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
6화
최강이 무림인을 상대로도 장사를 시작하고 1주일.
이상한 일이 최강에게 일어났다.
찾아올 리 없는 최강의 집에 세 명의 남자가 찾아온 것이었다.
문손잡이를 잡고 서서 낯선 세 남자를 훑어본 결과 이들이 무림인이라는 것을 확신한 최강이 잠시 후 눈가를 찌푸리며 말했다.
“누구시죠?”
최강의 얼굴을 확인한 세 사람이 넙죽 엎드렸다. 무림인들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최강의 성격을 고려한 행동이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이상한 짓 하지 않을 테니 잠시만 대화해 주십시오.”
최강의 시선이 넙죽 엎드린 세 사람을 향했다.
세 사람을 내려다보던 최강이 어제 일을 되짚어 보듯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고개를 저었다.
짚이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제 집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최강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미행당했을 리는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혹시나 해서 매일 집으로 돌아올 때 하는 행동 때문이었는데, 전력을 다해서 추적을 따돌린 뒤 집과는 한참이나 떨어진 장소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사내들이 고개를 숙인 채 최강의 물음에 답했다.
“실은 어제 편의점에 들르셨을 때 우연히 봤습니다.”
사내의 말을 듣고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던 최강이 수긍했다.
어제 출출해서 집 앞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를 사 와 먹었기 때문이다.
다음부터는 편의점도 집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는 것으로 결심한 최강이 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들어오세요.”
***
최강의 집에 방문한 3인 1조는 일전에 고블린 토벌 영상을 함께 보던 세 명의 남자였다.
직급이 낮은 순서대로 장진우, 강일우, 김준영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이 3인 1조는 최강의 심기를 건드릴까 눈치 보기 바쁜 모습이었다.
최강이 시킨 대로 방 중앙에 일렬로 앉아서 쭈뼛쭈뼛 방 안을 살피던 장진우가 속닥였다.
“꽤나 휑한 방이네요.”
“그러게 말이다. 달랑 TV 한 대랑 이불만 있는 방은 처음 보네.”
말이 좋아 ‘휑한’이지 본래 단칸짜리 옥탑방에 가구가 있어 봐야 뭐 대단한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럼에도 최강의 방은 당연히 이상하다 말할 수 있었다.
일관성이 있으려면 일관성이 있을 것이지 그런 것치고는 또 짱짱한 TV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계가 넉넉해지자, 최강이 3일 전에 지른 첫 번째 사치품을 보고 두 사람이 속닥일 때였다.
김준영이 두 사람을 타박했다.
“TV 보는 게 취미이신가 보지, 뭔 말이 그렇게 많냐? 죽고 싶어?”
김준영의 ‘죽고 싶어?’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직설적인 의미의 ‘죽고 싶어?’였다.
1주일 전부터 사업을 확장하며 더욱더 본격적으로 영업을 뛰기 시작한바, 최강의 얼굴과 차림새 등을 자주 목격하게 된 세 사람이 어떤 몬스터든 주먹 한 방에 보내 버리는 최강의 위용을 못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심기를 건드려서 최강의 주먹이 자신들을 향한다면 그 자리에서 ‘끽’ 죽은 목숨인 것이다.
세 사람이 다시 조용해졌을 때였다.
때마침 물이라도 대접하고자 부엌으로 들어갔던 최강이 모습을 나타냈다.
“드시죠.”
종이컵에 준비한 따뜻한 물을 한 잔씩 내민 최강이 맞은편에 앉았다.
눈치를 보던 세 사람이 각자 물 한 모금씩을 목으로 넘기기 바쁘게 최강이 말했다.
“자, 이제 들어 봅시다. 이야기라는 거.”
켁켁.
최강의 말에 놀랐는지, 사레들린 세 사람의 기침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세 사람의 기침 소리를 들으며 기다리자 마침내 조심스러운 김준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프리저 씨는…….”
“최강.”
“예……?”
“제 이름은 프리저가 아니라 최강이라 이 말입니다.”
최강의 심기 불편한 얼굴을 보고 김준영이 작은 깨달음과 함께 급히 사죄했다.
‘프리저는 자신을 프리저라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메모, 메모.’
체험으로 얻은 짤막한 정보를 머리에 저장한 김준영이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최강 씨는 몬스터를 환전하면 큰돈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최강의 말을 들은 김준영이 다행이라는 듯 말했다.
“그럼 무림인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최강에게 있어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일까?
최강의 얼굴이 김준영이 말을 뱉기 무섭게 딱딱해졌다.
최강의 얼굴을 본 김준영의 눈이 법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최강의 두 주먹으로 향했다.
“자…… 잠시만요. 오해가 있으십니다.”
휴…….
다행히 얼굴만 험악해질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최강을 보고 김준영이 안도의 숨을 뱉었다.
“그래서요,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최강이 자신의 말에 흥미를 보이자 옳다구나 싶었는지 김준영이 품에서 꺼낸 무언가를 바닥에 대고 쓱 내밀었다.
최강이 김준영이 내민 물체를 집어 들어 확인했다.
“공인 치안 자격증?”
증명사진란과 이름난은 비어 있었지만 분명한 자격증임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뭡니까?”
“보시다시피 올 1월 발급될 예정이었던 주인 없는 자격증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저한테 원하는 게 있을 것 아닙니까?”
최강의 답답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김준영은 환하게 웃었다. 최강의 반응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단합니다. 한 번만 도와주십시오. 원하신다면 가짜 신분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김준영의 말을 들은 최강의 얼굴이 사뭇 진지해졌다.
자신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물건이긴 했는데, 이걸 담보로 무엇을 요구할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들어나 볼까?’
최강이 말했다.
“일단 이야기부터 듣고 싶군요.”
최강의 말을 들은 김준영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이것부터 보시죠.”
김준영이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한 장의 사진을 내려놓았다.
잠시 후 최강이 사진을 집어 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몬스터……겠죠?”
김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크네라는 이름의 몬스터입니다. 하반신은 거미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게 특징인 몬스터죠. 여차할 때 뿜는 강력한 마비독과 움직임을 방해하는 거미줄 때문에 C랭크로 평가되는 수준 있는 몬스터입니다.”
“그래서요?”
최강의 물음에 김준영이 고개 숙이며 말했다.
“이 녀석을 사냥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오늘따라 자주 보이는 김준영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최강이 침묵하자, 김준영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안 되는 겁니까?”
김준영의 조심스러운 물음이 있고 얼마가 지났을까?
제법 긴 시간을 다물고 있던 최강이 입을 열었다.
“되고 말고를 떠나서 의문점이 있는데?”
최강은 어느새 김준영에게 하대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김준영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무력행사도 감안한 최강의 물음에 김준영이 답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네?”
“들어서 알고 있어. C랭크라면 미노타우로스랑 같지?”
“…….”
그간 류씨세가와의 빈번한 접촉이 없지는 않았다. 최강은 그럴 때마다 조금씩 정보를 얻은 상태였다. 미노타우로스의 등급이라거나 현대 무림의 실정 등.
김준영이 침묵하자 최강이 말을 이었다.
“듣기로는 류씨세가는 미노타우로스를 자력으로 사냥이 가능하다더군. 비슷하게 생각해 보면 너희도 같은 C랭크라면 아라크네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이 될 테고?”
그간 무림인에게도 사업을 확장하며 어느 정도 정보 교류가 있었던 최강의 이러한 의문은 너무나도 타당한 것이었다.
일단 당장에 자격증이 탐나도 의심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
“자, 말해 봐. 너희끼리도 잡을 수 있는 걸 류씨세가도 아니고 다른 무림인도 아니고 구태여 힘겹게 나를 찾아서까지 사냥해 달라고 하는 이유가 뭔지.”
최강의 질문에 정곡을 찔린 듯한 얼굴을 지어 보이던 김준영이 잠시 후 한숨 쉬었다.
살기 위해서는 말해야 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저희끼리는 잡지 못합니다.”
“어째서? 듣기로는 랭크 B-까지는 대규모 토벌대를 구성하면 처리할 수 있다며?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미노타우로스도 랭크 C, 이 녀석도 C. 못 할 이유가 없는데?”
“지금의 주씨세가의 전력으로는 못 잡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선발대가 모조리 당했거든요.”
최강이 재촉하듯 말했다.
“더 듣고 싶은데?”
기분 나쁜 기억을 되새기듯 김준영이 말했다.
“한 달 반 전쯤이었습니다. 저희 주씨세가의 영역 내에서 실종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습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의 시작에 최강이 말했다.
“실종 사건?”
“네. 가족이 실종됐다고 저희 주씨세가로 민원이 빗발쳤습니다. 아시다시피 몬스터의 사냥이 주 업무이지만 치안을 담당하기도 하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수사할 의무가 있었고 매뉴얼대로 다수의 무인을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전원이 마찬가지로 실종됐습니다.”
“다 당한 거냐?”
“네. 애초에 몬스터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팀을 편성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겠지요. 하지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일반인도 아니고 무인 수십이 반나절 사이에 연락이 두절되자 주씨세가 내부에서는 경각심 있게 사건을 바라보고 신속하게 후속대를 파견해서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이 아라크네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어떻게?”
“아라크네가 영역에 들어온 사냥감을 사냥할 때 남긴 거미줄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하듯 최강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김준영이 말을 계속했다.
“아라크네는, 균열을 깨고 넘어오게 되면 모든 것을 부수고 보는 미노타우로스와는 달리 주변 환경에 적응합니다. 그리고 일대에 거미줄을 치듯 자신의 영역을 형성하고 그 안에 들어온 상대를 사냥하죠. 아마도 빗발쳤던 실종 사건의 신고는 아라크네가 여태까지 도심에서 출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실종 사건으로 오인되었던 것입니다.”
‘뭐 대충 그림은 그려지네.’
그 뒤의 이야기는 뻔할 것이다. 정예 병력을 투입했지만 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김준영의 말은 최강의 생각대로였다. 예상했던 대로의 이야기가 들려오자 최강이 말했다.
“뭐 대충 사정은 알 거 같고, 질문이 하나 남았잖아? 굳이 나한테 부탁하는 이유는?”
잠시 생각하던 김준영이 말했다.
“사실 며칠 전까지 저희는 최강 씨를 포섭의 목적으로 뒷조사했었습니다.”
‘갑자기 이 부분을 말한단 말이지?’
최강의 눈빛이 흥미롭게 변하자 김준영이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라이벌인 류씨세가에 최강 씨를 빼앗기지 않고 저희 쪽으로 포섭하겠다는 목적이 강했습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럼?”
“최강 씨는 지금 류씨세가에 소속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아닙니까?”
“맞아.”
최강이 긍정하자 김준영이 말했다.
“그럴 거 같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류씨세가로 빼앗길 염려는 사라졌기도 하고, 또 사실은 지금 주씨세가는 전력이 50%밖에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건 10대세가의 자리는커녕 20위권대로 밀려날 수도 있는 상태이지요.”
김준영은 잘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대체자는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힘이 약해졌다는 것이 알려지면 물어뜯길 것이었다.
“그래서 차라리 이렇게 된 이상 최강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번 기회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포섭은 어렵더라도 동업 정도는 부담이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좀 경솔한 거 아닌가?”
“네?”
“너무 성급하게 말한 게 아니냐고 묻는 거다. 듣기로는 가만히 놔두면 20위권대로 내려갈 거라며? 내가 동업을 해도 그런 불안한 곳과 할 이유가 없잖아.”
김준영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여기서 외면당하면 부득불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일.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 거죠.”
김준영의 말로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한동안 지속되던 침묵이 1분쯤 지난 후였다.
“좋아. 접수했다.”
최강의 말에 김준영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찰나였다. 최강이 말을 이었다.
“대신에 계산은 다시 한다. 자격증, 이거 나에게 분명히 필요한 건 맞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렇게 합당한 보상이 아닌 것 같거든?”
김준영이 침묵했다. 자신도 최강의 말에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도 내심 이건 선수금 정도로나 생각하고 들고 온 패가 아니었던가.
김준영이 흔쾌히 말했다.
“좋습니다.”
***
김준영이 최강의 집을 나서며 현관까지 배웅 나온 최강에게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 내일 봐.”
최강이 김준영의 말에 답하고는 현관문을 닫아 버리자, 김준영이 일행들과 함께 계단을 걸었다.
뒤에서 따라 걷던 장진우가 최강의 집이 있는 건물이 콩만 해진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팀장님, 근데 그거 말 안 해도 괜찮은 건가요?”
“뭐를?”
“아라크네 말입니다.”
김준영이 인상을 팍 쓰며 뒤돌며 말했다.
“그걸 말해서 무슨 이득이 있냐? 말해서 프리저가 거절하면?”
“그…… 그건.”
장진우가 당황한 얼굴로 마땅히 말을 못 하자, 이번에는 김준영이 강일우에게 말했다.
“일우 넌 어떻게 생각해. 내가 잘못한 거냐?”
“솔직히 탓할 수 없는 일이지. 거절당하면 다 같이 빈 깡통 차야 하는 마당에 말해서 초 칠 이유는 없으니까.”
강일우의 말을 들은 김준영이 다시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자신의 행동을 애써 위안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