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조중일이 제이스의 마나에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얼마 전 최강에게 받은 유니크 아이템 덕분이었다.
얼마 전 마나 주입 단계를 완료한 조중일은 그 숙련도는 아직 제이스에게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마나의 양만큼은 제이스와 비견될 수준까지 성장한 것이었다.
제이스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 조중일이 속으로 생애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던 쾌감을 느꼈다.
‘된다 돼! 나의 위협도 충분히 먹히고 있다! 그것도 고위 랭커에게!’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당사자님 조중일과 제이스만큼이나 놀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정대욱이었다. 내심 조중일을 자신보다 아래라고 깔고 있던 정대욱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제이스보다 더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꿈은 아니겠지?’
혹시 꿈은 아닐까 볼을 꼬집은 정대욱이 벗었던 선글라스를 콰득 쥐어 으스러트리는 제이스를 보고 침을 꿀꺽였다.
‘이거 사달이 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정대욱의 우려와는 다르게 제이스가 한 수 접어 줬기 때문이었다. 조중일이 자신보다 아직 여러 면에서 부족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조중일은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 애초에 위협 정도만 하고 빠질 생각이었기도 하고 말이다.
“딱 하루만 기다릴 겁니다. 참고로 이틀 뒤면 아놀드도 한국을 방문할 생각이라는 것 알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물론 원래라면 예정되어 있던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이 무슨 꼼수를 쓸 수 없도록 숙소에 도착하면 즉각적으로 보고를 할 생각이었다.
***
우범하는 제이스의 우려와는 다르게 보고를 생략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무단으로 미국의 접촉을 제한했다가 나중에 탄로 났을 때의 역풍을 온전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솔직히 말해 최강이라는 인물을 아주 우연히 품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최강은 국가에 소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한차례 거절한 이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우범하는 이러한 최강을 과하게 붙잡기보다 오히려 다른 쪽에서도 최강을 붙잡지 못하는 쪽으로 힘을 쓰고 있었다. 오늘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일은 당연하지만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최강을 품기 위한 선진국은 가까운 중국과 일본으로 시작해서 유럽의 강국들도 여러 번의 시도가 있었고 근래에 일본 정부와 중국 정부의 지도자들이 청와대로 만남을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우범하의 요청으로 다 무산으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때문에 오늘 최강의 사무실에 찾은 우범하의 목적은 간단했다. 미국이 최강에게 괜한 바람을 넣지 못하도록 사전에 작업을 치는 일과 동시에 최강의 의중을 슬쩍 떠보려는 생각이었다.
“항상 목소리만 듣다가 마주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최강의 말에 어색하게 웃어 보인 우범하가 최말숙이 준비한 커피잔을 내려놓자 급히 인사했다.
“아… 감사합니다. 말숙 양.”
“맛있게 드세요.”
최말숙이 우범하의 말에 조심히 인사하고 자리를 비켜 주자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근래에 이사도 하셨는데 불편하신 건 없으신가 해서 말입니다. 허허….”
우범하가 최강의 질문에 답하고는 더운 숨을 내뱉었다. 냉방 중인 사무실이 유독 덥게 느껴졌다.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것을 느낀 우범하가 생각했다.
‘원래 이렇게 대하기 힘들었던가?’
분명히 예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악의가 있든 없든 작은 실수 하나가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었다.
‘어지간한 국가의 지도자들을 대할 때도 이렇지 않았다만….’
나름 정치판에서만큼은 백전노장이라고 자신하는 우범하도 이런 경험은 오랜만이었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다행히 불편한 건 없습니다. 부탁했던 대로 편의도 많이 봐주시기도 하고… 근데 진짜 안부 때문에 들리셨습니까?”
최강의 답을 들은 우범하가 최강의 말을 머릿속에서 녹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의중을 읽는 능력. 그것이 바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본심을 뒤로 빼기 마련이다. 답의 앞부분은 일단 만족한다로 그대로 해석하면 되겠지. 하지만 뒷부분은….’
깊게 생각하던 우범하의 눈이 빛났다.
‘무언가 듣고 싶은 답이 있는 건가?’
우범하도 근래에 최강의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 국민들의 민심이 딱히 고깝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 부동산 단지에 대한 통행을 일방적으로 막아 버린 건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민원도 제법 거센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당연한 말이지만 우범하는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고작 그 정도의 비난을 감수하는 정도로 최강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하고도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우범하는 최강이 원한다면 지금 선에서 더 줄 수도 있었다. 아니 그러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래야 최강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과 조금이라도 멀어질 것이었으니 말이다.
“혹시라도 더 원하시는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십시오. 제가 가능한 일이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테니.”
조심스럽게 입을 연 우범하가 최강의 안색을 살폈다. 이 답이 맞나 확인하기 위한 탐색이었다. 하지만.
‘이게 아닌가…?’
알 듯 말 듯 졸린 눈으로 늘어져라 하품하는 최강의 얼굴에서 우범하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갈팡질팡할 때였다. 최강의 진지해진 입이 열렸다.
“혹시 뭐 부탁할 거 있으십니까?”
“예?”
“아니요. 부탁할 거 있으면 말씀하시라고요. 저 말 길게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당황한 우범하가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 자연스럽게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뭐지?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하지만….’
쉽게 본심을 드러냈다가 최강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그건 정말로 수습할 수가 없었다. 상황을 분석하던 우범하가 결국 입에 밀어 넣은 커피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자 잔을 내려놓았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생각하기를 포기한 우범하가 말했다.
“사실 이번에 미국에서 파견된 제이스 씨가 최강 님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범하의 눈에 1초 남짓 생각하던 최강이 입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요? 그 녀석은 어딨는데요? 함께 온 건 아닌 거 같은데….”
주변에 제이스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의아한 얼굴의 최강을 보며 우범하가 말했다.
“제이스 씨는 공항 인근의 호텔에 계십니다.”
“호텔? 왜요? 방금 저를 만나고 싶다면서요?”
우범하가 사실대로 말했다. 그간 타 선진국들의 접촉을 차단해 왔던 것을 시작으로 이번 일까지 전부 다 말이다.
최강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우범하가 잔뜩 긴장하고 있자 잠시 후 최강이 말했다.
“그래요? 괜한 짓을 하셨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최강이 말했다.
“됐고 다음부터는 그런 거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한국을 떠날 마음은 없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최강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럼 오랜만에 만나러 가 볼까?”
***
제이스는 지금 몹시 당황하고 있었다. 내일이나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던 최강이 갑자기 자신의 숙소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최강의 방문에 황급히 이야기를 나누던 제이스가 최강을 바라보며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나도 나름 한 가닥 한다고 자부하는데….’
여전히 최강에게서는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고 있었다. 처음 봤던 느낌 그대로였다. 하지만 제이스는 지금은 알고 있었다. 최강이 평범해 보이는 것은 그의 강함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상당한 갭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새삼스럽게 최강의 대단함을 제이스가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미안한데 난 얼마를 주든 한국을 떠날 마음은 없다.”
“뭐…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이스가 계약서를 들여다보던 최강의 답을 듣고는 태연하게 답했다. 근래에 대량의 부동산을 매입한 최강이라면 이러한 답을 할 경우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좀 의외군.’
그야말로 계약서에 적힌 금액은 엄청난 금액이었다. 미국의 1년 예산에 달하는 4000조의 채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계약금과 동시에 매년 500조의 연봉은 물론 업무에 따른 인센티브까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미국이기에 가능한 배팅인 것이었다.
다시 봐도 믿기 힘든 금액이 적힌 계약서를 제이스가 가방에 넣으며 동시에 새로운 계약서를 책상 위에 밀었다.
“이건 또 뭐냐?”
“솔직히 알고서 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제이스는 알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최강이 근래에는 금전적인 부분의 욕구도 어느 정도 생겼음을 말이다.
“답을 해 드리자면 다른 형식의 계약서입니다. mr. 최가 한국에 거주하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계약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최강이 계약서를 읽기 시작했다. 스테이플러로 묶인 8장의 A4 용지에는 같은 문항의 영어 계약서와 한글로 표기된 한글 계약서가 공존했다.
계약서를 쭉 읽어 본 최강이 제이스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이건가? 100조 원의 연봉과 건당 100조 원의 추가 보너스 지급.”
“대충 그렇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계약하실 겁니까?”
“그래. 뭐 딱히 손해 볼 건 없네.”
제이스가 말했다.
“숙지하셔야 할 부분이 있었을 겁니다. 제대로 확인하셨습니까?”
제이스가 슬쩍 계약서를 바라봤다.
‘미국의 요청을 받았을 경우 최강은 그 요청과 내용이 인류 보편적인 정서상 합당한 요구라면 위의 계약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연 1회는 의무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
계약금을 돌려달라거나 최강에게 무리한 요구는 할 수 없지만 미국의 필요에 의해 적어도 연 1회. 최소한 한번은 아무리 최강이 거부한다고 해도 반드시 도와줘야 한다는 사항.
미국은 사실상 이것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그거라면 읽어 봤으니까 걱정 말고. 근데 내가 만약에 돈만 받고 그 1회 의무라는 걸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데?”
미국이 불시에 경고 없이 핵미사일이라도 쏜다면 모를까 최강이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미국이 어쩔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이스가 가방에서 깃털 모양의 펜촉과 함께 잉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렸다. 두 가지 물건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아이템인가?”
“그렇습니다. 계약에 강제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템입니다.”
“어떤 강제성?”
제이스가 말했다.
“이 펜으로 체결된 계약을 위반할 시 그 값어치만큼 마나를 지불해야 합니다. 자 사인하시죠.”
최강이 펜의 능력을 듣고는 쥐고 있던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지불해? 얼마나?”
“음… 제가 듣기로는 계약을 위반했던 한 고위 랭커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 계약이 어느 정도의 값어치인 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강이 지금 맺은 계약보다는 금액이 적었을 것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을 꺼낸 최강이 주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꼼수가 있을 것을 감안해서 조심할 생각이었다.
“사람을 좀 불러도 되지?”
역시 계약은 꼼꼼하게 해야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