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최강과의 대화를 마치고 2주일 후 듀랄은 발티온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듀랄이 도착했을 때는 처음 원정을 떠나기 전 발티온에서 우려했던 상황이 진행 중이었다.
페르간과 바리스 공국이 국경을 넘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고 한창 대치 중인 것이었다.
덕분에 수비의 이점을 이용해 간간이 버티는 발티온의 왕궁 분위기는 좋을 리 없었다.
즉, 현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정보를 가진 듀랄의 귀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야 다음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왕성에 도착하자마자 듀랄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의 내전에 들어섰다. 왕궁에 들어선 듀랄은 이미 자신이 도착했다는 정보를 접한 탓인지 양쪽으로 갈라서서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대신들을 볼 수 있었다.
내전을 가득 채운 분위기를 가르고 왕의 목소리가 한쪽 무릎을 꿇은 듀랄에게 향했다.
“그래, 신기를 수집하지는 못했다는 것은 이미 들었네. 그곳에 안토니가 생존해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왕의 말에 듀랄이 답하자 잠시 후 대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사실상 안토니가 살아 있다면 자력으로 신기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페르간과 바리스에 사신을 보내 국교를 다시 정상 상태로 돌린 뒤 그들에게 길목을 열어 줘야 합니다.”
왕이 대신의 말을 조금 쏘아붙이듯 일갈했다.
“잠시 기다리게. 듀랄의 말을 듣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일 아닌가?”
왕의 시선이 듀랄을 향했다.
“듀랄,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그대도 이쯤에서 손을 떼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전하께서 원하는 것이 안전이라면 저 역시 이쯤에서 화해하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왕이 흥미로운 얼굴로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아니라면…….”
듀랄이 왕의 물음에 답했다.
“만약 신기를 얻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신다면 포기하기에 조금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듀랄의 말에 대신들의 날카로운 목소리들이 들렸다. 내전을 대신들의 목소리가 뒤덮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금은 단단히 허탕을 쳤기 때문에 반대파의 대신들이 주도권을 잡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 무슨……!”
“아무리 학식이 짧다고 해도!”
왕이 대신의 목소리를 손짓으로 저지하고는 말했다.
“자세히 듣고 싶군.”
“전하!”
“조용히 하게!”
왕의 말에 입술을 꾹 깨문 대신이 조용해지자 듀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제가 그곳에 도착해서 본 것은 그란디아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의식주의 형태를 지닌 문명이었습니다.”
“새로운 문명이라는 것도 신기한데 그곳에 안토니가 있었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안토니의 경우 그곳의 대표인 것처럼 보이는 자에게 붙잡혀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상 이미 자발적으로 그를 돕는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안토니가?”
“그렇습니다.”
페르간의 안토니는 솔레스 중에서도 최고의 솔레스로 평가받는다. 그런 그의 대우가 페르간 측에서 어땠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아주 극진한 대접을 하다못해 원하는 것이라면 만들어서라도 갖다 바치는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를 꿰어 낸 것도 모자라 그를 수족으로 부린다라…….
같은 왕의 입장에서 그 부분은 상당히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안토니를 부린다는 대표라는 자에 대해서 듣고 싶군.”
듀랄이 최강에 대한 인상을 정리하다가 말했다.
“상당히 신비로운 자였습니다. 기를 다루는 데 어찌나 능숙한지 처음엔 마나 한 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호오…… 신비한 자로군. 그래서?”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저 시작에 불과했음을 다음 순간 느꼈습니다. 그가 한순간이었지만 마나를 일으켰을 때 마나도 마나였지만 엄청난 수준의 무형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전이 시끄러워졌다. 듀랄의 말은 그가 마치 무형기를 사용했다는 듯이 들렸기 때문이다.
발티온은 군과 행정이 분리되어 움직이긴 하지만 행정을 맡는 대신이라고 하더라도 무형기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다. 그것은 거의 신성 수준이었는데, 이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사가 아니라면 무형기를 배우지도 못하도록 만드는 풍습만 봐도 그 자부심의 수준이 짐작 가능했다.
당연히 참고 있던 대신들의 목소리가 다시금 폭발했다.
“전하, 궤변입니다!”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보시오, 갈딘. 같은 칼페온으로서 거짓을 고하는 듀랄을 당장 내전에서 쫓아내시오!”
왕의 뒤편에 서 있던 또 다른 칼페온 갈딘이 왕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가 흥미를 끊었다. 왕이 뱉은 말 때문이었다.
“조용히들 하시오!”
대신들의 목소리가 왕의 목소리에 조용해지자 왕이 듀랄을 향해 말했다.
“착각한 것 아닌가?”
“저 역시 무형기라면 상당히 자신 있습니다. 착각했을 리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의 무형기를 마주한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한 두려움마저 느꼈습니다.”
왕이 낮게 깔리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듀랄.”
“예.”
“그대의 말은 솔직히 조금 믿기 힘든 부분이 있네. 외부인이 무형기를 칼페온들보다 잘 다룬다니…….”
듀랄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우호적이던 왕조차도 납득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 상당히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자가 말하길, 무형기를 전해 준 척 공자가 본래 자신들과 관련된 사람이었다 주장했습니다.”
“…….”
듀랄의 말에 침묵한 왕이 대신들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방금 전 호통을 들었던 탓인지 대신들의 목소리는 날이 서 있되 조용한 편이었다.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마냥 믿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자가 한 말이 모두 진실이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왕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생각에 잠긴 것이었다.
듀랄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무형기라는 기술에 있어 그곳이 본가가 되는 입장이었고 오히려 발티온이 분가가 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발티온이 여태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무형기의 도움이 상당히 큰 만큼 이제 와서 무형기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
때문에 왕이 말했다.
“그자를 이곳으로 불러올 수 있겠나?”
“힘들 것 같습니다만 방법이 완전히 없지는 않습니다.”
“그게 뭔가?”
“아까 소신이 신기를 목적으로 하신다면 아직 발을 빼긴 이르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는지요?”
왕이 듀랄의 말을 떠올렸는지 말했다. 왕도 지금의 대화가 끝난다면 그것 역시 짚고 넘어갈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기억나는군.”
“사실상 안토니의 존재를 비롯해 무력으로 신기를 강탈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이자 제가 그자에게 했던 질문이 있습니다.”
최강이 가격만 괜찮다면 못 팔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은 내전이 조용해졌다. 듀랄은 지금 신기의 거래를 할 겸 최강을 발티온으로 불러들이자고 말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좋네. 정말로 신기를 살 수 있다면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네. 듀랄, 먼 길 다녀오느라 고생한 것을 알지만 한 번 더 고생해 주게나.”
듀랄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왕명을 받들겠다는 말이었다.
***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폴탄 제국은 지금 마셀로 후작의 지휘 아래 대규모의 군대가 은밀하게 서부 전선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바리스 공국을 필두로 한 5개 공국의 동맹이 예상대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폴탄 제국은 그란디아 대륙의 인간이 개척한 지역 중 70%의 영토를 소유하고 있는 만큼 지방 귀족들의 권세가 상당했는데 특히 5개의 공국과 맞닿아 있는 서부 지역은 마셀로 후작의 입김이 지배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현 폴탄 제국 황제의 삼촌인 마셀로 후작이 대규모 병력의 출정 준비가 마침내 끝났음을 전해 듣고는 정보원을 물렸다.
집무실에 마셀로 후작이 혼자 남았을 때였다. 마셀로 후작의 집무실에 옅은 먹구름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인간의 형체로 빚어지기 시작하는 먹구름을 조용히 지켜보는 마셀로의 얼굴은 그저 태연했다.
“여긴 어쩐 일이지?”
검은색 먹구름이 사라지며 나온 존재는 일전에 최강의 손에 죽은 데몬 종족 중 하나였다. 데몬이 마셀로 후작에게 말했다.
“후작 행세가 상당히 재밌어 보이는군, 톨. 목소리가 제법 권위적이야.”
마셀로가 말했다.
“시비 걸려고 온 것은 아닐 테고. 다시 한번 묻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지?”
톨이라고 불린 마셀로 후작의 물음에 데몬이 재밌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뭐 대단한 일은 아니고, 대단원의 끝을 축하하자는 거지.”
“당장 돌아가라.”
마셀로의 단호한 목소리에 데몬이 말했다.
“혹시 마왕님의 탄생에 차질이 생길까 봐 그러는 거라면, 상당히 실망인데? 이제 와서 실패할 것도 없잖아?”
마왕의 탄생.
데몬 종족의 사명이었다. 그리고 데몬은 마치 그 일이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데몬 종족은 정말 오래전부터 마왕을 탄생시키기 위해 준비해 왔다. 일족이래 봐야 총 일곱 마리밖에 되지 않던 데몬이 그토록 증오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숨어 지낸 것도 벌써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으니 말이다.
차곡차곡 수백 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일의 마침표를 이제 와서 찍는 것이다. 준비 시간이 길었던 만큼 이제 와서 마왕의 탄생이 실패로 돌아갈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의 인내가 부족했기에 겔러가 죽었어.”
겔러. 얼마 전 참다못해 개인행동을 하던 데몬의 이름이었다. 수백 년을 참아 놓고서 고작 몇 달을 참지 못해서 죽어 버린 가여운 일족의 이름 말이다.
기본적으로 데몬이라고 하면 최고위 마족이다. 마왕의 측근인 만큼 강력한 마나와 뛰어난 위력의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마족 말이다. 하지만 그런 데몬이 누군가에게 죽었다.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전례가 있듯이 마셀로 후작의 행세를 하고 있는 톨은 마지막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겔러 그 녀석…… 멍청한 녀석이었지. 하지만 우리는 다르잖아? 족히 700년을 조심했다. 실패할 일 따윈 없어. 그리고 마침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 준 덕에 마왕님의 마나가 될 녀석들을 한군데로 모을 수도 있게 되었지. 이 정도면 실패하는 게 더 힘든 수준이라고.”
톨이라는 이름을 가진 데몬도 알고 있었다. 모든 일은 이제 손가락 하나 얹으면 끝나는 수준에 다다랐다. 공국들이 알아서 분열한 탓에 손쉽게 제국의 병력을 동원할 명분을 얻었고, 이제 저들을 전장에서 불태워 버리고 마나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 어떤 마왕보다도 강력한 마왕이 탄생할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꽈악…….
마셀로 후작이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마침내 증오스러운 인간들을 그란디아 대륙에서 지워 버리고 마족의 세계를 만드는 염원을 이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돌아가라. 그리고 신호를 보내면 다시 와.”
“츳…… 재미없긴. 알았다고.”
데몬이 왔을 때처럼 사라지자 잠시 후 집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후작 각하, 뮬러입니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제국의 기사 뮬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