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최강은 지금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일본에 와요? 언제 말인가요?
통화 상대는 진정한 아웃사이더 최강의 유일한 친구 나미사였다.
“글쎄, 시기상 한 11월 초쯤이 될 거 같은데?”
지금이 9월 말이었으니 약 한 달 반 뒤였다.
-갑자기 일본에 오는 이유가 뭐예요?
“랭킹 때문에.”
최강의 말을 들은 나미사가 말했다.
-의외네요.
“뭐가?”
-솔직히 그런 거, 전혀 흥미가 없으신 줄 알았거든요.
“흥미 없어. 흥미 없는데, 어떤 깜둥이 자식이 도발을 하잖냐.”
-깜둥이 말인가요?
“그런 게 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가늠한 나미사가 말했다.
-어쨌든 그럼 어정쩡한 랭킹을 노리고 오시는 거는 아닐 테고. 목표를 이미 선정하신 건가요?
일본은 여타 선진국과는 다르게 얼마 전까지의 한국처럼 핵심 무인들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정부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평상시에는 각자의 이권을 경쟁하고 사소한 다툼이 종종 벌어지는 편인 것이다.
한마디로 잦은 전투 덕분에 무인들의 지속적인 수준 성장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세력의 핵심이 되는 랭커들이 노출을 피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나미사가 말했다.
-솔직히 저희 아버님이면 좀 곤란한데요…….
아무리 나미사가 최강에게 마음이 있어도 낳은 부모를 팔아넘길 수는 없는 것이다.
최강이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니니까.”
-다행이에요. 그럼 어딘가요?
최강이 휴대폰을 내리고 주소희를 향해 물었다.
“어디 쪽이었지?”
-고베요.
소파에 앉아서 유형기를 수련 중이던 주소희였기에 통화를 줄곧 듣고 있었는지 바로 답했다.
어째선지 조금 쏘는 듯한 말투였다.
‘왜 또 이래?’
조금 전까지 기분이 좋던 주소희의 상태가 이상했다. 의아한 얼굴을 지어 보인 최강이 휴대폰을 들어 말했다.
“고베 쪽이라네.”
“아! 니시키 도장인 거네요?”
니시키 도장.
고베의 관광산업의 한몫을 제대로 차지하고 있는 니시키 류파의 근원지이자, 동시에 해외까지 알 만한 사람은 모두 다 알 정도로 유명한 명소였다.
니시키 도장이 유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규모였다.
초대 니시키 켄타로가 설립한 니시키 도장은 500년 전 일본 최고의 검객이라고 불렸던 그의 유명세를 입고 500년 동안 고베에서 터줏대감 자리를 지켜 왔다. 그리고 그 결과, 지금은 일본 내 문학도만 50만에 달하는 초거대 세력이 되었으니, 무(武)라는 재능이 각광받는 오늘날 관광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이것이었다.
도장 깨기.
토와파를 비롯한 다른 세력들과는 다르게 니시키 도장은 영리 목적이 아닌 순수하게 무학 수련을 목적으로 운영이 된다. 하지만.
몸집이 불어난 만큼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 재정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금과 기부금만으로 운영되기에는 벅찬 시대를 맞이한 것이었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고베 니시키 도장의 명물.
두 번째 이유,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도장 깨기였다.
도전자는 도장에 마음대로 대련을 신청할 수 있으며 상대를 지목할 수도 있다.
다만 상대의 지명도가 높아질수록 대련료는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는 게 한 가지 흠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 그래서 부탁할 게 있는데 말이지?”
나미사가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안내 말씀이시죠? 당연하죠. 제가 해 드릴게요.
“괜찮겠냐? 너, 고베 사람도 아니잖아.”
-괜찮고말고요. 할게요, 꼭 할게요.
최강이 의욕 넘치는 나미사의 말을 듣고는 말했다.
“그래. 그럼 그러는 걸로 하고 일단 끊자. 나중에 한 번 더 전화할게.”
-…….
최강을 제지하는 나미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전화를 끊은 최강이 고개를 들었다.
주소희의 의심 섞인 눈초리를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그렇다. 사실 최강이 전화를 급히 끊은 것도 이 시선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누구예요?”
“아는 일본 친구.”
“여자 목소리던데요?”
“남자라고는 안 했잖냐?”
“…….”
최강이 여전한 시선으로 말없이 바라보는 주소희에게 말했다.
“아니! 뭐? 할 말 있냐?”
“그치만…….”
주소희가 최강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치만 있을 리가 없잖아요! 최강 씨에게! ……최강 씨 같은 집돌이에게 친구가 있을 리 없다고요!”
***
제 이름은 최말숙.
수백 마리의 아라크네 여왕 후보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엘리트 아라크네인 것이와요.
원래는 헬레나라는 이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최말숙으로 불려요. 제 아버님이 정해 주셨기 때문인 것이에요.
“히히히, 최강 씨도 참…….”
지금 저를 껴안고 잠꼬대를 하고 있는 여성이 저의 어머님이에요.
저의 어머님은 잠꼬대가 심한 편이에요.
눈을 뜨면 항상 저를 껴안고 이리저리 뒹굴기만 할 뿐 놓아줄 생각을 안 하셔요.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없어요. 노하우가 생겨서 해결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것이와요.
바로 이렇게 허리를 간질이면…….
“히윽…….”
쿠웅.
사정없이 구석으로 던져 주시는 것이에요.
그래도 예전에는 힘이 약하셔서 참을 만했는데 요즘은 부쩍 힘이 느셔서 솔직히 조금 곤란하긴 해요.
다음으로 할 일은 아침밥 준비예요.
점심은 몰라도 아침은 항상 거르지 않으시는 아버님 때문인 것이에요.
오늘은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메뉴인 소시지 야채볶음을 만들어 봤어요.
“우리 말숙이는 갈수록 실력이 는단 말이지?”
입맛에 맞았는지 아버님이 칭찬을 해 주셨어요.
기쁜 일인 것이에요
“잘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나면 식기를 싱크대에 담가 놓아요. 이래야 나중에 설거지하기가 편하기 때문이에요.
싱크대에 물을 받아 놓고 있자니 아버님이 절 부르셔요.
“말숙아.”
저를 부르시고는 키를 대충 확인하시던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에요.
“역시 머리 쓰다듬는 거하고 관련이 있나?”
들어 봐서는 아마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지 않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 거 같사와요.
마나가 스며드는 듯한 감촉이 기분이 좋았는데, 제가 외견이 성장하면 불편하신 듯한 것이에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와요.
아버님이 불편하시다면 감내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
저의 일은 출근하고 나서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이에요.
바로 밤사이에 사무실 앞으로 몰려든 기자들 때문인 것이와요.
강함을 동경한다는 마음.
솔직히 공감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가신 것은 사실인 것이와요.
“말숙이 고생했어.”
반나절가량 마리오네트를 사용해서 쫓아내면 마나를 급격히 소모한 탓인지 항상 졸음이 몰려와요.
솔직히 그냥 해치워 버리면 간단할 텐데…….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 것이와요.
“아니랍니다. 별일 아닌 것이와요.”
하지만 아버님께 이런 내색을 할 수는 없는 것이에요.
인간이 몬스터라는 존재를 받아 준다는 것이 힘든 일일 텐데, 그럼에도 저를 정말로 딸처럼 대해 주시기 때문이에요.
휴게실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면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쭉쭉 지나가는 것이에요.
가만히 놔두면 언제까지든 잘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아아아!!!!! 최강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가?”
문밖에서 두 분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아마도 또 다투시는 것 같아요. 물론 대단한 일은 아닐 것이에요. 중요한 일이라면 어머님이 아버님께 큰 소리 낼 수 있을 리 없는 것이에요.
아마 어머님도 목숨은 아까우신 것 같아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사무실로 나가 보니 맛있는 냄새가 풍겨 오는 것이에요. 조금 늦은 시간인데 점심을 드시고 계신가 봐요.
“말숙아, 이것 봐봐. 최강 씨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어머님이 제게 도움을 요청해 와요.
책상 위에 늘어진 접시들을 보자니 오늘 점심은 중화 음식이던 것이에요.
“글쎄, 탕수육에 소스를 말도 안 하고 부어 버린 거 있지?”
“야! 탕수육에 소스 부은 게 뭐 어때서!”
“눅눅해지잖아요!”
“그게 좋은 건데?”
이런……. 보아하니 아버님이 동의도 없이 탕수육 소스를 부어 버린 것 같아요. 아버님은 부먹파셨던 것이에요.
이런 경우 누가 봐도 아버님의 잘못이 맞는 것이에요. 최소한의 소통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쉽게 말해 이성적으로 사건만을 놓고 본다면 어머님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게 맞는 상황이라는 것이와요.
하지만 저는 어머님께 죄송한 선택을 해야 해요.
이유는 이 세계에 제가 처음 넘어왔을 때 인간들을 통해 학습한 정보 때문이에요.
모든 인간은 이상하게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각자의 처세술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웃음, 딴청, 분노 등 그 모습은 다양했지만 인간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한 항목인 것이에요.
한마디로 어머님의 패착은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이 틀렸다는 것이 되는 것이에요.
빨리 이 사실을 알아차리시는 게 좋을 텐데…….
아마도 어머님은 직접 데어 보셔야 정신 차리시는 분 같아요.
“어머님, 송구하지만 원래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 먹는 음식이 맞는 것이와요.”
“어……? 그치만.”
어머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와요. 아버님과 있을 때를 제외한다면 항상 냉철하시고 침착하신 분인데…….
아, 전에 딱 한 번 안 그런 적도 있었구나?
뭐 어쨌든 이럴 경우 안쓰러운 느낌인 것이와요.
하지만 어린 어머님께는 알려 드릴 필요성이 있사와요. 저도 힘없는 거미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걸요.
“참고로 백과사전에도 ‘고기 튀김에 달고 새큼하게 끓인 녹말 채소 소스를 끼얹은 중국요리’라는 서술이 달려 있는 것이와요. 한마디로 탕수육과 소스는 원래 하나인 것이와요.”
충격에 빠진 어머님의 얼굴이 보이는 것이에요.
“하하하! 역시 거봐, 우리 말숙이가 뭘 안다니까? 들었냐? 탕수육은 원래 부어 먹는 음식이라고!”
아버님이 상으로 내리시는 탕수육을 입으로 받아 넣으니 새콤하고 달콤한 맛이 느껴져요.
“맛있지?”
“네!”
왜 이런 사소한 걸로 파를 나누어 다투는지 모르겠는 것이에요.
그냥 저처럼 처먹파로 살면 되는데 말이에요.
***
저녁이 되면 다 같이 퇴근하는 시간이와요.
예전에는 세 사람 중 한 명이 남아서 당직을 서야 했는데 어떻게 보면 참 편해진 부분 중 한 가지인 것이에요.
이제 아마도 별 탈이 없다면 집에 가서 다 함께 적당한 채널을 시청하다가 잠을 자게 될 것이에요.
자기 전의 샤워는 어머님에 이어서 제가 끝나면 아버님이 하셔요.
보통 샤워의 시작은 10시경이 되는데 아마도 드라마 황금 시간대의 시청권은 마음 편히 보고 싶은 아버님의 의중이 담긴 현상 같아요.
샤워를 마친 머리를 빗질해 주시는 어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와요.
“말숙아.”
“네, 어머님.”
“아까 낮에 왜 그랬어?”
사실 저에게 어머님이 도움을 요청하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전에도 아버님의 편을 들어 드렸고, 다음번에는 어머님의 편을 들어 주겠다고 한 약속 때문에 저를 믿으신 거 같아요.
“죄송한 것이와요.”
“다음번에는 알았지? 내 편 들어 줘야 해? 응?”
“알겠사와요.”
싱긋 웃으면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했는데, 좀처럼 웃음이 없으신 분이 아이처럼 좋아하시는 것이에요.
어떻게 해서든 아버님을 한번 이겨 보고 싶으신가 봐요.
하지만 어머님은 모르시는 게 있으셔요. 제가 아마도 다음번에도 아버님 편을 들어 드릴 거라는 것이에요.
아버님이 샤워를 하고 나오시면 이제 잠을 자요. 딱히 저는 마족이라 안 자도 상관없지만 자 두는 게 마나 회복에는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에요.
내일 아침에 다시 눈을 뜨면 아마도 어머님의 품에 안겨 있는 상태일 것이에요.
인간의 수명은 100세가량 된다던데…….
앞으로 100년 동안은 지금 같은 일이 반복될 것 같아요.
확실히 즐겁다 하는 생활은 아니에요. 하지만.
“혼자일 때보다는 나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