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아놀드의 요청에 대통령 조지는 균열이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균열의 특성상 몬스터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곳에서 아놀드가 움직일 수 없는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아놀드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인근의 시청으로 이동한 조지가 방음 기능이 완비된 방을 골라 대화를 나누다가 중얼거렸다.
“최강을 불러오자라…….”
조지가 생각을 하며 떨궜던 고개를 들어 아놀드를 바라봤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아놀드?”
“이번 연도엔 최강의 도움을 더 이상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지가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최강을 강제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그 한 번을 사용한다는 것은 후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막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 이유였다.
“아무리 올해가 2개월 남짓 남았다고 해도 말이네…….”
난처했다. 사실상 어느 때라도 최강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두는 것이 주요한 계약의 목적이었으니 말이다.
조지가 다시금 물었다.
“정말로 최강이 필요할 것이라고 보는가?”
아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잠시간 고민하던 조지가 제안하듯 말했다.
“한 달.”
“……?”
“한 달 후에 최강을 소환하도록 하지. 나로서는 최선이네.”
아놀드도 알고 있다. 미국 역시 최강과의 계약을 전면으로 선전하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잡고 있었으니 재선을 노리는 조지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큰마음 먹은 것임을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아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회할 결정을 해 버린 것이었다.
***
지난 2개월 주소희의 일상은 매일 같았다. 최강과 함께 외출 그리고 훈련.
최씨 특전대의 일을 볼 시간은 사실상 훈련을 나가기 전과 훈련을 다녀온 뒤뿐이었다.
때문에 주소희는 남에게 맡길 수 없는 이 업무를 주로 훈련을 다녀온 직후보다는 차라리 아침 일찍 일어나 처리하곤 했다. 그런데.
“최…… 최강 씨!!!”
어쩐 일일까. 평소답지 않게 주소희가 경기를 일으키며 최강의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소희의 호들갑에, 당연하다는 듯이 얼굴 위에 배를 깔고 자고 있는 최재숙을 들어 올린 최강이 졸린 눈으로 말했다.
“왜.”
졸음에 잠긴 최강의 목소리에 주소희가 무언가를 얼굴에 들이밀었다.
“이…… 이거 좀 봐요.”
주소희가 보여 준 노트북 화면에는 최강의 수십 개의 통장 현황이 존재했다. 졸린 눈을 끔벅이며 확인하던 최강이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말했다.
“뭐가? 평소랑 별로 다를 거 없는데?”
최강은 규모도 남다른 만큼 평소에도 150조 정도 가까이는 쌈짓돈 느낌으로 가지고 있었다. 틈만 나면 쓰러지는 건물 보수비나 재건축비에 몇 조씩 드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충 눈대중으로 보아하니 그 정도의 금액이었다.
주소희가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그건 원화 통장이고요!! 우리 왜, 올봄에 말숙이 때문에 외화 통장 잔뜩 만들었었잖아요!”
최강이 기억난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거야?”
잠이 덜 깬 최강의 눈이 두어 차례 조용히 끔벅이다가 곧이어 천천히 동공이 확장되는 것이 보였다. 상황 파악을 한 것이었다.
노트북을 낚아챈 최강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 확실했다. 0을 잘못 센 것도 아니었고 이번엔 화폐를 착각하지도 않았다.
달러는 경기에 따라 그 가치가 다르지만, 대개 원화의 1,000배 수준이라는 것을 최강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최강이 원화로 환전하고는 놀랐는지 노트북을 떨어트리며 말했다.
“뭐야, 이거…… 누구 돈인데?”
“이제 최강 씨 돈이긴 한데…….”
“아니 말고, 그 전에 누구 돈이었는데!”
주소희가 말했다.
“크리스 씨의 돈이었어요.”
“그 녀석이 입금했다고?”
주소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이 왜…….”
물론 받을 돈이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니까 제가 묻고 싶은 게 그거라고요. 최강 씨, 혹시 뭔가 거래한 게 있어요?”
“있긴 있지. 그때 그, 조각난 거 팔았잖아.”
주소희가 조용히 두 달 전 일을 생각하다가 조심히 물었다.
“그러고 보니 그때요. 최강 씨, 단위를 말한 적이…….”
없었다.
도대체 어째서 이러한 해프닝이 벌어졌는지 대충 어느 정도 견적이 보이자 최강이 말했다.
“심봤다.”
***
크리스는 결과적으로 15경 원이라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모으기 위해서 세계 경매장의 모든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련하군.’
오히려 크리스는 마음에 들었다.
프락시온의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처음 열었던 사업이 경매장이었지만 어느덧 그 규모가 너무 커져서 스스로 관리하기에는 사실 상당히 골칫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일에서부터 해방된 크리스가 사표를 내던진 직장인처럼 홀가분한 얼굴로 길을 걷다가 최강의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최강이 부탁했던 아이템을 전해 줘야 했기 때문이다.
뭐 사실 최강이 조각으로 의뢰를 했을 때, 솔직히 크리스는 말리고 싶었다. 자신들이야 사실 최강의 기준에서 놓고 본다면 고만고만하니까 나눠서 강화를 하는 것을 택했다면, 최강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최강은 최씨 특전대의 아이템을 강화하는 데 마찬가지로 조각을 사용한 것이었다.
대문이 열리자 들어간 크리스가 잠시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금 잠에서 깬 듯한 최강과 주소희가 안방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
크리스가 안방에 들어가 앉자 최강이 말했다.
“무슨 일이냐?”
“아이템을 줘야 하니까. 그보다 돈은 잘 받았나?”
“도…… 돈?”
최강이 주소희와 눈을 맞추더니 잠시 후 말했다.
“잘 받았지, 그럼.”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크리스는 그러려니 하고 답했다.
“뭐 그럼 다행이고. 그보다 부탁했던 물건이다.”
크리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뿅 하고 물건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최씨 특전대 일원의 장비들이었다.
“아, 내 검!”
주소희가 떨어져 내린 물건 중에서 자신의 검을 발견하고 반가운 얼굴로 집어 들었다.
한 달 전쯤 최강이 돌연 압수해 간 뒤로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그보다, 정말로 그럴 필요가 있었나?”
크리스의 눈은 최강이 집어 든 물건으로 향해 있었다. 뭐 만들어 달라니까 만들어 줬지만 크리스의 입장에서는 만들면서도 만들어 줘야 하나 수십 번씩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강의 손에 들린 것은 검집이었다. 일전에 듀크와 싸우다가 금이 가 버린 청화수의 검집 말이다.
“왜? 이거 나름 필요해. 검집 없으면 일단 꽤 난처하거든?”
***
2주 후였다. 아놀드는 여전히 균열이 존재하는 도시에 거주 중이었다. 물론 아놀드를 제외하고도 꽤나 많은 랭커들이 존재하고 있는 상태였다.
“왜 그러십니까, 아놀드?”
2주 사이 훨씬 더 거대해진 균열이 보였다. 상당히 거리가 되는 곳인데도 한눈에 겨우 들어오는 균열을 바라보며 아놀드가 인상을 구기고 제이스의 말에 답했다.
“어디까지 커지는 건가 생각하고 있었다.”
2주 전의 크기에서 또다시 3배가량 커진 균열은 연구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는데 아놀드는 그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창가에 서 있던 아놀드가 제이스와의 대화를 위해 뒤돌았을 때였다. 창문에 내리쬐던 햇볕이 일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균열이 커짐에 따라 주변에 배치된 수많은 거대한 기기들에 스파크가 튀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아놀드가 확인차 급히 몸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다시금 방 안에 햇빛이 들어왔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던 스파크가 잠잠해지는 것이 보였다.
‘끝난 건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분주하게 뛰어다니던 과학자들이 안도하는 듯한 분위기가 눈으로 전해질 때였다.
퍼엉.
균열을 중심으로 시작된 폭발이 시꺼먼 화마와 함께 사방으로 번져 갔다. 가까운 과학자들이 그 자리에서 뼛가루도 남지 않고 녹아 버리는 것을 시작으로 화마는 점점 아놀드가 있는 시청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놀드가 급하게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불의 반대 방향을 향해 도망쳤다. 하지만.
그런 아놀드도 어쩔 수 없었다. 결국엔 화마에 잡아먹힌 것이었다.
쿠웅.
화마에 지반이 녹아 버린 건물들이 일제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균열에서 일어난 폭발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거대한 도시는 아니었다지만 도시가 통째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미리 눈으로 확인했던 덕에 겨우 마나로 몸을 보호한 덕분인지 도시 외곽의 검은 잿더미 위에서 아놀드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쿨럭…….
아놀드의 입가에 피가 한 움큼 역류했다.
“다른 이들은?”
일단 자신과 함께 폭발에 휘말렸던 제이스를 시작해서 도시에 머물고 있던 랭커들을 찾아 아놀드가 두리번거리며 이동했다. 그리고 잠시 후.
크흡…….
수색 중이던 아놀드의 귓가에 시꺼먼 잿더미 사이에서 미세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아놀드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급히 달렸다. 함께 불길을 보고 도망쳤던 제이스였기 때문이다.
“제이스! 제이스!! 정신이 드나?”
제이스가 파르르 떨리는 눈을 들어 올리며 아놀드에게 말했다.
“도망치십시오, 아놀드.”
“도망……? 뭐에게서 말인가?”
아놀드의 물음에 채 답을 하지 못하고 제이스가 정신을 잃어버리자 아놀드가 제이스의 맥박을 확인했다.
‘희미하지만 아직 맥박이 있고 숨도 쉰다.’
빨리 치료를 받는다면 그 역시 뛰어난 블레스인 만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놀드는 일단 제이스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이스를 제외하고도 살아남은 동료가 있다면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료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아놀드는 동료를 발견할 수 없었다. 대신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고 고개가 정지했다.
무언가가 아놀드를 바라보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
2미터 남짓의 신장을 가진 녀석은 새까맣게 타 버린 도시처럼 시꺼먼 눈동자와 뼈를 연상시키는 회색 피부 그리고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의 박쥐의 날개를 가진 인간의 신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아놀드가 녀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도망치십시오, 아놀드.
어째선지 제이스가 정신을 잃어버리기 전에 했던 말이 불현듯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정체 모를 존재가 아놀드에게 말했다.
“살아 있는 인간이 있군.”
아놀드가 품에 있던 제이스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순간적으로 싸워 볼까도 생각했지만 눈앞의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킨 아놀드가 뛰었다.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혹시라도 살아 있는 동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한 사람이라도 확실하게 살리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도망치는 건가?”
아놀드가 장내에서 사라졌음에도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남자가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아놀드가 뛰어간 방향으로 손이 향하고 있었다.
손에 시꺼먼 마나가 모이고 잠시 후였다. 핏방울처럼 손에 맺힌 마나가 바닥으로 뿌려졌을 때였다. 바닥에서 꺼졌던 검은 불꽃이 스멀스멀 피어나다가 거대한 파도를 연상시키듯 높이 치솟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파도가 아놀드가 도망친 방향으로 잿가루마저 소멸시키며 나아가는 것을 확인하고 남자가 뒤돌며 말했다.
“얌전히 그분을 위한 넋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