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일대제자를 풀어 주고 얼마나 지났을까?
남아 있던 마지막 여명이 마저 사라졌을 때였다.
깜깜한 밤이 되자 남자의 등짝에 앉아서 기다리던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의 생각대로 살려 보내 준 일대제자 녀석이 동료들을 몰고 왔기 때문이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지! 살려 준 보람이 있네.’
최강이 기쁜 얼굴로 숫자를 셌다.
“어디 보자…… 몇 명이나 데리고 왔으려나……?”
하나…… 둘…… 셋…….
최강이 빠르게 가까워지는 기척을 잡히는 대로 셀 때였다.
“여덟?”
최강의 마지막 말과 동시에 여덟 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진짜잖아? 이세평 저 새끼, 진짜로 뒤졌는데?”
“믿을 수 없군.”
최강이 웅성이던 남자들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는지 인사했다.
“얌마, 반갑다, 야. 또 보네?”
아까 살려 보내 준 녀석이었다.
일대제자 녀석이 썩은 얼굴이 되더니 말했다.
“여튼 조심해. 저 녀석 상당히 강하다.”
“조심은 씨발. 너는 돌아가면 문주님께 작살날 준비나 해.”
“쳇.”
동료의 핀잔에 일대제자가 혀를 차자 일대제자를 핀잔 준 남자가 무리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말했다.
‘이 녀석이 우두머리인가?’
남자를 관찰하듯 쓱 훑어보던 최강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닌 거 같은데?’
우두머리로 보기에는 뭔가 고만고만해 보인 탓이었다.
최강이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어 가고 있을 때였다.
남자가 말했다.
“한 가지만 묻겠다.”
“그래, 궁금하면 물어봐야지.”
최강이 발아래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바라보며 남자가 말했다.
“그 녀석, 진짜로 네놈이 죽였나?”
“보면 알잖냐?”
남자의 표정이 묘해졌다.
죽은 일대제자는 가장 말단.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대제자였다. 쉽게 제압할 수 있을 만한 녀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문득 무언가 생각난 얼굴로 말했다.
“그렇군. 혹시 네놈이 프리저인가?”
“글쎄?”
다수의 적을 앞에 두고도 기죽지 않는 눈빛을 보고 남자는 확신했다.
‘프리저다.’
프리저, 이 녀석에 관해서는 들은 적 있다. 이번 작전을 수행하기 전에 가장 주의하라며 귀 따갑게 들었던 녀석이니 말이다.
“네놈이 이유성을 죽였다고 들었다.”
“이유성……?”
잠시간 생각하던 최강이 생각난 듯 소리 냈다. 들은 기억이 있다.
“아아……! 그 덩치 큰 놈? 왜? 그놈하고 친했냐? 복수라도 하게?”
남자가 픽 웃었다.
“아니, 맞다면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했다. 그 녀석, 건방져서 언젠가 한번 손봐 줄 생각이었거든.”
남자의 말을 들은 최강이 입꼬리를 올렸다.
눈가에 주름을 잡은 남자가 기분 나쁜 투로 말했다.
“왜 웃지?”
“내가 장담하는데, 니가 그놈보다 더 약해.”
남자가 격하게 부정했다.
“헛소리!”
“못 믿겠어?”
“당연한 소리다! 일대제자 중 서열 3위인 내가 그놈보다 약하다고?”
최강이 같잖다는 듯 말했다.
“고만고만한 놈끼리 서열은 무슨.”
남자의 얼굴이 열 받은 듯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모습이 보일 때였다.
쾅.
사라진 최강이 남자의 코앞에서 나타났다.
“커억.”
남자가 피를 토하며 무릎 꿇었다. 최강이 주먹으로 명치를 후려친 이유에서였다.
최강이 남자를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녀석은 이거 네 방을 맞고도 숨이 붙어 있었다. 어때, 자신 있어?”
“…….”
숨을 몰아쉬던 남자가 잠시 후 통증을 이겨 내며 신경질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콰앙.
동시에 남자의 복부, 가슴, 머리에서 순간적으로 커다란 소음이 발생했다.
눈으로 좇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의 주먹이 남자를 가격한 것이었다.
멀찍이 날아간 남자가 축 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과 남자의 사이에서 상황을 살피던 일대제자 한 명이 일순간에 남자에게 이동해 목의 맥박을 확인했다.
‘죽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일대제자가 동료들에게 보란 듯이 고개를 좌우로 한 번 저었다.
숨이 끊어졌다는 신호였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을 목격했기 때문일까?
일대제자들의 분위기가 일순간에 심각해졌다.
최강이 목운동을 하며 한껏 여유로움을 표출할 때였다.
일곱 명의 일대제자들이 일제히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심할 상대가 아님을 확신한 것이었다.
여유롭게 지켜보던 최강이 자신을 중심으로 두고 도로변을 불규칙적으로 왕복하는 일대제자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것들, 왜 안 들어와?’
답답할 노릇이었다.
기세를 보니 도망갈 것 같지는 않았는데, 자꾸 간만 보고 공격다운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뭐냐?’
‘방금 전에 눈이…….’
‘확실해. 기분 탓이 아니다.’
반면에 최강의 생각과 달리 일대제자들은 그들대로 난처했다.
치고 들어가려고 할 때마다 최강과 시선이 마주친 이유였다.
일대제자들이 발을 놀리며 최강의 눈치를 살필 때였다.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 가만히 서 있던 최강이 꺼지듯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일단 하나.”
일대제자 한 명이 건물을 꿰뚫으며 직선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주변을 울리는 경이로운 일격에 일대제자 한 명의 발이 절로 멈췄다.
아까 최강이 살려 줬던 녀석이었다.
“미친…….”
일대제자의 눈에 다음 장면들이 속속들이 들어왔다.
최강의 주먹에 걸렸다 하면 어김없이 한 명씩 생을 달리하는 모습이었다. 어떤 놈은 수직으로 찍혀서 그대로 절명했고, 어떤 놈은 보이지 않는 도로 끝까지 날아가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나는 천둥과 같은 소리에 굉음을 멍하니 듣던 일대제자가 털썩 무릎 꿇었다.
“차원이 다르다.”
애초에 자신들이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이 아님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멍청하게 상대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한 자신이 동료들을 모두 죽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대제자가 좌절하고 있을 때였다.
여섯 명을 일순간에 정리한 최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 봐.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고.”
최강이 말했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
최강이 나간 방에는 주진강과 주민석, 주연석 그리고 주소희와 최말숙이 남아 있었다.
벌써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별다른 말 없이 앉아 있던 주민석이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지금이라도 프리저를 다시 데리고 와야 합니다!”
주민석의 말에 주연석이 거들었다.
“맞습니다, 아버님. 뭔가 석연찮습니다. 이대로 도망가 버릴 가능성도 있고요.”
주진강도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주소희에게 말했다.
“소희 네 생각은 어떠냐?”
“제 생각 말씀이신가요?”
주진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최강과 가장 친분이 두터운 주소희의 의견이 가장 정확하리라 판단한 것이었다.
주소희가 말했다.
“제 생각에는 괜히 핀잔 듣기 싫으면 얼마 줄지나 이야기하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소희의 답을 들은 주진강이 흥미로운 눈으로 말했다.
“돌아올 거라는 말이냐?”
“네.”
주소희의 확신하는 듯한 눈빛을 본 주진강이 물었다.
“확신하는 듯하구나?”
“물론이죠.”
주진강의 말마따나 주소희는 사실 최강이 도망가지 않을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냐?”
주진강의 물음에 주소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맡아 놓은 물건이 있어요.”
“귀한 물건인 것이냐?”
주소희가 자신이 입고 있는 천주갑을 바라봤다.
‘귀한 물건이냐고?’
재미있는 말이었다.
귀하다는 말은 분명 긍정적인 어감의 단어일 텐데, 어째선지 천주갑을 담아내기에는 오히려 부족한 단어 같았기 때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천주갑의 가격을 매긴다면 주씨세가보다 가치 있지 않을까?’
생각을 마친 주소희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네. 도망갈 생각이었으면 두고 갔을 리가 없는 물건이에요.”
“그렇구나.”
주소희의 말에 주진강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였다.
콕콕.
때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던 최말숙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난 모습으로 자신의 옆구리를 조심스레 찔렀다.
주소희가 고개를 틀어 최말숙을 바라보자 최말숙이 까치발을 들고 속삭였다.
“큰일인 것이와요.”
최말숙의 심각한 얼굴을 확인한 주소희가 속삭였다.
“화장실?”
도리질 치는 최말숙의 모습을 본 주소희가 귀를 대자 최말숙이 말했다.
“1층에 침입자가 있사와요. 그것도 상당히 강한.”
“침입…….”
본인도 모르게 소리 내 버릴 뻔한 주소희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최말숙에게 말했다.
“확실한 거니?”
“네. 물론인 것이와요. 그거 때문에 지금 아래쪽은 난리인 것이에요. 어쩌면 많이 조용해진 게 이미 다 죽은 걸 수도 있사와요.”
최말숙의 말에 주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진강이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느냐?”
“지금 1층에 침입자가 왔대요.”
주민석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잠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인터폰은 이렇게 조용한데. 혹, 프리저에게 연락이라도 온 건 아닌가? 도망갈 준비가 끝났다거나 하는 내용으로?”
주소희가 인상 쓰며 말했다.
“무슨 의미시죠?”
“같이 살더니 정분이라도 난 것 아니냐고 말하는 거다. 이걸 말로 설명해 줘야 하나?”
주소희가 어처구니가 없는 얼굴로 대꾸하려고 할 때였다. 최말숙이 주소희의 팔 자락을 잡아당겼다.
최말숙의 심각한 얼굴을 확인한 주소희가 하는 수 없이 몸을 돌이켰다.
“다녀올게요.”
“잠깐!”
주민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연석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가지.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저도 가겠습니다.”
주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시든가요.”
***
최강에게서 또다시 풀려난 남자는 이번에는 류씨세가의 영역에 있던 이소군에게로 향했다.
이번 일의 책임자이자 결정권자이며 동시에 최고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가 봐.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고.
최강이 마지막에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린 남자가 이를 바득 갈았다.
오만한 그 말투. 마치 누굴 불러와도 거뜬하다는 그 자신만만한 얼굴을 뭉개 버리고 싶었다.
‘그래, 원한다면 해 주마.’
남자가 최강이 원하는 대로 녀석을 꺾을 수 있을 만한 거물 이소군을 끌어들이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이소군이 근거지로 사용하는 사무실 앞에 도착한 남자가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
남자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자 따가운 6개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바라보던 이소군이 말했다.
“무슨 일이지?”
“프리저가 나타났습니다.”
이소군의 눈썹이 가늘게 한차례 꿈틀거렸다.
“그래서?”
“여덟 명이 죽었고 저만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이소군이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주씨세가 쪽은 열 명으로 편성했을 텐데?”
주씨세가 쪽은 총 열 명을 보냈는데 남자의 말을 셈해 보면 아홉 명이었다.
이소군은 이 점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상호 그 녀석이 저녁 무렵부터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그 전에 당한 게 아닌지…….”
“그렇군.”
일대제자 열 명 중 아홉 명의 사망.
절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소군의 반응은 딱 이 정도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이소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음 순간.
푸우우우.
남자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피분수가 솟았다.
주씨세가 쪽으로 파견한 열 명 중 아홉 명 사망이 전멸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이소군의 의자 뒤편에서 모든 장면을 지켜보던 일대제자 한 명이 바닥을 구르는 남자의 목을 보며 눈을 빛냈다.
‘뽑는 게 보이지도 않았다.’
일대제자 중 단연 서열 1위로 손꼽히는 자신이었지만 눈으로 좇는 것도 불가능한 엄청난 무위.
이것이 재능만으로 차기 문주로 추앙하는 세력을 만들 만큼의 괴물 이소군인 것이었다.
이소군이 대기 중이던 다섯의 일대제자 사이로 앞장서며 말했다.
“프리저를 죽이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