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최강은 주소희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 알고 있다.
물론 아직 자신에 비하면 잔실수도 많고 부족하지만 지금 상태라면 저번 같은 어설픈 상황을 연발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류세란과 나미사도 마찬가지였다. 최강은 자신이 주소희를 지도하는 동안 두 사람을 최지우에게 맡겼는데 중간중간 듣기로 실전을 통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강은 결국 미국에 세 사람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 세 사람을 데리고 가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말했듯 최강은 속전속결을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강의 생각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혼자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최강은 한 사람을 지목하고는 게이트를 열었다. 당연히 출구는 아놀드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성격상 적어도 그 미국과 관련이 있는 곳임은 분명했으니 말이다.
게이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최강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중환자실 밖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아놀드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말했다.
“못 보던 사이 대머리가 됐네?”
아놀드의 고개가 들렸다. 최강을 발견한 아놀드의 눈이 흔들렸지만 어째서 최강이 이곳에 있는지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 원체 신비로운 사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강은 그렇다고 쳐도 뒤편의 사람은 아니었는지 말했다.
“머리는 사정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 그보다 저쪽은 처음 보는 사람인데, 동료인가?”
아놀드도 최강의 주변 인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뒤편의 사람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당연했다. 최말숙은 급성장한 뒤로 외부로 노출이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곳저곳에 보이는 화상 자국을 본 순간 최강은 바로 알아차렸다. 아놀드가 대머리가 된 이유가 불에 타서라는 것쯤 말이다.
“뭐, 동료라기보단 딸아이지.”
“딸?”
아놀드가 최말숙의 모습을 다시금 바라봤다. 현재의 최말숙의 모습에서 과거의 최말숙의 모습을 찾은 것인지 아놀드가 말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많이 지난 거 같지는 않은데, 신기한 일이군.”
“뭐 요즘 애들이 발육이 좀 빨라야지.”
아놀드는 최강의 말에 더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최강이 답하기 싫어하는 것이 느껴진 이유였다.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여긴 어디냐? 내가 좀 바빠서 빨리 일 처리를 해야 하는데.”
아놀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중환자실 안에 누워 있는 제이스를 보고는 출구로 향했다.
“따라와라. 자세한 건 나가서 말해 주겠다.”
***
아놀드가 최강과 최말숙을 데리고 이동한 곳은 건물의 옥상이었고, 그곳에서 아놀드는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 나는 그 폭발이 있던 도시에 있었다.”
“그래. 그래 보이네.”
어지간한 화상이라면 특유의 재생 능력으로 금세 회복할 법도 하건만 아직까지 남아 있는 걸로 봐서는 부상 당시 상당히 크게 화상을 입었음이 짐작되었다.
아놀드가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리듯 말했다.
“엄청난 녀석이었다.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기세에서부터 알 수 있었지 나는 녀석을 이기지 못한다고 말이야. 처음이었다.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패배를 직감한 것은.”
“그래? 근데 그런 거치고는 너무 멀쩡한데?”
머리카락을 모조리 잃어버린 아놀드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하다 싶겠지만 온몸의 옅은 화상 자국도 그렇지만 이 두 가지 특징을 제외한다면 아놀드는 너무나도 멀쩡했다.
최강의 말에 아놀드가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아?”
아놀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이 거리여도 느낄 수 있겠지. 아니, 그보다 보이겠지.”
“저 마나 말이야?”
아놀드의 답은 없었지만 최강은 아놀드가 말하는 것이 저것임을 확신했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색 마나를 가리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최강은 처음 옥상에 올라온 순간 멀리서 보이는 저 마나를 본 즉시 깨달았다. 순도 높은 저 마나는 평소 최강이 느끼던 마나와는 질적으로 다른 수준의 밀도를 자랑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날 녀석에게 겁을 먹은 나는 제이스를 들쳐 업고 도망쳤다. 그리고 그런 나를 향해 즉각적으로 불꽃이 쫓아왔지.”
“그래서?”
“보시다시피. 그때 나는 당연히 녀석이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직감하고 몸을 마나로 감싸서 충격을 대비하고 있었고, 지금의 상처를 얻었지.”
즉, 처음 불꽃을 견뎌 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최강이 빵빵하게 가득 채운 저지 주머니를 슬쩍 보고는 생각했다.
‘그럼 이건 필요 없으려나?’
최강이 생각하거나 말거나 아놀드의 말은 계속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또다시 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을 깨달은 녀석은 나를 직접 뒤쫓기 시작했지. 엄청난 스피드더군. 애초에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에도 녀석이 마치 등 뒤에서 쫓아오는 것만 같았다.”
기억을 더듬던 아놀드가 몸을 한차례 떨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무서웠다. 죽음의 낫을 든 사신이 쫓아오는 것만 같았으니까. 그리고 전력으로 도망치던 내가 녀석에게 바로 뒤까지 거리를 내어 줬을 때였다.”
최강이 아놀드의 말에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만 같은 말투였기 때문이다.
“뭐가 있었던 건가?”
“녀석이 갑자기 멈춰 섰다.”
“……?”
아놀드가 말했다.
“멈춰 선 녀석의 공포에서 벗어난 내가 주변을 살펴보니 나는 저 마나 밖이었다.”
최강이 하늘을 뒤덮은 마나가 깔린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 마나 밖으로는 녀석이 못 나온다는 거냐?”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녀석이 쑥대밭으로 만든 도시를 볼 때 적어도 밖으로 나오기 곤란한 것만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최강이 말했다.
“근데 저거, 점점 가까워지는 거 같은데?”
“맞다. 이 정도 속도라면 며칠 후면 미국 전역이 영향권이 될 테지.”
최강이 아놀드에게 물었다.
“마나가 영역을 확장하는 거, 그 녀석과 관련 있을까?”
관련이 있어야만 했다. 영역을 넓히는 게 녀석이라면 녀석을 죽이면 끝이라는 말이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원인이 균열이라면 최강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놀드가 한숨 쉬었다.
“그건 모르겠다.”
아놀드의 답을 들은 최강이 생각했다.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최강이 옥상 난간에 올라서며 말했다.
“가자, 말숙아.”
***
최강이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것이긴 해도 최말숙을 데리고 온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최말숙의 성장을 확인해 보고자 하는 이유였다.
최말숙과 함께 균열 안으로 들어온 최강이 최말숙에게 말했다.
“말숙아,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사와요.”
최강은 어떤 상황이 있어도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최말숙보고 나서지 말라고 사전에 당부를 해 둔 상태였다.
최강이 숯덩이가 된 세상을 최말숙과 함께 10분쯤 걸었을 때였다. 아무리 걸어도 별일이 없자 최강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긁적였다.
“너무 넓은가?”
하기야 당연한 일이었다. 도시도 아니고 그 넓은 미국의 절반 가까이 되는 곳에서 녀석을 찾아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최강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번쩍.
최강의 허리춤에 걸려 있는 방화 전문가 청화수가 푸른빛으로 감싸이는 것이 보였다.
‘무…… 무슨 일이.’
어찌나 눈부시던지 최강이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은 다음 순간이었다.
빛으로 감싸였던 청화수가 평상시처럼 돌아오자 하늘 위에 깔렸던 마나가 청화수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오오…… 힘이 솟아나는군.
최강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뭐…… 뭐야, 이건.”
최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마나가 빨려 들어가며 몰아치는 바람은, 최강도 겨우 청화수를 붙잡고 버티는 게 고작일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강이 그렇게 돌풍에 5분쯤 저항했을 때였다.
천지를 진동하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히!!! 의식을 방해하는 놈이 누구냐!”
땅에서 솟아나듯 모습을 드러내는 녀석이 있었다. 영상에서 봤던 정체불명의 녀석이었다.
크윽…….
최강이 정신없는 와중에 나타난 녀석을 바라보며 신음을 삼켰다. 녀석이 최강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느냐!”
“아, 씹…… 알 게 뭐야!”
최강이 신경질적으로 답하자 녀석이 무심하게 손을 내밀었다.
“그렇다면 죽음으로 사죄해라.”
최강이 녀석이 뭔가 하려는 것을 직감하고 움직이려 했지만 온 정신이 사실상 청화수 쪽으로 쏠려 있어서 난처한 상황일 때였다.
땅에서 일어난 검은 불길이 최강을 향해 쏘아지는 것이 보였다.
‘어쩌지? 청화수는 놓고 일단 물러나야 하나?’
아니, 그러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어째선지 청화수에게로 마력이 밀려들어 가면서부터 청화수의 불꽃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놓아 버리면 다시는 녀석을 제어하지 못할 것 같은 확신 아닌 직감에 이도 저도 못 하며 불꽃이 다가오는 것을 지켜봤다.
‘일단 몸으로 받아 내자.’
위험하긴 하겠지만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설마하니 아놀드도 버텼는데 자신이 한 방을 못 버틸까 생각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던 최강의 사고가 정지하는 일이 일어났다. 최말숙이 최강의 옆을 빠져나와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아직 불꽃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최말숙의 돌발 행동.
어떤 일이 있어도 신호를 보내기 전에는 나서지 말라고 했기에 안심하고 있던 최강으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화르르르륵.
최강이 깜짝 놀랄 새도 없이 불꽃이 최말숙을 삼키는 것이 보였다. 최강이 지금이라도 청화수를 놓고 최말숙을 구하러 가려 할 때였다.
번쩍.
거대한 파도 같았던 불꽃이 사방으로 갈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 중심에는 최말숙과 그녀를 지켜 주는 거대한 방패가 있었다.
‘천……주갑.’
주소희가 사용할 때나 엘리스가 사용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규모의 방패였다. 어지간한 성 하나는 거뜬히 감쌀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성벽 같은 느낌이었다.
최강의 마나처럼 유리같이 투명한 은은한 백색 방패를 멍하니 보던 최강이 안심했다.
“일단 다행이네…….”
사방으로 흩어지는 불꽃을 보고 최강이 이렇게 중얼거리자 최강만큼이나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또 다른 존재가 불같이 최말숙을 쏘아봤다.
“네놈…… 아라크네로군. 어째서 아라크네가 마족의 거사를 방해하는 것이냐!”
“마족의 거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님을 해하려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같은 마족이 마왕의 탄생 의식을 모른다? 이런 가증스러운…… 계집 같으니!”
녀석이 최말숙의 말에 쏘아붙일 때였다.
청화수로 빨려 들어가던 마나가 서서히 줄어 감을 느끼던 최강이 마나가 마침내 멈춘 것을 느꼈다.
최강이 당황스럽게 한 청화수를 힘껏 노려봤을 때였다. 때마침 검게 물들었던 하늘이 어느새 맑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미국을 덮고 있던 마나가 사라진 것이었다.
최강도 예상하지 못했던 황당한 상황에 기다렸다는 듯이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꺼억~
청화수의 트림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