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새벽 시간 어느 커뮤니티였다.
님들 지금 협회 구인 광고 봄?
└아니.
└무슨 일 있음?
└지금 난리 났음. 지원 자격이 금색인 글이 제일 상위 배너에 올라옴.
└엥? 진짜임? 구조상 그럴 수가 없지 않음?
└그건 저도 아는데 진짜임. 확인해 보셈.
└진짜네…….
└무슨 오류라도 난 건가?
늦은 시각이었지만 다음 날 쉬는 사람이나 할 일 없는 백수들은 늦게까지 계속 떠들어 댔다.
└근데 그나저나 뭔 배짱으로 금색 이상임? 그 정도면 중소 규모 임원급이나 10대세가로 쳐도 팀장급이 보통인데 지원하는 사람이 있음?
└아니면 그냥 어그로일 수도 있을 듯ㅋ 최씨 특전대ㅋㅋㅋ 누가 세가 이름을 저렇게 지음?
└위에님 세가 창설에 얼마 드는지 앎? 20억 듦. 님 같으면 20억 써서 어그로 끌겠음?
└님들 세가 이름이 최씨 특전대였음?
└네 왜여?
└그거 프리저가 창설했다는 세가 이름 아님? 예전에 그런 소문이 잠깐 돌았던 거 같은데?
└과거 글 찾아보니까 진짜네 그럼 진짜 프리저?
└와…… 프리저는 구인 클라스도 남다르구나. 금색이 신입 사원이라니ㅋㅋㅋㅋ중소에선 임원이었던 내가 여기서는 신입이라구욧?!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저 내일 월차 쓰고 면접 보러 갑니다.
└헐 진심?
└저분 얼마 전에 금색 알 박았다고 인증한 사람 아님?
└저도 내일 면접 보러 갑니다.
└헐…… 이분은 몇 달 전에 세가 창설 인증한 분인데…….
여러 검증된 인원들이 지원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순식간에 모든 커뮤니티들이 밤새도록 시끄러워졌다.
***
다음 날 점심이었다.
최강의 사무실 앞에 많은 사람이 줄 서 있었다.
물론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목적은 민원이 아닌 면접이었다.
금색 등급의 무림인은 전체 5만여 명의 무림인 중에 약 5%. 대략 2,500명 남짓이었다.
대한민국의 전체 인구로 놓고 봐도 무림인의 전체 인구로 놓고 봐도 엄청나게 적은 인원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선지 오전 내내 면접을 했음에도 여전히 남은 줄은 길었다.
프리저라는 별명이 금색이라는 인원 중에서도 애매한 위치에 해당하는 무림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메리트였기 때문이다.
면접을 마친 주소희가 최말숙에게 말했다.
“다음 사람.”
최말숙이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는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대기열이 시끄러워졌다.
“30초도 안 지난 거 같은데?”
“저 사람, 세가 운영했던 경험도 있다며 으스댔었잖아.”
“설마 뽑을 마음이 없다거나 하는 건?”
지원자들이 시끄럽게 떠들기를 잠시였다. 문이 열리며 최말숙의 모습이 보였다.
“다음 분 들어오시와요.”
꼴깍.
방금 전 들어갔던 사람이 혼이 나간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을 본 지원자가 침을 한 번 꼴깍이며 들어갔다.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가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사무실 중앙 소파에 앉아 있는 주소희였다.
주소희의 냉한 눈빛을 받으며 걸어간 남자가 맞은편에 앉았을 때였다. 주소희가 말했다.
“성함과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서장군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다섯입니다.”
“그렇군요. 고생하셨어요.”
“아니요. 별것 아닙니다.”
멋쩍게 웃던 남자가 얼굴에 물음표를 하나 띄웠다. 주소희의 말을 떠올리니 뭔가 이상했기 때문이다.
남자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네?”
“고생하셨어요. 돌아가셔도 됩니다.”
“끝났다고요? 이력서라도 받아 보시는 게?”
“아니요, 괜찮습니다. 아쉽게도 저희와는 인연이 아닌 거 같네요.”
주소희의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잠시간 멍하니 있던 남자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했다. 자신보다 열 살은 더 어려 보이는 여자에게 면접 받는 상황도 그랬고, 몇 시간을 기다려서 본 면접이 이름과 나이를 묻는 것으로 끝났으니 말이다.
남자가 화를 버럭 내며 따지고 들었다.
“내가 오늘 몇 시에 와서 기다렸는지 알아?!!!”
“그 부분은 죄송스럽게 됐습니다. 하지만…….”
“하지만은 뭐가 하지만이야!”
주소희가 이미 자신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남자를 무시하고는 말했다.
이미 익숙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말숙아.”
“네, 어머님.”
분노로 일그러졌던 남자의 얼굴이 순간 넋이 나간 얼굴로 바뀌었다. 아까 계단 앞을 지나가던 남자와 같은 얼굴이었다.
최말숙의 능력, 마리오네트가 적용된 결과였다.
최말숙을 따라 걷던 남자가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주소희가 피로하다는 듯이 한숨 쉬었다.
“하…….”
물론 주소희도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과한 인력이 몰렸지만 처음에는 그래도 구색은 갖추려고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시간 남짓 면접을 보고 나서 오히려 늘어 있는 줄을 보았을 때.
주소희는 비로소 결심할 수 있었다.
마음을 독하게 먹을 것을 말이다.
“다음 분 들어오시와요.”
주소희가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고 능력을 사용했다.
“이 사람도 아니네.”
은색 등급 상위권 수준에서 골드 최하위 수준이나 되어 보였다. 이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대접받을 능력자였지만 주소희는 불합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본인의 기준이 아닌 최강의 기준에 맞춰서 사람을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애초에 금색이라는 지원 자격도 금색 등급 상위권 수준을 놓고 정한 것이었지 이런 하위권의 무림인을 채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최강을 만날 무렵의 자신 정도.
그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야단맞지 않을 수준은 될 것이었다.
주소희가 ‘질문→분노→최말숙’으로 이어지는 비슷한 패턴으로 몇 명의 면접자를 마저 상대했을 때였다.
검은색 마스크와 하얀 야구 모자를 눌러쓴 164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들어왔다.
주소희의 눈이 반짝였다.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 시절의 자신과 같은 수준.
푸른색 내공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불쾌하지?’
주소희가 묘하게 낯이 익은 실루엣을 보며 드는 께름칙함을 느꼈을 때였다.
“이름과 나이요.”
“스물두 살이구요, 이름은…….”
여자가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아시죠?”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주소희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류세란이었기 때문이다.
주소희가 눈빛만큼 차갑게 식은 말투로 말했다.
“아~ 류세란 씨였구나?”
주소희가 문 쪽을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고생하셨어요. 이만 가 보세요.”
“네……?”
“뭐 해요, 안 나가시고? 탈락하셨어요.”
류세란이 어이없는 얼굴로 말했다.
“자……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 이래도 되는 거예요?”
“네, 되고말고요. 말숙아.”
“네, 어머님.”
류세란이 성큼 다가오는 최말숙을 확인하고 발악하듯 말했다.
“최강 씨도 알아요?!”
최강은 지금 현장에 나가 있었다. 자신보다 주소희가 이런 쪽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류세란이 주소희가 미세하게 동요하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최강 씨에게 직접 받을 거예요. 싫으시면 면접 봐 주세요.”
잠시간 류세란과 소리 없는 기 싸움을 벌이던 주소희가 최말숙을 돌려보내고 말했다.
“뭐…… 좋아요. 이력서 정도는 가지고 오셨죠?”
주소희가 류세란의 이력서를 대충 읽으면서 생각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에메랄드 등급이라거나 이름, 이력 등 구체적인 사항 같은 거야 이미 알고 있는 내력이었기 때문이다.
‘이거를 어떻게 하지?’
최강이라는 패를 꺼내 든 이상 강제로 떨어트려도 곤란했고, 그렇다고 또 받아 주자니 그것도 골치 아팠다. 최강에게 껄떡댈 게 눈에 훤했기 때문이었다.
트롤 때라거나 저번의 계약 건만 해도 그렇다.
최강은 항상 류세란에게 호의적이었다.
최강의 과거 행실을 보면 가장 경계해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주소희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이어 가며 표면적인 질문을 툭 던졌다.
“지원 동기가 뭐죠?”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함께 일해 보고 싶어서요.”
“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류세란이 약간 움찔했다.
“말해 두지만 사내 연애는 안 돼요.”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목적이 100% 그쪽인 듯 보이는 류세란을 보며 주소희가 문뜩 스치듯이 생각했다.
‘그나저나 내가 이걸 왜 걱정하고 있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지금 상황.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생각하던 주소희가 두 눈을 감았다가 잠시 후 천천히 눈을 떴다.
냉소적인 웃음을 그린 주소희가 말했다.
“뭐 본인 입으로 아니라니까. 그러시면 내일부터 출근해 보세요.”
“네?”
“왜요? 갑자기 싫으세요?”
“아…… 아니요. 그럼 감사합니다.”
좋다고 뒤돌아서 나가는 류세란을 보며 주소희가 생각했다.
‘어디 두고 봐라. 제풀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다.’
***
저녁이 되자 최강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주소희와 교대하기 위함이었다. 최강이 뭔가 기분이 언짢아 보이는 주소희에게 말했다.
“뭔 일 있었냐?”
“아뇨.”
“그래?”
시큰둥한 주소희의 답에 최강이 말했다.
“신입 받는 일은?”
“뭐 결과적으로 한 명 받긴 받았네요.”
최강이 입이 툭 튀어나온 주소희의 모습을 보고 꿀밤 한 대 쥐어박아 주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사무실 청소를 하는 최말숙을 불렀다.
“말숙아.”
최강의 손짓을 확인한 최말숙이 쪼르르 달려왔다.
“쟤 왜 저러냐?”
“음…… 그것이, 잘 모르겠사와요. 아까 신입 한 분을 채용하고 나서부터 저러시는 것이와요.”
“신입? 신입이 누군데?”
“아버님도 아시는 분이시와요. 류세란이라고 하시던 분이요.”
최강은 주소희가 어째서 기분이 안 좋은지 대강 짐작이 갔다.
그러고 보니 둘은 항상 사이가 안 좋았었다.
‘근데 지가 뽑아 놓고 기분은 왜 안 좋은 거야? 내가 뽑았나? 지가 뽑았지?’
약간 어이없어진 최강이 최말숙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집에 갈까?”
“아니요. 오늘은 어머님 도와 드릴 일이 있사와요.”
뭔가 지 혼자 꿍해서 구시렁구시렁하는 주소희를 슬쩍 흘긴 최강이 말했다.
“그래, 그러든가.”
***
어둠이 깊게 깔린 밤이었다.
일차선 도로 정도나 간신히 뚫린 촌구석에 검은색 고급 세단들이 줄줄이 마을 입구로 들어섰다.
세단들이 멈춰 선 곳은 마을의 중앙이었다.
수만 평 부지를 자랑하는 으리으리한 한옥의 정문 아래 차를 세운 남자들이 하나씩 문을 열고 내리기 시작했다.
“자네는 여기서 기다리게.”
기사들과 경호원들을 거두고 혼자서 계단을 오르는 세 명은 각자 연륜과 매서움이 느껴지는 중년 남성들이었다.
웅장한 대문을 마주한 남자가 옷깃을 손보고 앞으로 걸어갔다.
문 앞을 지키는 20대 초반 정도의 두 문지기에게 남자가 말했다.
“금씨세가 금상지입니다.”
다른 남자들도 문지기와 마찬가지였다.
“장씨세가 장대근입니다.”
“허씨세가 허윤입니다.”
뭐랄까, 지극히 놀라운 장면이었다.
수십 년은 더 산 지긋한 어른들이 어린 청년들에게 깍듯하게 예를 올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압권인 장면은 이다음 청년들의 태도였다.
“잠시 기다려라.”
당연하다는 듯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태도.
당연한 순리였다.
이곳이 현 무림을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세력.
정씨 문중의 본가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