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고 있던 최강이 깜짝 놀랐다.
최강이 놀란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한국말을 한다는 점.
둘째, 흑인이라는 점이었다.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아니었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흑인이 갑자기 눈앞에 불쑥 들이밀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버튼을 꾹 누르면 현대의 과학력이라면 기억이 지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나한테 볼일이 있었던 거였나?”
“그렇습니다.”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것은 물론 진작 알았지만, 용무가 있었다면 사무실로 찾아오면 될 일이었다.
최강이 제이스를 보고 말했다.
“그래서 할 말은?”
“장소를 옮기시죠. 가까운 곳에 좋은 카페가 있습니다.”
최강이 조금 내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오래 걸리는 거면 조금 곤란한데?”
“잠깐이면 됩니다.”
제이스가 안내한 곳은 300미터쯤 떨어진 곳의 카페였다.
“자, 말해 봐.”
자리에 앉자마자 물어 오는 최강의 말에 제이스가 말했다.
“어지간히 급하신 모양이군요.”
“한가한 현대인이 어딨냐?”
“그것도 그렇군요. 뭐, 바쁘시다니 본론부터 말해 드리겠습니다.”
조금 진지해진 제이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Mr. 최, 미국으로 넘어오시죠. 원하시는 만큼 맞춰 드리겠습니다.”
제이스의 물음을 들은 최강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래도 안 풀리는 문장이 있었다.
‘넘어온다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최강이 알기로 미국과 한국은 우방국이다.
최강의 지식이 틀리지 않은 이상 어디까지나 회유책을 사용할 만한 적국이 아닌 것이다.
“미국으로 넘어오라니? 무슨 말이지? 미국과 한국은 우방국이 아니었나?”
최강의 눈에 제이스의 표정이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지는 것이 보였다.
‘설마하니 거기부터?’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긴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제이스도 이런 식의 반문은 예상조차 못 했으니 말이다.
“그…… 그렇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우방국이죠. 그럼 혹시 Mr. 최, 현재 당신의 주가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아니.”
최강의 답변을 듣고 잠시간 생각을 정리하던 제이스가 말했다.
“그럼 랭커에 대해서는 알고 계시겠죠?”
“뭐, 대충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순위, 이런 거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제이스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100위 안에 들기만 해도 굉장한 건 맞습니다. 무려 세계에서 100등이라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최고위 전력으로 평가되기에는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죠.”
제이스의 말을 듣던 최강이 긍정했다.
당장 강성훈만 봐도 쓸 만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딱 그 정도 수준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반 토막 약 50위권대부터 사실상 최고위 전력으로 평가하는데 근래의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최고위 랭커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지요. 설령 적국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움직임은 활발합니다.”
최강이 궁금증이 생긴 듯 말했다.
“근데 난 50위권 랭커는 고사하고 100위권 고수도 아닌데?”
제이스가 말했다.
“근래에 리치를 사냥하셨지요?”
“그렇지.”
“저희뿐이 아닐 겁니다. 그 장면을 지켜봤다면 최강 씨가 조만간 비약할 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쯤 판단할 수 있었겠죠.”
최강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자신이 봐도 다시 돌려 보고 싶을 만큼 멋있었다.
최강의 얼굴 표정을 읽은 제이스가 말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다시 말씀드리죠. 미국으로 넘어오십시오, Mr. 최.”
***
제이스와 함께 온 여자의 이름은 레베카.
제이스와 마찬가지로 10년 전 대균열 이후 얻은 아이템의 힘을 빌려 1군 멤버가 된 인물이었다.
레베카는 지금 카페로 향하는 길목을 막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이스가 부탁한 일이 제이스가 최강과 대화하는 동안 방해하는 녀석들의 접근을 막아 달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이스 녀석, 잘하고 있으려나?’
여유 있는 레베카와 그녀를 경계 중인 검은 양복 요원들이 보였다. 주변에 박힌 마나의 화살을 보니 이미 몇 차례 위협사격이 있었던 것 같았다.
고작 한 명에게 막혀서 쩔쩔매는 모습이 얼핏 봐도 실력 차이는 확연했다.
샤샤샥.
정신 팔린 레베카의 모습을 확인한 요원들이 틈을 이용해 황급히 몸을 날렸다.
레베카를 쓰러트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저 그녀를 통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한눈팔고 있던 레베카의 눈동자가 사방으로 비산해서 빠르게 통과하려는 남자들을 향한 순간이었다.
슈슈슉.
수십 발의 마나의 화살이 사방으로 비산했고 레베카를 통과하려던 남자 대여섯 명이 일제히 다리에 부상을 입고 떨어져 내렸다.
“이봐, 움직이지 말라니까? 나도 폭력은 좋아하지 않아.”
프랑스 측 요원들이 레베카를 바라보며 속닥였다.
“어떻게 합니까?”
“힘으로 돌파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장.”
97위.
대장이라고 불린 남자는 무려 97위의 랭커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비참했다. 마치 레베카가 절대적인 벽으로 느껴졌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였냐면 자신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레베카가 늘어트리고 있는 활에 손을 대는 장면조차 눈으로 좇지 못할 정도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젠장, 고작 40위 차이 아니었나?’
유니크 아이템을 얻기 전의 레베카는 겨우 100위권에 진입한 풋내기였다.
물론 스물두 살의 나이로 랭커에 거론이 될 정도인 것만 봐도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인 것은 분명했지만 남자는 내심 아이템발이지 사실 그녀의 능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높이 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계산 착오였다. 레베카 그녀는 아이템 때문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신체 능력조차 50위권대 랭커의 수준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움직이지 마. 나도 폭력은 싫어해. 이번에도 무시하면 두 발씩이야?”
남자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녀가 넓은 허허벌판도 아닌 이곳을 막아선 이상 그녀의 허락 없이 카페에 접근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이다.
***
“거절한다.”
최강의 칼 같은 대답에 순간적으로 제이스의 눈에 동요가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평정을 찾은 제이스가 말했다.
“이유, 이유라도 알 수 있겠습니까? 이쪽도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말입니다.”
“그냥 별로 관심이 없어서.”
제이스가 사족을 더했다. 사실 최강을 영입하는 것은 자신의 뜻이 아닌 대통령의 뜻이긴 했지만 일을 받은 이상 확실하게 하자는 자신의 신념 때문이었다.
“참고로 저는 53위입니다. 제법 연차가 되는 이유도 있지만 한국 돈으로 계산한다면 1년에 수천억에 해당하는 돈을 받고 있습니다.”
최강의 미적지근한 표정을 확인한 제이스가 말했다.
“그 외에도 다른 1군 멤버들의 경우를 봤을 때 여자라면 여자, 물건이면 물건을 정부가 힘을 이용해 가능한 선에서 구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구나. 할 말은 끝났지?”
제이스가 한숨 쉬었다. 벽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제이스가 말했다.
“네. 공적인 이야기는요.”
“공적? 그럼 사적인 건 남았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최강이 말해 보라는 듯이 말했다.
“뭔데?”
제이스의 눈빛이 탐욕스럽게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와는 완전 다른 사람 같았다.
“리치를 사냥하고 나온 것 있으시죠?”
사실대로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최강이 말했다.
“있지.”
“그걸 사고 싶습니다.”
최강이 제이스의 반응에 흥미로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뭔 줄 알고?”
“뭐든 상관없습니다. 창이든 검이든 활이든, 저에게 파십시오.”
제이스의 확고한 눈빛을 확인한 최강이 고민했다.
‘이걸 어쩐다?’
분명 지금 주머니 속에서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구슬은 최강에게 그다지 필요한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겨우 돈에 팔자니 아깝단 말이지.’
망설이던 최강이 말했다.
“일단 가격부터 들어 보자.”
툭.
최강이 책상 위로 제이스가 툭 던지는 통장을 확인하고는 말했다.
“이게 뭐냐?”
“제 전 재산입니다.”
최강이 집어서 액수를 확인하자 제이스가 말했다.
“한화로 따지면 약 3조 원이 조금 넘을 겁니다. 10년간 1군 멤버 생활을 하며 모은 돈이죠.”
최강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전 재산 베팅.
어떤 물건인지 확인도 안 된 마당에 무려 자신의 전 재산을 베팅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미안. 역시 팔 수는 없겠네.”
최강이 다시 툭 던진 통장을 바라보던 제이스가 두 눈을 감았다.
제이스가 눈을 뜨고 다시 품에서 꺼낸 선글라스를 꼈을 때는 처음과 같은 묵직한 경호원의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혹시 거래가 결렬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은 친구네. 적어도 가격 때문은 아니야. 답이 더 필요한가?”
“아닙니다.”
제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강이 그런 제이스에게 말했다.
“나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뭡니까?”
“아까 53위라고 그랬지?”
제이스가 긍정했다.
“그렇습니다.”
“나는 몇 위 정도 된다고 생각하고 온 거지?”
“50위였습니다.”
***
레베카는 뒤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돌았다.
“제이스!”
애인을 반기듯 말하는 레베카의 목소리에 제이스가 말했다.
“고생했다.”
“일은 어떻게 됐어?”
“아쉽게도 결렬이었다.”
제이스가 레베카의 물음에 답하며 정면을 바라봤다.
자신의 등장에 한층 더 긴장한 얼굴의 프랑스 요원들이 보였다.
“우리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지나가도 상관없다.”
제이스의 말에 요원들이 바쁘게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사라지는 요원들을 보며 제이스가 확신했다. 저들 역시 영입도 아이템도 얻지 못할 것임을 말이다.
레베카가 말했다.
“그럼 아이템은?”
제이스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한차례 유니크 아이템의 힘을 체감한 제이스였기에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실망스럽겠네.”
“뭐 어쩔 수 없지. 녀석을 다음엔 적으로 만나길 비는 수밖에.”
무력으로 빼앗는 방법도 있었지만 굳이 방법을 쓰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제이스가 미국에 소속된 인원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명령을 받아서 행동하는 랭커인 만큼 국익에 손해를 끼치는 잘못을 했을 때 제재도 큰 편이다.
최강의 주머니에 유니크 아이템이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한 제이스를 탐욕에서부터 건져 낸 것은 엄격한 규율이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돌아가도록 하지.”
“어.”
제이스가 왔던 것처럼 조용하게 한국을 떠났다.
자신의 조국 미국에 비보를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