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최강은 안토니의 집에 가기 전 여러 가지 단서들로 가설을 세우고 있었다.
낮에 괴상하게 생겼던 몬스터가 했던 단어.
‘마왕’과 ‘의식’을 시작으로 최강의 머릿속에 밀려들어 오는 여러 기억들과 청화수의 문답을 조합한 것이었다.
‘그 장소에 있던 청화수가 모른다고?’
상식적으로 이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청화수는 인격체가 존재하는 검. 그 이유는 일전에 정령이라는 존재가 그 안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안토니가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최강의 머리가 파밧 하고 회전한 것은 안토니의 그 말을 떠올린 순간이었다.
최강이 ‘청화수에 깃든 정령은 마왕이다.’라는 가설을 세운 계기가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놓고 상황을 대입해 보자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마왕의 탄생 의식이 끊겼던 이유라거나, 하필이면 청화수로 마나가 빨려 들어간 이유도. 그리고 심지어 청화수가 그 남자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까지 전부 다 설명할 수 있었다.
청화수가 인격을 가지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최강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던 안토니가 답했다.
“뭐 불가능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군.”
제법 흥미로웠는지 안토니가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한 거지?”
낮에 있던 일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재미있게 듣던 안토니가 그레이스와 이러니저러니 말을 주고받다가 답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가능성은 훨씬 더 높다.”
안토니의 말에 최강이 말했다.
“뭔가 알고 있는 거냐?”
“그렇다.”
“뭔데? 그 근거가.”
안토니가 말했다.
“그란디아 대륙에서 마왕이 출현했던 것은 총 세 번이다. 그리고 첫 번째, 두 번째 마왕의 토벌은 확실하게 토벌자가 존재하지. 하지만.”
“설마?”
안토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세 번째 마왕의 토벌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 버렸거든.”
***
안토니와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가설이 사실임을 확인한 최강은 새삼스럽게 볼카스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마왕이라면 세계관 최강자일 텐데 한낱 검에 가둔 것이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검에 갇히고 나서는 철천지원수가 되어도 모자랄 판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게까지 만들었으니 정말이지 소름까지 끼칠 정도다.
최강의 시선을 느낀 것인지 청화수가 말했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바라보는 것이냐?
최강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오늘따라 좀 멋져 보여서.”
-멋…… 큼, 그걸 이제 알았더냐?
여전히 아부에는 약한 모습을 보이는 청화수를 보고 최강이 피식 웃었다. 이런 녀석이 정말 마왕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해요? 거기서?”
진열장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던 최강이 고개를 돌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바라봤다. 계단을 내려오는 주소희의 모습을 확인한 최강이 허리를 펴고 일어났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훈련 준비를 위해 올라갔던 주소희가 마침내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가자.”
최강이 이제 훈련을 갈 생각으로 그렇게 말하며 뒤돌자 주소희의 휴대폰 벨이 때마침 울렸다.
♪♬~
“아, 잠시만요.”
발신자를 확인하는 자세로 고민하는 주소희의 모습이 보였다.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듯했다. 최강이 말했다.
“누군데 그래?”
“협회……네요?”
“협회?”
이 시간에 협회라. 어제 일로 한동안 조용할 줄 알았던 최강으로서는 상당히 의외였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어째선지 그럴 것 같지 않아서 최강은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어제저녁부터 쉴 새 없이 걸려 온 부재중 전화가 보였다. 근래에는 유일한 통화 대상이었던 나미사의 전화가 뜸해지면서 휴대폰을 무음으로 아예 바꿔 두었는데 그 때문에 주소희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간 것 같았다.
최강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줘 봐.”
***
최강이 주소희와 함께 이동한 곳은 여느 때와 같이 차원 균열이 아니라 도심 한복판이었다.
출행이 금지된 바리케이드에 도착하자 최강과 주소희를 알아보고 칼같이 인사를 박는 무인들이 보였다.
불과 1년 반 사이 얼마만큼 최강이라는 사람이 유명해졌는지 보여 주는 경우였다. 심지어 1년 정도 전이었으면 절차를 따르라며 길을 막아섰을 테니 말이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바리케이드를 통과해 버린 최강이 얼마나 더 걸었을까?
최강을 반기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셨습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우범하였다. 우범하의 인사를 들었음에도 그의 뒤쪽을 여전히 올려다보며 최강이 말했다.
“이거 왜 이렇게 커졌답니까?”
최강이 지금 있는 곳은 일전에 나미사와 함께 발견했던 균열이 있던 곳이었다.
그때는 끽해 봐야 2~3미터 수준의 작은 크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것보다 족히 20배는 더 커져 있었다. 어지간한 건물 크기였으니 말이다.
“저도 자세한 이유는 모릅니다. 듣기로는 어제 오후부터 갑자기 거대해지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뜨끔.
최강이 우범하의 답을 듣고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어제 오후라면 최강이 데몬과, 아니, 정확히 청화수와 실랑이를 벌였던 때였기 때문이다. 마나의 공명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최강은 그것도 관련이 있음을 직감한 것이었다.
최강의 얼굴을 본 우범하가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큼, 아무것도 아닙니다.”
최강이 표정을 관리하고는 말했다.
“어제 말씀하시길, 이거랑 비슷한 게 다른 나라에도 많다고 그러셨죠?”
“네, 그랬습니다.”
우범하의 즉각적인 대답에 최강이 말했다.
“다른 나라는 어떻답니까? 이렇게 커졌겠죠?”
마나의 공명과 관련된 것이라면 커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우범하의 말을 들은 최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아니요. 그 반대입니다.”
“반대라. 그렇겠죠……. 잠깐! 반대요? 반대라면 작아졌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오히려 작아지다 못해 사라졌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주소희가 최강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뭔데요? 심각한 거예요?”
심각한 거?
주소희의 물음을 들은 최강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딴 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말이다.
마나의 공명은 그란디아 대륙에 있는 마나와 이쪽에 있는 그란디아의 마나가 공명하며 발생하는 것이라고 그랬다. 어제 그 몬스터가 사실상 한바탕 날뛰었으니 균열이 더 벌어진다면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런 심화 문제를 최강이 풀 수 있을 리 없었다.
최강이 주소희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밀쳐 내고는 우범하를 향해 말했다.
“그럼 저를 부른 이유는 뭐죠?”
균열은 부순다고 부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최강이라도 손쓸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이다.
최강의 질문을 받은 우범하가 주소희를 잠시간 바라보며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실 보여 드릴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보여 줄 거?’
도대체 뭐길래 저러지 싶은 마음으로 최강이 말했다.
“뭔데요?”
“따라오시죠. 이곳을 잘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옆자리의 무인에게 현장을 부탁한 우범하가 균열을 향해 직선으로 걷기 시작했다. 계속되던 우범하의 걸음에 그와 균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이 보였다.
30미터.
20미터.
10미터.
그리고 이대로 두다간 우범하가 균열과 부딪히겠다고 뒤따라 걷던 최강이 생각할 때였다.
쑤욱.
우범하의 몸이 그대로 균열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범하를 붙잡아 세우려던 최강의 손이 뻘쭘하게 허공에서 방황하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최강도 우범하를 따라 걸음을 내걸었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단 한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조금 전까지 최강의 눈에 보이던 도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 것이었다. 마치 차원 균열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 같았다. 하지만.
최강은 이곳이 차원 균열이 아님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대기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순도 때문이었다.
황폐한 사막을 우범하와 함께 지켜보던 최강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어째서 다른 나라의 균열이 일제히 사라졌는지 말이다.
마침내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었다.
***
우범하에게서 균열에 대한 소개를 받은 최강은 곧바로 똑같은 방법으로 지구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크리스에게 향했다. 이 사안은 크리스 녀석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들으면 크게 놀랄 줄 알았던 크리스는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다.
다음 날이 되어서 TV에서 마나의 공명에 대해 말하는 크리스를 재미없는 얼굴로 보고 있는 최강에게 주소희가 말했다.
“최강 씨는 알고 있었던 거죠?”
“알고 있었지.”
이제껏 몬스터가 어디에서 어떻게 넘어오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전 세계인들로서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마나의 공명이라는 것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처음 듣는 정보였으니 당연했을 것이다.
나미사가 말했다.
“근데 이제 와서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자연스러운 의문이긴 했다. 여태껏 비밀로 유지했으면서 이제 와서 공개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최강도 어제 크리스에게 이 질문을 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란디아 대륙에 대한 경계심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나 뭐라나?”
그란디아 대륙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마나는 점차적으로 균형이 맞춰지겠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볼 때 한 세월 걸릴 일이었다. 물론 그 전까지는 그란디아 대륙과 이곳의 마나의 차이가 존재하고 설령 맞춰진다고 해도 세대가 바뀌기 전에는 전력 차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크리스는 단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강의 부름을 받고 웬일로 최강의 집에 있던 최정숙이 말했다.
“하긴 인간 놈들이 좀 오만하긴 합니다. 아! 고맙구나, 레이나.”
“지숙이에요!”
최지숙이 대접하는 과일을 받아 든 최정숙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하니 자신의 말에 이렇게 답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최강이 최지숙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자 헛기침을 한 최정숙이 말했다.
“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 사장?”
“이유? 간단해 너도 들었잖아. 그란디아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어차피 이 녀석들의 경우엔 이쪽 녀석들이 아니라 그란디아의 녀석들이었다. 불편하게 여기서 살 필요 없이 그란디아로 돌아간다면 훨씬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었다.
“돌아갈 맘 없냐? 물론 말숙이랑 이 두 녀석은 빼고.”
최강의 직선적인 물음에 최정숙이 말했다.
“하나를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최 사장. 여왕이 계신 곳이 아라크네의 둥지가 되는 것인데 어딜 가라는 말입니까?”
단호한 최정숙의 답변에 최강이 말했다.
“그래? 그럼 돌아가 보든가.”
“뭐야, 끝난 겁니까?”
“그래.”
최정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별 시답잖은 걸로 부르지 말아 주십시오, 최 사장. 다음에 뵙겠습니다, 헬레나.”
최정숙이 투덜거리며 나가자 최강이 TV를 끄며 말했다.
“자, 그럼 우리는 오랜만에 출근이나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