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톨의 연달은 공세는 계속되었다.
물론 이것은 베리어스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일단 데몬의 연달은 운석 공격에도 베리어스는 겉보기엔 별다른 상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자신과 함께 왔던 마병대에 있었다. 베리어스가 하나라도 운석을 놓치는 순간 저들에게 상당한 피해로 돌아갈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려야 하나…….’
베리어스도 알다시피 데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의 마나 고갈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여태껏 묵묵히 당해 준 것은 저들 역시 지켜야 하는 제국의 국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를 용서해라.’
베리어스의 고민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저들은 제국의 국민이기 이전에 제국의 자랑스러운 군대. 제국을 위해서 죽는다면 그나마 값진 죽음일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베리어스가 떨어져 내리는 운석을 바쁘게 베어 내던 것을 관두고 데몬을 노려봤다. 그리고.
흠칫.
곧이어 베리어스가 사라짐을 본 데몬이 움찔했을 때였다. 데몬의 상반신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상처가 생겨났다.
촤아아아아.
데몬의 몸에서 보라색 피가 튀는 것이 보였다.
쿠구구궁.
단체로 배리어를 치고 휩쓸려 나가지 않도록 버티고 있던 10만여 명의 군대가 검은 불바다 속으로 영영 자취를 감춘 것은 바로 직후였다.
베리어스를 노려보며 주춤주춤 물러나던 데몬이 말했다.
“생긴 거랑은 다르게 강단 있는 사내였군요, 베리어스.”
곱상한 미소년처럼 생긴 베리어스의 표정은 무표정이었다.
“할 말이 그게 다라면.”
베리어스가 벌어진 거리만큼 한 걸음 내걸으며 말했다.
“이번엔 데몬의 힘 대신 대륙 최강의 힘을 느껴 보시죠.”
데몬이 손을 들어 무언가를 하려고 하자 베리어스의 칼이 어림없다는 듯 움직였다.
“어림없는 발악입니다. 마셀로.”
굵직한 데몬의 팔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베리어스가 말했다.
“슬슬 끝입니다.”
베리어스가 한 걸음 한 걸음 데몬을 향해 걸어갈 때였다.
베리어스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언제 있었는지 모를 존재가 데몬의 뒤편에 보였기 때문이다.
베리어스를 피해 물러나던 톨이 등 뒤에 닿는 무언가를 느끼고 뒤돌더니 잠시 후 무릎 꿇었다.
“마왕님.”
“마왕?”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뮬러의 모습과 너무나도 똑같은 마왕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베리어스가 중얼거렸다.
“뮬러가 아니란 건가?”
“뮬러…… 그렇군. 이자의 이름인가? 나쁘지 않은 이름이로군.”
마왕이 베리어스의 말에 답하면서 팔에 마나를 집중했다. 베리어스가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나 경계했다.
방금 전까지 백지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던 뮬러에게서 데몬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마나가 느껴진 이유였다.
베리어스가 잔뜩 날을 세우고 마왕을 노려볼 때였다. 베리어스의 생각과는 다르게 마왕의 손이 향한 곳은 옆에 서 있던 톨 쪽이었다.
마왕의 손이 닿자 마왕의 손에서 선명하게 그을리던 마나가 사라졌다.
휘리리릭.
베리어스가 마왕의 마나가 사라짐과 동시에 톨의 몸이 용솟음치는 검은 오라로 뒤덮이는 것을 확인하고, 잠시 후였다.
주변을 시끄럽게 찢어발기던 검은 오라가 모습을 감추자 다시금 톨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럴 수가?”
궁지로 몰렸던 빈사 상태의 톨의 모습은 어디 간 걸까?
잘렸던 팔까지 온전해진, 한층 듬직해진 톨이 보였다.
‘외형뿐만이 아니다. 느껴지는 기운도 더 강해졌어.’
마나도 적어도 두 단계, 어쩌면 최대 세 단계 수준까지 상승했음을 베리어스는 느낄 수 있었다. 베리어스가 뮬러를 바라봤다.
‘역시 마왕이라는 건가?’
베리어스는 이 자리에서 최대한 빨리 마왕을 처리해야 함을 다시금 느꼈다. 만약 저 힘이 데몬을 한정한 힘이 아니라 모든 마족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마왕군을 결성하지 못한 지금, 결단을 지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베리어스가 마나를 아낄 것 없이 끌어 올렸다. 조금 전까지 가능하다면 한 줌이라도 마나를 아낄 수 있다면 아끼려던 베리어스는 더 이상 없었다. 당연했다. 적장은 지금 다행히도 자신의 눈앞에 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 따윈 없었다.
마나를 전력 개방한 베리어스가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황금색 마나를 뿜으며 3개의 신기를 바라봤다. 자신이 획득한 구터의 신기는 주로 강화 마법이 부여된 장비들이었다. 지금 들고 있는 검도 그랬고, 손 위의 장갑도, 검을 담기 위한 검집도 그랬다.
“일격으로 끝내 주…….”
검을 높게 치켜들어 마왕을 향해 내리치던 베리어스의 말이 딱 끊겼다.
아무리 힘을 줘도 마왕의 손에 잡힌 자신의 검이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자신의 일격은 분명히 말할 필요도 없는 최선의 전력. 하지만 이게 뭐란 말인가?
자신의 최선은 겨우 마왕의 손바닥조차도 가르지 못할 정도의 공격이었다. 마왕과의 분명한 격차를 느낀 베리어스가 순간적으로 움찔했을 때였다.
“흥미로운 사내로군. 강자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대접을 해 줘야겠지.”
마왕의 반대편 손에 마나가 모이는 것을 느낀 베리어스가 검을 놓고 황급히 뒤로 피했다. 뭔지는 몰라도 자신의 최선의 일격을 막았던 공격이다. 저런 것을 허용했다가는 뼛가루도 남지 않을 것임을 방금 전 공방으로 느낀 것이었다.
쿠구구구궁.
헛손질한 마왕의 측면 공중에 수백 차례의 연달은 푸른 폭발이 이어졌다. 존재 자체만으로 후끈후끈한 폭발이 베리어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마왕의 공격은 당연히 이게 끝이 아니었다. 겨우 공격을 피하고 물러서던 베리어스의 앞에 어느덧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이번에는 뭐를 놓고 도망갈 텐가? 손? 발? 그것도 아니면?”
마왕의 손이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의 부리처럼 베리어스를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주르륵…….
어김없이 사냥을 성공한 마왕의 손에는 베리어스의 붉은색 피에 젖은 눈동자가 들려 있었다.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 건가?”
“…….”
남은 한쪽 눈으로도 투지를 빛내는 베리어스를 보고 마왕이 선심 쓰듯 말했다.
“뭐 이 정도면 내 심복을 다치게 한 값 정도는 치른 것 같군. 돌아가라. 흥미가 식었으니.”
베리어스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무시.
명백한 무시였기 때문이다. 대륙 최강으로 불리던 자신을 그저 살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여기는 것이었다.
베리어스가 전신의 마나를 손으로 옮겼다. 그리고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거대한 검이 생겨났다. 최강이 일전에 발티온에서 만들어 보였던 그 검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다.
톨에게로 돌아가던 마왕이 걸음을 멈추고는 뒤돌았다. 마왕과 눈이 딱 마주친 베리어스가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설마, 마왕이 치사하게 피하지는 않겠지?”
베리어스의 도발에 마왕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걸렸다.
“훗. 걱정 말아라. 피하지 않는다. 응해 주지.”
마왕의 여유로운 답을 들은 베리어스가 그 자리에서 검을 내리쳤다. 이마저도 막힌다면 정말로 끝이었다. 오로지 이 일격에 자신의 남은 모든 마나를 실었기 때문이다.
챙그랑.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혹한 법이었다. 그만큼 마왕과 베리어스의 격차가 큼을 말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었다.
이번에도 고작 마왕의 손짓 한 번에 베리어스의 거대한 검이 산산조각 난 것이었다.
부서져 내리던 검의 파편들이 연달아 일으키는 폭발 속에서 모든 마나를 소실한 베리어스가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끝이로군.”
마왕이 베리어스를 향해 창을 하나 만들어 겨냥했다. 마왕의 손이 쏘아지기 직전의 활시위처럼 멀어지는 것을 보고 베리어스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자신에게는 저항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흥미롭군.”
그런데.
이상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눈을 감았건만 어째선지 베리어스의 귓가에 갑자기 이 같은 마왕의 음성이 들려온 것이었다. 연유를 확인하고자 눈을 뜬 베리어스가 믿을 수 없는 존재를 목격했다.
그도 그럴 게, 어릴 적 죽었던 형의 모습이 보였던 것이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째선지 형은 마지막 본 그날로부터 외형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과 똑같은 금발 청년의 모습을 본 베리어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형.”
***
알베르토는 사실 이미 베리어스와 함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유는 베리어스의 성장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어린 나이부터 열심히 노력해 오던 자신의 동생. 그 싸움에 끼어들 권리 따위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리고 과연 알베르토의 생각대로 베리어스는 강해져 있었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오랜만이구나, 베리어스. 근데 인사는 나중에 하자.”
상대가 나빴다. 마왕은 아무리 봐도 베리어스가 지금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녀석을 해치운 뒤에.”
알베르토가 본격적으로 마나를 일으키자 주변의 공간이 이유 없이 왜곡되며 뒤틀리더니 심지어는 갑자기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알베르토의 강력한 마나에 견디지 못하고 대기 중의 마나가 폭발한 것이었다. 알베르토의 수준은 이미 누가 봐도 초인의 영역조차도 넘어섰다고 볼 수 있었다.
“이 팔을 놓아줬으면 좋겠군. 인간.”
마왕의 말과 함께 알베르토의 팔에 푸른색 풀꽃이 엉겨 붙었다. 하지만.
“뜨겁지 않은 건가?”
아무렇지 않다는 양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알베르토를 향해 마왕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무료했던 며칠간 중에 지금이 제일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마왕의 그러한 심리를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불꽃에 뒤덮인 알베르토가 반대쪽 손을 허공에 털었다. 그러자 그의 팔소매 사이로 단검 하나가 나와 손바닥에 쥐어졌다.
구터의 장비 중 하나이며 동시에 ‘소울 이터’라는 마법이 장착된 장비였다. 마왕의 복부에 검을 쑤셔 넣은 알베르토가 약간 구겨지는 마왕의 표정을 보고 말했다.
“역시 효과가 없을 수 없겠지. 그게 설령 마왕이라고 하더라도.”
마왕은 수많은 생명의 마나가 모여서 탄생한 존재다. 그런 마왕에게 있어서 근간은 바로 생명이 되었던 마나.
즉, 신체를 이루는 마나를 잃는 것만큼 치명적인 것도 없는 것이었다.
“재미있군. 다른 건 없나?”
알베르토가 픽 웃고는 마왕의 배에서 검을 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눈을 뗄 수 없는 박빙의 전투가 시작됐다.
알베르토도 마왕도 일진일퇴 따윈 없는 주먹다짐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쿠웅. 퍼어어엉.
팽팽하던 균열도 잠시였다. 서로 몸풀기가 끝났다는 것처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마왕의 주먹에 맞은 알베르토가 지면에 들이박히자 태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푸른 폭발이 일어났고 알베르토가 마왕의 배에 단검을 쑤셔 넣자 마왕의 표정이 굳었다.
서로 격이 다른 전투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리고.
승패를 차마 예측할 수 없는 전투가 급하게 양상이 변한 것은 바로 그것을 지켜보던 한 존재의 움직임이 있고부터였다.
바로 톨이 탈진해 쓰러진 베리어스의 목에 손날을 겨눈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