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갑작스러운 트롤들의 후퇴로 꺼림칙한 기분을 느낀 토벌대는 잠시간 정체하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발이 시작된 시점은 이미 트롤의 모습이 사라지고 한참이 지난 이후였지만 추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주민석이 주연석의 도움으로 트롤의 목에 입혔던 상처가 제법 깊었기 때문인지 바닥에 트롤의 피가 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토벌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함에 따라 최강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류세란이 말했다.
“트롤이 도망간 이유가 뭘까요?”
최강이 도망가던 트롤들이 위에서 기다리던 4개의 기척과 합류한 이후 더 이상 도망가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방금 전의 세 마리는 탐색이 목적이었나 본데?”
류세란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탐……색이요?”
당연하지만 차원에 균열이 생겼을 때 그 틈으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이 무리를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애초에 단체로 행동하는 고블린 같은 몬스터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그런데 하물며 트롤 정도 되는 대형 몬스터가 세 마리도 아닌 여섯 마리나 무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인데, 탐색전이라는 전술까지 펼친다는 이야기는 그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류세란이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요?”
“올라가던 트롤들이 나머지 트롤과 합류한 뒤 움직임이 없어. 이 경우엔…….”
최강이 류세란의 질문에 답하다 말고 갑자기 인상 썼다.
“왜요? 무슨 일이 있나요?”
“움직인다. 좌우로 두 마리씩 크게 돌고 있다. 꼭 포위하려는 듯한 움직임이군.”
최강의 말에 류세란이 기척을 읽어 보려는 듯 눈을 감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잠시 후 기척을 느끼지 못한 류세란이 말했다.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요?”
최강이 말했다.
“느끼려고 할 필요 없어.”
“네? 왜요?”
“300미터…… 아니, 200미터 정도 남았다. 이 정도면 5초 뒤면 눈에도 보일 거다.”
최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였다. 주변이 다시금 시끄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트롤이다!”
소란을 들은 류세란이 황급히 좌우를 살폈다. 녹색 피부와 동시에 3미터 크기의 트롤이 사람만 한 굵직한 몽둥이를 손에 들고 엄청난 속도로 뛰어오고 있었다.
반신반의하고 있던 류세란이 깜짝 놀라고는 류씨세가의 병력을 좌측에 집중했다. 오른쪽은 주씨세가가 막기 위해 벌써 진형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
주민석이 갑작스럽게 달려든 트롤의 일격을 받아 내고 뒤로 데굴데굴 굴렀다.
나무에 등짝을 박고 멈춘 주민석이 깜짝 놀란 얼굴을 지어 보이더니 황급히 몸을 굴렸다.
쿵.
주민석이 방금 전까지 앉아 있던 자리 위로 트롤의 몽둥이가 내리찍혔다.
공격을 피한 주민석이 주연석의 옆까지 다가가 말했다.
“아까 그놈인 것 같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형님.”
주연석이 신경 쓰이는 것이 있는지 저쪽을 확인해 보란 듯이 눈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
주민석이 갑작스러운 트롤의 습격에 좁아졌던 시야를 넓게 쓰자, 50미터 밖에 서 있는 소년 하나가 보였다.
주민석이 인상 썼다. 사이한 느낌과 독특한 초록색 피부는 물론이고 손에 들린 지팡이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연석이 말했다.
“몬스터일까요?”
“아마도 분위기상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단 눈앞의 이 녀석부터 빠르게 정리하고 뒤의 놈도 정리하자.”
“알았습니다.”
말을 주고받던 주민석과 주연석이 트롤이 달려드는 것을 확인하고 응수했다.
쿵.
묵직한 트롤의 공격이 두 사람을 위협했지만, 처음 기습과는 달리 이미 인지하고 있는 대상의 공격이었기 때문일까?
연달은 트롤의 공격을 쉽게 쉽게 피한 주민석과 주연석이 회피와 반격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트롤의 몸에는 상처가 하나씩 늘어 갔다.
주민석이 처음에는 잔상처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하던 트롤의 몸이 점점 피투성이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보고 직감했다.
“지친 건가?”
아까 목에 입은 중상을 회복하는 데 기력을 많이 소진한 탓인지 트롤은 회복력에 한계가 온 것 같았다.
초록색 피부를 붉게 적신 트롤의 모습을 주민석과 주연석이 신속하게 파고들었다. 움직임이 둔해진 트롤의 품에 파고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었다.
푸욱.
마침내 두 사람의 검이 트롤의 복부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주민석과 주연석의 검을 통해 트롤의 필사의 저항이 느껴졌다.
주민석과 주연석이 저항이 곧이어 멎는 것을 느끼고 검을 뽑으려 할 때였다.
번쩍.
검을 뽑으려던 주민석과 주연석이 옆구리를 강하게 강타하는 무언가에 맞고 신음을 흘리며 날아갔다.
“커억.”
“크윽.”
약 10미터가량을 날아간 두 사람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놀란 눈의 주연석이 눈앞의 초록색 빛에 둘러싸인 트롤의 모습을 확인하고 말했다.
“형님.”
“…….”
방금 전까지 피투성이였던 트롤이 말짱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트롤의 뒤편에 서 있는 소년을 바라본 주민석이 낭패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순서가 잘못됐던 거 같구나.”
“네?”
트롤이 멀쩡해진 이유가 소년의 지팡이 끝에서 뿜어진 초록색 빛 때문임을 직감한 것이었다.
“연석아, 작전을 변경한다. 잠깐이면 되니 트롤 녀석을 붙잡고 있어라.”
“알겠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무엇을 하시려고……?”
주민석이 주연석의 답을 듣지도 않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트롤이 주민석을 방해하듯 달려들었지만 트롤의 뒤로 접근한 주연석이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야아악.”
트롤이 괴성을 터트리며 신경질적으로 주연석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주연석 덕분에 자유로워진 주민석이 목표했던 엘리트 트롤에게로 달렸다.
주민석과 소년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 갔다.
30미터, 20미터, 10미터.
그리고 마침내.
캉.
엘리트 트롤에게 닿은 주민석이 검을 휘둘렀고, 엘리트 트롤이 황급히 지팡이로 막아 내는 모습이 보였다.
엘리트 트롤이 자신의 지팡이로 막은 검이 점점 자신의 목을 베기 위해 조여 오는 것을 보고 땀을 삐질 흘렸다.
엘리트 트롤이 중얼거렸다.
“지켜라. 약속.”
주민석은 엘리트 트롤의 그러한 말을 듣건 말건 일단은 오로지 엘리트 트롤의 목을 베는 것에 전념했다.
주민석이 천천히 이동한 자신의 검이 마침내 목 끝까지 닿은 것을 확인하고 승리를 직감했을 때였다.
“거기까지 해라.”
주민석이 갑자기 우측에서 들려오는 이유성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검을 휘둘렀다.
티잉.
이유성이 검을 마치 장난감 다루듯 검지로 막아 내자, 주민석이 말했다.
“당신…… 정체가 뭐지?”
이유성이 피식 웃었다.
“이 녀석의 보디가드 정도나 될까나?”
“보디가드?”
“그래, 보디가드다. 그리고 그런 너에게 내가 할 일은 간단하겠지?”
이유성이 말하는 바를 깨달은 주민석이 훌쩍 물러나며 경계했다. 하지만…….
‘어…… 어디로?!’
방금 전까지 있던 이유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새 주민석의 품으로 파고든 이유성이 말했다.
“궁금한 게 있긴 하지만, 일단 너는 죽어라.”
주민석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봤다. 이유성의 주먹이 자신의 배에 닿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콰과과광.
다음 순간 벼락같은 굉음과 함께 날아가는 주민석이 보였다. 이유성이 30미터는 붕 날아가 물수제비 튀기듯 통통통 구르는 주민석을 구경하다 말고 엘리트 트롤에게 말했다.
“아직 멀었냐?”
“다 준비됐다.”
엘리트 트롤이 번쩍이는 지팡이를 들어 올리더니 내리찍으며 말했다.
“블러드 보일.”
***
최강은 지금 사방에서 벌어진 전투를 살피고 있었다.
“형님!!!”
주연석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잠시 후 하늘을 날아가는 주민석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생각했을 때였다.
다음 순간 산에 음산한 바람이 한차례 불더니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르르륵.
바닥에 깔린 나뭇잎들이 일제히 가루가 되어 흙으로 변하고, 산의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남은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끄아아악.
최강이 갑자기 들려온 비명 소리에 숲의 변화를 감상하다 말고 고개 돌렸다.
최강의 눈에 잠깐 사이에 2미터가량 커다래진 트롤의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비명 소리의 원인이 이것인 것 같았다.
최강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성장기, 그런 건가?”
최강이 몽둥이질 한 방에 대여섯 명의 무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뭐, 이 정도면 나중에 딴말할 리는 없겠네.”
주먹을 꽉 쥔 최강이 몽둥이를 휘두르는 트롤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쾅.
몽둥이를 휘두르던 트롤의 가슴에 구멍이 만들어지더니 잠시 후 눈을 까집고 뒤로 넘어갔다.
“일단 하나. 다음 녀석이…….”
최강이 트롤의 쓰러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돌아섰을 때였다.
“뒤예요!”
최강이 들려오는 류세란의 목소리에 비스듬히 뒤돌았다. 최강의 눈에 숨통을 끊었다고 생각한 트롤이 초록색 빛에 휩싸여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몽둥이를 내려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재밌다는 듯이 피식 입꼬리를 올린 다음 순간이었다.
버버버벅, 쾅.
머리와 양어깨, 가슴까지 총 네 번의 주먹이 일순간에 트롤을 강타했다.
최강이 이번에야말로 또 한 마리의 트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최강의 뒤에서 양팔이 떨어져 나간 머리 없는 트롤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중얼거렸다.
“머리를 날려 버리면 회복도 못 하는가 보네.”
최강이 두 번째 트롤을 바라봤다. 겁을 집어먹은 건지 트롤이 두려운 얼굴로 주춤 뒤로 물러났다.
“뭐 해, 넌 안 싸울 거냐?”
최강의 도발을 알아먹은 것일까?
최강이 다가갈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트롤이 이를 바득바득 갈다가 결국에는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하지만…….
쿠웅…….
다음 순간 트롤의 손에 들렸던 몽둥이가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이어서 목 없는 트롤이 뒤로 넘어갔다.
최강이 트롤의 머리를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회복하지 않는 것까지 확인한 최강이 어딘가로 걷기 시작했다.
두 번째 트롤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처리한 최강의 모습을 보고 주변이 술렁였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누구 본 사람 없어?”
분위기를 보아하니 최강이 해치운 게 분명한데, 어떤 수로 쓰러트린 것인지 감이 안 잡혔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인 듯했다.
눈을 감았다가 뜨니 고깃덩이가 되어 있는 트롤이, 방금 전까지 몽둥이질 한 방에 대여섯 명씩 날려 버리던 트롤이 맞는가, 의심마저 드는 광경이었다.
최강이 마찬가지로 벙쪄 있는 류세란에게 말했다.
“이봐, 잠깐 다녀올 곳이 있는데.”
류세란이 최강의 말에 정신 차리며 말했다.
“오른쪽에 가시는 건가요?”
이쪽이 정리됐으니 주소희가 싸우고 있는 우측 전장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아니. 그쪽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럼요?”
류세란은 어째서냐고 물을 생각도 못 했다. 이제 그녀에게 있어서 최강은 그저 허풍이나 늘어놓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보여 준 무위는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었다.
최강이 이유성과 엘리트 트롤이 있는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면에 좀 다녀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