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같은 날 월요일 아침이었다.
출근 준비를 끝낸 최강이 현관에서 최지숙과 최재숙을 보며 말했다.
“오늘도 놀러 갈 거냐?”
두 녀석의 고개가 격하게 끄덕여졌다. 평소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한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최강답게 고민도 없이 말했다.
“그럼 해 질 녘까지만 놀다 오자.”
다시 한번 더 고개를 끄덕인 두 녀석이 신이 나서 뛰어가더니 곧이어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지우가 말했다.
“보호자를 안 붙여도 될까요? 걱정되시면 제가 오늘도 맡아도 되는데요.”
최강은 불과 어제까지는 두 녀석이 외출할 때 최말숙이든 최지우든 두 녀석의 보호자를 붙였었다. 하지만 최강은 오늘 두 녀석을 그냥 방생하듯 풀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니, 됐다.”
오늘은 최강이 직접 갈 생각이었다. 어제 안토니와 대화를 마치고 문득 궁금한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쪽에서도 생각이 있으면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같이 나오겠지.’
최강이 준비를 마치고 나온 직원들을 사무실로 보내고 최지숙과 최재숙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뒤늦게 천천히 걸어갔을 때였다.
역시 최강의 예상대로 안토니가 보였다. 최강이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생각하는 안토니를 향해 걸어가자 안토니가 말했다.
“자주 보는군.”
“궁금한 게 또 생겨 버렸거든. 물어봐도 되냐?”
안토니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쥬시를 조용히 응시하며 답했다.
“어차피 지루하던 참이었으니까.”
물어볼 테면 물어보라는 느낌의 안토니의 답에 최강이 말했다.
“3대 대장장이 말이야. 볼카스, 말타이스 말고 다른 녀석은 뭐 하는 녀석이냐?”
가능하다면 청화수에게 묻고 싶었지만 어차피 청화수는 이름 정도나 알지 중요한 정보는 모를 것이었다. 그레이스 녀석을 통해 건너서 듣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것 역시 상당히 복잡한 방법이었다. 사실 무엇보다 청화수 녀석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성격상 너무 안 맞았다.
“그게 왜 궁금하지?”
“그냥 알아 두는 편이 좋을 거 같아서.”
안토니가 잠시간 생각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마지막 대장장이는 구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작자다.”
“구터?”
“그렇다. 구터라는 자로 말할 거 같으면 생전에 12개의 걸작을 남긴 최고의 대장장이 중 하나인데…….”
최강이 안토니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숫자가 상당히 많네?”
“그렇지. 두 명의 대장장이의 작품을 더한 숫자보다 많으니까.”
최강의 표정이 의문이 생긴 듯 바뀌고 잠시 후였다.
“왜 그러지?”
최강의 표정을 본 안토니의 물음이 들려오자 최강이 답했다.
“아니, 이상한데? 말타이스의 작품이 5개라며? 아닌가?”
“맞다.”
“그럼 구터의 작품 수가 더 많은 게 아니고 같은 거잖아?”
볼카스의 7병기. 말타이스의 5신기.
숫자를 더하면 몇 번을 셈해 봐도 구터의 숫자와 동일했지 적은 숫자는 아니었다. 단순히 1 차이였지만 말이다. 때문에 실수인가 싶어 지목한 것이었는데 안토니의 반응은 최강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아…… 그렇군. 그건 모르고 있었나 보지?”
“모르다니?”
“네 검 말이다.”
“내 검이라면 청화수?”
안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볼카스의 일곱 번째 작품이 존재한다는 건 나도 여기 와서 처음 안 사실이다.”
“에? 뭐야, 그럼 청화수가 볼카스의 작품이 아닐 수도 있는 거냐?”
안토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확률은 낮다. 볼카스 특유의 불의 향기를 그레이스가 맡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쪽도 질리도록 들었을 텐데?”
청화수의 볼카스 찬양을 말하는 듯했다. 그레이스의 주인이 안토니다 보니 최강은 그레이스의 목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지만 아마도 청화수만큼이나 뽕을 강하게 맞은 공통점이 존재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긴 하지.”
“뭐 여하튼, 그래서 공식적으로 그란디아에 알려진 볼카스의 작품의 숫자는 6개. 말타이스의 작품의 숫자는 5개, 이렇게 된다.”
최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볼카스 6. 말타이스 5. 합산 11이 되니까 안토니의 처음 발언이 어느 정도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럼 청화수는 그렇다고 치고, 구터의 비전 기술은 뭔데?”
앞에서 작품의 숫자에 관한 이야기가 길어져 버렸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최강이 가장 궁금했던 것이 이것이었다.
“구터의 비전 기술은 마법 부여다.”
“마법 부여?”
안토니가 잠시간 생각을 정리하더니 말했다.
“어제 그쪽의 집으로 가면서 봤다. 아마도 그 화재의 원인은 청화수라는 검의 특성 때문이겠지?”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나의 그레이스의 경우에는 바람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최강이 안토니의 말에 물었다.
“그게 마법 부여라는 말이냐?”
“아니. 비슷하지만 다르지. 그냥 예시를 들기 전에 이야기해야 다른 점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라면?”
“너는 볼카스의 병기들이 어째서 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나?”
“어째선데?”
“볼카스가 만든 검에 정령이 깃들었기 때문이다.”
흥미 있게 안토니의 말을 들은 최강이 떠오르는 게 있었는지 말했다.
“그럼 혹시 이 녀석들이 인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그것 때문이냐?”
“아마도. 뭐 물론 정말 대단한 것은 정령이 깃들었다는 사실이라기보다는, 깃들기 전 자아가 존재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게 볼카스의 진짜 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최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는 말했다.
“그래서 이게 마법 부여랑 무슨 상관인데?”
확실히 안토니가 방금 전 알려 준 사실은 재미는 있었지만 질리도록 들어 온 볼카스의 찬양이라면 별로 달갑지 않았다.
“구분을 하자는 거다. 마법도 어디까지나 불이라거나 바람이라거나 얼음이라거나 원소에 직결되는 마법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
“구터의 장비들에는 여러 가지의 마법이 있다. 병기에는 치유 방해와 출혈 지속 효과를 가지고 있는 병기들도 있고, 또 어떤 것에는 마나 흡수라거나 흡혈 능력을 지닌 병기도 존재하지.”
조용히 안토니의 말을 듣고 있던 최강이 물었다.
“잠깐, 궁금한 게 한 가지 생겼는데.”
“말해 봐라.”
“3대 대장장이라고는 해도 수면 아래 서열 같은 게 있는 건가?”
안토니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눈치가 빠르군.”
최강이 물었다.
“가장 최고는 누군데?”
“최고는, 짐작하고 있겠지만 구터다.”
역시…….
안토니의 말을 들은 최강의 표정이 예상했다는 얼굴로 바뀌었다. 앞선 얘기들로 적어도 볼카스가 아니란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볼카스의 경우엔 마법이 원소 마법에 한정적인 반면에, 구터라는 대장장이는 마법 전체를 아우른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안토니가 말했다.
“구터가 최강인 이유로 들자면,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의 범위도 범위지만 사실 다른 게 있다.”
“다른 거?”
“성장 때문이다.”
“성장?”
“대장장이도 직업의 일종이다. 당연히 이미 최고라 칭송받는 수준의 대장장이였을지라도 숙련도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장장이들은 다음 작품으로 갈수록 이전 작품보다 뛰어난 작품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당장에 나의 그레이스가 볼카스의 앞선 작품들보다 뛰어난 것만 봐도 그 증거지.”
안토니의 말은 일곱 번째 작품 청화수가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으니 듣는 최강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기분이 좋은 말이긴 했지만 그는 다른 곳에 신경이 더 쓰였다.
“구터의 성장이란 것을 구체적으로 듣고 싶은데?”
“뭐 어차피 말해 줄 생각이었다.”
안토니가 말했다.
“구터의 초반 작품은 확실히 좋은 검이고 명검이긴 했지만 두 명의 대장장이들에 비해 부족한 감이 있었다. 왜냐하면 상급 마법이라고는 하나 그 마법이 원소에 국한되어 정령이 직접 부여된 볼카스의 병기들에 비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그는 작품이 거듭될수록 다른 사람처럼 변화했다.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장의 반열에 들어선 자의 성장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이지.”
최강이 안토니의 설명을 듣다가 놀랐다. 왜냐하면 점점 진화해 가며 마법의 범위를 넓혀 가던 구터는 범위도 범위였지만 임종 직전에 만든 구터의 작품들의 능력이 밝혀진 것만 하나에 4개, 혹은 그 이상의 능력이 존재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어째서 구터가 최고의 대장장이로 추앙받는지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겠지.”
확실히 안토니의 말마따나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최강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토니의 말에 수긍한 최강이 돌연 무언가 떠올랐는지 물었다.
“그럼 꼴등은 누군데?”
안토니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즉각적으로 답했다.
“볼카스다.”
***
그란디아 대륙에는 5개의 공국과 1개의 제국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그란디아 대륙의 300억 인구 중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국가가 폴탄 제국. 그란디아 대륙 중 인간이 활동하는 영토의 60%를 영토로 보유하고 있으며 인구는 그중 200억을 보유하고 있는 압도적인 규모의 국가이다.
때문에 당연히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폴탄 제국은 가장 강력한 국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바리스 공국.
제국을 제외한다면 그란디아 대륙 내에서 가장 커대한 규모의 국가이며 동시에 공국 연합의 리더이기도 했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 제국이 최강이 된 이유와 마찬가지였다. 큰 영토와 많은 인구를 기반으로 한 만큼 유능한 인재가 그만큼 많았고 항상 그런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했기 때문이다.
“마스터.”
“그래, 들어와라.”
사치스러운 장식으로 된 방 안에 누워서 사과를 으적이며 먹고 있던 남자의 말에 잠시 후 갑옷 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그래, 알아봤어?”
갑옷 차림의 남자를 나태한 눈으로 슬쩍 바라본 남자의 이름은 울티노. 공국 최강 바리스의 왕실 직속 기사단 베티아의 두 번째 서열을 가진 남자였다.
울티노의 물음에 그의 종자가 말했다.
“마스터의 말대로 페르간 공국 내에서 안토니의 마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흐음…… 그래?”
페르간 공국의 안토니는 페르간의 자존심이나 다름이 없는 남자였다. 사실상 솔레스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인 안토니는 페르간이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인재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울티노 역시 그러한 안토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싸워서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피해 없이 그를 이길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뭐 국왕의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씨익 입꼬리를 올린 울티노가 종자에게 물었다.
“그럼 그것도 알아 왔지?”
종자의 표정이 울티노의 목소리를 듣자 난처한 기색을 그렸다. 울티노의 나태한 눈이 종자를 향하고 다음 순간이었다.
종자가 피를 토해 내며 날아가 복도 벽에 부딪히는 모습이 보였다. 울티노가 베어 먹던 사과를 던졌기 때문이다. 고작 사과에 얻어맞은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다.
“빨리 말해.”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종자를 울티노가 여전히 나태한 눈으로 바라보자 잠시 후 방문 안으로 다시 들어온 종자가 말했다.
“그게, 몇 해 전 말타이스의 신기를 하사받았던 듀크의 마나도 전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울티노가 사과가 담긴 바구니 위에 손을 올리며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종자에게 지시한 것은 듀크의 위치 확인이었으니까 말이다.
“제대로 살펴본 거 맞아?”
“분명합니다. 제 목숨을 걸 수 있습니다.”
울티노가 방긋 웃으며 시선을 거두더니 사과를 집어 한입 베어 물었다. 목숨까지 건다니 일단 믿어 주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 그것참, 신기하네.”
종자의 말에 중얼거린 울티노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듀크의 검을 노리던 울티노로서는 예상 밖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울티노 율리우스. 현재 2개의 말타이스의 신기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말타이스의 신기의 시너지가 가져다주는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고 있다. 어디까지나 바리스 공국 베티아의 말단이었던 자신이 단번에 2위의 서열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도 3개가 된다면 유다 그 녀석도 뛰어넘을 수 있다.’
구터의 장비 중 2개를 소유하고 있는 부동의 1위 유다를 떠올린 울티노가 인상을 찌푸렸다.
유감스럽게도 안토니가 사라진 지금, 은밀하게 듀크를 처단하고 말타이스의 병기를 모은다는 자신의 계획에 문제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말타이스의 병기의 남은 2개는 현재 제국의 뮬러라는 기사가 가지고 있다. 제국의 경우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확실하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도 없었기에 생각이 점점 깊어져 가던 울티노가 잠시 후 자신의 손에 들려 있던 사과가 앙상한 뼈대만 남은 것을 확인하고 휙 방바닥으로 대충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로운 사과를 집어 든 울티노가 종자에게 포물선을 그리며 던졌다. 사과를 황급히 받아 든 종자가 황송하다는 듯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지개를 켠 울티노가 옆에 벗어 두었던 말타이스의 신기 중 하나인 황금빛 투구를 쓰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번거롭더라도 내가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