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최강 대신에 베이스캠프로 아라크네들이 몰려간 데에는 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최강이 신혼여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아라크네의 출동 사건은 최강이 아닌 최말숙의 독단이라고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대충 일차적인 불은 껐다는 소식을 들은 최말숙이 소파에 앉았을 때였다. 최지우가 말했다.
“근데 조카, 진짜 괜찮겠어? 도련님이 아시면 혼날 수도 있는데?”
최강이 고위 몬스터를 대량 기른다는 것이 드러나면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물론 지금의 최강이라면 별 탈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지만 말이다.
“그치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에요. 어쩌면 동생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최말숙으로서는 차마 그것을 알면서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최말숙이 말했다.
“그런데 삼촌은 어째서 계속 여기 계시는 거죠? 여자 친구가 거기 있을 텐데 걱정도 안 되세요?”
“세라가 있는 곳은 1차 베이스캠프거든? 그리고 도련님이 하는 말, 너도 들었을 거 아니야.”
최강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최지우에게 최말숙을 부탁했었다. 분명히 최말숙도 그 말을 듣기는 했다. 그런데.
어째선지 최말숙은 지금 최지우가 수상했다.
“왜 나를 그렇게 봐?”
아무리 최강의 당부가 있었다지만 그건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때의 일.
긴급한 상황이라면 재량껏 행동하지 못할 만큼 최지우는 바보가 아니었다.
애초에 최지우가 1차 베이스캠프에 있었다면 아이들을 그곳으로 보낼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답답해도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최강이 신신당부를 한 탓에 자신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마당에 최지우의 행동은 역시나 조금 많이 수상했다.
“혹시 이 상황이 되어서도 어머님과 아버님 사이를 견제하는 건 아니죠?”
“그럼~ 당연히 아니지.”
최말숙이 부정은 하지만 말뿐임을 확신하듯 말했다.
“치사하시네요, 삼촌.”
“아니 글쎄, 아니라니까, 조카?”
최말숙이 최지우를 향해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거실의 전화기가 울렸다.
최말숙이 전화를 받고 잠시 후였다. 통화가 진행될수록 최말숙의 표정이 점점 굳는 게 보였다.
“왜 그래?”
“발티온에서 전령이 왔는데 상당히 심각한가 봐요.”
“그래? 도련님한테 이야기…….”
최말숙이 최지우가 휴대폰을 꺼내자 깜짝 놀라며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당황한 최지우가 힘을 겨루며 애써 웃어 보였다.
“뭐야…… 왜 그래, 조……카? 이 손은 뭔데?”
최말숙도 이를 꽉 문 채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일단 그…… 휴대폰부터 내려……놓으시와요.”
“아니…… 방금 그건 몰라도, 이런 거는 도련님한테 알려야 할 거…… 아니야……. 상당히 심각하다며.”
“알려도 제가 알리겠사와요. 그러니 삼촌은…….”
“칫. 뭐, 좋아.”
최지우가 어디 좋을 대로 하라는 듯 물러났다. 옷매무새를 점검한 최지우가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막상 별 방법도 없잖아?”
“제가 직접 갈 생각인 것이와요.”
어디 할 테면 해 봐라는 식의 태도를 보이던 최지우가 움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의외의 답이었기 때문이다.
“뭐? 거짓말이지?”
“아뇨. 지극히 진심이에요.”
최말숙이 최지우를 보며 옅게 웃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제가 가면 아버님 말씀이라면 끔벅 죽는 삼촌도 당연히 따라오시지 않겠사와요?”
차마 아까 최강의 명령을 운운하며 배 째라 식으로 나왔던 최지우의 입장에선 외통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최말숙이 소파에서 일어나자 최지우가 물었다.
“뭐야, 진짜로 간다고? 우리 둘이서?”
“왜요? 못 가시겠나요?”
정곡을 찔린 듯 ‘윽’ 하는 듯한 소리를 낸 최지우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둘이서 갈 거냐고 묻는 거잖니, 조카?”
최말숙이 말했다.
“그럼요? 별수 없는 것이에요…….”
최지우의 말에 최말숙이 막 답했을 때였다. 마침 최말숙의 얼굴에 마땅한 인물이 떠오른 듯한 표정이 그려졌다.
“아니네요. 어쩌면 몇 명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사와요.”
***
그란디아 대륙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도 그럴 게 튤란 평야에서 싸우던 그 많던 대군이 연락이 뚝 끊기더니 곧이어 마왕의 탄생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마왕은 튤란 평야에서 딱히 며칠째 움직이지 않고 있었으나 그 존재만으로 그란디아 대륙을 절망으로 몰고 가기에는 지극히 충분한 상황이었다.
사실상 공국 중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바리스 공국의 멸망. 그리고 발티온을 제외한 모든 공국의 절반 이상의 상비군 소멸이라는 타격이 너무 상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원래 군사력이 강하던 폴탄 제국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뒤늦게 바리스 공국에서 살아남은 최정상급 망명 기사들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바리스 공국이 멸망해 버린 상황에 전의를 불태우기란 힘든 것이었다.
발티온은 그야말로 절망에 빠진 동시에 안도하고 있었다. 지도자 최강의 혜안에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엄청난 혜안이시다. 이미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계셨던 건가?’
내심 최강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국왕 대리 루디암을 비롯해서 모든 대신들의 충성도가 갑자기 급상승하는 효과가 일어난 것은 비밀이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최강에게 알린 루디암은 지금 자신의 숙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보냈던 전령이 곧이어 누군가가 방문할 것임을 알렸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공주님.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바로 최말숙을 비롯한 일행들이 말이다. 최말숙과 그 뒤편에 있는 일행들을 슬쩍 확인한 루디암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그런데 무신님은 안 오신 건지…….”
적어도 최강 정도는 되어야 지금의 상황을 타파할 계책이 되지 한가락 하는 어중이떠중이들은 사실상 전력 외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말숙이 말했다.
“아버님은 안 오셨습니다.”
최말숙의 말을 들은 루디암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보다 죽음의 땅은 괜찮은 건가요?”
당연히 죽음의 땅의 거대한 성벽을 지금 흉포한 몬스터들이 넘보고 있었지만 평소 강력한 방비를 대비하던 발티온이었기에 그곳은 크게 문제가 없었다.
“아, 뭐…… 공격받고 있긴 합니다만 아직 건재합니다.”
“그럼 마왕만 처리하면 되는 것이겠군요.”
루디암이 말했다.
“혹시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런 것이에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루디암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실례인 것은 아옵니다만. 공주님, 마왕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닙니다. 며칠 만에 바리스 공국을 전멸시켜 버릴 만큼 강력한 존재가 마왕입니다. 부디 다시 생각해 보시지요.”
최지우가 옳다구나 했는지 최말숙에게 말했다.
“저분 말씀이 맞아, 조카. 괜히 무리하지 말고 그냥 도련님께 알리자.”
최말숙이 최지우를 무시하고는 루디암에게 말했다.
“아니요. 괜찮답니다. 이분들하고 같이 갈 생각이니까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는 것이에요.”
최말숙이 뒤로 돌아서며 소개하듯 말했다.
“이번에 발티온에 함께 와 주신 분들이에요. 인사하세요.”
최말숙이 비켜선 그곳에는 크리스를 비롯한 프락시온의 멤버들이 서 있었다.
***
폴탄 제국의 황제 로이가 인상을 구겼다. 자신의 삼촌인 마셀로를 볼 때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가 위장 중인 마왕의 심복이었을 줄이야 생각도 못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불찰이도다.’
젊은 황제 로이는 20대 후반 정도의 모습이었는데 황궁에는 수많은 기사들과 휘황찬란한 장신구를 낀 대신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황제 로이가 말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 않습니까?”
“…….”
관료들을 꾸짖는 로이의 말에 차마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여기 있던 어느 누구도 마셀로 후작의 의견에 반대하던 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그의 알맹이까지는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이었다.
“로벤.”
로이의 말에 황제의 옆에서 그윽한 노인 문관 하나가 답했다.
“예, 폐하.”
“지금 제국의 전력으로 마왕을 퇴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로이는 로벤이라는 사내를 상당히 신뢰했다. 여태 그 누구도 이자보다 현명한 자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스승이자 황사라는 명예직을 맡고 있는 로벤을 누구보다 신뢰하고 있었다.
“그건 제가 차마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옵니다, 폐하.”
“그대가 답을 하지 못한다니 별일이 다 있군.”
“다만.”
로벤의 말에 로이가 말했다.
“말해 보게.”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 시기는 지금뿐이라는 것입니다.”
로벤의 말을 들어 보자면 이러했다. 마왕도 결국엔 생명체인지라 그 탄생이 이루어지고 난 직후가 가장 생명체로서 불안정한 시기라는 것이었다.
로이가 생각했다.
‘과연 마왕을 토벌하는 것이 맞을까?’
설령 토벌에 성공한다고 해도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이고, 반대로 실패하면 더욱 최악이었다. 가만히 있는 마왕의 화를 돋우는 꼴이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왕을 저대로 대륙 한복판에 둘 수도 없는 일이다.’
지금은 튤란 평야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는 마왕이었지만 언제 갑자기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심지어 지금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로벤의 말대로 불안정한 신체를 안정시키기 위함이라면?
오히려 지금만큼 적기가 없는 것이었다.
황제 로이가 관료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했다.
“로벤, 내가 지금 고민이 있는데 무엇인지 맞혀 보겠나?”
로벤이 막힘없이 답했다.
“마왕을 토벌할지, 아니면 저대로 놔두고 지켜봐야 할지 고민하시는 것이겠지요.”
“맞네. 그럼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맞혀 보겠나?”
로벤이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답했다.
“마왕을 토벌하실 생각일 겁니다. 다만 그럼에도 결정을 못 내리는 것은.”
로벤이 주름진 눈으로 황궁에 모인 수많은 권세가들을 일일이 훑으며 말했다.
“병사가 부족한 이유겠지요.”
“방법이 있겠는가?”
로벤의 말은 이번에도 거침없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마셀로 후작의 출병 제안을 동조한 저들이라면 이번 역시 도울 것입니다. 감히 황제 폐하의 의중을 거스르고 제국의 안녕에 위험을 끼쳤다면 그 목이 달아나도 이상하지 않을 터. 제 목숨이 아깝다면 앞다퉈 사병을 내놓을 것입니다.”
과연 로벤이었다. 딱히 사전에 입을 맞춘 것도 아니었는데 자신이 바라는 답을 그대로 내놓았다. 본래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옆에서 누군가 명분을 내세워 줄 때 그 목소리는 힘을 얻는 법.
로이가 대신들을 고압적인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생각 없었는데. 로벤, 그대의 말을 듣고 보니 마음이 바뀌었네. 역시 처분해야겠어.”
관료들의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보였다.
“하나, 로벤이 말했듯 짐은 관대하지. 고작 실수 한 번으로 목을 베어 버린다면 감히 누가 짐을 위해 일하겠는가?”
“넓으신 아량에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관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로이가 말했다.
“나는 믿네. 그대들이 제국의 위기를 외면하는 자들이 아니라고 말이야. 그렇지 않은가?”
“그…… 그렇습니다, 폐하.”
사실상 사병을 내놓겠다는 관료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말했다.
“베리어스.”
“네, 폐하.”
“다행히 충직한 신하들이 군사를 내어 주겠다는군. 그대가 원하는 대로 군사를 꾸려 마왕을 퇴치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