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릴 만한 일이 일어났다. 반나절 사이에 북아메리카 대륙의 절반이 불타 버리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각국의 수장들이 도대체 그 미국이 어쩌다 저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 의문을 가지고 정 보 수집에 나섰다. 그리고 그때였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자료를 제출했다. 그것은 동영상이었는데 미국이 지난밤 동안 지켜 오던 비밀이 담긴 영상이었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미국의 통수를 치고 공개해 버린 동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러시아가 이러한 영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말 우주과학에 집중했던 미국과 소련이다.
지금은 소련이 아닌 러시아가 되었지만 여전히 미국만 못해도 러시아도 위성 기술만큼은 미국 다음가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이 근래에 주춤하고 미국이 무너진 지금, 러시아는 영상의 존재가 두렵기도 했지만 세계의 패권을 거머쥘 기회를 보고 나섰다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은 러시아에서 각국의 수장에게로 일차적으로 유포되고, 다음 날 아침 시간이 되어서는 수장들에게서 주요 랭커들과 각국의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뿌려지고 있었다.
최강이 반나절 만에 미국이 국토의 절반이 황폐지가 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본 것은 주소희와 여느 때처럼 훈련을 나가기 전에 아침 식사를 할 때였다.
어찌나 충격을 먹었는지 최강이 들고 있던 젓가락 한 짝을 떨어트렸다. 그 모습을 본 주소희가 말했다.
“최…… 최강 씨, 어쩌죠?”
정말로 엄청난 사건, 전 세계인을 공포의 충격에 빠트릴 법한 사건이었지만 최강은 그것과는 다른 의미로 충격을 먹은 상황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야, 주소희…… 그 돈은 어떻게 됐냐?”
“저, 그…… 아시잖아요! 별로 시간이 없어서…… 거의 그대로인데요…….”
최강의 표정이 똥 씹은 것처럼 굳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바로 어제 크리스에게서 받은, 한화로 15경 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금액의 돈 때문이었다.
물론 15경 원이라는 돈이 전액 달러는 아니었지만 전 세계 안전 자산 중 하나로 꼽히던 달러였기에 유로화와 엔화를 포함한 다른 것들은 제외하고도 반절 가까이가 달러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간단했다. 달러가 안전 자산으로 뽑힌 이유는 감히 그 미국이 안전하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미국은 누가 봐도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위태위태, 풍전등화의 상태인 것이었다.
즉, 달러는 지금 휴지 조각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막말로 지금 상황이라면 그걸로 똥 닦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었다.
최강이 주소희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녀의 잘못이 있다면 한마디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무슨 방법이 없냐?”
최강이 이렇게 말했다. 주소희의 잘못이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강은 주소희에게 가급적이면 현물로 바꿔 두라고 말했었다. 이유야 간단했다. 저런 어마어마한 금액의 달러가 한 사람의 통장에 묶여 있게 되면 미국이 달러를 추가적으로 발행 그리고 그게 달러의 국제 가치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주소희에게는 불과 하루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자신이 훈련을 시키느라 묶어 두고 있었다.
주소희 역시도 경매장의 모든 상품을 상한가로 매입해 버리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하루 사이에 달러를 소모하려고 했지만 채 10%나 겨우 소모했을 정도였으니 잘못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일단 미국을 안정화시키는 방법밖에 없죠. 다행히 아직 미국 남부는 멀쩡하고 저거라도 지키면…….”
최강이 주소희의 말에 추가적으로 물으려고 할 때였다. 최강의 휴대폰이 울렸다. 평소라면 전화를 끊었겠지만 발신자의 이름을 3초쯤 조용히 지켜보던 최강이 전화를 받았다.
“네. 접니다.”
우범하의 전화였기 때문이다.
***
최강은 우범하와 짧게 통화를 하다가 급히 협회로 갔다. 시답잖은 이야기가 아니라 미국과 관련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침에 TV에서 나오던 영상은 극히 일부분이었다. 미국의 불타 버린 주들의 모습을 비춰 주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강이 협회에 도착하자 우범하가 보여 준 동영상은 본질부터가 달랐다.
편집 따위 없는 알짜배기.
균열의 폭발부터 정체불명의 생명체의 등장과 무차별적으로 도시를 불태우는 녀석의 행동을 지켜보던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요? 저놈은 뭡니까? 몬스터입니까?”
“아마도요.”
이전까지는 그란디아 대륙에서 넘어올 수 있는 몬스터가 한정적이었다. 때문에 그란디아 대륙에는 있어도 지구인은 모르는 몬스터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던 최강이 영상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며 말했다.
“저거 사진 좀 찍어도 됩니까?”
“사용하실 곳이 있으시다면요. 다만.”
최강이 알고 있다는 듯이 답했다.
“네네. 딱 두 명한테만 보여 줄 겁니다.”
“…….”
우범하가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암묵적인 동의를 받은 것으로 생각한 최강이 사진을 주소희에게 보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바로 주소희의 답장이 최강의 휴대폰에 도착했다.
『모르겠대요.』
당연히 주소희에게 보낸 이유는 최말숙에게 정체를 묻는 것이었지만 답이 참 의외였다. 최말숙도 이름조차 모르는 몬스터.
‘뭐지……?’
최강이 잠시간 휴대폰을 보며 생각에 잠겨 들려 할 때였다. 우범하가 말했다.
“그런데 최강 님.”
최강이 고개를 번쩍 들며 우범하를 바라봤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이 영상을 최강 님께 보여 드리는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최강이 잠시간 생각하다가 답했다.
“미국 때문입니까?”
“아닙니다. 물론 실질적으로 최강 님과의 계약을 빌미로 파견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청이 있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뭔데요?”
최강이 묻자 우범하가 답했다.
“최강 님의 의사를 먼저 묻기 위함입니다.”
“…….”
최강이 우범하를 조용히 바라보자 우범하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 균열의 폭발이 있을 때, 그곳에는 미국의 수많은 랭커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는…… 단둘, 그것도 상당한 중상을 입어 의식불명이라더군요.”
최강이 말했다.
“그러니까 저보고 갈지 말지 정하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상당히 위험한 곳이니 말입니다. 최강 님께서 가기 싫다고 하신다면 한국은 미국의 요청을 거부할 것입니다. 저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와 드리겠습니다.”
우범하는 계약서의 위반의 대가를 모르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지만 최강은 딱히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일단 자신을 걱정하기에 하는 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최강은 계약의 효력을 알고 있다.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게 이유라면 답은 정해져 있습니다.”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는 최강을 보고 우범하가 움찔했다. 정말이지 이번 사건은 최강이라도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중대한 문제였기 때문이다.
“가……시려는 겁니까?”
“뭐…… 나름 사정이 있어서요.”
굳이 말하면 계약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가야 했다.
“저는 이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우범하가 말했다.
“잠시만요, 최강 님.”
최강이 의아한 얼굴로 우범하를 향해 돌아섰다. 대충 이야기가 끝났겠거니 했는데 뭔가 더 할 말이 남았나 싶어서였다.
“아직 드릴 말씀이 더 있습니다.”
“뭔데요?”
최강의 물음에 우범하가 한숨 쉬었다.
“솔직히 이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우범하가 영상을 중지하고 다른 사진을 보여 줬다. 최강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때 나미사와 외출했던 날 봤던 균열이었으니까.
“이건…….”
“네, 그때 도와주신 곳에 생긴 균열입니다.”
최강이 우범하를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아까 영상의 처음 부분에 찍혔던 균열이 폭발하던 당시의 위성사진을 기억하십니까?”
최강이 영상의 도입부 때 보였던 위성에서 미국을 찍은 사진을 떠올렸다.
“네, 뭐…….”
최강의 답을 들은 우범하가 조작하자 잠시 후 스크린에 새로운 사진이 떠올랐다.
“2주일 전 사진입니다.”
최강이 우범하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새롭게 떠오른 사진은 2주일 전 폭발점의 정밀 사진이었는데 그곳에는 최강이 목격했던 도심의 균열과 크기만 다를 뿐 흡사한 균열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사고를 전개하던 최강이 말했다.
“그럼 그것도 언젠가 폭발할 거라는……?”
우범하가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행히 폭발은 저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일으켰으니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겠지만, 어떤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만은…….”
우범하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던 최강이 말했다. 균열에 관한 것을 자신에게 이 타이밍에 말하는 우범하의 의도를 알고자 하는 이유였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거군요.”
“미국을 가시겠다니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만,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를 위해서 1주일, 그 안에는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주일.
확실히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강은 우범하가 어째서 이러한 기간을 제시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상당히 불안해하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저런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1주일이나 있을 마음도 없지만…….’
최강은 예전과는 다르게 한국에 가지고 있는 게 많다. 당장에 최강이 구매한 부동산도 그렇고, 이제는 제법 정이 든 주소희와 최말숙을 비롯한 사람들이 상당한 것이다.
최강이 답했다.
“뭐, 그러죠.”
***
최강은 미국으로 가기 전에 집으로 먼저 들렀다. 항상 들고 다니는 아이템을 이용해 아놀드 쪽으로 게이트를 열면 바로 갈 수 있음에도 들른 것이었다.
“어디 보자…….”
마당에 있는 창고에서 이사할 때 넣어 둔 상자를 뒤지고 있는데 최강의 팔꿈치를 최재숙이 톡톡 건드렸다.
“여깄어요!”
최재숙이 상자를 내려놓자 최지숙이 상자를 열었다. 최강이 상자 안의 물건을 보고 씩 웃었다.
“이게 무엇인가요, 아버님?”
“뭐, 그런 게 있다.”
눈을 빛내는 두 아이의 물음에 그렇게 답한 최강이 상자에 손을 뻗어 물건을 집었다. 작은 야구공만 한 물건을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욱여넣은 최강이 창고에 상자를 다시 집어넣고 돌아서자 어느새 집 안에서 사람들이 싹 몰려나와 있었다.
“저희도 같이 갈게요.”
“글쎄, 그럴 필요가 있나? 그보다 내가 어디 가는 줄은 아냐?”
최강의 말에 주소희가 말했다.
“미국 가는 거죠? 저도 같이 가요.”
최강이 주소희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쓱 봤지만 주소희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뭣 모르는 두 아이만 제외하면 말이다.
최강이 말했다.
“안 돼.”
“왜요? 이럴 때를 위해 수련한 거잖아요!”
단호한 최강의 말에 주소희가 그렇게 말했다. 하기야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최강이 여전히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
“거추장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