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최강이 다쳤던 다리를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거였다. 최강이 입고 있는 저지, 아니 정확히는 저지 모양의 갑옷 덕분이었다.
그때 크리스 일행에게 맞춤 제작 받았던 이 갑옷은 ‘절대치유’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절대치유라 함은 하루 1회 한정으로 모든 부정적인 효과를 제거하고 신체를 회복하는 능력이었다. 발동 조건은 일정량 이상의 출혈이 일어나고 1분 후 자연 발동.
즉, 자세하게 이야기하자면 절대치유라는 능력은 솔직히 그리 고위 마법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당장에 말타이스의 갑옷을 입고 있는 울티노의 경우에는 횟수 제한 없이 회복이 무한대였으며 회복하면 방어력의 상승까지 불러오는 능력만 봐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서만큼은 최고의 능력이었다. 회복이 이루어지는 장면을 지켜본 울티노의 입장에서는 마치 자신의 능력을 따라 했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아마도 울티노는.
‘조바심을 느꼈겠지.’
최강의 생각대로 조바심을 느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었다. 회복되는 모습만 본다면 울티노의 능력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대로 울티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면 이상함을 느끼고 의심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강은 울티노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바로 ‘발격’이라는 화제로 넘어간 이유이기도 했다.
발격(發格).
최강의 기준에서 본다면 그렇게 대단한 기술은 아니었다. 고려 시대로 따지면 종9품 대정 이상의 군관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쓸모가 없는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기본이라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필수라는 의미였으니까.
이번 전투에서 보듯 발격의 위력은 사용하기에 따라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의 기술이었다. 예를 들면, 발격이라는 기술은 이런 것이었다.
단 한 번의 베는 움직임으로 전투가 종료된다면 발격은 솔직히 쓸모가 없다. 하지만 발격은 무의 정수가 담긴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든 움직임에는 그 ‘결’과 그 ‘뜻’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막연히 베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동작을 예비한다는 의미가 자연스레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고 발격은 이런 기술에 특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즉, 전투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상완(上腕)에 많은 기운을 미리 비축해 놓을 수 있고 그것을 노렸던 타이밍에 준비 동작 없이 불시에 내뿜을 수 있는 것이다.
최강은 당연히 울티노가 발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울티노와 자신의 대결은 잔시간을 빼고 실전투 시간만 3분을 넘겼다.
그사이 주고받았던 공방의 수를 포함한다면 천여 번은 거뜬할 텐데 그 시간이 고스란히 참격의 위력과 비례함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울티노의 시체를 향해 걸어간 최강이 허무하게 갈라진 2개의 장비를 보다가 한숨 쉬었다.
“대륙 최고의 신기들 아니었냐고…….”
직격한 투구라면 몰라도 갑옷까지 갈라질 줄은 솔직히 몰랐던 최강이었기에 고민했다. 네 조각 난 조각 중에 투구 조각 하나를 집어 들어 살펴보던 최강이 말했다.
“이거 깨끗이 빨아서 쓰면 재활용도 되려나?”
***
울티노의 세 명의 종자 벨, 토도, 크롬은 말타이스의 신기를 회수하는 쪽의 명령을 받고 이동했고, 예정대로 최강의 집이 위치한 인근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문제가 있었다. 이 세 명은 말타이스의 신기를 보유하고 있는 자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위치까지는 알지 못하고 주변을 서성이던 세 명이었지만.
채앵.
누군가의 기습이 있었다. 반사적으로 공격에 대응했지만 직접적인 공격의 타깃이 된 토도와 크롬은 주변의 건물에 꼬라박히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 중 그나마 신속하게 공격에 반응해 피한 벨이 주변 건물 옥상 난간에 내려서며 말했다.
“일단 스스로 찾아온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냐. 토도, 크롬.”
바스륵…… 바스르륵.
건물의 잔해 속에서 일어난 두 사람이 먼지를 털며 멀쩡한 모습으로 나왔다. 토도가 기습을 한 최지우와 뒤늦게 지금 막 모습을 드러내는 세 명의 여자를 확인하고 답했다.
“일단 방금 전 기습을 한 놈은 상당히 강하다. 대륙에서도 먹힐 수준이야.”
토도의 평가는 완벽했다. 자신들은 종자라고는 하더라도 페르간의 솔레스나 발티온의 칼페온처럼 개인 각각이 어지간한 각국 근위 기사단의 수준에 근접한 자들이다.
그런데 방금 전, 기습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자신들은 방어했음에도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방어는 고사하고 기척에 민감한 벨이 아니었다면 반응하지 못하고 당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벨의 반문에 토도가 아닌 크롬이 답했다.
“벨, 네가 잔챙이를 빠르게 정리하고 합류해라. 저 남자는 우리 둘이 상대하지.”
벨이 주소희를 비롯한 류세란과 최말숙을 보고는 말했다. 저 남자만 유독 군계일학이었지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세 명의 여자는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두 명이라면 남자의 수준을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잠시간 버티는 것 정도는 충분하리라고 판단했는지 벨이 조용히 주소희 일행을 노려보자 비장한 눈빛이 보였다.
‘걱정할 건 없겠군.’
벨이 자신들의 대화를 들은 탓인지 전투의 의지를 보이는 주소희 일행과 함께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 할 때였다. 토도가 말했다.
“한 녀석은 살려 둬. 검의 위치를 아는 녀석은 필요하니까.”
“그래.”
***
주소희가 자신들의 앞에서 따라오라는 듯 적당한 속도로 멀어져 가는 벨을 쫓아가며 말했다.
“세란 씨, 자신 있어요?”
“뭐가요?”
류세란의 말에 주소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뭐긴 뭐예요. 저 여자 이길 자신 있냐고요.”
주소희가 보기에 저 여자는 확실히 자신들보다 강했다. 굳이 대충 놓고 보자면 프락시온인 크리스보다 강하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내공의 색부터가 이미 처음 보는 색이었다. 류세란이 말했다.
“아니요. 자신 없는데요?”
주소희가 말했다.
“그럼 어쩌자고 따라가요?”
“소희 씨가 따라가니까 가는데요?”
사실 이곳까지 오면서 세 사람은 적이 세 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지우가 말해 준 이유였다. 그리고 최지우도 집에서 기다리면 모를까, 따라오게 되면 무조건적으로 적을 상대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도 있었다. 하지만.
주소희는 서슴없이 최지우를 따라나섰다. 주소희야 자신의 내공이 불어 가면서 더욱 강화된 천주갑의 능력을 믿었기에 배짱부린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한 이야기로 류세란은 아니었다.
“아니, 정말로 별생각 없어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말숙이도 있고.”
류세란이 말하면서 가장 선두에서 쫓아가는 최말숙을 바라봤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 사람 중에 가장 센 것은 최말숙이다. 마나의 양도 그렇고, 최강의 편애를 가득 받았기 때문이다.
“세란 씨가 왜 말숙이를 마음대로 믿어요. 말숙이는…….”
말을 하던 주소희가 멈추었다. 선두에서 달리던 최말숙이 멈춰 섰기 때문이다. 쫓아가던 벨이 멈춰 선 이유였다.
쿠구구궁.
때마침 들려오는 소음에 주소희가 지나온 길을 뒤돌아봤다. 저 멀리 번개라도 치는 것처럼 잿빛 마나가 번쩍이는 모습이 보였다. 최지우 쪽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았다.
‘얼마나 걸리려나…….’
사실 주소희와 류세란이 서슴없이 상대를 따라나선 이유는 하나 더 있긴 있다. 집을 나설 때 미리 세워 둔 플랜 때문이었다.
만약 지금같이 적을 상대하게 되면 최지우가 빠르게 상대를 정리하고 도우러 오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주소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잘 따라와요. 농담처럼 말했지만 지켜 주면서 싸울 상대는 아니잖아요.”
일반적으로 강한 상대를 토벌할 때는 역할군이 나누어진다. 전방에서 상대의 공격을 받아 내며 시선을 끄는 역할. 그리고 그 틈을 이용해 공격하는 역할. 또 마지막으로 그런 메인 공격을 보조하는 사람이 3인 1조로 행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노린 것은 어떻게 보면 나름 그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금 모여 있었다.
류세란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는 실전. 방심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어버릴 만큼 상대는 강력한 것이다.
“자, 그래도 오순도순 이야기하길래 기습은 안 했다만, 끝난 거 맞나?”
“…….”
주소희 일행의 무응답에 벨이 말했다.
“말하기 싫다면 딱히 하지 않아도 좋다. 이 이상 기다려 주지 않겠다고 말하려던 참이었으니.”
여성이지만 여전사다운 면모가 확실한 벨의 목소리를 들은 주소희가 흠칫 놀랐다.
‘어디로…….’
방금 전까지 말을 하던 벨의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른쪽인 것이에요!”
주소희가 최말숙의 목소리를 들음과 동시였다.
카앙.
오른편에 생성된 천주갑의 방패를, 그랜드 소드를 양손으로 내리치는 벨의 모습이 보였다.
‘빨라…….’
최말숙이 말해 줬어도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벨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그리고.
팅팅티리리링.
연달은 맹공에 천주갑에서 불꽃이 튀는 모습이 뒤를 이었다. 정말로 지금 상대가 휘두르는 게 그랜드 소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그랜드 소드를 이용하는 만큼 한 방 한 방 묵직한 일격에 천주갑이 버거워하는 모습을 목격한 주소희가 천주갑이 만들어 준 틈을 향해 비집고 들어갔다. 연달아 공격을 받으면 강화된 천주갑이라도 위험했기 때문이다.
주소희가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일전에 최강에게 받았던 유니크 아이템이었다.
하압.
기합과 함께 주소희가 검을 휘둘렀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뒤쪽에서 ‘캉’ 하는 천주갑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그 여파로 생긴 강력한 돌풍이 불어닥친 것이 그 증거였다. 공격을 피한 벨이 후면으로 돌아간 것일 테다.
주소희가 빠르게 회전하며 그 회전력을 이용해 벨을 향해 횡으로 베려고 할 때였다. 벨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노골적으로 주소희를 비웃은 것이었다. 허접한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치면 귀찮게 구는 방패를 부술 수 있음을 확신한 벨이 아쉽지만 일단 여유롭게 공격을 피하고 공격을 이어 갈 생각이었는지 몸을 뒤로 빼려고 할 때였다. 피하려던 벨의 움직임을 구속하는 것이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을 박살 내고 솟아난 최말숙의 거미줄이었다. 사지를 구속당한 벨이 허리를 뒤로 숙여 검을 피했다. 저 정도 공격이라면 마나를 전력으로 일으켜서 막아 낸다면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겠지만 최지우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마나를 비축해 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소희의 일격을 일단 피해 낸 벨이 반격하려다가 접근하는 류세란을 보고 혀를 차며 물러났다. 다시금 방금 전과 같은 안전거리를 확보한 벨이 생각했다. 잠시간의 공방이었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 정체가 뭐지?’
처음엔 단순히 기분 탓인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번 겪어 보니 착각이 아니었다. 무형기.
마치 몸이 마비독에라도 당한 듯 순간적으로 통제당하는 듯한 이 느낌은 무형기가 확실했다.
‘그중에 가장 강한 무형기를 구사하는 녀석은.’
벨이 최말숙을 바라봤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는 끊어 내지 못했던 방금 전 거미줄도 거미줄이었지만 그때 거미줄을 피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존재했던 무형기는 정황으로 보나 타이밍으로 생각하나 저 소녀가 사용한 게 분명했다.
‘발티온의 소속은 아닌 것 같은데…….’
어째서 세 사람이 무형기를 사용하는 것인지 의문을 느끼던 벨이 말했다. 답을 들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시간이 없는 만큼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나았던 이유였다.
“무형기를 사용하는군. 누구에게 무형기를 배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