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최강은 예정보다 이틀 먼저 한국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이유는 신혼여행지에서도 균열에서 있었던 사건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집에 도착했을 때는 최재숙과 최지숙이 나미사가 해 준 떡볶이를 먹고 있었다.
류세란도 하나 젓가락으로 집어 먹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맛의 비결을 물었다.
“근데 이거 어떻게 만든 거예요?”
“비. 밀. 이랍니다.”
류세란의 말에 장난스럽게 답하는 나미사의 모습까지, 나름 단란한 모습을 현관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최강이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이거 괜히 빨리 왔나?’
당연한 생각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균열이든 뭐든 제법 조용했으니까. 하지만.
최강의 그러한 생각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았다.
‘아…… 피곤해.’
몸에 피곤함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청화수와 한판 벌였을 때 말고는 피곤한 적 없던 최강이 처음으로 피곤하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최강이 현관에서 생각을 하고 있자, 잠시 후 주소희가 현관으로 뒤늦게 뛰어왔다.
“아니, 혼자 그렇게 가 버리는 게 어딨어요. 짐도 안 챙기시고서는…….”
“네가 챙겨 왔잖아. 아니야?”
“그렇긴 한데…….”
주소희가 만들어 낸 소란에 뒤늦게 류세란과 나미사가 반응했다.
“어머? 모레 오시는 거 아니었나요?”
호다닥 달려와서 친근하게 구는 나미사를 보고는 최강이 쓱 집 안을 둘러봤다. 그러고 보니 이상했기 때문이다. 나미사보다 항상 먼저, 자신이 집에 드나들 때마다 얼굴을 비치던 한 명이 안 보였기 때문이다.
최강이 주소희가 내려놓은 짐을 하나 받아 드는 류세란에게 말했다.
“말숙이는?”
“그…… 글쎄요? 이틀 전쯤부터 안 보였던 거 같은데…….”
“3일 전 아닌가요?”
“그…… 그런가요?”
나미사의 끼어드는 목소리에도 당황하는 걸 봐서는 최강은 이미 류세란에게 그럴듯한 정보를 얻기는 글렀음을 확신했다.
“모른다는 거지?”
“저…… 그, 죄송해요.”
최강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류세란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니, 됐다. 모를 수도 있지 뭐.”
어차피 최지우를 옆에다가 붙여 뒀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 이유였다.
최강이 신발을 벗고 오랜만에 스스로 거실화를 내려 신은 뒤 부엌 쪽으로 걸었다. 떡볶이를 먹고 있는 최재숙과 최지숙에게 묻기 위함이었다.
“지숙아?”
뺨에 떡볶이 국물을 묻히며 정신없이 먹고 있던 최지숙이 의자에서 폴짝 내려서며 말했다.
“다녀오셨어요.”
“어, 그래.”
최강이 휴지를 몇 칸 꺼내 최지숙의 얼굴을 닦아 주며 말했다.
“근데 말숙이는?”
최강의 물음에 답한 것은 최재숙이었다.
“사흘 전에 삼촌이랑 나가신 것이에요.”
최강이 마찬가지로 폴짝 의자에서 내려서는 최재숙의 뺨도 닦아 주고는 국물이 묻은 휴지를 손으로 구겨서 휴지통에 휙 넣으며 말했다.
“지우랑?”
“네.”
“어디 갔는진 모르고?”
최재숙과 최지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이 그것을 보고 잠시간 생각하고 있자니 최지숙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데 언니가 삼촌이랑 나가기 전에 전화를 받은 것이에요.”
“전화? 무슨 전환데?”
“화장실을 가는 도중에 들은 거라 정확히는 잘 모르는 것이에요.”
“작은 거라도 상관없어.”
“음…… 아! 발티……온이라고 했던 것 같은 것이에요.”
“발티온이라는 거지?”
최지숙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최강이 말했다.
“마저 먹어.”
“넵!”
두 사람이 다시 의자 위로 올라가서 정신없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보였다. 기껏 닦아 준 입 주변에 다시금 국물이 묻기 시작했다.
최강이 부엌에 서서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평소라면 몸도 피곤하겠다, 그냥 그러려니 했겠지만. 최말숙이 며칠째 연락이 없는 것도 그렇고, 근래에 균열 쪽이 말썽인 것도 그렇고, 묘하게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참을 생각하던 최강이 돌아섰다.
“어디 가세요?”
최강이 부엌을 나와서 거실로 나오자 짐을 풀던 주소희가 말했다.
“어,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서.”
***
최지우와 알베르토 그리고 최말숙의 합은 처음 만난 사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최지우가 시선을 끌고 마왕의 눈을 어지럽히면 그 틈을 알베르토가 비집고 들어가 단검으로 난자했으며, 그런 알베르토를 떨쳐 내려는 마왕의 공격에는 어김없이 최말숙이 방패로 보호한 것이었다.
“크으윽.”
이론상 공수에 완벽한 조화를 이룬 공격이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마왕의 체력 저하는 현저하게 보였다.
세 사람의 완벽한 공격이 한 시간쯤 계속될 무렵, 마왕이 마침내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끝이다!”
마왕의 틈을 보고 최지우가 마왕의 목을 베어 버리려고 할 때였다.
“이것만큼은 쓰기 싫었는데. 하는 수 없지.”
스슥.
마왕의 신형이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평소라면 아무리 빠른 움직임이라도 감을 잡을 수 있는 세 사람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한 시간가량 마왕을 몰아붙이기만 했던 세 사람도 체력 저하가 일어난 탓인지 움직임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었다.
저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마왕이 모습을 갑자기 드러내자 그 모습을 보던 알베르토가 말했다.
“왜 안 쓰나 했더니…….”
최지우가 뭔가 알고 있다는 듯 중얼거리는 알베르토에게 물었다.
“뭐야? 뭔데?”
알베르토가 최지우의 질문에 답했다.
“말타이스의 병기다. 방금 전의 속도는 저 신발의 능력이지. 그리고 저 장갑은 조심해라…….”
최지우가 알베르토의 뒷말을 차마 듣기도 전이었다. 마왕이 빠르게 이동했고 최지우가 양손에 들고 있던 길이 다른 검을 교차해 막은 순간이었다.
“어림없…….”
말을 하던 최지우의 눈에 당황의 기색이 가득해졌다. 검에 불어 넣었던 마나가 장갑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장갑의 능력은 단검과 마찬가지로 마나 이터였던 것이다. 물론 단검의 경우, 단검 스스로의 마나를 채우는 것이었지만, 장갑은 마왕의 마나로 들어간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최지우가 마나가 빠진 검에 금이 가는 것을 보고는 황급하게 검을 틀어 공격을 흘렸다. 하지만.
쿠구우웅.
유감스럽게도 공격은 다 흘릴 수 없었다. 이미 힘의 중심이 최지우 쪽으로 많이 쏠린 뒤였기 때문이다.
마왕의 주먹에 얻어맞고 대포알처럼 뒤로 날아간 최지우가 푸른 불꽃과 함께 폭발했다.
사방을 뜨겁게 달구는 불꽃 속에서 최지우가 쓰라린 목소리를 냈다.
“젠장…….”
그도 그럴 게 검의 마나뿐만 아니라 손끝의 마나도 빨려 들어간 탓에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름 상당한 수준의 마나를 가지고 있는 최지우였지만 마왕의 불꽃에 그동안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몸에 두르고 있던 마나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마나를 흡수한다면 이러한 상황이 펼쳐지는 건 너무나 당연했으니.
최지우를 보고 깜짝 놀란 최말숙이 순식간에 그의 옆으로 이동했다. 당연히 베리어스는 어깨에 들쳐 업고 있는 모습이었다.
“괜찮아요?”
“아니. 아파 미치겠어, 조카.”
다행히 최지우의 반응이 빨랐던 건지 손가락 마디 끝에 화상을 좀 입은 것 정도로나 보였다.
“그러니까…….”
“엄살 피우지 마세요.”
경미하긴 해도 나름 선명한 화상 자국을 확인한 최말숙이 최지우의 말을 잘랐지만 스스로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그야 당연했다. 최지우 역시 정을 나눈 가족이니.
상처 입은 모습을 보면 당연히 사정을 봐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자신들이 물러난다면 이틀 뒤 최강이 전적으로 이 녀석을 맡아야 한다. 그건 최지우에게 채찍질하는 것보다 더 싫었다. 그리고 그건 최지우도 마찬가지일 것이었다. 최말숙이 말했다.
“저 녀석을 아버님께 보내실 생각인가요?”
“그건…….”
역시나 최지우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일 때였다.
알베르토가 두 사람의 곁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아니. 나 역시도 이렇게 된 이상 도망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시간을 조금 벌어 주지.”
최지우가 말했다. 그냥 해 본 말이었는데 선뜻 나서니까 혹시나 한 이유였다.
“무슨 방법이 있는 거냐?”
“방법?”
알베르토가 픽 웃었다.
“당연히 그런 건 없다. 있었으면 진작에 썼겠지.”
화염 속성 절대 면역. 냉기 절대 면역. 뇌기 절대 면역 등. 6대 기초 원소 마법의 면역은 물론이고 체력 회복. 마나 회복. 독 면역까지. 알베르토는 구터의 장비로 인해서 정말로 어마무시한 스펙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을 일발역전 시킬 만한 비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알베르토의 말에 최지우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도망?”
세 사람의 눈에 동요가 일어났다.
방금 전까지 주시하고 있던 마왕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더니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어림도 없다. 그냥 이곳에도 모두 죽어라.”
최말숙이 급하게 방패를 전개했다. 하지만.
쩌저적.
최말숙의 천주갑도 역시나 핵심이 되는 것은 마나였다. 마나를 흡수하는 장비의 능력 앞에서는 곧이어 금이 갔고, 얼마 후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방패를 부수는 틈에 세 사람이 각자 몸을 피했지만, 여기서 마왕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한 번 더 움직였다.
“아까는 잘도 방해했겠다?”
마왕이 최말숙의 뒤편에 나타나서 주먹을 휘둘렀다. 방금 전보다도 신속한 마왕의 공격은 이미 천주갑으로 막아 보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었다. 만약 이번에도 어김없이 장비의 능력을 사용한다면 일격에 최말숙의 숨통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말숙이 마나를 주먹이 향하는 얼굴로 끌어모으고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떻게든 목숨만이라도…….’
불가능하겠지만 방법이 이것뿐이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런데.
최말숙이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한참이 지나도 얼굴에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말숙의 눈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얼굴이 있었다. 최강이었다.
목이 잘려서 바닥을 나뒹구는 뮬러의 목을 확인하는 최말숙에게 최강이 말했다.
“내가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죄송한 것이와요…….”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그래. 그럼 이제 집에 가자.”
최강이 옆으로 이동한 최지우를 보고는 말했다.
“넌 또 손이 왜 그래?”
최지우가 멋쩍게 웃으면서 손을 등 뒤로 휙 감췄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하하…….”
“뭐, 여튼 집에 가고 보자.”
최강이 최지우를 의심쩍게 보다가 게이트를 다시 열었을 때였다.
“기다려라.”
마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을 멈춘 최강이 뒤돌아서 확인해 보자니 주인 잃은 뮬러의 목에서 눈알이 핑글핑글 돌고 있었다.
최강이 그 모습을 보고 역한 듯이 헛구역질을 했다.
“우웁. 뭐야, 이거. 징그럽게.”
확실히 눈알이 외곽으로 핑글핑글 도는 모습은 토악질 나오는 모습이긴 했다.
“감히…… 감히…… 이 몸을 이 꼴로 만들고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최강의 말에 더 화가 났는지 노기 가득한 말투로 마왕이 말한 다음 순간이었다.
엄청난 마나가 뮬러의 입에서는 물론이고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연기처럼 분사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듯이…….
혹시 몰라 폴짝 뛰어 한참 뒤로 물러나 구경하던 최강이 최말숙에게 물었다.
“저건 뭐냐?”
“저도 잘…… 모르겠는 것이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