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최강이 마침내 계단의 정상에 올랐을 때였다. 최강의 눈에 거대한 출입구가 보였다.
과연 일본 국내의 생도만 50만 명이라는 말이 허울은 아닌 것 같은 규모였다.
문밖에서 봐도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건물들과 산 이쪽저쪽으로 늘어서 있는 수많은 누각.
이것들이 전부 니시키 도장이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얼추 산 5개 정도는 되려나?’
가운데에 가장 큰 중심이 되는 산을 기점으로 작은 봉우리 서너 개 정도의 영역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누각들을 눈으로 보던 최강이 말했다.
“근데 여기 말고 다른 곳도 입구가 있나?”
“네. 어떻게 아셨어요?”
고개를 끄덕인 최강이 주변을 살펴봤다. 폭만 20미터 수준은 돼 보이는 계단을 몇십 분이나 오를 때도 느꼈던 것이지만 길이 너무나도 한적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서.”
나미사가 말했다.
“실은 이쪽은 아직 케이블카라거나 신설 장비 등이 없어서 일반 관광객의 경우에는 별로 이용하지 않는 출입구예요.”
최강이 나미사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였군.’
확실히 이 정도 규모의 면적이라면 출입구가 수십 개가 있다고 해도 문제없어 보였다.
나미사가 우려스러운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불편하셨나요?”
“아니? 조용하고 좋네. 굳이 한적한 길이 있으면 사람에 치이면서 다닐 필요는 없지.”
휴…….
나미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흘렸다.
최강이 말했다.
“그래서 도장 깨기는 어디서 할 수 있는데?”
“아…… 조금만 더 가면 돼요.”
나미사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최강이 나미사의 뒤를 따라 걸으며 니시키 도장의 내부를 살폈다.
도장의 내부는 조금만 걸어 들어가도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정말로 이곳이 통행자가 적은 출입구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이쪽저쪽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구경을 일삼는 관광객들을 보며 걷던 최강은 어째서 니시키 도장이 관광 명소가 되었는지 알 법했다.
각종 여러 가지 체험 기반의 상품화가 그 이유인 것 같았다.
각종 체험지를 심심풀이로 구경하며 따라 걷던 최강이 걸음을 멈췄다. 그중에서도 유독 관심을 끄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저건…….’
최강이 거기서 멈추자 앞장서 걷던 나미사가 어느새 최강의 옆으로 돌아와 말했다.
“팔씨름이네요? 관심 있으세요?”
“아니, 별로. 근데 말이야, 저거.”
나미사의 물음에 답한 최강이 팽팽한 팔씨름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사기 아니냐?”
나미사가 회색 도복 차림의 수련생에게 패배한 관광객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저 정도는 이해해 줘야죠.”
“그런 거냐?”
의도적인 연출.
분명히 그러했다.
도전자는 처음부터 수련생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수련생은 비등비등한 척 처음부터 끝까지 의도적인 연출을 했다.
아마도 극적인 효과가 도전심을 더욱 자극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안타깝게 패배한 일행의 복수를 하겠다는 양 다른 남성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간 더 팔씨름을 구경하던 최강이 미련 없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자.”
나미사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팔씨름장을 지나 최강이 10분쯤 다시 걸었을 때였다.
나미사가 말했다.
“여기예요.”
넓은 공터 느낌의 장소가 나왔다. 공터에는 그 끝에 수십 개의 문이 존재했는데 각 문의 옆에는 여러 국기들이 걸려 있는 모습이었다.
나미사가 별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그 국기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파악한 최강이 조용히 웃음 지었다.
“친절하기도 하셔라.”
***
비슷한 시각, 한국.
일본에 가지 않고 한국에 홀로 남은 류세란은 지금 열심히 일 중이었다.
류세란에게 손위로 오빠 한 명, 언니 한 명이 있었지만 사실상 류세란이 근래에 류씨세가의 최고 전력이 되어 버린 이유가 가장 컸다.
‘솔직히 좀 기분이 묘하네…….’
최강의 사무실에서는 가장 약했던 자신이 이곳에서는 최고라니.
무슨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불과 몇 킬로미터 차이 날 뿐인데 전혀 다른 현실의 괴리감에 류세란이 한숨 쉬었을 때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아가씨.”
균열을 소탕하고 나오는 류세란에게 박지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지원이 넘기는 수건을 받아 든 류세란이 대충 땀을 닦고는 말했다.
“가셨던 곳은 빨리 끝났나 보네요?”
“네…… 그렇죠, 뭐.”
박지원이 갔던 곳은 류세란의 오빠와 언니가 무인들과 함께 들어갔다.
같은 C급이었지만 류세란이 달랑 혼자 들어간 것과는 엄청난 인원 차이었다.
류세란이 말했다.
“오늘 제가 할 곳이 아직 하나 더 남았죠?”
“네.”
“어디예요?”
“그렇게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15분 정도 떨어진 거리인데…….”
류세란이 박지원의 말을 듣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류세란의 핸드폰에 긴급 문자가 도착했다.
「xx백화점 앞 오거리 미노타우로스 출몰. 속히 증원 바람.」
류세란과 마찬가지로 문자를 읽은 박지원이 말했다.
“일단 이곳부터 가시죠?”
“네. 일단 저 먼저 갈 테니까 따라오세요.”
별일이었다.
비교적 건물이 빼곡히 늘어선 도심에서는 협소한 공간 때문인지 대형 몬스터의 출몰이 드문 편이었는데, 미노타우로스가 출몰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류세란의 속도면 5분.
그 정도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류세란이 박지원과 무인들을 놔두고 먼저 달리면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지?’
한 1년 전쯤이었던가?
그때도 도심에서 미노타우로스가 출몰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최강 씨가 처리했었는데…….’
최강의 사실상 첫 번째 사냥이었던 사건을 떠올린 류세란이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는 내가 처리하는 거야.’
다행히 그때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최강의 덕에 혼자서라도 미노타우로스를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전에서 사용할 수준으로 터득한 무형기는 그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류세란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였다.
‘뭐지? 여기가 맞을 텐데?’
차오르는 숨을 내쉬며 얼빠진 얼굴을 하는 류세란이었다.
문자를 받은 곳은 분명히 이곳이 맞을 텐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했기 때문이다.
“바…… 방금 전에 그거 봤어?”
“어. 당연한 거 아니냐? 내 바로 옆에 있었잖아.”
“그나저나 진짜 뒤지는 줄 알았잖냐…….”
무언가를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한 류세란이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잠시만요. 조금만 비켜 주세요.”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간 류세란이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익숙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미노타우로스?’
류세란의 눈에 사망한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이 보였다.
류세란이 잽싸게 미노타우로스의 시체 위에 올라가서 시체를 살폈다.
1년 전과 마찬가지였다. 꼭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듯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 존재했다.
류세란이 주변에 모여 있는 시민 중에 한 명을 지목해서 말했다. 아까 떠들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저, 이거 누가 해치웠는지 보셨다고 그랬죠?”
“네, 뭐…….”
지목당한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어디 있나요, 그분?”
“글쎄요, 보기는 했는데…… 바로 어디로 걸어가 버려서.”
“걸어가요? 어디로요?”
류세란이 남자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으로 급히 고개를 틀었다.
멀리서도 구경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설령 저 사이에 있다고 한들 그 사람을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류세란이 다시 발아래 시체를 바라봤다.
마치 1년 전과 같은 호기심 섞인 눈으로 류세란이 중얼거렸다.
“누구지?”
***
태극기가 걸린 접수처 앞에서 최강 일행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의 말을 들은 주소희가 횡포를 당한 듯 격하게 소리 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말 없었잖아요!”
당연했다. 최강이 주소희에게 요구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도장 깨기에 참가해 사범급에서 1승을 얻어 낼 것을 말이다.
“아, 그리고 참고로 1승 하기 전에는 관광할 생각은 하지도 말자?”
이번에 도장 깨기가 끝나면 다시 오사카 쪽으로 가서 최강과 달콤한 추억을 계획 중이었던 주소희가 부들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법이 어딨어요?”
“어딨긴 어딨어, 여깄지. 그리고 막말로, 너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계약을 깜박한 거 아니냐? 나를 도와주겠다는 조건이었잖아? 그 실력으로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계약.
‘을’ 주소희와 ‘갑’ 최강이 반년 전쯤에 맺은 계약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계약은 분명히 그런 조건이었다. 돈을 지불한 능력이 없는 주소희는 3년간 돈 대신 몸으로 최강을 도울 것.
요약하자면 그런 계약이었다. 그리고 아직 계약은 2년하고도 절반 가까이 남아 있다.
주소희의 얼굴이 정곡을 찔린 듯 변했다. 주소희 본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최강에게 도움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소희는 제안을 쉽게 승낙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사범급 하위권의 평균이 무려 100위권이다.
쉽게 말해 강성훈급이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게 한다고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니시키 도장은 아이템도 사용하지 못한다. 천주갑마저 내려놓고 해낸다는 것은 이건 이번 보름 내내 수련만 하다가 귀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던 주소희로서는 갑작스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그래도 사범급은 너무 심하잖아요. 애초에 보름 만에 불가능한 조건이에요. 부사범 정도로 내려 주세요.”
최강도 주소희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안 돼.”
그렇다고 물러 줄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녀에게 부족한 것은 내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공이라면 천주갑의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부터 강성훈 수준에 닿아 있었고, 지금도 조금씩 불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주소희가 강성훈에 비해서 부족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
이 부분을 다듬어 주기만 하면 주소희의 성장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주소희의 반항을 일갈에 무마시킨 최강이 최말숙을 보고 말했다.
“말숙이도 할 수 있지?”
“네, 노력해 보겠사와요.”
최강이 최말숙의 대답을 듣고 흡족한 웃음을 지어 보일 때였다.
조용히 듣고 있던 나미사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럼 모두가 하는 분위기니 저도 한번 해 볼까요?”
최강이 좋은 생각이라는 듯 말했다. 나미사마저 참가하면 주소희도 참가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럴래? 대신에 넌 2승. 불만 없지? 애초에 출발점이 다르니까.”
“뭐 좋아요.”
나미사가 흔쾌히 수락하자 최강이 말했다.
“좋아. 그럼 격려 차원으로 나도 하나 약속할까?”
가장 소극적이던 주소희가 약간 반응을 보였다.
“그게 뭔데요?”
“지금 생각 중이야.”
나미사가 최강의 말을 듣고 말했다.
“그건 어떤가요?”
“뭐?”
“소원권이요.”
“소원권?”
최강이 나미사를 보다가 주소희와 최말숙을 봤다.
의외로 다 김새는 듯한 반응은 아니었다.
나미사가 말했다.
“저번에 써 봤을 때 제법 만족스러웠거든요.”
주소희가 나미사의 발언에 관심을 보이며 말했다.
“저번이요?”
“네. 저번에 한국에서 데이트했어요. 소원권으로.”
나미사의 의도적으로 그려지는 눈웃음을 본 주소희가 자극을 받은 건지 말했다.
“좋네요, 소원권. 그걸로 하죠!”
최강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러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