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최강이 처음 듀크의 기운을 느낀 때는 듀크가 쥬시를 낚아채려고 마나를 사용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최강은 그때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옆에 있을 최지우를 믿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파르키오와의 내막까지는 몰라도 그날 전투 이후로 최강은 최지우가 다시금 많은 노력을 한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최지우도 근본적인 천성은 노력파였기 때문이다.
마침 근래에 최지우에게 두 자루의 검을 주었던 일도 있고 하니 안심하고 집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하다못해 애들 보기잖아?’
최지우 혼자서도 거뜬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한 최강이 마침 휴일이기도 하고 청화수를 시끄럽게 만든 그레이스를 격리하기도 했겠다, 마음 놓고 푹 쉴 생각을 했을 때였다.
“어……?”
최말숙이 깎아 주는 과일을 먹으며 TV를 보던 최강의 표정이 돌연 심각하게 바뀌었다. 최지우의 기운이…….
‘사라졌……네?’
설마하니 최지우가 당했나 하고 생각해 봤지만 잠시 후 최강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녀석이 근래에 실망스러운 모습을 몇 번 보였어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그 녀석은 본인은 모르겠지만 백령단 내에서는 상당히 각광받는 인재였을 정도로 재능도 겸비했으니 말이다.
‘잠깐, 그런데 언젠가 이런 느낌, 느껴 봤지 않나?’
분명했다. 갑자기 기운이 그 자리에서 확 꺼지는 듯한 느낌. 당시에도 시체만 없었지 죽었나 의심이 들게 만들었던 순간을 분명히 느껴 본 적이 있는 것이었다.
“아…… 그때였나?”
일전에 듀크 녀석의 기척이 베트남에서 사라졌던 때를 떠올린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최지우의 기운이 사라진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짜식, 일 처리도 잘 못하고 말이야.’
최강이 자리에서 과일 포크를 접시 위에 내려놓고 일어나자 복숭아를 깎고 있던 최말숙이 말했다.
“가 보시려는 것이와요?”
최말숙도 최지우와 듀크의 싸움이 과열될 즈음부터는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하긴 아무리 동네의 끝과 끝이라지만 두 사람의 마나가 적은 수준도 아니고 최말숙 정도가 아니더라도 지금 막 2층 계단에서 급하게 내려오는 주소희만 봐도 충분한 수준이었으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최강 씨…… 어라?”
급히 내려오던 주소희가 복숭아 껍질이 담긴 통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최말숙을 보고 말했다.
“최강 씨는?”
“방금 전에 가셨사와요.”
“아, 그래?”
주소희가 방금 전 기운이 느껴졌던 위치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잠시 후 주소희의 옆에 디멘션 게이트가 열렸다.
꼬맹이들이 하나씩 퐁퐁 넘어오더니 지숙, 쥬시, 재숙 순으로 쌓였다. 주소희가 말했다.
“햄버거……?”
한층 진화해서 완벽한 빵 패티 빵의 비주얼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쪼그린 최말숙이 재숙이를 들어 옆으로 세우며 말했다.
“잘 놀다 왔니?”
재숙이랑 밑에 여전히 깔려 있는 지숙이가 거수경례를 하는 것이 보였다. 최말숙이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주소희가 기절해 있는 쥬시를 보고 말했다.
“근데 얘는 뭐야?”
***
듀크를 해치운 최강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불길이 번지지 못하도록 의형기를 사용해 진화하는 것이었다. 청화수의 기운을 최대한 섬세하게 컨트롤한다고 했지만 그 피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반경 100미터는 되는 주변을 일순간에 녹여 버린 것도 모자라 강력한 열기에 점화되며 옆으로 점점 번져 가는 불꽃을 얼려 버리는 작업.
이것은 설령 최강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뭐…… 물론 한 번에 모든 범위를 열려 버리는 것도 최강에게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물까지 얼어 버릴 테고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강은 10여 분쯤 사방을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나하나 세심하게 냉각하는 작업을 완료한 최강이 더 이상 주변을 삼키는 불꽃들이 보이지 않자 말했다.
“그래도 이쯤이면 되려나?”
일단 어느 정도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았다. 최강의 신기에 가까운 의형기 컨트롤에 힘입어 불꽃째로 얼어 버려 사방에 떨어진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숨 돌린 최강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이거 보험 처리는 되려나?”
솔직히 말하면 제아무리 돈이 많은 최강이라지만 지난번 부동산 매입으로 엄청난 금액을 사용했다. 때문에 사실상 지금 남은 돈은 만약을 대비한 비상금에 불과했다.
이번에 화재 피해를 입은 부분은 동네의 5분의 1 정도.
태워 버리거나 녹여 버린 자리에 다시 건물을 세우는 데만 해도 수십 조는 족히 들어갈 것 같았다.
‘내가 지른 거니까 안 되려나? 안 되겠지? 아니, 생각해 보니까 증거도 없잖아. 일단 우겨 볼까?’
만약에 그래도 보험 처리가 안 된다고 결정이 난다면 안토니 그 녀석에게 갚아 내라고 떼쓰면 되겠다고 생각한 최강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웃었다.
“캬~ 나 진짜 천재 아닌가?”
듀크가 이번에 한국으로 들어온 것은 자신이나 최씨 특전대와 관련된 일 때문이 아니라 그 꼬맹이 때문인 것 같았다.
안토니에게 책임을 전가해서 비상금의 지출을 막을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었다.
최강이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을 때였다. 때마침 눈에 검이 한 자루 보였다. 듀크의 검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듀크의 검은 꽤나 좋은 것 같았다. 일격이었지만 청화수의 검집에 금을 낼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마저도 만약 내공 컨트롤이 도중에 조금만 삑사리 났다면 지금쯤 검집은 부러지고 그야말로 대형 사고.
가뜩이나 검집으로 위력이 제약된 청화수가 이 정도인데, 만약에 제대로 벌어졌으면 이 동네가 통째로 녹아내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최강이 듀크의 검을 들어 훑어보며 말했다.
“그 녀석한테 물어봐 볼까?”
***
최강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TV에서는 방금 전 화재에 대해서 뉴스가 나오고 있었고, TV 앞에 모인 사람들은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웬 햄버거냐? 곧 저녁때 아니야?”
주소희가 말했다.
“그냥 갑자기 먹고 싶어서요. 최강 씨도 드실래요? 맞춰서 사 왔는데.”
최강이 청화수랑 듀크의 검을 구석에 세워놓고 말했다.
“줘 봐.”
햄버거를 받아 든 최강이 말했다.
“야. 뭔데.”
“네?”
“이 m 자 로고 뭐냐고!”
“m 자…… 맥xx드잖아요?”
최강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왜 버거킹이 아닌데!”
“그냥 먹으면 되지…….”
어이없다는 주소희의 표정을 본 최강이 한숨 쉬며 말했다.
“명심해. 햄버거는 무조건 버거킹이다. 이번만 참아 주는 거야.”
“네네~ 얼른 드시기나 하세요.”
최강이 햄버거를 받아서 방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세 명의 꼬맹이들이 보였다. 둘은 당연히 최재숙과 최지숙이었고, 하나는.
‘쥬시라고 했던가?’
햄버거 소스를 얼굴에 묻히면서 먹고 있는 녀석들의 얼굴을 널브러진 냅킨을 집어 닦아 주고는 최강이 말했다.
“맛있냐?”
고개를 바쁘게 끄덕인 두 녀석이 다시금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두 녀석과는 다르게 말을 할 수 있는 쥬시만 유일하게 답했다.
“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쥬시가 깜박한 것이 생각난 듯한 얼굴로 반쯤 베어 먹던 햄버거를 놔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는 녀석을 보며 최강이 인상 썼다.
‘아…… 뭔가.’
죄짓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아마 내가 구해 준 걸 구실 삼아 안토니라는 녀석에게 돈 되는 것은 다 뜯어낼 속셈인 건 모르겠지? 아니, 무조건 몰라.’
끄으응…….
최강이 흔들리는 듯한 얼굴을 해 보이다가 잠시 후 말했다. 돈을 뜯어낼 생각은 아쉽지만 포기한 것이었다.
“그래, 알았으니까 햄버거나 마저 먹어라.”
“네.”
자리에 앉아서 포장지를 벗긴 최강이 한 손으로 햄버거를 베어 물며, 옆자리의 두 녀석이 다시 묻힌 소스를 닦아 주며 말했다.
“우리 지숙이도 재숙이도 교양 있게 먹자?”
두 녀석이 최강의 눈을 바라보더니 잠시 후 동시에 무릎 꿇었다. 이어서 두 녀석이 너 나 할 것 없이 햄버거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소스가 다시금 뺨에 묻는 것이 보였다.
‘그런 교양이 아니었는데…….’
포기한 최강이 손에 쥐고 있던 냅킨을 꾸깃꾸깃 대충 구겨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최강이 햄버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자 잠시 후 급하게 가까워지는 기척이 있었다. 최강이 아주 잘 아는 기운이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소란스럽게 방문이 열렸다.
“왔냐?”
최강이 오물거리면서 말하자 최강과 세 명의 아이들이 무사한 것을 목격한 최지우가 이마를 박고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최강이 햄버거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됐고, 마침 잘됐다.”
“네?”
최강이 최지우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또 하나의 검, 그레이스를 보며 말했다.
“그 검, 잠깐만 다시 줘 봐.”
“아…… 예, 알겠습니다.”
최지우에게 그레이스를 넘겨받자 최강이 말했다.
“지우야.”
“네, 도련님.”
“나 잠깐 할 게 있으니까 네 방으로 가서 이 녀석들이랑 같이 좀 놀아 주고 있어라.”
“네!”
최지우가 최강의 말대로 세 명의 아이들과 방을 나가자 최강이 청화수를 보며 말했다.
“야, 청화수. 넌 아까 모른다 그랬지?”
-누…… 누님! 그레이스 누님! 괜찮으십니까!
“야, 말 안 해?”
최강이 청화수의 손잡이 부분에 꿀밤을 놓자 청화수가 말했다.
-뭐냐, 이 고얀 놈아! 아까 분명히 모른다고 했지 않느냐? 바빠 죽겠는데 왜 또 같은 걸 묻는 게야?
“그럼 저 녀석한테도 모르냐고 물어봐.”
-그레이스 누님에게 말이냐?
“그래.”
최강은 아까 청화수에게 듀크의 검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청화수의 답은 ‘No.’
그 이유로 말하자면, 일단 청화수가 그란디아 대륙에서 살았던 시기가 짧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었다. 실제로 청화수가 처음 발견된 건 천 년도 더 된 오래전이었다. 그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그레이스는 그란디아 대륙에서 지냈을 것이니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오…… 정말이십니까?
최강이 청화수의 목소리를 듣고 말했다.
“왜, 뭔데?”
-알고 계신다고 하는구나.
“어떻게 아는데?”
-잠깐만 기다려라. 네네. 아, 그렇다는 말씀이십니까?
청화수가 말했다.
-일단 저 검은 내 아버님과 마찬가지로 3대 대장장이였던 말타이스의 작품이라는군. 뭐, 말이 같은 3대 대장장이지 이 몸의 아버님이 더 뛰어난 것은 당연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저 녀석도 너처럼 소유자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인격이 있는 거냐?”
-훗…… 멍청한 놈! 방금 전 내 말은 뭘로 들은 거냐?
최강이 청화수의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욱했지만 화를 억눌렀다. 아직 청화수에게 들을 게 남았기 때문이다. 한번 괴롭히면 꿍해서 며칠간 삐딱선을 타는 녀석의 심기를 지금 시점에 건들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장비에 혼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건 아버님이 유일하시다.
“그럼 저 검은 너보다 안 좋다는 거냐?”
-흠…… 그건 당연하다만, 뭐 속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 그래도 애초에 사람들이 3대 대장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청화수의 의견을 들은 최강이 방바닥에 놓여 있는 그레이스를 슬쩍 보며 말했다.
“저쪽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봐.”
-뭐…… 어려울 것 없지. 누님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군요. 네? 확실한 것입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버님의 걸작 중 하나이신 누님이…….
최강이 답답한 기색을 최대한 억누르며 물었다.
“그래서 뭐라는데?”
-꽤나…… 쓸 만한 물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