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51
51화
최강이 연락이 안 된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이유였다.
휴대폰 진동 소리는 최강에게 수면 방해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최강은 그래서 최씨 문중이 세가의 일을 도맡아 해 주면서부터는 잘 때 아예 자신의 휴대폰은 물론이고 주소희의 휴대폰까지 끄도록 했다.
간혹가다 새벽에도 장난 전화나 업무적인 전화가 사무실이 아닌 자신의 폰으로 걸려 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새벽 2시경.
최강은 지금 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누군가의 고성방가 때문이 아니었고, 지나가는 차량의 엔진음 때문도 아니었다. 그저…….
쿵쿵쿵.
누군가 큰 소리로 문을 두들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자신과 멀찍이 떨어져서 최말숙을 껴안고 자고 있는 주소희를 바라봤다.
말없이 주소희를 바라보던 최강이 한숨 쉬었다.
주소희가 대신 나가 주길 바라는 건 힘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 씨.”
자리에서 일어난 최강이 걸어가 현관문을 열었다.
***
“거기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더냐?”
목소리를 따라 공중으로 고개를 치켜든 샤오첸의 얼굴에 낭패의 기색이 떠올랐다.
공중을 날고 있는 본 드래곤의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리치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리치…….”
원래라면 자연지기를 흡수한 뒤에 사냥했을 녀석.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결계도 없었고, 리치를 뒤에 두고 강성훈 무리를 사냥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괜히 무리해서 도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물러날 것을 판단한 샤오첸이 주변을 살폈다.
검은색 중갑옷을 입은 듀라한과 데스 나이트들이 이루는 촘촘한 수십 겹의 포위망이 보였다.
“자, 그럼 죽을 시간이다.”
리치의 가슴께쯤에 거대한 마력의 구체가 모였다. 잠시 후 리치가 창으로 변화한 기다란 창끝을 검지 뼈로 밀었다.
샤오첸이 탈출구를 결정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철수한다.”
날아오는 창을 빠르게 피한 샤오첸이 남은 다섯 명의 랭커와 빠르게 달렸다.
데스 나이트.
C급 최강의 몬스터이지만 밀집대형으로 돌파력을 상승시키면 수십 마리 정도 쉽게 뚫을 수 있는 몬스터였다. 하지만.
캉. 캉. 캉.
어째설까?
샤오첸의 검은 물론이고 중국 랭커들의 공격이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의 갑옷조차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움찔.
이어지는 데스 나이트들의 반격.
샤오첸이 황급히 피해 물러나더니 곧이어 화들짝 놀라는 표정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다시 재장전된 다크 스피어가 그사이 또다시 날아온 탓이었다.
털썩. 털썩.
채 피하지 못하고 쓰러진 두 명의 랭커의 모습을 확인한 샤오첸이 입술을 물어뜯었다.
‘젠장, 뭐냐고…… 검강이 베지 못하는 데스 나이트? 들어 본 적도…….’
당혹스러운 광경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샤오첸의 얼굴이 흠칫 놀란 표정을 그렸다.
불과 한 끗 차이로 또 하나의 창이 볼을 스쳐 바닥에 꽂혔기 때문이었다.
샤오첸의 뺨에 실선 같은 붉은 상처 한 줄이 생겨났다.
방금 공격은 확실히 위험했다.
딴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었는데 반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크 스피어가 점점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털썩 털썩.
세 명의 남은 랭커마저 전부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샤오첸이 고민했다.
‘칫…….’
이제 와서 리치를 사냥하는 것도 늦었고, 그렇다고 도망갈 방법도 마땅하지 않다.
사활의 한 수를 찾아 빠르게 움직이던 샤오첸의 눈이 번뜩였다.
강성훈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봐, 힘을 보태라! 네놈도 살고 싶을 것 아니냐? 우리 다음엔 어차피 네놈들이다!”
“…….”
우리가 아니라 정확히는 나였지만, 여하튼 그것은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강성훈이 침묵했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방금 전 목숨을 노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중국어를 강성훈이 알아먹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젠장!! 젠장!!!’
샤오첸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치가 입꼬리를 올렸다.
“크크크큭. 죽음이 두려우냐?”
샤오첸이 들려오는 서늘한 웃음소리에 흠칫 놀랐을 때였다.
“뭐 잠시 여흥을 즐기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여흥……?”
리치가 샤오첸의 말에 답하기보다 저 멀리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나오너라.”
리치의 음성이 전장을 묵직하게 울렸다. 데스 나이트들이 옆으로 물러나 길을 트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잿빛 갑옷과 전신을 가득 뒤덮은 검은색 기운을 자랑하는 한 데스 나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벌어진 틈 사이로 마치 자신은 태생부터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듯 걸어 나오던 데스 나이트가 리치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리치가 말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익시온. 누구보다 앞장서서 아끼던 동료들을 베어 넘기는 모습에 감명받아 과인이 하사한 이름이다. 나의 군단장인 이 녀석과 겨뤄 보겠나?”
“겨뤄?”
“그래. 이긴다면 특별히 네놈을 살려 보내 주마. 어떠냐? 하겠느냐?”
샤오첸이 익시온을 바라봤다. 딱 봐도 보통 놈은 아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던 샤오첸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칭 왕답게 화끈하시군.”
“시작해라, 익시온.”
샤오첸의 말을 승낙으로 받아들인 리치의 말에 익시온이 일어났다.
샤오첸을 향해 돌아선 익시온에게 리치가 말했다.
“너의 불꽃을 보여 줘라.”
화르르르륵.
거센 검은 불꽃이 익시온의 온몸에 타올랐다가 점차 검으로 옮겨 갔다.
‘자연지기?’
모습을 지켜보던 샤오첸이 눈을 빛냈을 때였다.
익시온의 검이 천천히 들렸다.
“뭐냐, 그 자세는?”
너무 허점투성이였다. 마치 초심자도 하지 않을 법한 그런 자세였다.
샤오첸이 익시온을 노려보며 경계하다가 선수 치려 하던 찰나였다.
흠칫.
익시온의 들린 팔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한 샤오첸이 깜짝 놀라 옆으로 몸을 틀었다.
화르르르륵.
“크윽…….”
간발의 차이로 샤오첸을 스쳐 지나가는 직경 수십 미터의 화염 기둥이 보였다.
지평선 끝까지 태워 버린 검은 불꽃.
맞았다면 필시 즉사였다.
검은 잿가루가 되어 불씨를 일으키는 대지를 보고 샤오첸이 침을 꼴깍였다.
몇 마리나 죽었을까?
수천 마리……? 아니, 족히 수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칫, 언데드는 좋겠군. 물건 찍듯이 찍어 내면 된다는 거냐?’
심호흡을 크게 한 차례 한 샤오첸의 눈에 비장함이 담겼다.
‘스쳐도 안 된다.’
확실히 굉장한 위력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흡성대법이라는 확실한 일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나의 군단장이로다. 아름다운 불꽃이야.”
리치의 칭찬을 들어 기분이라도 좋은 건지 익시온의 투구 안에서 붉은색 안광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화르르륵. 화르르륵.
녀석의 검이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저곳으로 피하는 샤오첸을 향해 익시온이 마구 불꽃을 뿌려 댔다.
고작 샤오첸 하나 잡자고 휘두르는 검격에 벌써 수만 마리의 언데드들이 녹아 사라졌지만 익시온의 공격은 지칠 줄 몰랐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위력에 비해 그다지 민첩성이 없군.’
익시온을 피하며 쭉 지켜보던 샤오첸이 눈을 빛냈다.
‘지금!’
기다렸다는 듯 불꽃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 샤오첸이 바로 익시온에게 파고들었다.
50미터가 넘던 거리가 순식간에 지워져 갔다.
익시온의 불꽃이 샤오첸을 노리고 다시 한번 중간에 쏘아졌지만 직전에 홀연히 모습을 감춘 샤오첸은 익시온의 왼쪽에서 유유히 나타났다.
익시온의 어깨를 붙잡은 샤오첸이 비장하게 웃었다.
“죽어라!”
강성훈의 내공을 빨아들였던 흡성대법이 다시금 사용된 것이었다. 하지만.
“음……?”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는 샤오첸이 보인 순간이었다.
화르르륵.
익시온의 몸을 잡고 있던 샤오첸의 소맷자락에 검은 불꽃이 피어났다. 샤오첸이 급히 팔을 놓고 물러났지만 불길은 그칠 줄 모르고 온몸으로 번져 갔다.
끄아아아아악.
옷을 잡아먹으며 전신으로 번져 가는 불꽃에 고통을 호소하던 샤오첸이 급기야 웃통을 벗어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불꽃은 샤오첸의 웃통을 다 태워 먹고서야 사라졌다.
아직 고통에서 못 헤어난 건지 엎드려서 헥헥대는 샤오첸을 내려 보던 리치가 말했다.
“끝났군.”
샤오첸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 지지 않았단 말이다!!”
“아니! 네놈은 졌다.”
리치가 본 드래곤의 머리에서 내려 천천히 땅으로 하강했다.
중력을 무시하듯 사뿐히 샤오첸의 앞에 내려선 리치가 샤오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익…….”
다가오는 손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던 샤오첸이 덜컥 일어나 양손으로 리치의 목을 조였다.
“호오?”
리치가 흥미로운 눈매로 샤오첸을 바라봤다.
“이제 어쩔 셈이냐?”
“어쩔 셈이냐고? 당연히 이렇게 할 거다.”
샤오첸의 흡성대법이 다시금 발휘됐다. 리치의 주변으로 타오르던 검은 마나가 강풍에 흔들리는 횃불처럼 일렁였다. 샤오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샤오첸의 온몸에 번졌던 화상이 회복되며 점점 원상태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다크 스피어에 스쳤던 뺨의 상처도 마찬가지였다.
샤오첸이 실성한 듯 웃었다.
“으흐흐흐, 어떠냐! 더 지껄여 봐라.”
“…….”
“아니면 벌써 말할 힘도 없으려나?”
목을 움켜잡은 샤오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리치의 두개골에 한 줄의 작은 금이 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죽음을 초월한 절대자의 단순한 유희였다는 것을 샤오첸이 눈치챈 것은 그다음이었다.
번쩍.
어두웠던 리치의 눈꼴에 시릿한 푸른 안광이 스쳤다.
“에너지 드레인.”
샤오첸의 목이 리치의 손아귀에 빨려 들듯 들어갔다.
“커억.”
일방적으로 샤오첸에게 이동하던 기가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급기야 잠시 후에는 역으로 리치에게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흡성대법을 그만두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순전히 흡수량에서 밀린 결과였다.
“크윽…… 이런 미친…….”
샤오첸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잠시나마 품었던 실낱같은 희망은 달콤했느냐?”
리치의 몸에 났던 금이 다시금 회복되며 반대로 샤오첸의 몸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마치 이곳에 있는 모든 존재의 시간이 샤오첸에게만 집중되는 느낌이었다. 주름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었다.
“걱정 말거라. 과인의 옥체를 해하긴 했지만 특별히 넓은 아량으로 네놈에게도 불사를 선물해 줄 테니.”
40대, 50대, 60대를 넘어서 샤오첸의 외관이 빠르게 변해 갈 때였다.
흡족한 얼굴로 샤오첸을 바라보던 리치의 얼굴이 갑자기 강성훈 쪽을 향했다.
“짐의 감각을 피해서 접근하다니 제법이구나.”
갑작스러운 위협에 강성훈이 흠칫 놀라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등 뒤에 닿는 것이 있었다.
졸린 눈의 최강이었다.
***
하아아아암.
최강이 졸린 듯 하품하며 대답했다.
“그런 헛소리나 하려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하던 거나 계속하자.”
관심 끄라는 듯 손을 휘휘 젓는 최강을 가자미눈으로 바라보던 리치가 손에 들고 있던 샤오첸을 내려놓았다.
“허억, 허억.”
세수를 다한 노인처럼 엎드려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샤오첸을 보고 최강이 말했다.
“아니, 방해할 맘 없다니까?”
“…….”
최강이 리치의 적대적인 시선을 보며 한숨 쉬었다.
하…….
뭔가 개 같은 짓거리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견제하던 샤오첸이었다. 그냥 리치가 처리해 주길 바랐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운 좋다? 짱꼴라?”
“…….”
최강의 시선이 샤오첸에게 쏠려 있음을 직감한 리치가 선제공격했다.
“다크 스피어.”
최강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하나의 창이 쏘아졌다.
지금까지 봤던 사출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것처럼 준비 동작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
최강과 리치의 거리는 불과 50미터 남짓.
창이 최강에게 닿기까지는 채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장내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번쩍함과 동시에 최강에게 창이 쏘아졌다고 인지한 그 순간이었다.
좀 전의 속도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창이 리치에게로 반사됐다.
콰과광…….
성인 남성만 한 구체의 연달은 폭발이 일대를 삼켜 버릴 듯한 소음과 함께 이어지며 최강과 멀어졌다.
폭발의 소음이 주변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리치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