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최말숙은 최강의 처음 듣는 호통에 결국 자리를 피하긴 했지만 여전히 최강이 걱정되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의 당시 상태가 상당히 위태위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최강을 걱정하는 최말숙의 마음이 행동으로 드러났다. 자리를 피하던 최말숙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멈춰 선 것이었다. 가던 걸음을 멈춘 최말숙이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생각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역시 최강을 도우러 가야겠다고 생각을 한 최말숙이 왔던 길을 향해 달리려고 할 때였다. 최말숙의 행동을 방해하는 일이 일어났다.
쿠구구궁.
지면을 타고 거대한 폭발이 피부로 전해진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최말숙의 눈에 푸른색 불꽃이 보였다.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한참 떨어진 최말숙의 주변을 흔적도 없이 녹여 버리는 불꽃의 파도에 최말숙의 천주갑이 빠르게 전개됐다.
마치 거대한 성벽과도 같은 최말숙의 방패와 불꽃이 맞부딪친 것은 그다음 순간이었다. 하지만.
천주갑이 외곽부터 빠르게 녹는 것이 보였다.
최말숙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피하려다가 뒤편을 바라봤다.
최강과 자신이 들어왔던 도시가 보였다.
‘피하면 안 되는 것이에요.’
최말숙이 도시를 지키기 위해 거대한 방패를 향해 의형기를 사용했다. 최말숙도 최강에게 의형기의 수련을 받은 만큼 원 하나 정도는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최말숙이 냉기로 바꾼 마나로 방패를 빠르게 냉각시켰다. 방패의 중심부부터 빠르게 얼어붙는 것이 보였다.
방패를 녹이려는 청화수의 불꽃과 방패를 냉각시키는 기운이 부딪히다가 마침내 폭발했다.
퍼엉.
최말숙의 금발이 폭발에 흩날렸다.
“지킨…… 것이에요.”
최말숙이 목숨을 건졌다는 것보다 도시를 지켰다는 사실을 칭찬받을 것을 생각하며 기뻐할 때였다 그런데.
그런 최말숙의 기쁨을 깨는 녀석이 있었다. 방금 전만큼이나 거대한 파도가 또다시 저 멀리서 보인 것이었다.
깜짝 놀란 최말숙이 다시금 생겨난 천주갑에 마나를 주입했다.
이번엔 의형기를 이용해 빠르게 방패를 냉각한 탓에 어렵지 않게 파도를 버틴 최말숙은 그 뒤로도 수차례 불꽃과의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횟수가 거듭될 때마다 마나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것이 느껴졌지만 최말숙은 피하지 않았다.
이 불꽃을 만드는 이가 최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최강이 잠깐이지만 안정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 이유였다.
최강은 자신이 도시를 지켜 줄 것이라고 믿기에 계속해서 불꽃을 쏘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사실 최말숙이야 알아서 피할 것이고 도시까지는 고려하지 못한 최강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발상이었다.
마나가 한계에 다다른 최말숙이 숨을 헐떡이며 지평선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또 다른 파도가 오진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최말숙이 그곳으로 시선을 던진 순간 최강의 마나가 안정된 것이 느껴진 것이었다.
‘괜찮아지셨다…….’
불안정하던 최강의 마나가 정상 상태로 돌아오자 최말숙이 긴장이 풀린 얼굴로 최강을 기다렸다.
잠시 후 최강이 나타났다.
“뭐야, 이게…….”
최말숙의 사투의 흔적을 통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한 최강이 미안한 얼굴로 말숙을 확인했다.
“괘…… 괜찮은 거지?”
“네, 물론인 것이에요.”
“왜 도…….”
도망가지 않았냐고 물으려던 최강이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도시의 높은 빌딩들을 보고는 머쓱한 얼굴을 해 보였다.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리 사고를 깊게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지만 방금 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후폭풍이 컸는지 깨달은 이유였다.
“아니, 자…… 잘했어.”
최강은 자신의 귀여웠던 딸이 새삼스럽게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그날 저녁 최강은 집으로 도착해 있었다. 1주일은커녕 반나절 만에 귀국한 것이었다.
미국은 최강이 소동을 해결하자 빠르게 사건의 마무리를 알렸고, 지금 그 사실은 언론들이 바쁘게 뉴스로 찍어 내고 있었다.
거실에서 뉴스를 보던 최강이 옆자리에서 노트북을 만지는 주소희에게 말했다.
“어때?”
달러에 관한 최강의 물음에 주소희가 말했다.
“며칠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3분의 2는 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재벌은 망해도 삼대는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미국도 국가들을 세워 놓고 보면 재벌 중의 재벌이었다.
인적 지원부터 해서 엄청나게 막심한 손해겠지만 미국의 저력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최강이 말했다.
“그러냐?”
최강이 주소희의 답을 듣고는 리모컨을 들었다. 그러고는 TV를 껐다. 온통 미국과 관련된 이야기뿐이었기 때문이다.
소파에 몸을 묻고서 거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최강이 슬쩍 시선을 옮겼다. 최강의 시선은 진열대에 세워진 청화수를 향하고 있었다.
‘진짜로 별일 없네…….’
낮의 일이 마치 꿈이라도 되는 것처럼 평소같이 청화수는 그레이스와 수다를 떨고 있었다.
‘누군 좋겠네. 속 편해서.’
최강은 도대체 그 기억이 누구의 것인지 궁금했다. 청화수의 것인 줄 알았던 기억이 청화수의 것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게다가 최강의 기억은 더더욱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답답해진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청화수를 집어 들었다.
-뭐…… 뭐냐, 이놈!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청화수를 데리고 안방으로 이동한 최강이 자리에 앉았다.
“야.”
-…….
최강이 그레이스와의 대화를 방해한 것이 불만스러웠는지 답을 하지 않자 최강이 물었다.
“궁금한 게 있어서 그래.”
-…….
“답 안 할 거냐?”
최강의 물음에 청화수가 꿍해 있다가 잠시 후 말했다.
-말해 봐라.
최강이 안방 서랍에서 펜과 종이를 하나 들고 오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너, 이 사람 알지?”
최강은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특징은 나름 잘 잡혀 있는 그림이었다. 청화수가 말했다.
-흠…… 너 지금 이걸 그림이라고 그린 거냐?
“나도 내가 그림 못 그리는 거 아니까. 알아, 몰라? 그것만 말해. 아니지, 알겠지. 모를 리가 없어.”
-…….
최강의 말에 조용하던 청화수가 한참 침묵을 유지하다가 말했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네가 이분을 어떻게 아는 것이냐?
역시나 청화수의 말투를 보니 알고 있는 듯했다. 최강이 말했다.
“그보다, 궁금한 걸 먼저 물어본 건 나잖아. 먼저 대답해 봐. 뭐 하는 사람인데?”
최강이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츠츳, 멍청한 놈…… 내가 존대하는 분이 한 분 말고 또 누가 있었더냐?
청화수의 답을 들은 최강이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이 중얼거렸다.
“볼카스…….”
청화수와 그레이스를 만든 사람이자 그란디아 대륙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3대 대장장이 중 한 명이었다.
-볼카스 님이겠지! 조심하거라. 그보다 네가 아버님의 용안은 언제 본 것이냐?
“잠깐, 그건 이따가 말해 줄게.”
최강이 종이를 뒤집더니 이어서 반대편에 또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검은색 전신 갑주. 허리까지 내려오는 백발. 매서운 눈매. 창백한 피부. 소뿔처럼 굽어진 뿔을 가진 남성의 모습을 그린 최강이 물었다.
“그럼 이 녀석은 아냐?”
-모른다.
최강이 단호한 청화수의 대답에 빈정 상해서 거짓말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비위를 맞추듯 사근하게 말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자세히 봐 봐. 알잖아. 응?”
-아니, 그러니까! 모른다 하지 않았느냐!
그럴 리가 없었다. 볼카스가 들고 있던 검은 분명히 청화수였다. 그런데 청화수가 볼카스와 흉흉한 기세를 주고받던 이 남자를 모를 리가 없었다.
“아니, 진짜로? 아니, 알잖아!”
-글쎄 모른다고 말했다. 그보다 이런 볼품없는 뿔을 가진 인간이라면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다.
최강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청화수가 시치미 떼는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말해 봐라. 네놈이 어찌 아버님의 용태를 아는 것이냐?
최강이 청화수의 물음에 답했다. 최강의 기억에 대한 것을 들은 청화수가 말했다.
-흐음…… 기억이라. 낮에 말했던 그 기억을 말하는 것이겠지?
“그래. 근데 진짜로 기억 안 나냐? 분명히 너였는데? 볼카스가 들고 있던 칼?”
청화수가 기억을 돌이켜 봤는지 침묵하다가 말했다.
-역시 기억 안 난다.
최강이 청화수의 말에 중얼거렸다.
“그렇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생각하던 최강이 무언가 번뜩 떠올랐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화수를 든 최강이 청화수를 진열대에 다시 꽂아 놓고는 이번에 그레이스를 집어 들었다.
안방에서 나온 최강을 쭉 지켜보던 주소희가 말했다.
“어디 가시게요?”
최강이 신발을 신는 모습을 본 까닭이었다.
“어.”
“급한 일이에요?”
최강이 신발을 신었는지 허리를 폈다.
“급한 건 아닌데.”
돌아선 최강이 현관문을 열며 말했다.
“너 오늘 빨리 자라. 별일 없으면 내일도 훈련 갈 거니까.”
“눼눼~”
최강이 주소희의 답을 듣고 문을 닫자 주소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녀오세요!”
***
최강이 그레이스를 들고 향한 곳은 안토니가 사는 곳이었다.
저녁 8시.
저녁을 먹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었는데 어째선지 활짝 열린 현관문 안쪽에선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정자세로 앉아서 침 흘리는 아라크네 꼬맹이들과 세 사람이 보였다. 안젤리카와 쥬시 그리고 안토니였다.
최강을 발견한 안토니가 말했다.
“꼭 먹기 전에 들르는군그래. 오랜만이군, 그레이스.”
“숟가락 하나 더 놓을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딱 보니 나 때문에 온 것 같은데.”
안토니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최강이 말했다.
“내가 놓으라고 하면 어쩌려고 멋대로 말하냐?”
“그럼 밥이라도 먹으면서 대화할 텐가?”
최강이 침 흘리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꼬맹이들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다.”
최강이 뒤돌아서 옥상으로 나가자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먼저 먹고 있어라.”
“네. 앗…… 자, 잠깐, 얘들아!”
최강을 따라서 옥상으로 나온 안토니가 최강에게 말했다.
“무슨 일이지?”
최강이 안토니에게 한쪽 손을 내밀었다. 최강의 손에는 아까 청화수에게 보여 주기 위해 그렸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녀석에게 물어봐 줘. 이 녀석은 안대?”
그레이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은 계약자인 안토니뿐이다.
그레이스를 슬쩍 바라본 안토니가 말했다.
“모른다는군.”
안토니의 말을 들은 최강이 조용히 생각에 빠져들자 안토니가 물었다.
“질문은 끝난 건가?”
“아니! 잠깐만.”
“말해 봐라.”
안토니의 말에 최강이 말했다.
“그레이스는 몇 번째로 만들어진 검이지?”
“다섯 번째다.”
“그럼 마왕을 본 적 있느냐고 물어 줘. 그 녀석에게.”
안토니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도대체…… 그걸 왜…….”
“그냥 일단 자세한 건 묻지 말고.”
안토니가 최강의 물음에 말했다.
“못 봤다는군.”
“혹시 마왕보다 늦게 만들어졌기 때문인가?”
“아니라는군. 기회가 없었다, 라는 답이다. 끝인가?”
최강이 말했다.
“전에 말이지, 네가 그랬지?”
“뭐를 말이냐?”
“볼카스의 능력이 정령을 검에 넣는 거라고.”
“뭐, 그렇지. 근데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냐?”
“혹시 마왕도 집어넣는 게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