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두 사람의 공방을 구경하던 랭커들이 너도나도 입을 쩍 벌리고 벙찐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지금 이곳에서 구경 중인 사람들은 일전에 프락시온의 차기 멤버로 이름이 한 번쯤 거론되어 봤을 만큼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은 지금 고작 공방으로 생겨나는 기파에 밀려나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었다. 같은 후보였을 텐데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이봐, 아놀드는 그렇다고…….”
밀려드는 충격파에 이를 꽉 깨물고 저항한 랭커 한 명이 말했다.
“치자고. 그런데 저 노인은 도대체 누구지?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아놀드는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었다. 아놀드는 그래도 얼마 전까지 최고의 무력을 자랑하던 미국의 핵심이었고 듣기로는 프락시온의 제의까지 받았던 이였으니. 이러한 모습을 알고 있었다면 프락시온이 접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저런 악귀의 모습과 바를 바 없는 아놀드의 맹공을 피해 가며 오히려 공격까지 하는 저 노인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놀드의 맹공이 시작되자 이어서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 든 1장로가 아놀드의 주먹을 피하고 스쳐 지나갔다. 아놀드의 온몸에서 피가 낭자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눈 깜짝할 새에 상처가 아무는 모습을 본 1장로가 자신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단검을 바라봤다.
두 자루의 단검은 최강이 준 유니크 무기. 그런데 어떠한 상처를 입어도 금세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회복해 버리는 아놀드의 모습에 기가 찼기 때문이다.
‘놀라운 재생력이로군,’
저 정도 회복력이면 목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끄떡도 없을 것 같았다.
1장로가 아놀드가 자신을 향해 다시금 쇄도하려는 것을 보고 흠칫 놀라며 긴장했다. 무형기를 제때 사용하지 않으면 피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아놀드의 신체 능력이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달려들려던 아놀드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허리를 펴고 고개를 돌렸다. 방해꾼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안토니를 아놀드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안토니가 말했다.
“둘 중 하나가 죽는 것 아니면 안 끝날 것 같으니 대련은 여기까지 하지.”
말을 하던 안토니의 시선이 아놀드에게 향했다.
“그쪽이 서열 3위. 그리고 이쪽 할배가 2위인 걸로 결정했는데, 어때?”
아놀드가 안토니를 보고 말했다.
“당신이 이곳 책임자인가?”
“맞아. 출퇴근이지만.”
안토니가 아놀드에게 말했다.
“그래서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상관없다. 내 패배를 인정하지.”
사실 아놀드는 1장로가 자신의 급소를 공격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놀드의 막강한 재생력이라도 급소마저 빠르게 치유할 수는 없다. 설령 할 수 있더라도 막대한 마나의 소비가 뒤따르는 것이다.
즉, 실전이었다면 전투의 양상이 달랐을 것임을 인지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던 것이다.
아놀드가 태연한 눈으로 안토니에게 말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우범하에게 담당자를 만나 전입신고 절차를 밟으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전입신고를 하라던데, 그건 지금부터 따로 하는 건가?”
“아니, 방금 전까지 했던 게 전입신고다.”
“그렇군.”
아놀드가 납득했다는 듯이 안토니에게 말했다.
“실력을 점검한 건가? 꽤나 실용주의적인 담당자로군.”
“번거로운 걸 싫어한다고 말해 줬으면 좋겠군.”
아놀드가 1장로를 향해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는 안토니에게 말했다.
“그런데 저자는 역시 최강의 수하겠지?”
노인이 입고 있는 개량 한복은 이곳 한국의 전통 의상이다. 하지만 아놀드가 아는 선에서는 한국에 저만한 고수는 없다.
만약, 있다면 최강과 관련된 사람이 아닐까 아놀드는 의심한 것이었다. 안토니가 말했다.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어때, 숙소에 가기 전 차라도 한잔할 텐가?”
안토니가 긍정하자 역시라는 듯 고개를 한차례 끄덕인 아놀드가 말했다.
“그렇게 하지.”
숙소로 가기 전 조금 더 정보를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아놀드와 1장로가 균열에서 나름의 사투를 벌일 때 최강도 상당히 난처한 상황을 보내고 있었다. 아침부터 찾아온 의외의 손님 때문이었다.
“흐음…… 꽤나 좋은 집이로군.”
최강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집 안 내부를 살펴보던 손님의 말에 최강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뭐 그렇죠.”
최강이 답하기 바쁘게였다. 때마침 나미사가 주방에서 차를 두 잔 내왔다. 손님에게 먼저 한 잔을 대접한 나미사가 최강의 몫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맛있게 드세요.”
“네가 직접 탄 것이냐?”
나미사가 손님의 물음에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네, 아버님. 서툴지만 직접 타 봤답니다.”
토와 후미토.
최강의 집에 방문한 손님은 나미사의 아버지였다.
최강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한숨 쉬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어찌 보면 일본에도 파견국 선정의 혜택을 준 것이 화근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설마 집까지 찾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
최강이 머릿속으로 골치 아파하는 틈에 옆으로 이동한 나미사가 말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계셨나요?”
“별말 안 했다. 아직은.”
최강이 옆에 달라붙어 싱긋 웃는 나미사의 물음에 답하고는 시선을 옮겼다. 거실 구석에서 심각한 얼굴로 구경하는 주소희와 류세란이 보였다.
최강이 말했다.
“근데 집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뭡니까? 나미사 녀석 때문이라면 자리라도 비켜 드릴까요?”
후미토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닐세. 오늘 내가 이곳에 온 것은 딸아이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자네 때문이기도 하니까.”
“…….”
최강이 어쩐지 불길한 느낌을 받았을 때였다. 후미토가 나미사가 내어 준 차를 훌쩍이고는 말했다.
“딸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강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일전에 한번 느껴 본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700년 전 백서화와의 혼례를 앞두고 말이다.
최강이 애써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흠…….”
후미토가 최강의 물음에 턱 주변을 문지르며 진지한 얼굴로 생각하다가 말했다.
“뭐, 못 알아먹은 척하는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모르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나는 지금 남녀 간에 정이 오고 간 지 꽤 됐으니 조금 진지한…….”
최강이 후미토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만?”
최강의 눈에 때마침 휴대폰을 꺼내 들고 2층으로 올라가는 주소희와 류세란의 모습이 보인 직후였다. 후미토가 말했다.
“혹시 저 아가씨들 때문인가?”
“아니요…… 저 녀석들 때문이라기보다는 애초에 그 ‘정’이라는 게 오고 가질 않았다니까요?”
물론 몇 번의 위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최강은 분명히 자신을 지켜 냈다. 나미사와의 그런 사건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해 보이던 후미토가 나미사를 바라봤다.
“정말이냐?”
나미사가 부끄러운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은 나미사가 이 정도로 부끄러워할 녀석이 아님을 알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딴지 걸지는 않았다.
“허어! 어찌…….”
나미사의 모습을 유심히 본 후미토가 조심히 물었다.
“혹시 건강에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아니요. 매우 건강합니다. 매일 아침마다 살아 있음을 느끼죳.”
마지막 후미에 ‘ㅅ’을 일부러 붙인 최강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후미토가 급히 사과했다.
“아하하…… 이럴 수가. 그것참, 미안하게 됐네. 나는 당연히 딸아이가 이곳에 머물길래 남녀 간의 마음이 통했기에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딸아이의 독주였다니.”
“오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신경 쓰실 것 없습니다.”
최강이 그래도 어찌어찌 오해가 풀렸음에 안도했을 때였다. 후미토가 말했다.
“큼, 그런데 생각해 보니 말이네.”
“……?”
“오해는 오해고 이제부터라도 남녀 간의 정이 오고 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나는 내 딸아이라면 솔직히 말해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키웠다고 자부하네.”
최강이 슬쩍 팔짱을 껴 오는 나미사를 품에서 떼어 내며 답했다.
“뭐 저도 알고 있습니다.”
“역시!”
후미토가 기뻐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누가 그랬던가.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 알 수 있다고.
“제가 이미 한번 장가를 다녀온 입장이라서 따님의 앞길을 위한다면 다른 사람을…….”
“아니, 아니…… 괜찮다네. 이미 그건 딸아이를 통해 들어서 알고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요즘 세상에 과거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러니 사양하지 말게.”
“아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예의가 아니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거 없는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니 저 말고 다른 사람이…….”
“아니, 아닐세. 듣기로는 딸아이와 상당히 합이 잘 맞는다고 하던데. 결혼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좋은 상대를 구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자네라면 딸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거라고 믿네.”
최강이 옆자리의 나미사를 보고 말했다.
“야, 너도 웃고만 있지 말고 뭐라고 말 좀 해 봐!”
나미사가 생긋 웃어 보이더니 입술을 뗐다.
“잘 부탁드려요, 서방님.”
“미…… 미쳤어.”
이제 보니 처음부터 나미사랑 후미토가 단단히 각오하고 온 듯했다. 최강이 토와 부녀의 합공에 외통수에 몰렸을 때였다. 때마침 최강의 눈에 계단에서 내려오는 두 사람이 보였다. 주소희와 류세란이었다.
‘미친놈은 미친놈이 잡는다.’
최강이 초강수를 놓기로 마음먹었는지 말했다.
“저,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뭬야?”
최강이 이러한 발언을 할 줄은 몰랐는지 후미토가 나미사와 눈신호를 주고받더니 당황한 기색을 황급히 감추었다.
“큼큼, 그게 누군가?”
“저 녀석들입니다.”
후미토가 최강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주소희와 류세란이 뻘쭘하게 서 있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 나미사에게 전해 들었던 정보에 있던 두 여자였다. 후미토가 말했다.
“정말인가?”
주소희와 류세란이 후미토의 질문에 망설이는 듯한 기색을 보이자 최강이 허튼소리를 하기 전에 운을 뗐다.
“왜!!”
깜짝 놀란 주소희와 류세란의 시선이 최강에게로 향하자 최강이 말했다.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어젯밤에 우리 셋이 좋았잖아.”
“그…….”
“그랬죠…….”
류세란이 부끄러워하며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자 말을 뺏은 주소희가 힐끔 후미토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역시 좀 부끄러워서…….”
나미사도 그렇지만 후미토도 최강이 없는 말을 지어내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3p라니…….’
섣불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런 괴랄한 개판에 더 비집고 들어갈 용기가 말이다. 자칫하면 딸아이를 돌싱남에게 시집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첩으로 보낼 판이었기 때문…….
흠칫.
생각하던 후미토가 깜짝 놀랐다. 나미사의 결연한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후미토도 말했다.
“이미 둘이면…… 셋이어도 딱히 상관없지 않겠나?”
말하면서도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
“식은…… 언제쯤이 좋겠나?”
최강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냉정함을 조금 찾은 후미토가 말했다.
“가능하면 빨리했으면 좋겠는데. 간혹가다 식을 앞두고 변심하는 남자들이 요즘 들어 많다고 해서 말이야.”
최강이 주소희와 류세란을 슬쩍 바라봤다. 단단히 각오하고 온 줄은 알았지만 설마하니 일부일처제가 상식으로 통용되는 현대에 딸의 인생을 걸고 베팅까지 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
최강이 주소희를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이상은 주소희나 류세란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뭔가 한 것도 없이 코가 꿰이는 느낌이긴 했지만 이쯤에서 순순히 코뚜레를…….
“그러지 말고 1월에 같이 올려요, 그럼.”
후미토를 향해 입을 떼려던 최강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휙 돌렸다. 자세히 보니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정신을 놓아 버린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던 것이다. 류세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