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크리스와 프락시온이 만날 때였다.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고 밖으로 나온 최강은 당혹스러움을 느껴야 했다.
‘뭐지……?’
걸음을 멈춰 선 채로 북쪽을 응시하던 최강을 이상하게 여겼는지 나미사가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최강이 말했다.
“그 미안한데, 몬스터는 너 혼자서 정리해 줘야겠다.”
나미사가 잠시간 생각하는 듯하다가 답했다.
“알았어요.”
그렇게 대단한 몬스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미사의 모습이 곧이어 사라지자 최강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냥 다짜고짜 달린 최강이 30분쯤 전력으로 달려서 도착한 곳은 일전에 북한의 아라크네의 영지가 소환되었던 장소였다.
요즘은 최지우의 훈련장으로 사용되는 이곳에 최강이 서서 잠시간 기다릴 때였다.
‘역시 노리는 건 나인가?’
최강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방향을 틀어 직선으로 쫓아오던 기척이 마침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 로마제국의 왕족처럼 휘황찬란한 복장을 한 남자. 울티노의 모습을 최강이 눈에 담았을 때였다. 울티노가 말했다.
“도망가는 건 포기한 건가?”
최강이 자신을 내려 보는 듯한 울티노의 눈빛에 한숨을 푹 쉬었다. 저런 눈빛을 보이던 녀석들은 하나같이 최강을 귀찮게 해 왔기 때문이다.
“딱히 도망친 건 아닌데…….”
“도망친 것이 아니라면 칭찬해 주겠다만, 한숨은 왜 쉬었지?”
울티노가 한숨의 의미에 대해서 물었다.
“귀찮을 것 같아서.”
울티노가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꽤나 배짱이 좋은 녀석이군. 듀크 녀석을 벤 놈다워.”
듀크라는 낯익은 이름에 최강이 반응했다.
“왜, 그 녀석 복수라도 하게?”
풋.
울티노의 웃음에 최강이 말했다.
“왜 웃냐?”
“알 것 없다. 그보다, 그 녀석이 가지고 있던 신기는 역시 그곳에 있나?”
울티노는 한국의 국경에 들어서자마자 최강의 위치를 바로 알 수 있었다. 단순히 허접한 마나들 사이에 나름 숨긴다고 숨겼지만 군계일학의 마나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울티노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신기 역시, 볼카스의 병기들처럼 불의 향기라는 것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알지는 못하지만 일정 거리 내로 접근하면 병기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최강의 기운과 말타이스의 신기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달랐던 것이다. 찰나였지만 고민하던 울티노의 결정은 간단했다. 자신의 종자들에게 말타이스의 신기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가게 하고 자신은 가장 강한 기운을 확인하러 왔다.
듀크가 사용하던 검을 떠올린 최강이 말했다.
“뭐야, 보물을 노리던 날강도였냐?”
울티노의 눈썹이 살짝 굽이쳤다.
“날강도?”
최강이 울티노의 말을 무시하고 달렸다. 최강이 도망가려는 줄로 착각한 울티노가 재빨리 최강에게 거리를 좁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재빨리 마나를 일으킨 공격치고는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다. 그 최강조차도 주먹을 막아 낸 대가로 수십 미터는 밀려나야 했기 때문이다.
최강이 울티노의 주먹을 잡고 있는 아귀에 힘을 꽈득 주는 것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이번엔 조금 전과 반대의 상황이 보였다. 울티노의 관자놀이를 노렸던 최강의 발차기를 막아 낸 울티노가 주르륵 밀려났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최강이 등 뒤에 디멘션 게이트를 열며 말했다.
“네놈이 찾는 검을 가지고 올 테니까.”
***
최강이 디멘션 게이트를 연 곳은 최강의 집이었다. 최강이 안방에 모습을 드러내자 거실에 있던 사람들이 기척을 느낀 것인지 깜짝 놀라서 확인하듯 문을 열었다.
“외출하신 거 아니었어요?”
“외출? 했었지. 아마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럼 어째서 오신 건지…….”
최강이 청화수가 아닌 말타이스의 검을 집어 들고는 말했다.
“그런 게 있어.”
최강이 디멘션 게이트를 다시 열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성큼 걸어가려고 할 때였다. 최강이 멈칫 멈춰 섰다. 이곳으로 접근하는 기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과 마찬가지로 기운을 느낀 건지 최지우가 말했다.
“여긴 저에게 맡기시죠.”
최지우를 보던 최강이 디멘션 게이트로 시선을 향하며 말했다.
“뭐…… 마음 내키면 그러든가. 근데 대신에, 봐주지 마.”
***
울티노는 지금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최강이 게이트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멘션 게이트를 최강이 처음 열었을 때, 울티노는 전력을 다했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라고 답할 수 있었지만 분명히 힘 조절을 해서 주먹을 휘둘렀다거나 하지는 않았음을 맹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쉽게 주먹을 잡아냈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에게 발길질까지…….
울티노가 얼굴을 구겼다. 대미지는 하나도 없었지만 굴욕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변방의 하찮은 곳에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밀려나다니. 상상도 못 해 본 일이었던 것이다.
사라진 최강을 기다리던 울티노가, 역시나 놈이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자 두 번째 게이트를 열었을 때 밀려났던 정신적인 충격에 대응이 느려졌던 자신을 탓하며 다시 한국으로 이동하려 할 때였다.
“어디 가냐?”
울티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고 화들짝 놀란 울티노가 황급히 거리를 벌려 뒤돌아섰다.
대략 봐도 50미터는 되어 보였다.
울티노가 최강과 자신의 거리를 확인하고는 인상 썼다. 자신을 등 뒤에서 공격할 마음 따위는 없다는 듯 여전히 검조차 빼지 않은 최강의 모습을 보자니 괜히 과민 반응을 보였음을 자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울티노가 얼굴을 구긴 것은 잠시였다. 최강의 손에 들린 검의 존재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저것이 바로…….’
말타이스의 신기.
그토록 바라고 있는 아이템이었다. 저것만 얻으면 대륙의 최강이 되는 초석을 닦을 수 있는 것이었다. 구터에게는 말타이스가 뒤진다지만 5신기를 모았을 때 그 시너지라면 대륙 최강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공격적으로 변하는 울티노의 눈을 본 최강이 픽 웃었다.
“좋아 죽네.”
“얌전히 내놓는다면 목숨은 살려 주마.”
살벌한 눈빛으로 검을 뽑는 녀석을 보며 최강이 답했다.
“나도 지금 얌전히 내놓으면 살려는 드릴게.”
울티노가 맛있는 과일을 바라보듯 입맛을 다시고 난 다음이었다. 최강의 시선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거리는 좁히는 울티노가 보였다.
캉.
두 자루의 칼이 맞물리는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씨익.
자신의 검이 말타이스의 검에 의해 이가 상하는 모습을 보았음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로 울티노가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이 검은 일회용. 최강을 쓰러트리면 저 검이 자신의 것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캉캉캉.
그야말로 맹공이었다. 일순간에 수십 번의 격돌이 1분여간 이어졌다. 하지만.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공격을 퍼붓던 울티노와 최강의 균열은 의외로 쉽게 무너졌다.
촤악.
울티노가 어깨를 베이며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검격의 위력에 주춤거리며 물러난 울티노를 향해 최강이 말했다.
“뭐, 대단한 거라도 있나 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게 다냐?”
“…….”
크크큭.
최강의 물음에 답은 하지 않고 웃던 울티노가 웃어 보였을 때였다.
“잘 봐라. 이게 말타이스의 갑옷의 힘이다.”
최강이 울티노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였다. 최강의 눈에 ‘의외’라는 듯한 감정이 피어났다.
‘제법 깊게 베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울티노의 어깨부터 가슴께까지 베었던 상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기 드문 또라인가 했더니, 믿는 구석이 있었다는 거냐?”
꽤나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헤실헤실 쪼개길래 무슨 꿍꿍이속인가 했더니, 고속 재생이라니. 제법 껄끄러운 능력이긴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울티노가 말과 함께 최강을 향해 재차 달려들었다. 최강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에 응수했다.
아까와 마찬가지의 팽팽한 공방이 일어났지만 이번엔 의외로 빨리 상황이 진행됐다. 탐색전이 생략된 이유였다. 10여 초 만에 울티노의 이곳저곳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전황은 최강의 쪽으로 기울고 있었지만, 이상했다.
인상을 찌푸린 것은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방금…….’
자신의 공격에 베였음에도 거리를 좁히는 울티노를 목격하고 최강이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콰앙.
최강이 있던 땅이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어떠냐! 이것이 바로 말타이스의 갑옷의 또 다른 능력이다. 회복한 만큼 더욱더 단단해지는 것이지.”
최강이 울티노의 전신 여기저기에 나 있는 옅은 상처들을 보고 피식 입꼬리를 올렸다.
“재밌네. 그래서 다른 건 없냐? 예를 들어 그 투구는 뭔데?”
최강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말타이스의 신기의 소유자 중 한 명이다. 검을 들고 있어서 울티노의 투구와 갑옷이 처음부터 신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울티노가 말했다.
“허세를 부리는 거냐?”
당연한 반응이었다. 몰아붙이는 것은 자신이었다. 방금 전 최강의 공격만 해도 거의 긁힌 수준이었다. 즉, 이미 어지간한 공격이 아니라면 공격을 무시해 버릴 만큼 방어력이 상승한 것이었다.
최강이 울티노의 말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뭐 답하기 싫으면 말고. 근데.”
파앙…….
울티노가 최강의 검 끝에서 피어나는 순도 높은 마나의 기류를 감지했는지 놀란 눈을 지어 보였다. 아니, 애초에 모를 수가 없었다.
마나를 집중시키는 것만으로도 수십 미터 떨어진 자신의 머리칼을 세울 만큼 강력한 돌풍이 불어닥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날카로운 예감이 말하고 있었다. 위험하다고 말이다.
“감추고 있는 게 있다면 지금 꺼내는 게 좋을 거다?”
최강의 검이 들리는 것이 보였다. 최강의 검에 보이는 강력한 기운에 울티노가 생각했다.
‘어디까지 오르는 거지?’
지금의 위력만 해도 이미 상당했다. 어지간한 국가의 최고위 기사도 무사하지 못할 만큼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럼에도 위력이 계속 오르는 데 있었다.
‘신기의 능력인가?’
생각하던 울티노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저런 능력이 존재했다면 듀크라는 녀석이 페르간의 안토니보다 저평가받았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강에게 패배했을 리 없었다. 한마디로 저건.
울티노가 최강 스스로의 능력임을 깨닫고 입술을 콰득 깨물었다.
생각하는 찰나에 최강의 검이.
내리쳐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