰 상처를 입히지 못한 최지우가 새로 꺼낸 검을 바라봤다.
‘길이는 딱 맞는데…… 이상하네?’
역으로 쥐어진 검은 손잡이 부분과 날을 합쳐서 30센티미터가 조금 안 되는 듯한 길이였다. 최지우가 예전부터 쭉 사용해 왔던 검의 길이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방금 전 일격으로 최소한 듀크의 팔을 날려 버릴 생각이었던 최지우가 말했다.
“날렵하신 납치범이네?”
듀크가 콰득 이를 갈았다.
‘이도류…… 그것도 상당히 능숙한 녀석이다.’
이도류.
물론 그란디아에 없는 전투 방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듀크는 지금 당황하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검의 길이를 가진 이도류라니 들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했다. 이도류 자체가 한 자루의 검을 익히는 것보다 2배, 아니, 그보다 훨씬 더 힘든 검술. 그런데 안 그래도 적재적소에 양팔을 자유자재로 다뤄야 하는 이도류의 난이도에 서로 다른 길이를 부여해 난이도를 더 상승시킨다니, 그런 무모한 짓을 하는 녀석이 존재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저 녀석은 그런 길이가 다른 두 자루의 검으로 이도류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웃긴 이야기지만 방금 전 일격으로 듀크는 직감했다. 녀석이 지금껏 자신이 만난 어떤 이도류를 다루는 자보다 뛰어난 숙련도를 자랑한다고 말이다.
‘난처하군…….’
일반적인 이도류의 장점은 변칙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사람마다 그 특징이 있어 이도류라고 한들 적응이 끝나면 습관과 패턴을 파고들면 쉽게 공략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시간이 없는 것이 문제였다.
“뭐 해. 더 안 들어올 거냐? 많이 바빠 보이던데?”
최지우의 도발을 들으며 듀크가 조심스럽게 가슴 안주머니로 손을 향했다.
‘칫, 아끼고 싶었는데 사용해야 하나?’
아니,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워도 지금 이 이상 시간을 초과한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듀크가 자신의 손에 들린 마지막 플로어 스톤을 바라봤다.
‘구하긴 힘들어도 다시 그란디아로 돌아가면 못 구할 물건은 아니다.’
플로어 스톤을 꽉 쥔 듀크가 몸을 날렸다. 당연히 최지우에게 사용할 생각이었다.
거리를 좁히는 자신을 향한 최지우의 공격이 이어졌다.
최지우의 일검은 왼손의 긴 검으로 내리치는 동작이었다.
‘일이 쉽게 풀리는군.’
검을 받아 흘리며 최지우의 왼쪽 바깥으로 이동한 듀크가 들고 있던 플로어 스톤을 최지우의 복부에 들이박았다.
번쩍.
플로어 스톤이 서서히 금이 가더니 그곳을 향해 빛이 한 줄기씩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방심했던 네놈을 원망해라.”
원기둥 모양의 반투명한 검은색 공간에 갇힌 최지우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듀크가 그렇게 말하고, 다음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검은색 빛이 최지우를 직격했다. 빛이 사라진 뒤에는 당연하게도 최지우의 모습은 없었다. 플로어 스톤. 대상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길게는 반나절까지도 대상을 다른 차원으로 격리하는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손쉽게 플로어 스톤으로 기회를 만든 듀크가 여유로운 얼굴로 최지숙의 마나를 추적했다. 마나는 생각보다 그새 제법 먼 곳까지 이동해 있었다.
“칫, 서둘러야겠군.”
듀크가 놀이터에서 사라진 것은 이렇게 중얼거린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
최지숙과 최재숙은 최지우의 말마따나 계속 달렸다. 엘리트 아라크네라 태생부터 뛰어난 신체 능력 덕분에 역시 어지간한 1세대 무림인에 비견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문제는 최강이 이사한 집과 놀이터가 그렇게 가까운 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최지숙의 속도로 족히 10여 분 정도 걸리는 이 거리는 상당히 길었다.
최지숙이 5분쯤 걸었을 때였다.
뒤쪽에서 검은색 빛기둥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후면을 향해 잠깐 고개를 돌렸던 최지숙이 무언가에 머리를 박고 뒤로 엉덩이를 박으며 나자빠졌다.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버렸군.”
눈앞의 듀크를 확인한 최지숙과 최재숙이 화들짝 놀라며 반대편으로 도망갔다. 듀크가 그 모습을 보고 픽 웃으며 팔을 뻗었다. 나름 빠른 움직임이긴 하지만 듀크의 눈에는 우스운 속도일 뿐이었다.
“자, 안토니. 게임 끝이…….”
손을 뻗던 듀크가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이럴 수가……! 어떻게? 분명 방금 전까지는……?’
듀크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최강의 집이 있는 뒤편을 기감으로 살폈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최강의 기운이 사라져 있었다.
그 말은 즉…….
‘진짜란 말인가?’
눈앞의 최강을 바라본 듀크가 본능적으로 슬쩍 한 발 뒤로 뺐다.
이제 자신에게는 플로어 스톤도 남지 않았고 방금 전 최지우와의 전투로 한쪽 팔에 부상까지 입고 있는 상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자신이 불리함을 알고 물수제비처럼 총총걸음으로 물러나던 듀크의 걸음이 멈칫하며 멈추었다. 순간적으로 최강의 종아리를 붙잡고 숨어 있는 두 녀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니, 겁먹을 필요 없다.’
듀크가 황급히 검을 뽑아 기운을 끌어모았다.
“또 만나네. 우리 구면이던가?”
최강이 슬쩍 한 발짝 내걸으며 말하자 듀크가 말했다.
“움직이지 않는 걸 추천하지.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상황 파악? 무슨 상황 파악?”
최강의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에 듀크는 그가 능청을 떨고 있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지킬 것이 있는 녀석은 약해지기 마련. 분명히 내심 불안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이 검을 휘두르면 적어도 이 마을은 쑥대밭이 될 테지. 어리석었다. 내가 기운을 끌어모으기 전에 제압했어야지.”
“아…… 그런 상황 파악?”
“…….”
최강이 여전히 여유로운 기색으로 말했다.
“뭐…… 해 볼 테면 해 보든가.”
듀크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이 반응, 적어도 자신이 기대했던 반응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호오…… 내가 못 할 줄 아나?”
“아, 글쎄. 해도 상관없다니까?”
듀크가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음을 내걷는 최강을 바라보고는 검을 휘둘렀다. 어차피 최강이 막아 내지 않고 피하면 이 동네는 물론이고 옆 동네까지도 피해가 번질 위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기운이 잔뜩 담긴 자신의 검과 최강의 검집이 충돌했다. 하지만.
티잉.
펼쳐진 상황은 단연코 듀크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었다. 거대한 폭음 대신 청아한 종소리와 같은 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집째 휘둘러 자신의 검을 막아 낸 최강과 눈이 딱 마주친 듀크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이럴 수가! 어떻게? 아니 그보다, 이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자신이 일으킨 마나와 거의 동일한 양의 마나를 상대방의 병기로 밀어 넣어 위력을 상쇄시킨다. 이론상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딴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자신의 검에 담겼던 마나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절대 아니었다. 그 정도의 마나를 순간적으로 끌어 올린 것도 모자라서 상대방의 병기에 주입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듀크의 상식 내에서는 말이다. 애초에 그런 것이 가능했다면 안토니가 자신을 피해 이곳까지 돌아올 이유도 없었으니 말이다.
듀크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최강과의 사이에 놓인 큰 벽을 말이다. 여태 안토니 수준 정도로나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강은 적어도 마나를 다루는 면에서는 안토니를 한없이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듀크가 주춤주춤 물러나는 사이에 디멘션 게이트를 연 최강이 자신의 종아리에 붙어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 최지숙과 최재숙을 들어다가 쥬시랑 같이 밀어 넣고는 게이트를 닫았다.
정리를 마친 최강이 듀크를 보며 말했다.
“후…… 자, 그럼 끝내자.”
자신을 향해 최강이 천천히 걸어오자 듀크가 화들짝 놀라며 검에 손을 올렸다.
‘한 팔 정도는 내어 주고 도망간다.’
팔을 내어 주는 심정으로 도망을 택한다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초에 일정 거리까지 멀어지기만 하면 기척을 감출 수 있으니 말이다. 듀크의 시선이 최강이 들고 있는 청화수로 옮겨 갔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듀크가 최강의 손에 들린 청화수를 응시할 때였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던 최강의 발이 까치발 서는 것이 보이고, 다음 순간이었다. 일순간에 빨라진 최강이 자신의 지척에 닿아 검을 뽑는 모습이 보이자 그것을 확인한 듀크가 망설임 없이 한쪽 발을 떼며 비스듬히 공격을 맞받아쳤다.
“……!”
검을 받아넘기고 바로 몸을 빼려고 했던 듀크의 표정이 굳었다. 몸의 이상을 눈치챈 까닭이었다. 듀크가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대며 최강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파아아악.
듀크의 눈에 하얀 불꽃이 피어나며 그 열기로 인해 주변이 일순간에 녹아 버리는 모습이 보였다.
고통에 순간적으로 경직된 듀크의 목을 향해 최강의 청화수가 조용히 스쳐 지나갔다. 청화수의 효과를 아는 만큼 위력을 억제해 아주 찰나의 경직이었지만 최강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듀크의 목이 떨어져 내렸다. 피가 흐를 틈도 없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최강이 일순간이었지만 청화수가 남기고 간 화재를 바라보며 한숨 쉬었다.
“하…… 이건 또 언제 끄고 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