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30
30화
이소군이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붉은색의 반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행히 멀쩡하군.”
프로텍트링처럼 파손되면 어쩔까 했는데 다행히 무사했다.
그렇다. 천지 가르기가 최강을 집어삼킨 것은 리플렉트링으로 불리는 이 반지 때문이었다.
비록 전 세계에 3개뿐인 상급 리플렉트링은 수집하지 못했지만 운 좋게 그 아래 등급인 10개 언저리 정도로 추정되는 중급 링을 이소군은 수집한 것이었다.
이미 가격만 해도 부르는 게 값이라, 정작에 무인들이 아닌 신변의 위협을 받는 전 세계의 부호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었으니 그 효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소군이 바닥에 떨어진 듀랑달을 집어 들어 허공에 휘둘렀다.
쿠구구궁.
측면의 건물 하단부에 금이 갔다. 베어 무너지는 건물을 본 이소군이 인상 썼다. 검강의 길이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하군.”
듀랑달의 검강이 70미터 수준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원인을 찾아보던 이소군이 말했다.
“츳…… 금이 가 있었나?”
어째서 생긴 것인지는 저절로 짐작이 갔다.
어떻게 사정거리 밖인 100미터 밖의 자신까지 베어 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일격이 듀랑달에 금을 만든 원인일 것이었으니 말이다.
듀랑달을 검집에 넣은 이소군이 뒤돌아섰다.
프리저는 어찌 됐든 해치웠다. 이제 주씨세가든 류씨세가든 쳐들어가서 닥치는 대로 베어 버릴 심산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막심한 아이템의 손해로 들끓는 속이 편해지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소군이 걸음을 내디디려 할 때였다.
“어딜 가냐?”
들어선 안 될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이소군이 뒤돌았다.
방금 전에 ‘천지 가르기’라는 기술의 위력은 자신의 눈으로 봐서 알 수 있다. 직격했다면 살아 있을 리 없었기 때문이다.
“뭐 해, 답 안 하고 어디 가냐니까?”
“…….”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녀석은 멀쩡했다.
심지어 먼지만 조금 뒤집어쓴 모습으로 살아 있는 최강을 확인한 이소군이 말했다.
“어째서냐! 어째서 살아 있는 거지?!”
황급히 듀랑달을 꺼내 든 이소군이 최강을 바라봤다.
“하긴 원래 대답하는 놈이 아니었지?”
꿀꺽.
이소군이 마치 사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다가오는 최강을 바라봤다.
‘침착하자. 일단 리플렉트링은 무사해.’
듀랑달도 다시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치명타만 허용하지 않고 버티다가 기회를 봐서 확실한 한 방을 리플렉트링으로 되돌린다.
나름의 그럴싸한 계획을 세운 이소군이 검을 강하게 쥐었다.
최강이 그런 이소군에게 상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각오해. 너는 화끈하게 보내 줄 테니까.”
***
최강이 이소군을 향해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조금 전이라면 검강이 50미터 지점에서 최강을 멈춰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이번에는 이소군이 채 반응조차 못 할 사이에 뒤를 잡은 최강이 말했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보는 등짝인가?”
물론 무형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철이 들 무렵부터 완벽한 범인을 모방하기 위해 자연스레 익혔던 거짓 움직임을 바르게 교정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효과는 확실했다. 좀 전보다 2배는 거뜬할 빠른 속도가 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천지 가르기.”
최강이 급히 돌아서는 이소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좀 전처럼 천지 가르기가 자신을 삼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에 바른 동작으로 이루어진 천지 가르기는…….
‘방어를 걷어 낸다.’
그날 형님에게 천지 가르기를 비롯해 총 4개의 주먹으로 이루어진 맨손 박투를 전수받고 얼마나 열심히 반복했는지 모른다. 맨손 박투만큼은 너무나도 자신 있었다.
파앙.
급하게 돌아선 이소군의 방어에 직격한 천지 가르기가 일순간에 ‘X’ 자를 만들며 이소군의 방어를 걷어 내는 모습이 보였다.
저절로 몸이 ‘大’ 자로 변하자 당황한 이소군의 얼굴이 압권이었다.
씨익 입꼬리를 올린 최강이 자세를 바꾸었다.
“고려 좌군 두 번째 주먹.”
후방으로 물러났던 발이 되레 반보 앞으로 나왔고 반보 앞에 나와 있던 발은 이번에 뒤로 물러났다.
자세가 변하자 흩어졌던 바람이 다시 최강의 주먹에 소용돌이처럼 응집하는 것이 보였다.
“천지(天地) 울리기.”
최강의 주먹이 위에서 아래로 이소군을 내리찍었다.
쿵.
이소군이 바닥으로 사정없이 내리박혔다. 도넛 모양으로 일어난 모래 먼지가 쫙 퍼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쿵.
이것이 끝이 아니었나 보다. 이어서 잠잠해질 즈음 두 번째 소음이 들려왔고 조금 전보다 3배는 더 큰 모래 먼지가 일어났다.
쩌적. 쩌저적.
주변의 지반에 금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져 가던 균열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다. 마지막 세 번째 소음이 들리면서.
쾅.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최강과 이소군이 서 있는 지면을 제외한 일대가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원 모양의 커다란 크레이터로 변한 지면의 모습과 함께 반작용으로 튀어 오르는 이소군의 모습이 보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최강이 자세를 바꾸었다. 두 발을 나란히 세우며 좌우로 다리를 벌리는 자세였다.
“고려 좌군 세 번째 주먹.”
주먹을 휘감은 바람은 조금 전보다 눈에 띄게 강해져 있었다.
“천운(天雲) 올리기.”
최강의 벌어진 두 발이 가운데로 모이며 동시에 주먹이 이소군의 턱주가리를 직격했다.
이소군의 주변으로 용오름과 흡사한 돌풍이 휘감기를 잠시, 이소군이 빙글빙글 돌며 용오름을 따라 하늘로 떠올랐다.
기술 이름처럼이나 구름 위까지 올라갈 기세로 솟구치던 이소군이 어느 순간 용오름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였다.
이소군이 공중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최강의 자세가 아직 끝이 아니라는 듯 한차례 더 변화했다.
“고려 좌군 맨손 박투 마지막 주먹.”
벌어졌던 두 발 중 한쪽 발이 뒤로 돌아가며 최강이 측면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보였다.
복부에 두 손을 모은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진짜로 잘 가라.”
천지 가르기가 방어를 걷어 내는 동작이었다면 천지 울리기와 천운 올리기는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동작이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이렇다.
마지막 동작이…….
“황천(黃泉) 보내기.”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동작을 뜻하는 것이었다.
최강의 왼쪽 손에 감싸여 있던 오른손이 뻗어 나가며 떨어지던 이소군의 복부를 직격했다.
이소군의 옷이 일순간에 찢어지더니, 타격의 대상이 된 이소군이 수차례 폭발을 거듭하며 포탄처럼 날아가기 시작했다.
회오리치는 바람과 함께 이소군이 그렇게 아득하게 멀어지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3분쯤 됐을 때였다.
수십 킬로미터 밖에나 서 있을 최강에게도 느껴질 만큼 지축을 흔드는 강력한 폭발이 터졌다. 동시에 사방으로 몰아치며 구슬프게 우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묵묵히 바라보던 최강의 머리칼을 흔드는 돌풍이 멎었다고 느꼈을 즈음이었다.
일대를 잠식했던 모래 먼지가 사라진 맑은 밤하늘이 보였다.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최강이 말했다.
“성불해라.”
***
이소군이 최강과 대치하고 있을 때였다.
‘어…… 어디?’
최강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이소군이 화들짝 놀라 뒤돌았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뒤돌아선 이소군이 최강의 주먹이 자신에게 향할 것을 느끼고 빠르게 판단했다.
‘리플렉트링을…… 아니다. 지금은 아니야.’
묘하게 조금 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최강의 움직임 자체도 그랬고, 최강의 자체적인 분위기도 그랬다.
뭐랄까, 뭔가 더 홀가분해진 듯한 느낌이었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이소군이 최강의 주먹을 양손으로 막았다.
‘뭐지?’
이소군이 최강의 주먹이 X 자로 가로지른 두 팔에 닿았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프로텍트링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파앙.
공기가 팽창하는 듯한…….
흡사 천둥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나며 자신의 몸이 멋대로 ‘大’ 자로 풀렸다.
이소군이 최강의 자세가 변하는 것을 목격하고 또 한 번 고민했다. 조금 전은 자신의 생각대로 진짜가 아니었다. 손가락에 프로텍트링도 3개 다 무사했다.
‘아니, 아직이다. 한 번만 더 버틴다.’
프로텍트링을 믿고 한 번 더 지켜보기로 한 이소군이 리플렉트링을 바라봤다.
최강을 잡기 위해서는 리플렉트링을 제대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플렉트링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자신의 머리를 내리찍는 최강의 주먹에 이소군이 고통을 호소한 순간이었다.
맞았다고 느낀 순간 지면에 얼굴을 들이박은 이소군이 흐릿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손가락을 확인했다.
다행히 프로텍트링은 하나만 사라졌고 아직 2개의 프로텍트링이 건재했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군. 세 번째 주먹이라…….’
네 번째 주먹도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말이었다.
결국 이번에도 버티기로 한 이소군이 턱에 최강의 주먹을 허락했을 때였다.
고통에 의식이 끊겼던 이소군이 정신 차렸을 때는 이미 하늘 높이 떠오른 자신이 추락하고 있을 때였다.
얼굴을 강하게 때리는 바람이 아니었다면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었다.
이소군이 다행임을 느끼며 황급히 손가락을 확인했다.
이미 손가락 하나 꼼짝 못 할 만큼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듯한 상태였지만 고개를 겨우겨우 움직여 보니 손가락은 확인할 수 있었다.
‘미…… 미친.’
프로텍트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방금 전 일격에 2개가 깨졌다는 말이었다.
지면에 보이는 최강의 자세가 바뀌는 것을 확인한 이소군이 홀로 남은 리플렉트링을 바라봤다.
‘더 기다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설령 이번이 마지막 공격이 아니더라도 리플렉트링을 사용할 것을 다짐한 이소군이 최강의 주먹이 자신에게 향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고려 좌군 마지막 주먹.”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는데 너무나도 달가운 목소리였다.
마침내 최강의 주먹이 자신을 향하는 것을 확인한 이소군이 리플렉트링을 발동시켰다.
리플렉트링을 바라보던 이소군의 눈이 거침없이 지진을 일으켰다.
자신의 구명줄이나 다름없는 리플렉트링이 금이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 돼! 안 된단 말이다! 버텨!!!”
이소군이 간절히 외쳤지만 결국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리플렉트링을 보았을 때였다.
“커헉…….”
주먹에 맞자 절로 튀어나오는 신음 소리를 뱉음과 동시에 자신의 온몸의 옷이 찢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에 깔렸던 건물의 잔해들이 마치 고압 프레스에 찍힌 것처럼 일순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모습도 보였다.
일순간에 허허벌판으로 변해 버린 주변을 바라보며 이소군이 생각했다.
중급이 아니라 세계에 아직 3개밖에 매물이 없다던 상급이라면 달랐을까?
아니었다. 아닐 것 같았다.
이소군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 수준의 적이 아니었다.
-너보다 잘생긴 남자를 조심해.
어째선지 언젠가 들었던 나미사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강의 얼굴을 떠올린 이소군이 나미사의 말에 원망의 얼굴을 그렸다.
그럴듯한 충고를 받았더라도 어차피 프리저를 잡겠다며 나섰을 자신임을 알았지만 누군가 탓할 사람이라도 없다면 마지막 순간에 더욱 비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젠장!!!”
마지막 괴성을 내지른 이소군의 몸이 최후의 폭발과 함께 흩어졌다.
콰앙.
왕좌를 노리던 왕자의 비참한 최후가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