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53
53화
한국의 비참한 패배를 바라보며 각 국가의 수장들은 리치의 전력을 분석했다.
한국을 정리한 리치.
결국에 자신들이 상대해야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1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났던 대균열은 41미터 남짓 크기의 균열이었다.
당시 소환되었던 몬스터는 거대한 양의 형상을 한 모습이었는데, 미국 정부가 사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주일이었다.
그 시점에 미국의 주력인 1군 멤버들이 전부 해외에 있었기에 2군 멤버들이 사냥했다는 기록이지만 이것이 전력 분석에 좋은 지표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가장 먼저 난리가 난 곳은 인접한 중국이었다.
“70위권 이상 세 명?”
서기관의 말에 제법 직책이 있어 보이는 정보원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샤오첸이 1군에 해당하는 랭커는 아닐지라도 대인전에 특화된 랭커인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샤오첸이 리치도 아니고 부하 언데드에게 당했습니다. 결코 과한 전력이 아니지요.”
서기관의 안색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70위권 이상의 랭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대문파의 수장급부터 장로들급에 해당하는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계 100위권 랭커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었지만 이런 전력을 자유자재로 부려 먹는 것까지 제 뜻대로 할 수는 없었다.
상황이 딱하게 됐지만 그런 의미에서 샤오첸은 서기관에게 특별했다.
온전히 협회에서 키워 낸 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서기관이 익시온의 불꽃에 당해 바닥을 구르는 샤오첸을 보고 인상 썼다.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해 주겠나?”
“물론입니다.”
“샤오첸이 생존해서 복귀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지?”
샤오첸은 협회의 관리 아래 장차 중국을 대표하는 고수로 키워 낼 심산이었던 녀석이다. 이곳에서 잃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1할 남짓입니다.”
1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을 수 없어서 말한 수치나 다름없었다.
정보원의 이야기를 들은 서기관이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샤오첸 녀석을 보내는 게 아니었다.’
상대의 내공을 흡수해서 소유하는 흡성대법.
서기관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이용해 샤오첸을 성장시킬 작전을 세운 것도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설마 리치가…….
대균열이라고 해 봐야 한낱 몬스터 따위가 진법을 꿰뚫어 볼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쓰린 속을 참아 내며 후회하던 서기관이 천천히 눈을 떴을 때였다.
“70위권 이상 랭커면…….”
눈을 뜨며 동시에 말을 하던 서기관이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장내에 방금까지 없던 사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
같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일본의 토와파는 중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당장에 육로가 아닌 해로였기에 다음 표적이 될 확률이 낮은 것도 한몫했지만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끝이 아니라는 확신.
지금 토와파의 내전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내전의 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ll’ 모양으로 마주 앉은 열의 끝에 위치한 최상석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저자가 네가 말하는 최강이라는 자냐?”
“네, 아버님.”
좋아하는 아이돌을 본 듯 눈을 반짝이는 나미사의 얼굴을 본 남성이 다시금 커다란 화면을 바라봤다.
남성의 이름은 토와 후미토.
나미사의 아버지였다.
최강을 보며 턱을 문지르던 후미토가 말했다.
“생각했던 느낌과는 다르구나.”
초록색 추리닝과 졸린 눈 그리고 부스스한 머리까지.
나미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그렸던 인상과는 너무 달랐다.
‘뭐…… 외관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지.’
후미토가 자신의 성급함을 인정하며 별다른 말 없이 다시금 상황을 지켜볼 때였다.
리치가 발사한 창이 되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을 목격한 후미토가 흥미로운 눈을 해 보였다.
‘굉장하군.’
자신조차 겨우 좇을 만큼 빠른 동작이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지금 내전에 앉아 있는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한 듯했다. 나미사 할아버지가 되는 후미토의 아버지가 자리하고 있었다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계시지 않았다.
‘창을 낚아챔과 동시에 던진 건가?’
물론 자신도 워낙에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제대로 다 보지 못해 확신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더 강한 위력으로 되돌아간 원리는 장담할 수 있었다.
‘회전력을 더했다.’
최강이라는 저 남자는 필시 날아오는 속도를 이용해 회전하여 집어 던졌을 것이다.
단 한 방의 공방을 확인한 후미토가 나미사를 슬쩍 바라봤다.
‘큼…… 나미사만 괜찮다면 짝으로 나쁘지 않을 수도 있겠어.’
이소군 때와는 다르게 딸을 팔았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일까?
당장에 긍정적인 생각이 가득 떠올랐다.
***
└뭐임?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임?
└모르겠음 그냥 번쩍하더니 리치가 폭발하던데?
└뭐야 리치 죽은 거야?
일반인들은 평범한 리치의 다크 스피어조차 그냥 번쩍하는 빛으로 계속 인지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금도 리치의 다크 스피어 사출부터 최강의 반격까지 전부 단 한 차례의 번쩍임 정도로 보였을 것이다.
너무나도 얼떨떨한 광경에, 사고가 정지했던 사람들의 채팅이 뒤늦게 폭발하기 시작했다.
└wow
└여윽시 우리 프리저 님. 등장과 동시에 처리하셨다. ㄷㄷ
└거품 샤오첸<<<<<<<<<<프리저 사마.
└삐빗. 서열 정리 완료. 이제 당신이 86위십니다.
└지금 대전 지나다가 유턴했습니다. 프리저 님 감사.
차오르는 국뽕에 채팅이 절호조에 다다랐을 때였다.
첨단 위성 이글아이의 화면이 바뀌었다.
얼마나 되는지 모를 거리를 날아와 혼자서 서 있는 리치의 모습이 보였다.
다겹의 배리어와 관통하다 멈춰 서서 박힌 다크 스피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멀쩡한 리치를 확인한 사람들이 경악했다.
└뭐야 상처 하나 없잖아?
└방금 전에 그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거임?
└ㅁㅊ 저거 사냥할 수 있긴 함?
사람들이 포탈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리치를 목격하고 잠시 뒤였다. 화면이 다시금 바뀌고 방금 전 위치로 돌아온 리치와 최강이 대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일 아님?
└맞아 저 녀석 한 방 얻어맞고 나서부터는 실드 계속 유지하고 있잖아
└바보들아 실드를 쓰고 있다는 건 이제 방심하지 않겠다는 거잖냐 이미 망했다고…….
└아 조졌다……. 총공격하려나 본데?
무시무시한 데스 나이트들의 위력을 목격한 바 있던 사람들이 위기를 직감했다.
최강의 존재는 분명 엄청났지만 무자비한 물량 앞에서는 결국 무릎 꿇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그러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잠시 후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청각적 효과 없이 오로지 시각적인 효과만으로도 온몸에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수십만 마리의 언데드가 무릎 꿇는 진풍경.
그야말로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장면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수십만 마리의 언데드를 제압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한 사람들이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이것도 프리저가 한 거임?
└그…… 그런 듯
└아 소리 안 들리니까 개답답하네
└희…… 희망이 보인다. Dr. 프트레인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왜 공격 안 하는 거임? 지금 프리저가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님?
양팔을 벌린 리치가 거대한 책을 소환하고 연신 무어라 중얼중얼하는 모습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주변의 언데드들의 덩치가 불어 가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자 사람들이 불안한 목소리를 표현했다.
└으아아앙 도대체 왜 그러는데?
└혹시 언데드들 묶어 두느라 움직일 수가 없는 거라던가?
└헐 움직인다.
그리고 마침내 몸을 일으키는 익시온과 데스 나이트 몇 기를 확인한 사람들이 절망했다.
움직이지 못하는 최강에게 돌격하는 데스 나이트들을 볼 때는 옆에서 구경만 하는 강성훈 일행을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달려든 4기의 데스 나이트가 일순간에 가루로 변하는 모습과 더불어, 익시온의 화염을 사방으로 갈라 버리는 모습에 사람들의 자판을 두드리던 손가락이 서서히 느려지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단 두 방.
단 두 방에 익시온을 소멸시키는 모습엔 그저 말없이 입을 쩍 벌릴 뿐이었다.
사고가 정지한 사람들에게 최후를 기약하듯 리치의 후면으로 나타나는 최강의 모습이 보인 다음 순간이었다.
최강이 배리어를 일격에 박살 내고 리치를 날려 버렸을 때였다.
돌연 화면이 온통 파란색으로 가득 찼다.
└뭐임?
└리치는 죽은 거임? 산 거임?
└배리어도 다 깨졌던 거 같은데
궁금증이 극에 달한 채팅이 쉴 새 없이 올라올 때였다.
문뜩 화면이 검은색으로 바뀌며 하나의 문구가 떠올랐다.
No Signal.
***
최강이 강성훈 일행이 서 있는 곳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만 언데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리치는 어떻게 됐습니까?”
왠지 모르게 조심스러워진 강성훈의 말에 최강이 말했다.
“죽었습니다.”
최강은 딱히 라이프 베슬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말하면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을 후딱 해결하기 위해 최강이 걸음을 옮겼다.
구석에서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샤오첸을 향해서였다.
“히익…….”
다가가는 자신을 보고 뒷걸음질 치는 샤오첸을 보고 최강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놈은 왜 또 이래?’
샤오첸을 보던 최강이 무언가 짐작 가는 게 떠올랐는지 강성훈에게 돌아섰다.
“이놈, 왜 이런답니까?”
“그게 말입니다…….”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강성훈을 보고 최강이 확신했다.
구린내 나는 짓거리를, 아마도 벌써 감행한 것 같았다.
최강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물러나는 노인 샤오첸을 향해 반쯤 돌아서며 말했다.
“저놈 역시 죽이는 편이 좋겠죠?”
리치가 목을 조르던 자국이 남아 있어서 목 졸라 죽이면 뒤탈도 없을 것이다.
“아닙니다. 가능하다면 살려 주십시오.”
강성훈의 의외의 대답에 그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최강이 잠시 후 픽 웃으며 말했다.
“뭐, 원하신다면.”
***
No Signal.
여전히 커다란 화면에 떠 있는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 조지였다.
대통령은 이 현상이 어째서 일어난 것인지 알고 있었다.
리치의 마나가 한계까지 줄어들면서 이글아이가 리치의 마나를 놓쳤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마지막 일격으로 리치는 소멸한 것일 테다.
“제이스, 자네도 보았겠지?”
제이스라고 불린 흑인 남성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보기에 방금 전 그 저지 차림의 남자는 어느 정도 수준일 것 같은가?”
“…….”
제이스가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다크 스피어를 잡아서 되던지는 모습.
랭크 70위 수준이라면 가능할 성싶었다.
마지막 리치를 사냥한 일격.
그 주먹이라면 공격에 특화된 30위권 랭커라면 가능한 위력이었다.
“왜 말을 못 하나? 그렇게 강한가?”
“아닙니다.”
제이스가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전장의 수십만의 언데드를 손가락 하나 사용하지 않고 제압하는 기술.
그런 특이한 기술은 53위의 미국의 1군 멤버인 자신조차도 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던 제이스가 마지못해 말했다.
“종합적으로 보면 랭크 50위권 정도 되지 않을까 싶군요.”
“흠…….”
조지는 집계에 대해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딱히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만큼 제이스라는 남자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제이스. 조금 웃돈을 들여도 상관없네.”
“알겠습니다.”
제이스는 대통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화면에는 어느덧 최강의 얼굴이 떠올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