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다음 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화제가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세계 경매장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정보였다.
사실상 미국 기업으로 등록된 세계 경매장은 프락시온의 멤버 크리스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기업으로 꽤나 유명한 회사였다. 그리고 동시에 전 세계 자본가들에게는 소유하는 것이 꿈인 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세계 경매장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충분히 입증된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세계 경매장의 지분이 소량이긴 해도 시장으로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대부호들은 이걸 오랫동안 멈춰 있던 세계 경매장의 주가를 녹이기 위한 크리스의 사전 작업이라고 예상했고 거대한 자본이 그로 인해서 이동했다.
-요즘 뭐 하고 있나 다시 조용하더니 갑자기 경매장의 지분 매각 ㄷㄷ하네…….
-경매장 수입이 줄어들었다더니 사실이었나?
-이쯤에서 슬쩍 처분하고 노후 자금 마련하는 걸 수도.
-근데 아무리 요즘 세계 경매장 이용률이 하락세라고는 해도 아직 시장점유율 80%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데 노후 자금은 조금 선 넘었지.
-인정. 그 전에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데 뜬금없이 노후 자금 드립은 뭐임? 애초에 팔고 런할 거였으면 한 번에 풀었겠지 10%?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님.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뭐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세상의 모든 부가 집결되는 경매장에서 독식하던 크리스가 주식을 판매한 이유 역시 최강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주소희와 함께 집을 나온 최강이 향한 곳은 최강이 일전에 살던 자취방이었다.
“훈련하러 가자고 안 했어요?”
“좀 기다려 봐.”
주소희를 아래층에 놔두고 집으로 들어가자 늦은 아침을 먹는 안토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때요?”
요리를 한 당사자인 안젤리카의 질문에 안토니가 말했다.
“맛있군.”
“휴…… 다행이다.”
마치 신혼부부의 모습 같았다. 주변에 침 흘리며 기다리는 아라크네 꼬맹이들만 없었다면 말이다.
“자, 이제 먹어두 돼.”
요리학원을 본격적으로 다니고부터 매일같이 연습 삼아 만든 음식을 먹였기 때문인지 아라크네 녀석들은 꽤나 안젤리카에게 복종하는 듯 보였다.
본격적으로 꼬맹이들이 포크질을 하기 시작하자 맛이 궁금한 최강이 슬쩍 가서 조그마한 미트볼을 콕 찍어서 입에 넣었다.
“오, 제법 맛있네. 우리 말숙이 손맛보다는 못해도.”
“어……? 집주인님…….”
“그래, 오랜만이다.”
최강이 자신을 알아본 안젤리카의 말에 이렇게 답했을 때였다. 안토니가 말했다.
“무슨 볼일이지?”
“그냥 잘 지내나 해서.”
“어제 도와주러 가지 않았다고 압력을 넣는 건가?”
“아니. 무슨 압력씩이나? 사실 궁금한 게 있어서 왔다.”
안토니가 물었다.
“그게 뭐지?”
최강의 이야기를 들은 안토니가 잠시 후 말했다.
“그렇군. 말타이스의 병기를 2개나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그래.”
“만약 그렇다면 그 녀석은 그란디아 대륙에서 온 게 맞을 거다. 문제는 그 녀석이 넘어온 게 자의냐 타의냐 하는 부분인데…….”
안토니가 최강을 바라봤다.
“타의라면 좋겠지만 역시 자의일 확률이 높다.”
“역시 그렇겠지.”
최강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말타이스의 검에 집착하던 울티노의 모습이 사실 신경 쓰였으니 말이다. 우연히 마주쳤다는 것치고는 녀석의 행동이 과하게 노골적이었다.
최강이 걸리는 점은 바로 그 점이었다. 안토니가 듀크의 행방을 찾아 이곳으로 넘어왔듯 녀석도 말타이스의 병기를 탐내며 넘어왔다면 언제 또 무슨 목적을 가지고 이곳으로 넘어올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았다. 그럼 잘 있어라.”
안토니의 의견을 참고한 최강이 이렇게 말하고는 현관으로 다시 향하자 안토니가 말했다.
“이야기는 끝난 건가?”
“그럼 뭘 더?”
최강이 신발을 신고는 나가면서 말했다.
“청첩장이라도 나왔냐?”
“무슨…….”
최강이 정색하며 부정하는 안토니와 수줍어하는 안젤리카를 보고는 현관문을 닫았다.
“내년쯤에나 오려나?”
일이 끝나면 돌아갈 생각이라고 안토니가 말했지만, 최강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점점 들고 있었다.
***
류세란은 아침 일찍 방에서 훈련 중이었다. 사실 어제 주소희의 일로 상당히 충격을 먹은 것이 결정타였다.
무엇보다 셋이 덤볐어도 끄떡없던 벨을 해치운 것은 결국 주소희였으니 말이다.
류세란이 어제의 상황을 떠올렸다. 최말숙이 진정되자 다시 최지우를 찾아다니던 그 순간을 말이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주변을 얼려 버리며 우뚝 솟아난 거대한 꽃봉오리를…….
꽈악…….
류세란이 마나를 주입하고 있던 팔찌 형태의 유니크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유니크 아이템.
그날 최강에게 주소희와 마찬가지로 받은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주소희와 달리 내공의 양이 적기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은 아직도 마나 주입의 단계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아니 그것보다, 노력하지 않았다. 의형기의 수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력으로 하지도 않고 있었던 게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제 겪어 보고 알았다.
주소희와 자신의 차이.
물론 내공의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류세란은 결정적인 차이를 다른 곳에서 찾았다. 바로 유니크 무기의 유무였다.
심지어 보통 유니크 무기도 아니었다. 엿듣기로는 프락시온이 강화한 유니크 무기라고 했다. 필시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소희 씨는 유니크 무기를 사용했어.”
주소희는 어제 자신의 물음에 그렇게 말했었다.
아직 자신은 강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류세란이 다시금 마나의 주입을 시작했다.
이 시간도 최강과 함께 훈련하러 나간 주소희는 계속 강해지고 있으니 방심할 수 없었다. 주소희를 편애하는 듯하여 조금 서운하기도 했지만 최강을 탓하지는 않았다. 일단 마나의 주입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공이 달리는 것을 깨달은 류세란이 가쁜 숨을 내쉬며 마나 주입을 중지했다.
류세란이 확인차 소량의 마나를 주입하자 절반쯤 빛나는 팔찌가 보였다. 50% 남짓 했다는 이야기였다.
“조급해하지 말아야 하는데…….”
보통 석 달은 걸리는 게 기본이라고 그랬었다. 아직 최소 한 달은 더 넘게 해야 끝이 난다는 것이었으니 조급해해 봐야 자신만 손해라는 걸 알면서도 류세란이 절로 나오는 한숨을 뱉었을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에 류세란이 귀를 세우자 최지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수님, 점심 드시죠.”
“아…… 알았어요.”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음을 깨달은 류세란이 방문을 열자 최지우가 보였다. 데리러 온 최지우와 함께 류세란이 부엌으로 향할 때였다.
최지우가 말했다.
“형수님, 주소희 씨가 부러우십니까?”
“네?”
뜨끔한 표정을 순간적으로 그렸다가 애써 태연한 척 류세란이 최지우를 바라보자 최지우가 말했다.
“너무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주소희가 가엽다는 얼굴로 말이다.
***
최강이 주소희와 함께 향한 곳은 가까운 차원 균열의 안쪽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대충 균열의 1층을 정리하고 돌아온 주소희가 최강을 향해 말해 왔다.
“이제 뭐 해요? 오늘도 창술 연습 해요?”
“아니.”
주소희가 최강의 단호한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이렇게 단둘이 나오면 창술 연습을 항상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럼요?”
“오늘은 조금 다르게 하자. 시간 없으니까.”
“시간이 없어요?”
“그래.”
안토니와의 대화로 확실해졌다. 언제까지 개인 지도나 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최강은 알고 있다. 사람은 눈높이 교육보다 맞으면서 배울 때 더 빨리 성장하는 법인 것이다.
“일단 그거 해 봐.”
“아이템 사용하라는 거죠?”
“어.”
주소희가 최강의 말에 아이템을 전개하자 벨과 싸울 때처럼 백은색 중갑 기사의 모습으로 변했다.
최강이 주소희를 향해 손끝을 까딱였다.
“덤벼 봐.”
“네?”
주소희가 당황한 듯 되물었다.
“공격……하라는 말인 거죠?”
“그래, 덤비라고.”
“어떻게요?”
“어떻게는 무슨…… 당연히 전력으로 와.”
최강이 여전히 여유로운 자세로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지만 주소희는 움직이지 않았고, 창을 들고 가만히 서 있는 주소희를 보며 최강이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뭐 하냐? 안 와?”
“최강 씨, 무기는요?”
“내가 무기씩이나 들어서 뭐 하게. 너 죽일 일 있냐?”
가려진 갑옷 위로 주소희가 생각하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도발하듯 최강이 씩 웃었다.
“아니면 무기를 들고 싶게 만들어 보든가. 실력으로.”
최강의 도발이 먹혔는지 고민하던 주소희가 잠시 후 창대를 겨누는 것이 보였다.
“다쳐도 저는 몰라요.”
최강의 눈치를 보던 주소희가 발을 박찼다. 순식간에 튀어 나간 주소희가 최강의 코앞에서 창을 내질렀다. 하지만.
최강이 마찬가지로 빠르게 자세를 바꿔 파고들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주소희의 창끝을 향하던 눈에 최강의 잔상이 흩어지는 게 보였다.
쿠웅.
창을 내지르던 주소희가 그대로 얻어맞고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갑옷을 입고 있는 만큼 전력을 다해 때렸어도 금세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비틀거리며 창대를 부여잡고 일어나는 주소희를 보고 최강이 말했다.
“시선은 창끝이 아니라 상대를 향해야지!”
“알고 있거든요?”
검을 휘두를 때는 알고 있었는데 창을 들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주소희가 다시금 달려들었다. 이번엔 최강의 충고를 잊지 않고 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확실히 이번엔 최강의 움직임이 보였다. 하지만.
가볍게 허리를 틀어 간발의 차이로 피한 최강이 주소희의 복부에 다시금 주먹을 욱여넣었다.
콰드득. 피슝……. 쿠웅.
“우욱…….”
무거운 중갑이 흔들리면서 어지러웠는지 주소희가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그런 주소희에게 말했다.
“공격이 너무 직선적이야.”
구역질을 겨우 이겨 낸 주소희가 다시 일어나서 달려들었다. 그리고.
“속도가 빠르다고 장땡이 아니야. 확실한 상황 아니면 끊어서 해.”
또 얻어맞고 날아갔다. 정말이지 일방적이었다. 창끝에 스칠 법도 한데 옷자락 하나 건들지 못하고, 달려들었다 하면 어김없이 다음에 반격을 당해서 날아가는 그림이 그려졌다.
30분 내내 얻어맞던 주소희가 기어이 속을 게워 냈다.
“우에에엑.”
최강이 매정하게 느껴질 만큼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일어나. 시간 없다.”
헉헉…….
가쁜 숨을 뱉던 주소희가 말했다.
“조금만 쉬었다가 하면 안 돼요?”
“아, 쉬게? 그러지 말고 왜, 이참에 주씨세가로 돌아가서 푹 쉬지?”
“그럴 수 없는 거 알잖아요!”
“왜 그럴 수 없는데? 어제 말숙이었으니까 다행이지, 류세란이 표적이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
주소희의 말이 사라졌다.
주소희도 알고 있다. 어제 만약에 류세란이 가장 먼저 노려졌다면 류세란은 죽었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욕심을 부리는 건 괜찮아. 적어도 주변에 피해는 안 가거든.”
“…….”
“근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엄연히 다른 거잖아?”
최강은 지금 말하고 있었다. 너는 지금 이대로면 존재 자체가 짐이라고.
주소희도 바보가 아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다. 그래서…….
“으아아악!”
주소희가 오기로 고함을 내지르면서 달려들었다. 짐 덩이로 남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류세란도 주소희로 인해 자극을 받았지만 주소희는 더 심했다.
어제 그 상황에서 가장 쓸모가 없었던 건 자신이었다. 동료를 지킨다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니까.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덮어 준 건 류세란이었다.
“패기는 좋은데, 좀 전에 말한 게 아직 안 고쳐졌잖아!”
쿠웅.
최강의 주먹을 얻어맞은 주소희가 날아가서 대자로 뻗는 게 보였다.
“손에서 무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해 주고 싶은데…….”
꿈틀거리며 일어나다가 도로 푹 쓰러지는 주소희를 보며 최강이 말했다.
“기절했나?”
켜 두었던 스톱워치의 시간을 최강이 확인했다.
“32분 13초.”
최강은 특훈이라 부르지만 다른 이들에겐 ‘지옥훈련’이라 불리던 실전형 교육에 주소희가 깨어나 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