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크리스 일행의 싸움은 크리스의 완벽한 선제공격이 들어갔음에도 상당히 곤란한 상태로 이어지고 있었다.
“허억…… 허억…….”
역시나 최상위 마족답게 엄청난 수준의 마력을 보유하고 있는 데몬을 크리스 일행이 상대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숨이 가빠 와서 움직일 수 없더라도 온힘을 다해서 버텼다.
마왕의 마나가 점점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최말숙 일행이 지원을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제 그것도 한계였다. 두 마리의 데몬 중 하나를 해치우는 데 성공은 했지만 지팡이를 들고 있는 데몬을 해치우기에는 힘이 다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지 남은 데몬은 강력한 한 방을 전개하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을 보아하니 도저히 자신이 버텨 낼 수 있을 법한 수준이 아니었다.
‘끝인가?’
크리스가 일행들의 모습을 확인했지만 표정이 다들 안 좋은 게 정말로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순간이었다.
마나를 지팡이의 수정으로 끌어모으던 데몬이 갑자기 뒤편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크리스는 다음 순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마왕으로 추정되는 존재의 마나가 불안정함이 느껴진 것이었다.
데몬 텔라스가 거의 빈사 상태가 된 크리스 일행을 노려보다가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도 마왕에게로 이동한 것이 분명했다.
***
튤란 평야의 북쪽에서는 지금 크리스 일행과 마찬가지로 세 마리의 데몬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는 파비가스를 비롯한 발티온으로 망명했던 기사들이었다.
전세는 당연히 파비가스를 앞세운 발티온의 열세였다. 파비가스의 경우 혼자라면 그나마 해 볼 만했겠지만 나름 추려서 온다고 왔음에도 졸지에 지켜야 할 대상이 되어 버린 기사들을 데리고는 차마 당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파비가스 경.”
데몬들과 나름의 명혈투를 벌이던 파비가스가 비틀거리자 구경하던 기사들이 분통해할 때였다.
자신들을 몰아붙이던 세 마리의 데몬이 갑자기 돌처럼 굳은 듯 정지하더니 잠시 후 눈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세 마리의 데몬이 모습을 감췄다.
소름 끼치는 마나가 느껴지는 마왕의 곁으로…….
***
최강은 마왕의 상태가 이상해지자 순식간에 멀리 떨어져서 현재 상황을 구경 중이었다.
최강이 옆에서 같이 구경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저건 뭐냐? 그 들쳐 메고 있는 녀석은 또 뭐고?”
“마왕인 것이와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은 뭔지 모르겠지만. 또…….”
최말숙이 자신의 어깨에 들쳐 업고 있는 녀석을 말하려고 할 때였다. 알베르토가 모습을 드러내며 말했다.
“내 동생이다.”
“네 동생?”
최강이 알베르토를 보고 말했다.
“넌 뭔데?”
“나는 제국의 황제 폐하의 그림자, 알베르토라고 한다.”
최강이 머릿속으로 조금 정리하다가 말했다.
“뭐 어쨌든 이 녀석이든 너든 제국 쪽 녀석이라는 거네?”
“그렇다.”
알베르토가 최강의 말에 답한 순간이었다. 최강의 주먹이 알베르토의 머리에 꿀밤을 놓았다. 마왕의 주먹에도 아파하지 않던 알베르토의 눈에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당연했다.
꿀밤도 능력이라고, 꿀밤 장인 최강이 알베르토의 수준을 아는 만큼 전력을 다해 때렸기 때문이다.
“왜…… 왜 때리는 것!”
최강이 알베르토를 쓱 바라보자 알베르토가 움찔했다.
“입니까.”
“너희가 발티온 녀석들 괴롭힌다며.”
“도대체 언제 적…….”
사실 역사상 제국이 공국을 침략한 것은 거의 천 년 이전의 사건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을 분풀이하다니, 솔직히 알베르토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법도 했다.
“됐고. 저건 뭐냐?”
“상위 마족들에게는 의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소녀처럼 진짜 모습을 감추고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낸 상태를 말하죠.”
일전에 엘리스가 본래의 거미의 모습으로 변한 일이라거나 바실리스크가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던 상황을 떠올린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아마도 지금의 마나 파동을 볼 때, 하려는 걸 겁니다.”
“본모습 말이야?”
알베르토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겠네. 어떻게 생겼나 한번 구경이나 해 보자.”
“도망가는 게 아니고 말입니까?”
“도망? 저걸 놔두고?”
지금 여기서 도망가 봐야 그란디아 대륙과 전혀 상관없는 어딘가로 도망간다면 상관없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곳은 없었다. 심지어 최강이 살고 있는 세계까지 이제 그란디아 대륙과 연관이 없다고도 할 수 없었다. 근래에 균열이 연결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알베르토의 생각은 달랐다. 조금 전의 꿀밤 맛만 봐도 최강의 실력은 범상치 않았다. 일단 한번 물러나고 이후에 체력을 회복한 뒤에 네 명이서 공략한다면 분명히 처리할 수 있는 상대였다, 마왕은.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생각을 알베르토가 말했다.
“아무리 의태라고는 해도 목을 베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한 논리입니다. 살아 있다고 한들 작은 대미지일 리가 없습니다.”
본래 마나를 근원 삼아서 태어난 만큼 목이라는 신체 부위가 생물체들에게 급소인 것과는 다르게 작용한 듯했지만 어찌 됐든 신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필시 작은 상처는 아닐 것이었다.
“야, 됐고. 도망가려면 네 동생이나 챙겨서 혼자 도망가.”
“…….”
알베르토가 최강의 말에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을 해 보였다. 설마하니 이렇게 칼같이 거절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알베르토가 어떻게 최강을 설득해야 될까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그때였다.
“마왕님.”
“어째서 의태를!”
네 마리의 데몬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몬들은 마왕의 모습을 보고 상당히 불안해하는 듯했다. 당연했다. 의태를 벗으면 강력하긴 하겠지만 그만큼 섬세한 공격도 불가능해지고 반대로 덩치가 커져서 대처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검은색 연기가 모여 점점 어떠한 형상으로 변해 가는 와중에 대기 중을 타고 나팔 소리 같은 음성이 들렸다. 마왕의 목소리였다.
“멜폰은 어디 갔지, 텔라스…….”
“멜폰은 적들을 막다가 그만…….”
텔라스의 답을 들은 마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를 꽈득 문 듯한 음성이었다.
“그렇군. 잘됐다. 여기 있는 놈들을 갈아 마셔 버린 뒤 그놈들을 죽이러 간다. 무료했던 차에 할 일이 생겼으니 잘됐군.”
쿠웅.
마왕이 마침내 의태를 완전히 벗고는 한 걸음 내걸었다.
연기를 뚫고 나타난 마왕의 모습은 덥수룩한 고동색 털과 머리에 달린 검은색 황소 뿔 그리고 태산만 한 두 짝의 날개까지, 그야말로 공포를 불러일으킬 법한 모습이었다.
“발록…….”
알베르토가 마왕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설마하니 그란디아 대륙에서도 전설처럼 여겨지는 몬스터의 정체가 마왕의 의태를 벗은 모습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
“이미 늦은 건가?”
알베르토가 빠르게 눈을 굴려 마왕의 신체 중 부상을 입은 곳을 찾았다. 목이 베였으니 어딘가 하자가 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을 굴리던 알베르토가 잘못 본 것은 아닌지 눈을 비볐다. 그도 그럴 게 그나마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설상가상 머리의 거대한 두 뿔 중 하나가 반 토막 난 게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미치겠군…….”
알베르토가 마왕 발록을 바라보다가 앞으로 한 걸음 내걷는 최강을 보고 말했다.
“자…… 잠깐!”
더욱더 최강을 말릴 이유가 늘었기 때문이다.
“뭘 잠깐이야? 여기서 너나 잠깐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최강은 그런 알베르토의 손길을 뿌리치고는 혼자서 마왕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다. 네 마리의 데몬이 어림도 없다는 듯이 최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최강이 그 모습을 보고 두 자루의 검 중 아까 마왕의 목을 베었던 말타이스의 신기가 아닌 이번엔 청화수를 꺼내 들었다. 그러자.
화르륵.
네 마리의 데몬이 푸른색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보였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데몬들이 비명을 지르며 말했다.
“크아아악.”
“마왕님…… 어째서…….”
발록이 당황해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게 자신은 텔라스 일행을 공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강의 수준이나 좀 파악할 겸 전혀 막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 푸른색 불꽃은 분명히 자신의 불꽃과 같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불꽃보다 더욱 뜨거웠다. 조금 떨어진 자신의 살갗까지 익힐 정도로 말이다.
“아! 그거 내가 한 거야. 뭐 정확히, 여기 계신 진짜 마왕님께서 한 거겠지만.”
최강이 청화수를 가리키며 말하고는 아까부터 쫑알쫑알하는 청화수의 말에 답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조용히 좀 해……. 가뜩이나 기운 달려 죽겠는데.”
이게 다 신혼여행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강은 그 짓을 한 달 뒤에 또 해야 한다.
“아…… 가기 싫다…….”
자신의 팔자를 푸념으로 늘어놓는 최강을 보고 마왕이 말했다.
“진짜 마왕이라고? 누가 말이냐?”
“그게 궁금해?”
“그렇다. 진정한 마왕은 오로지 이 몸 하나뿐일 터!”
마왕이 재로 변해 버린 네 마리의 데몬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들이 필시 그렇게 말했단 말이다!”
최강이 소음공해에 피로한 도시 인간 같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놈도 저놈도 마왕은 원래 다 시끄러운 녀석들뿐인가?’
최강이 말했다.
“됐고, 궁금하면 한 방 버텨 봐. 그럼 말해 주지.”
“버티라고?”
최강이 관심을 보이는 마왕을 향해 말했다.
“그래, 버텨 봐. 왜? 자신 없냐?”
“무…… 무슨 소리! 좋다, 네놈의 일격, 얼마든지 쪼개 주마.”
발록이 콧김으로 푸른색 불꽃을 뿜어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좋아. 피할 일은 일단 없어 보이고.’
최강이 허공에 검을 슥슥 휘두르기 시작했다. 발격을 준비하는 동작이었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마왕이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말했다.
“뭐 하는 거냐?”
“아, 별거 아니야. 준비 동작이랄까?”
“준비 동작이라고?”
“그래. 그리고.”
최강의 눈빛이 빛났다.
“이제 막 끝났네.”
최강이 들었던 검을 휙 내리쳤다.
갑작스러운 발격에 마왕이 말하다 말고 날아오는 참격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하지만.
“끄으으응.”
어림도 없었다.
겨우 자신의 몸집만 한 반월 모양의 참격일 뿐인데 어째선지 꿈쩍도 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오~ 그래도 제법 버티네?”
최강이 다시금 허공에 검을 휘두르다가 연속해서 참격을 날렸다.
한 손을 치워서 2개의 참격을 양손으로 막아 내는 발록에게 최강의 세 번째, 네 번째 참격이 연속해서 날아가길 반복할 때였다. 수십 개의 각기 다른 참격이 겹쳐지자 마지못해 마왕이 뒤로 물러나다가 이윽고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돌아서더니 언제나 그렇듯 최말숙의 옆에 서서 게이트를 열고 말했다.
“가자. 나 집밥 먹고 싶다, 말숙아.”
“알겠사와요. 메뉴는 어느 것으로 할까요?”
고작 검초식에 마왕을 저승길로 보내 버린 최강이 일행들과 함께 사라지자 그곳엔 베리어스를 들쳐 멘 알베르토만 덩그러니 남게 됐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파비가스를 비롯한 기사들이 도착한 것은 바로 그 직후였다.
“바…… 발록을 토막 내다니.”
“저기 데몬도 이미 죽어 있는데?”
산산조각 난 마왕과 검게 불타서 죽은 데몬을 본 파비가스와 기사들이 알베르토에게 가서 말했다.
“마왕을 처치한 게 당신입니까?”
알베르토는 몰라도 베리어스의 얼굴은 익히 알고 있는 파비가스의 물음에 알베르토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이름을 하나도 모르는군.’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신비로운 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