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우범하는 근래에 아주 기분이 좋았다.
최강이 한국 체류의 의사를 밝힘으로써 한 가지 고민을 덜었기 때문이다.
최고의 자본력을 자랑하는 미국과의 계약을 거절함으로써 사실상 최강이 다른 나라와 계약할 확률이 극히 낮아진 것이었다. 또 거기다가 근래에 큰 이슈가 되었던 유튜버 박대기의 사건도 역시나 우범하의 입장에서는 운이 좋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왔다. 완전한 우연으로 일어난 그날의 사건들이 오히려 여론을 잡아 준 것이었다.
덕분에 우범하는 한동안 아주 편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불과 2일 전에 서울 한복판에 정체불명의 균열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균열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김 비서의 보고를 듣던 우범하가 이렇게 말했다. 김 비서의 말대로라면 이미 며칠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하나씩 발견되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 몹시 심각한 상황이지만…….”
“심각이라……? 얼마나 말인가?”
김 비서가 말했다.
“프랑스에서 5개, 독일에서 3개, 영국에서 4개…….”
김 비서의 말은 계속되었고, 우범하는 의외로 세계 곳곳에 이 같은 균열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2개의 균열이 존재했고 특히 중국의 경우 17개의 균열이 있었으니 말이다.
말을 이어 가던 김 비서가 말을 하나 더 더했다.
“근데 협회장님,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
“미국의 경우엔 이상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근래 최강의 입지가 예전 프락시온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각국은 한국과의 교류에 가급적이면 힘쓰는 추세였다.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수준이 아니라면, 가능한 한 협조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요청에 미국은 아니었다. 얼마 전 최강과의 만남으로 작은 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우범하도 알고 있지만 그는 그것 때문에 미국이 이렇게 배짱부리는 것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뭔가가 있어.’
들키기 싫은 이유가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참을 생각하던 우범하는 결국 생각의 끈을 놓고 포기했다. 제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책상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우범하가 화제를 돌리며 김 비서에게 물었다.
“요즘 최강 님은 뭐 한다던가?”
역시 그나마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은 최강뿐이었다.
“오늘도 차원 균열에 들어가셨습니다.”
***
똑…… 똑…….
실낱같은 빛 쪼가리가 스며드는 어둠에 누워 있던 주소희가 얼굴 위로 떨어지는 물방울에 정신을 차렸다.
“앗, 차거!”
주소희가 발작하듯 일어나 헬름의 안면 가리개를 밀어 올렸다. 주소희의 얼굴에 어둠이 아니라 밝은 빛이 쏟아졌다.
“아, 최강 씨. 좀…….”
“뭐가.”
방금 전 물방울은 최강이 한 짓이었다. 지난 며칠간 최강은 항상 이렇게 주소희를 깨워 왔으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최강이 마시고 있는 생수통을 바라보며 주소희가 말했다.
“됐어요. 물 좀 줘 봐요. 저도 마시게.”
최강이 얼음물을 내밀자 받아 들고 벌컥벌컥 마시던 주소희가 뚜껑을 닫으며 한숨 쉬었다.
벌써 3일 차였지만 매일같이 시작되는 최강의 훈련은 그야말로 살인적이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자 주소희가 다시 벌러덩 드러눕고 안면 가리개를 내렸다.
“뭐 하냐, 너?”
“…….”
최강이 주소희를 보다가 한숨 쉬었다. 대놓고 조금만 더 쉬자고 시위하는 것이었으니 당연했다.
“알았어. 한 시간만 더 쉬자.”
최강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소희가 일어나 앉았다.
“좋아요.”
다시 자리에 앉은 최강이 옆자리의 주소희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훈련받기가 싫냐?”
“아뇨? 근데 이건 최강 씨도 인정하셔야 해요. 너무 빡세잖아요!”
주소희가 느끼기에는 정말로 빡셌다. 날이 갈수록 온몸에 피로가 쌓여 비명을 질러 갔고, 특히나 그러다가 기절할 때면 최강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깨우곤 했으니까 말이다.
주소희의 말이 계속됐다.
“오늘만 해도 벌써 네 번째 기절했잖아요.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최강이 감흥 없는 말투로 말했다. ‘퍽이나!’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문제없어.”
“그걸 최강 씨가 어떻게 알아요!”
“문제없더라고.”
주소희가 혹시나 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경험이 있는 거예요?”
“당연한 거 아니야? 하루에 여섯 번까지는 기절해도 문제없더라.”
“여섯 번…….”
주소희는 이제야 알았다. 어쩔 때는 2시에, 어쩔 때는 3시에. 일관성 없이 최강이 다른 훈련을 시키기에 무슨 이유인가 했더니 시간과 관련됐던 게 아니었던 것이다. 횟수와 관련된 것이었다.
주소희가 소름이 끼쳤는지 부르르 한차례 떨자 최강이 말했다.
“그리고 애초에 너, 외상은 하나도 없잖아. 기절 좀 한다고 큰 문제는 없을 텐데.”
주소희는 전신 갑주를 입고 있다. 그것도 최강의 공격력을 훨씬 상회하는 갑옷을 말이다. 때문에 주소희는 외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소희는 매번 기절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최강의 주먹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 아니라 갑옷과 함께 날아가서 내부로 전해지는 충격에 기절한 것이었다. 모든 내공을 사용해 갑옷을 만든 만큼 그 부분이 상당히 취약해진 이유였다.
최강의 말을 듣던 주소희가 얼굴 표정이 굳어지더니 발작하듯 항변했다.
“뭐야. 확실한 것도 아니었어요?!”
“아니야. 확실할 거야, 아마도.”
주소희가 말했다.
“최강 씨, 사실대로 말해 봐요. 혹시 제 앞으로 보험 들어 놨어요?”
최강이 말없이 픽 웃었다. 불안해진 주소희가 말했다.
“왜…… 웃어요?”
“말하는 게 말숙이랑 똑같아서.”
예전에 최말숙도 이런 말을 했었다. 그때는 뭐 이런 꼬맹이가 다 있나 생각했었는데…… 1년 반 남짓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그때랑은 사뭇 달라진 게 많구나, 최강이 생각할 때였다. 주소희가 말했다.
“말숙이가 그렇게 말했어요?”
“그래.”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답하자 주소희가 말했다.
“뭐예요?”
“슬슬 시작하자.”
“10분밖에 안 지났는데요?”
최강이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한 시간이나 쉬면, 너 여섯 번 기절 못 할 거 같아서.”
주소희는 요 며칠 사이 그래도 제법 성장했다. 나름 교육의 성과가 있는 것인지 기절하는 데까지 버티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었다.
“그게 무슨…….”
“일어나.”
최강의 단호박 같은 답변에 눈을 맞추던 주소희가 한숨 쉬며 일어났다. 최강의 성격치고는 10분 쉬는 시간을 준 것도 많이 봐줬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던데…….”
“조용히 하고 창대 잡아.”
“알고 있어요!”
주소희가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최강을 노려보다가.
탓.
땅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아니, 튀어 나갔다. 대포알처럼 쏘아진 주소희가 창을 내지르다가 최강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방향을 틀었다. 최강이 손등으로 창대를 바깥으로 밀어내고는 파고들었다. 주소희도 대비하고 있었는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강의 주먹이 허공을 가른 것이었다.
주소희가 최강의 후위에서 나타났다.
“하압!”
주소희가 내지르는 창대를 잡고서 빙글빙글 돌자, 잠시 후 주소희의 발이 붕 뜨는 모습이 보였다.
쾅.
원심력에 의해 튕겨 날아간 주소희가 균열 내부에 존재하는 바위에 박는 것이 보였다. 최강이 말했다.
“잘했어. 그래도 어느 정도 발전이 있네.”
주소희는 어느새 최강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최강을 따라가려면 멀었지만, 적어도 최강의 가르침대로 공격을 피하고 거리를 좁히고 추가적으로 반격하지는 못해도 움직이는 데 최고 속력을 내는 수준까지 올린 것이었다. 이전에 벨과의 전투에서 속도가 들쑥날쑥하던 모습과는 천지 차이였다.
최강이 가볍게 던진 창대를 받아 든 주소희가 투덜대듯 말했다.
“‘매일같이 얻어터지는데 이 정도밖에!’가 아니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투구 속의 입은 웃고 있었다.
“하긴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기는 하네.”
최강이 주소희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까딱였다.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주소희가 또다시 달려들었다.
***
아놀드는 근래에 며칠 전부터 고민이 한 가지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얼마 전 미국에 발생했던 특이한 균열이 변화를 보였기 때문이다.
균열의 주변에는 최첨단 기기로 보이는 물건이 사방으로 설치되어 있었는데, 근래에 균열이 변화를 보이자 설치된 것이었다.
“어떤가?”
첨단 기기를 조작하던 과학자가 아놀드의 물음에 답했다.
“맞습니다. 아놀드의 말처럼 이 균열에서는 엄청난 고농도의 마나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군요.”
그렇다. 그때 작았던 균열은 어느새 3배 가까이 커졌을 뿐 아니라 그곳에서는 마나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착각이 아니었다는 것이군.’
미묘한 공기의 변화를 알아차린 것은 최고의 마나 친화성을 가진 아놀드였다. 아놀드의 표정이 굳었다.
10미터를 훌쩍 넘긴 균열을 올려다보며 아놀드가 말했다.
“이것보다 균열이 더 커질 가능성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몇 차례 거대해진 만큼 적당한 환경만 조성된다면 또 거대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즉, 늦든 빠르든 커질 것이라는 말이었다.
아놀드가 소란이 일어나자 균열을 바라봤다. 균열에서 몬스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또 시작인가?’
균열에서는 마나가 흘러나오고부터 몬스터가 틈틈이 넘어오고 있었다.
‘그것만 제외한다면 참 좋을 텐데.’
하지만 그럼에도 아놀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유감스럽지만 균열은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마나는 랭커들의 성장을 수배는 빠르게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당장에 자신만 해도 또 한 차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랭커들도 마냥 좋아했지만, 어쩐지 아놀드는 찝찝했다.
당장에 균열을 따고 넘어오는 몬스터들도 몬스터였지만 어쩐지 이것이 더 큰 화를 자초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부작용이 존재할 염려는 없겠나?”
벌써 10미터는 거뜬하게 커진 균열을 올려다보며 말하는 아놀드의 물음에 흰 가운을 걸친 과학자가 말했다.
“전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가 있나?”
“저희들 역시 마나가 광범위하게 뿜어져 나가는 것이라면 우려를 표했을 겁니다. 그런데 마나는 끽해 봐야 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신이 우리 미국에게 내려 준 선물이라는 이유입니다.”
랭커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마나를 뿜는 균열.
얼핏 보면 정말로 선물이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랭커만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의 선물이라…….”
균열을 조용히 올려다보던 아놀드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 아놀드입니다.”
과학자는 걱정할 것 없다며 자신 있게 답했지만 여전히 찝찝한 이유였다.
아놀드는 여차하면 아까워도 만약을 위해 한동안 최강을 이곳에 상주시키는 것은 어떤가 하는 의견을 상의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