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최지우가 최강이 돌아가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들켰을 때는 정말이지 최강에게 혼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럭저럭 잘 넘긴 것이었다.
최세라가 최강을 향해 인사하던 고개를 들고는 최지우를 바라봤다.
“지우 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당황한 얼굴의 최지우가 말했다.
“뭐…… 뭐가?”
“헤어지라고 하면 헤어지겠다고?”
“어……?”
최지우가 애써 기억 안 나는 척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기억 안 나는 척하지 마.”
도끼눈을 뜨고 추궁하는 최세라의 물음에 최지우가 손을 모았다. 이럴 땐 고집부리는 것보다 황급히 사과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었다.
“그, 미안해. 근데 세라 너도 도련님 성격 들어서 알잖아. 헤어지라고 강요하실 분은 아니라니까?”
정말이었다. 정말로 헤어지라고 하면 어쩌지, 라는 약간의 고민도 있었지만 최지우는 최강이 헤어지라고 말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했었다. 심심하면 했던 말이 연애 좀 하고 제 삶을 살라고 한 사람이 최강이었으니 말이다.
최지우의 말에 그래도 기분이 어느 정도 풀렸는지 최세라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뭐를?”
최지우의 말에 최세라가 말했다.
“그 발티온인가 하는 곳에 가신다잖아. 따라갈 거야?”
최강은 가기 전에 최지우에게 걸음을 멈추고 이곳에 남으라고 했다. 하지만 최강이라면 끔벅 죽는 최지우를 알기에 최세라가 물어보는 것이었다. 가끔씩 자신이 아니라 최강이랑 사귀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최지우의 충성심은 말할 것도 없었으니 말이다.
최강 때문에 벌써 약속을 펑크 낸 것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아니…… 도련님도 이번에는 여기 있으라고 하시기도 했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답이었지만 최세라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최지우에게 말했다.
“너, 나 좋아하는 거 맞긴 하니……?”
“물론이지!”
최세라가 묘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근데 왜 나는 네가 외도하는 남편 같을까……?”
***
1주일 후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시간대였다. 최강은 일행들과 균열로 향했다. 균열로 들어가는 바리케이드 앞을 최강이 지날 때였다. 알고 있는 얼굴 두 명이 보였다.
안토니랑 안젤리카였다.
최근에 이곳으로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안토니 때문에 안젤리카는 학원에 가는 길에 안토니의 도시락을 싸서 챙겨 주고 있었다.
최강이 그 모습을 보고는 말했다.
“이야~ 눈꼴시어 못 봐 주겠다, 야.”
안젤리카가 최강을 보고는 꾸벅 인사했다.
“집주인 오빠, 안녕하세요.”
“그래, 마지막으로 본 지 한 달쯤 됐나?”
“네.”
안젤리카가 밝게 웃으면서 최강에게 말했다.
“아, 맞다. 그리고 다음 달에 결혼하신다고 들었어요. 꼭 갈게요.”
“뭐 바쁘면 안 와도 된다.”
안젤리카가 최강의 뒤편에 서 있는 네 사람을 보고는 말했다.
“근데 어느 분이랑 하시는 거예요?”
“저 감정 메말라 보이는 애 있지?”
주소희가 들었는지 말했다.
“아니, 꼭 설명을 해도 그렇게 하셔야 해요?”
“그럼 어떻게 해?”
오늘 차림은 추리닝이 아니라 움직이기 편한 간복을 입고 있었다. 근무시간처럼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면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특징을 정확하게 짚지 않으면 설명이 길어지는 게 당연했다.
안젤리카가 최강과 니미사를 보더니 말했다.
“저는 당연히 저분하고 하는 줄 알았어요.”
최강의 목에 나미사가 강제로 둘러 놓은 목도리 때문인 듯 보였다.
나미사가 최강의 팔짱을 끼며 들러붙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얘는 별 신경 쓰지 마. 원래 좀 이상한 얘니까.”
안젤리카가 최강에게 들러붙는 나미사를 보고 주소희의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외로 별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젤리카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소희 언니랑 하시는군요.”
안젤리카의 집에는 가끔씩 최지숙이랑 최재숙도 놀러 간다. 그 때문에 안젤리카는 최지숙과 최재숙을 통해 주소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칭찬에 약하다고 그랬지?’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안젤리카가 말했다.
“두 분 굉장히 잘 어울려요.”
주소희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었다가 사라졌다.
“안젤리카라고 그랬지? 다음에 언니랑 데이트할까?”
주소희가 안젤리카와 재잘재잘 이야기를 시작하자 최강이 안토니를 향해 말했다.
“그래서 너희는 언제 청첩장 돌릴 건데?”
“큼…… 도무지 전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당황한 안토니의 말을 무시한 최강이 게이트 안쪽을 보며 말했다.
“근데 그 준비는 다 됐대?”
“글쎄, 가서 확인해 보는 게 어떠냐?”
최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걷기 시작했다. 일행이 먼저 걸어가자 안젤리카와 대화하던 주소희가 황급히 따라붙는 게 보였다. 안토니가 안젤리카에게 왜 나는 아저씨인데 쟤는 오빠인지에 대해서 묻는 소리도 들려왔다.
“아…… 갈 거면 말 좀 하고 가요.”
“그래.”
최강이 주소희의 말에 대충 답하고는 균열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최지우가 최세라와 함께 서 있었다. 어젯밤에 안토니의 대타로 최지우가 근무를 섰었는데 그 때문이었다.
최지우가 조심스럽게 최강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저 그, 도련님…… 죄송한데, 이번에는 여기 있어야 할 거 같아요.”
“그래. 내가 여기 있으라고 했잖아.”
최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서 지키고 있어. 혹시 내가 자리 비운 사이에 뭔 일 날 수도 있으니까. 헛짓거리 하는 놈들 있으면 혼쭐 좀 내 주고.”
“넵!”
최지우와의 대화를 마치고 최강이 균열 안으로 들어갔다. 듀랄은 보이지 않았다. 최강이 1주일 전에 미리 보내 놨기 때문이다.
균열을 통해 들어간 최강이 주변을 둘러봤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2차 베이스캠프를 보며 주소희와 일행이 신기한 듯 떠들었다.
“와! 여기가 그란디아 대륙이에요?”
“말숙이는 감회가 새롭겠네?”
네 사람이 소소한 감상을 주고받거나 말거나 최강이 바닥에 대충 마나를 주입해 둔 물건을 따라 들어온 1장로에게 건네고는 듀랄을 보내기 전에 쥐여 준 물건에 주입했던 마나를 찾았다.
‘여긴가?’
최강이 언제나 그렇듯 게이트를 열며 말했다.
“가자.”
***
듀랄은 다음 날 홀로 나타난 최강을 봤을 때 몹시 당황했다. 함께 발티온으로 가기로 했던 최강이 먼저 출발하라고 자신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1주일 뒤에 맞춰서 도착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발티온에서 보자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듀랄도 처음엔 고민했다. 최강의 말을 믿고 먼저 출발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에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최강의 태도에 어쩔 수 없이 듀랄은 먼저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1주일 후.
듀랄은 발티온에 와서 전력으로 달렸기에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죽음의 땅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최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였다.
‘속은 건가? 그런데 어째서……?’
애초에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됐을 일이다. 그런데 거래를 하겠다고 했으면서 이러한 빅 엿을 선사할 이유가 최강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듀랄이 새벽부터 최강을 기다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안절부절못하면서 죽음의 땅 성문에서 서성이던 듀랄이 마침내 걸음을 옮겼다. 발티온의 영지 내로 들어온 것이 반나절도 전에 보고가 올라갔을 것이기 때문이다.
슬슬 출발하지 않으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는 이유였다. 결국 혼자서 왕성으로 향한 듀랄은 오후 2시쯤에나 왕궁의 내전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내전에는 이번에도 이미 수많은 대신들이 대기 중이었다. 듀랄 때문이 아니라 전쟁이 격렬해진 탓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절차를 마치고 내전으로 들어선 듀랄이 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알현하자 왕이 말했다.
“그래, 어찌 되었는가? 혼자 도착한 이유가 뭔가, 듀랄?”
“그것이…….”
듀랄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본인도 이유를 모르겠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초에 이유가 존재하나 의심조차 들 정도였다.
‘젠장…….’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이미 죽음의 땅에서 복귀한 시점에서 최강과 함께 알현하겠다고 일차적인 보고를 올린 후였는데 이제 와서 일이 틀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듀랄이 최강을 원망하며 떠나던 날 최강이 이정표로 사용하게 꼭 들고 있으라고 말한 물건을 콰득 쥐었을 때였다.
번쩍.
내전 한가운데에 거대한 마나가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선명한 마나의 일렁임을 발견하고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뭔가, 듀랄?”
“그…… 그것이, 저도…….”
듀랄이 갑작스럽게 옆에 일어난 게이트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며 부인하려 할 때였다.
부우웅.
일렁이던 마나가 타원을 그리며 펼쳐지더니 게이트가 발생하는 것이 보였다.
뚜벅. 뚜벅.
게이트를 태연하게 걸어 나오는 사람을 발견한 듀랄의 눈이 불신의 눈으로 물들었다.
“1주일 만인가, 듀랄?”
그도 그럴 게 최강이었기 때문이다.
게이트에서 최강을 비롯한 일전에 봤던 여인들이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듀랄이 게이트가 사라지자 왕에게 최강 일행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할 때였다.
듀랄이 문뜩 내전의 분위기가 이상해졌음을 느꼈다. 당연했다. 쉴 새 없이 수군거리는 대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왕성의, 그것도 내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왕성은 물론이고 왕궁은 일반적으로 게이트를 열 수 없도록 안티스펠은 물론이고 반마법 물질을 사용해 건물을 건설한다. 그래야 공성전에서도 수비에 유리하기도 하고, 혹시나 있을 살수의 위험에서도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왕궁, 그것도 내전에서 게이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놀란 것은 듀랄뿐만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게이트가 발생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등장했으니 최강은 물론이고 듀랄까지 싸잡혀서 따가운 경계심의 시선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최강과 듀랄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항상 왕의 뒤편에 서서 왕을 호위하던 발티온 최고의 기사 갈딘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강의 등장에 단단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이 등장하자마자 무형기를 사용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 사내 때문인가?’
갈딘이 자신의 무형기를 간단하게 파해하는 최강을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갈딘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신들이 소란을 피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하나, 갈딘! 저들을 쫓아내지 않고!”
어수선한 내전을 쭉 둘러보던 최강이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는 중년 남성을 발견하고는 말했다. 저자가 필시 왕일 것임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이봐, 당신이 거래를 하고 싶다며? 왜 호들갑이야?”
최강의 말에 왕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거래? 듀랄, 그럼 이자들이 신기를 거래하기로 했다던 자들인가?”
듀랄이 번뜩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그…… 그렇습니다, 전하.”
왕이 갈딘에게 물었다.
“어떤가, 갈딘. 저자들이 정말로 듀랄이 말한 그자들 같은가?”
당황한 갈딘이 고개 숙였다.
“그런 것…… 같습니다.”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살 거야? 말 거야?”
“거래는 할 예정이다. 하나 그 전에, 그대가 정말로 거래를 하기에 합당한 자인지부터 검증해야겠군.”
왕이 최강의 격식 없는 말을 듣고는 말했다. 듀랄과 갈딘이 그런 것 같다고는 해도 저런 예의도 모르는 남자가 대단한 사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뭐래…… 지들이 사고 싶다고 할 때는 언제고.”
최강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리고는 말했다. 물론 중얼거림이었지만 내전에 최강의 발언을 못 들은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뭔데? 그 검증이란 게.”
“우리 발티온 최고의 기사 갈딘과 대련해서 이기는 것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