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언제부터였을까?
정대욱은 근래에 기분이 쭉 좋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때는 최고의 자리를 두고 다투던 조중일이 자신도 모르는 새 혼자서 훌쩍 성장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 정대욱은 지금 쉽게 말해 배알이 꼴려 있는 상태였다.
“조중일 그놈, 도대체 어디서 얻은 거지?”
정대욱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만큼 조중일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조중일 스스로보다 그를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강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본래라면 언젠가 한판 벌였어야 할 상대가 그였으니, 출생부터 시작해서 나이, 그의 특기는 말할 것도 없고 어디에 점이 나 있는지까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정대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유니크 아이템.
일단 매물이 없는 게 일차적인 문제였지만 설령 매물이 있더라도 정대욱은 단언컨대 조중일이 이것을 살 수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라이벌인 정씨 문중의 재력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씨 문중의 재력까지 정대욱은 꿰뚫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얻었지…….”
정대욱의 표정이 굳었다. 당연했다. 정대욱의 계산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국 정대욱은 조중일의 뒷조사를 시작했다. 유니크 아이템을 조중일이 산 게 아니라면 균열에서 얻었을 확률을 고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 그렇지.”
결과는 뻔했다. 레어 아이템이라면 모를까, 유니크 아이템을 얻을 만한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없었다. 근래에 큰 소동이 일어났던 균열이래 봐야 한국은 고사하고 전 세계적으로 놓고 봐도 베트남에서 있었던 균열이 정대욱의 정보망에 걸리는 유일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프랑스와 중국의 것도 있었지만 프랑스의 경우엔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하고, 중국의 경우엔 발생과 동시에 바로 폭발해 버렸다니 아이템과 관련되었을 확률이 낮다고 본 것이었다.
“잠깐, 베트남?”
생각하던 정대욱의 표정이 무언가 떠오른 듯 굳었다가 서서히 풀렸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최강이 베트남의 균열을 처리했으니 최강이라는 경로로 유니크 아이템이 조중일에게 넘어갔을 확률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대욱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고 최강이 거주하는 곳으로 수하를 대동도 하지 않은 채 신속하게 이동했다.
혹시나 조중일이 그곳에서 얻은 것이라면 자신이라고 못 얻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
최강이 사는 동네는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구역으로 유명하다. 물론, 그것에 대한 불만을 가지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이유야 간단하다. 서울 도심에서 직경 2킬로미터 수준의 거주 지구를 최강이 독점하고 있어 통행이 불가능하니 이만저만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부조리는 용납되고 있었다. 이유는 최강이 가져다주는 이점도 확실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바로 최강의 거주 지구의 통행을 막기 위해 파견된 무인들이 주변의 치안도 겸사겸사 해결해 주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주변 주민들이 이득을 보는 부분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행을 막기 위해 파견된 무인들은 대부분이 주씨세가와 류씨세가의 무인들이었다.
박찬우와 최승우.
예전에 플레임 버팔로 사건 때 최강에게 삥을 뜯기고 살아남은 류씨세가 두 사람도 그중에 있었다.
“그 선배, 거기서 뭐 하십니까?”
“뭐 하긴, 들어가는 사람 있나 감시하잖아.”
후배 최승우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요. 그러니까 그쪽이 아니라 이쪽을 봐야죠.”
이유는 간단했다. 선배인 박찬우가 최강의 동네 바깥이 아니라 안쪽을 들여다보고 서 있었기 때문이다.
최승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큼’ 하는 헛기침과 함께 돌아선 박찬우가 말했다.
“알고 있어.”
못마땅한 표정의 박찬우를 본 최승우가 슬쩍 말했다.
“혹시 그 꼬맹이들 기다리십니까?”
꼬맹이들.
그렇다. 최승우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최강의 동네 안에서는 꼬마들의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니, 오히려 최강의 주변 핵심 인물로 알려진 사람들의 모습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귀엽게 생긴 꼬맹이들만 보였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여기저기 뛰놀던 꼬맹이들이 가끔씩 영역 밖으로 나가려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럴 때 붙잡아서 못 나가게 하는 것은 당연했다.
말을 잘 듣는 아이들은 들어서 돌려세워 놓으면 그쪽으로 다시 좋다고 뛰어 들어가니 다행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또 이것을 인연으로 박찬우와 최승우가 있는 이곳으로 이따금 한 번씩 놀러 오는 꼬맹이 두 녀석이 있었다.
최승우가 말한 꼬맹이들은 그 두 아이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박찬우가 말했다.
“아닌데?”
“그 손에 들고 있는 빵 봉투나 좀 내려놓고 말하시죠.”
박찬우가 최승우를 노려보더니 비닐봉지에서 빵을 하나 입에 물며 말했다.
“내가 먹으려던 거니까 신경 꺼.”
“눼눼~ 알겠습니다. 그거 꼭 다 드세요.”
봉투가 묵직한 게 딱 봐도 혼자 먹을 양은 절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이제야 같이 바깥을 바라보며 자리를 지키고, 얼마 후였다. 우물우물하며 빵 먹는 소리만 가득하던 두 사람 사이에 최승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말입니다. 그렇게 애들이 좋으면 다시 선이라도 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때 청혼을 하니 뭐니 했지만 결국 박찬우는 여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거절당했었다. 자기밖에 없는 줄 알았던 여자 친구가 사실 돈 때문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박찬우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것 때문이지 않았나, 지금 와서 최승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다행이긴 한데 말이야.’
험악하게 생긴 박찬우의 외면과 달리 최승우는 그가 얼마나 정이 많은 사람인지 알기에 더 씁쓸했다.
“선은 무슨. 그냥 솔로로 살련다.”
박찬우의 나이가 올해로 서른여덟이 되었다. 아직 희망이 있는 나이였지만 박찬우는 그때 이후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싹 접은 듯했다. 아마도 그때 일로 여자에 대한 불신이 생긴 것 같았다.
“아니면 입양이라도 하시든지요.”
“됐어! 그냥 솔로로 늙어 죽을 거다. 너랑 같이.”
“저는 결혼할 겁니다만. 마땅한 상대만 있으면.”
박찬우가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 상대가 없어서 문제인 거잖냐.”
“지금 비웃으셨습니까? 제가 마음만 먹으면…….”
박찬우의 말에 자존심 상한 듯이 항변하던 최승우가 바지 자락을 잡아당기는 것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돌아선 최승우가 정체를 확인하고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오랜만이네?”
아까 말한 그 꼬맹이들이었다.
최승우의 인사에 두 녀석이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최승우가 놀란 눈으로 끔벅이다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봤을 때가 3일 전이었는데 그때는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 선배, 들었어요?”
최승우가 놀란 눈으로 박찬우를 바라봤지만 어느새 다가온 박찬우는 친근하게 빵을 내밀고 있었다. 헤벌쭉한 얼굴이, 말을 하든 하지 않든 그에게 그런 건 별로 상관이 없는 듯한 눈치였다.
뭔가 머쓱해진 최승우가 마찬가지로 두 꼬맹이와 대화를 나눌 때였다.
쌔-앵.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두 사람의 등 뒤로 차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간 것이었다. 사고 회로가 정지한 두 사람이 멀어지는 차량을 제자리에서 멍하니 바라보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ㅈ…… 조졌다…….”
빵 봉투를 떨어트리고 두 사람이 황급히 차량을 뒤쫓아 뛰기 시작하자 곧이어 두 아이만 그곳에 남았다. 모습을 지켜보던 두 아이 중 한 명이 말했다.
“베르티,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에미리, 우리 아저씨들을 도와줘요. 나쁜 인간들은 혼내 줘야 한다고 대모님이 그랬지만 아저씨들은 착한 인간들이잖아요?”
서로를 바라보던 베르티와 에미리가 씩 웃었다. 그러고는 최승우와 박찬우가 그랬듯 양 모퉁이에 가서 섰다. 두 사람을 대신해서 길을 막을 생각이었다.
***
정대욱이 최강의 동네에 도착한 것은 베르티와 에미리가 박찬우와 최승우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때였다.
정대욱의 능력이라면 구태여 이곳이 아니라 건물 옥상을 지나쳐서 가볍게 들키지 않고 통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대욱은 그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도 일단 최강의 심기를 건드릴 필요는 없으니까.’
때문에 정대욱이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통행 허가를 받기 위해 저번처럼 길을 막고 있는 검문소에 섰다. 그런데…….
“못 지나가요!”
“돌아가세요!”
평소와 다르게 검은 양복 차림의 무인들이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갑작스럽게 두 여자아이가 말을 걸어왔다.
정대욱이 두 아이를 무시하고 생각했다.
‘그냥 들어가도 되겠지.’
최강을 만나러 가는 입장에서 가능하다면 절차를 지키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 최강도 딱히 뭐라고 따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결국 그냥 지나가기로 결정한 정대욱이 뚜벅뚜벅 검문소를 걸을 때였다. 두 아이가 정대욱의 앞을 막아섰다.
“안 돼요.”
“돌아가요!”
정대욱이 두 아이를 바라봤다. 일전에 이사를 할 때 본 것 같기도 한 얼굴이었다.
“뭐지…… 애들 장난인가?”
정대욱이 아무리 제멋대로인 면이 있어도 일단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막 나가는 편은 아니다. 그리고 이 꼬맹이들이 최강과 관련된 녀석들이라는 것도 어림짐작하고 있다. 때문에 정대욱은 베르티와 에미리에게 해코지를 할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스슥.
정대욱이 두 아이를 번개같이 스쳐 지나가 여유롭게 뒷짐을 지고 나타났다.
‘놀아 줄 의무는 없지.’
정대욱이 당연한 결과라는 듯이 터벅터벅 걸을 때였다.
“안 돼요!”
“돌아가라니까요?!”
어느새 정대욱의 앞으로 온 두 아이의 목소리에 정대욱이 놀란 눈을 해 보였다. 솔직히 예상외였기 때문이다.
‘어느 틈에……?’
물론 방심하고 있었다지만 제법이었다. 어느새 앞을 막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림없지!’
정대욱이 바지 자락을 잡으려는 베르티의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아까보다 조금 더 진심으로 속도를 내 달렸다.
정대욱이 코웃음 치며 뒤쪽을 바라봤다. 절망에 빠져서 허탈한 얼굴이 될 두 아이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이거 울지나 않았으면 좋겠는…….’
속으로 너무 심했나 싶은 생각을 하던 정대욱이 깜짝 놀랐다. 엄청난 속도로 두 아이가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빨리 돌아가세요!”
정대욱의 눈썹이 묘하게 꿈틀거렸다. 두 아이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고? 살살 해 줬더니 건방지군.’
정대욱이 말했다.
“오냐, 있고말고!”
정대욱이 유형기를 일으켜 뇌전의 힘을 빌려 속도를 올렸다. 정대욱이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가자 두 아이가 자리에 멈춰 섰다.
“어떻게 하죠, 에미리?”
베르티가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쫓으라고 하면 못 쫓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비어 있는 검문소가 걱정된 까닭이었다.
잠시간 생각하던 에미리가 말했다.
“쫓아가요, 베르티!”
두 아이가 잠시간 시선을 주고받다가 정대욱이 지나간 쪽을 향해 사라졌다. 정대욱을 잡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