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프락시온을 탈퇴했던 아멜리아 일행이 접한 소식은 미국의 균열과 관련된 소식은 아니었다.
그들이 접한 소식은 마찬가지로 균열이었지만 중국에서 일어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중국의 작은 시에서 잠시간 모습을 드러냈던 거대한 균열. 하지만 그 균열은 발생하고 얼마 뒤 의문의 폭발과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아멜리아 일행이 목격했던 뉴스는 바로 그 점을 담은 뉴스였다.
거대한 균열이 남기고 간 폭발은 도시를 초토화시켜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그 즉시 균열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보면 단순히 폭발과 함께 균열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멜리아 일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유 없이 갑자기 폭발하고 사라지는 균열?
그런 게 존재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멜리아를 비롯한 프락시온의 전 멤버들은 확신했다.
아마도 그 폭발은 균열을 타고 넘어온 일부에 불과하지 ‘폭발’만 넘어온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분명히 다른 것이 넘어왔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가령.
‘안토니라는 그 남자와 비슷한 수준의 존재라거나…….’
때문에 표정이 심각해진 세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않고 절로 생각에 잠겼다.
균열은 프랑에서 나타났던 것보다 거대했다고 한다. 폭발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안토니 수준의 존재가 이곳으로 넘어왔을 확률이 다분한 것이었다.
뉴스가 끝나고 직후 방 안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났을지 모르는 침묵을 깬 것은 아멜리아였다.
방금 전까지 크리스에게 가는 것을 기피하게 만들던 선택지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나 방금 전에 했던 말, 철회할까 생각하는데?”
방금 전에 했던, 크리스에게 가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던 말 말이다.
“크리스에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건가?”
“아까 그 뉴스 때문인가?”
케인과 클락의 반응에 아멜리아가 말했다.
“뭐 그렇지.”
방금 전 기사는 작은 도시를 통째로 날려 버릴 만큼 강력한 폭발이었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에서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끽해 봐야 산사태로 인해 십수 명이 경미한 부상을 당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당국인 중국도 지방방송에서나 사실을 다루고 있었지 다른 채널에서는 이 사건을 그렇게 규모 있게 다루지도 않고 있었다. 아마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크리스나 타국에 위치하는 녀석들의 귀에 들어가는 것은 없을 것이었다.
즉, 아멜리아 일행이 독점한 정보라는 뜻.
한마디로 그란디아에서 강력한 존재가 넘어왔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크리스에게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은 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아멜리아의 긍정에 생각하던 케인이 말했다.
“그럼 방금 전 균열과 관련된 놈을 찾아보는 건 어떻게 하지?”
“방금 전에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괜찮은 방법이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것도 있고.”
“…….”
자신들은 크리스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반면에 방금 전 그란디아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존재의 성격은 모른다. 심지어 몬스터인지 사람인지조차도 모른다. 몬스터라면 당연히 인간인 자신들을 적대시할 것이고 그란디아인이라고 하더라도 협조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인 자신들을 달갑게 대해 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크리스의 성격상, 빈손으로 찾아갈 경우에 원칙대로 자신들을 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앞에서는 크리스에게 가는 것보다 그란디아의 존재에 의지할 것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들은 빈손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이 같은 현 상황은 굳이 아멜리아가 말하지 않아도 두 사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그러게나 말이야. 설마 내 발로 걸어가서 만나는 일이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크리스에게 가는 것으로 정해진 것이었다.
***
두 사람의 예상대로 균열을 타고 넘어온 것은 폭발 이외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말타이스의 신기를 노리고 듀크와 안토니의 행방을 추격하던 울티노와 세 명의 종자들이었다.
울티노와 세 명의 종자는 폭발이 있었던 중국 인근 마을의 상가에 있었다.
과일 가게 앞에 진열된 사과 하나를 서슴없이 집어 들어 한입 베어 문 울티노가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마스터, 어떻게 할까요?”
여종자 벨에게 멱살 들려 발을 공중에 동동 구르고 있는 과일 가게 주인을 보았다. 과일 가게 주인이 지금 벨에게 멱살이 잡혀 있는 것은 오랜 여행으로 행색이 초라해진 울티노가 과일 가게 앞에서 서성이자 주인이 성을 냈기 때문이었다.
“마음대로 해.”
“알겠습니다.”
울티노가 가벼운 답변과 함께 집어 든 사과를 우물거리면서 생각할 때였다. 잠시 후 ‘커억’ 하는 단발성의 비명과 함께 여기저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도 머리를 잃어버린 과일 가게 주인의 시체가 바닥을 붉게 적셨기 때문일 것이다.
얼굴에 붉은 피가 몇 방울 튄 섬뜩한 모습의 벨이 울티노의 뒤편에 호위하듯 섰을 때였다. 잠시 후 정보를 수집하라고 시켰던 두 명의 종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 알아봤어?”
울티노의 말에 종자 크롬이 말했다.
“안토니와 듀크의 것으로 추정되는 정보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말해 봐.”
“지금으로부터 3개월 전쯤입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저희가 이곳으로 넘어왔을 때 보았던 그 ‘균열’이라는 것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울티노가 자신이 폭발시켰던 차원을 떠올렸는지 말했다.
“그래서?”
“그 균열은 보름 정도 지속되다가 ‘최강’이라는 남자에 의해 정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처음 먹어 보는 맛이군.”
울티노가 토마토 하나를 집어 들어 베어 문 소감을 남기고는 말했다.
“3개월 전쯤이면, 듀크 그 녀석인가?”
“그렇습니다.”
“그럼 일단 최강이라는 그자가 신기는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겠고…… 안토니 그 녀석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왜?”
울티노의 물음에 종자 크롬이 답했다.
“약 2개월 전 마찬가지로 또 한 번의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그래, 안토니겠지. 그런데 모른다고 답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테지?”
크롬이 고개를 숙이며 절도 있게 말했다.
“안토니로 추정되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돌연히 모습을 감추었다고 합니다. 균열은 여전히 사라졌지만 안토니의 생사는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울티노가 토마토가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 물러나 있는 여종자 벨에게 하나를 휙 던지더니 받아 드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안토니 그 녀석도 최강이라는 녀석에게 죽은 건 아니고?”
“……정보가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아니지. 안토니가 조용히 숨어 버렸다면 그게 네 잘못은 아니니까.”
종자 크롬의 이야기가 끝나자 토마토를 뒤편에 서 있는 녀석들에게도 하나씩 던져서 넘긴 울티노가 생각했다.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적어도 듀크는 이곳에서 살해당했다는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라는 듯한 얼굴로 생각하던 울티노가 마침내 과일 가게에서 시선을 떼고 하품을 늘어져라 한 뒤 말했다.
“근데 이놈들은 뭐지?”
“아마도 자경단……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울티노가 우르르 몰려와 험악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쏘아보는 중국의 무인들을 보다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흥미롭군. 최강이라는 녀석.”
처음 이곳으로 넘어온 안토니가 그랬듯 저급한 마나와 낮은 수준의 무인들을 울티노는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저급한 환경에서 듀크를 처리한 존재가 있단다. 도대체 얼마나 재능이 넘치면 그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울티노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벨. 토도.”
“예, 마스터.”
두 사람의 즉각적인 답변을 듣고는 울티노가 말했다.
“쓸어버려.”
울티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사람이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자 서 있던 중국 무인 수십 명이 일제히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나름 이 마을의 가장 강한 사람들만 모였음에도 반응조차 못 하고 단 일검이었다. 양쪽으로 포위하고 있던 무인들이 일제히 시체가 되어 바닥을 구른 것이다.
그나마 믿고 있던 무인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정리되자 그제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별 감흥 없이 무심하게 지켜보던 울티노가 말했다.
“크롬.”
“예, 마스터.”
“그래서 그 최강이라는 놈은 어딨지?”
당연히 자신의 유능한 종자라면 시키지 않아도 알아 왔을 것이다. 크롬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곳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
크리스는 한평생을 형제처럼 지냈던 듀크와 최근에는 원수처럼 지냈지만, 그럼에도 막상 듀크의 죽음을 듣고 시간이 지나자 속이 시원하다기보다는 그 사실에 씁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말대로 사이가 틀어졌긴 했지만 한때는 가족. 정말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은 듀크가 그란디아 대륙으로 사라졌던 그동안에도 그대로였다. 물론 듀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씁쓸함을 느끼는 크리스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르키오였다.
“그래, 나 역시도 유감이긴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 아닌가? 이만 털어 버려라.”
어쩔 수 없는 일.
그래,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프락시온이라는 단체 자체가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그란디아에서 넘어온 몬스터들이 더 이상 인류에 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만든 단체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크리스는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도 막아서야만 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크리스가 파르키오의 말에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다행히 아직 옆에 한 명은 자신의 형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까지…….”
말을 하던 크리스의 입이 닫히더니 동시에 표정이 굳어졌다.
“파르키오.”
“그래, 알고 있어. 시기가 참 애매하군.”
파르키오는 크리스가 오늘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할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한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불청객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크리스가 초인종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관문을 연 크리스가 눈에 보이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날카로운 마나를 일으켰다.
“무슨 배짱으로 여기를 찾아온 거지?”
불청객이 아멜리아 일행이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반자. 크리스는 이들 역시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형제나 다름없던 듀크도 했는데 이들조차 못 할 이유는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건 이들 역시 모를 리 없을 터.
크리스의 진지한 모습에 상당히 긴장할 법도 하건만 아멜리아가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크리스. 우리를 다시 받아 줄 수 없겠어?”
“못 보던 새 많이 변했군. 원래 이런 농담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 않나?”
“농담 아닌데?”
아멜리아의 웃는 얼굴을 본 크리스가 마나를 끌어 올렸을 때였다. 뒤에 있던 클락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급히 입을 열었다.
“정보가 있다. 그것과 거래하는 건 어때?”
“…….”
크리스가 멈칫하는 듯 주저하자 클락이 이어서 말했다.
“구태여 우리를 프락시온에 받아 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다만, 조용히 살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해.”
“조용히…….”
생각하던 크리스가 뒤편의 파르키오와 눈을 맞췄다. 잠시 후 파르키오의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본 크리스가 말했다.
“정보라는 것을 들어 보고 결정하지.”
클락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이 정보를 듣는다면 크리스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클락이 말했다.
“잘 들어라, 크리스. 균열에 대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