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3
63화
“그럼 접수는 나 먼저 해도 되지?”
최강이 일행의 암묵적인 동의를 얻고 접수처로 걸어갔다.
접수처는 도장의 다른 체험 장소와는 상반되게 의외로 한적한 편이었다. 입장한 최강의 모습을 본 것인지 대기 중이던 세 명의 안내원 중 한 명이 말했다. 과연 한국인의 접수처이기 때문인지 안내원은 능숙한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접수하러 오신 건가요?”
“네.”
최강의 답을 들은 안내원이 방긋 웃으면서 설명했다.
“그럼 도장 깨기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설명을 듣고 혹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거나 더 필요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최강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내원이 말을 이어 갔다.
“니시키 도장의 대련은 하루 1인당 1회의 대련 제한을 두고 있고 각 등급별로 2승을 거두셔야 상위 등급 대련자와 대련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알고 계신가요?”
“뭐 일단은요. 근데 벌써 궁금한 게 있거든요?”
“네.”
최강이 질문했다.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2승째에서 패배하면 처음부터 1승으로 시작해야 합니까?”
그래서는 곤란했다. 자신이야 상관없지만 주소희와 최말숙의 경우에는 혹시 사범급에 가기 전에 패배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안내원이 질문을 듣고 말했다.
“아닙니다. 1승을 이미 거둔 상태의 재도전자 같은 경우에는 이미 1승을 거둔 채로! 즉, 2승째의 대련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만약 이전에 방문하신 기록이 있으시고, 예를 들어 문도급에서 멈춰 선 전산 내역이 존재한다면 이미 훌륭한 무투가이신 것을 감안해서 그보다 아래 등급인 견습 수련생 등급과 수련생 등급의 순서를 생략하실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습니다. 더 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으신가요?”
최강이 의외로 융통성 있는 운영 방침에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내원이 말했다.
“그럼 다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설명 드릴 것은 니시키 도장에서의 대련 신청 방법입니다. 용지를 확인해 주시겠어요?”
안내원이 내미는 용지를 최강이 받아 들자 안내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도전자는 접수처에서 1번 대련 일자, 2번 대련 시간, 3번 대련 상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3번 같은 경우에는 2승째 대련에 한해서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도전자가 한 번 지목했으니 두 번째는 니시키 도장 쪽에서도 배정권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해가 되셨나요?”
최강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안내원이 말했다.
“그럼 빠른 신청을 위해 추가적인 질문이 없으시다면 일단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최강이 신청서를 대충 쓱 훑었다. 신청서에는 이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사항을 비롯해서 말한 대로 대련일, 대련 시간을 적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던 최강이 슬쩍 손을 들며 말했다.
“질문이요.”
“네.”
“지금이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오늘도 가능한 겁니까?”
안내원이 두말하면 입 아프다는 듯 말했다.
“물론 당일 대련도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당일 신청의 경우에는 도전자가 시간까지는 조율할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최강이 대련 시간 목록을 비워 두고 용지를 넘겼다.
신청서를 받아 든 안내원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보더니 말했다.
아마도 최강의 정보를 입력해 본 것 같았다.
“이전 방문 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데 첫 방문 맞으시죠?”
최강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경우에는 견습 수련생 단계부터 신청하셔야만 합니다. 괜찮으시죠?”
“별수 없죠.”
안내원이 최강의 말에 방긋 웃었을 때였다. 최강 쪽으로 놓여 있는 모니터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원하시는 상대를 쿡 하고 눌러 주시겠어요?”
최강이 화면을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지목하는 거란 말이지?’
화면에는 대략 여섯 명 남짓의 증명사진이 떠올라 있었고, 증명사진 옆에는 체급과 이름 등을 비롯해서 도장에 입문한 일자까지 나름 세세한 이력이 적혀 있었다.
최강이 어느 견습 수련생의 사진을 유심히 보다가 꾹 눌렀다.
‘이놈이 그나마 세 보이네.’
최강이 고른 기준은 간단했다. 그나마 가장 세 보이는 놈.
비싼 돈을 지급하고 하는 경기인 만큼 질 좋은 경기를 해야 되는 것이다.
띠링.
최강이 화면을 터치해 선택하자 잠시 후 안내원 쪽으로 영수증 용지 같은 것 하나가 인쇄되는 모습이 보였다.
영수증처럼 생긴 용지를 프린터에서 끊은 안내원이 최강에게 내밀며 말했다.
“최강 님의 대련은 당일 오후 4시 30분 9번 대련장으로 예정되었습니다. 지각할 시 부전패 처리가 되오니 가급적이면 늦지 말아 주세요.”
“네.”
최강이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섰을 때였다.
“아! 그리고 접수처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한정적이니 만약 1차전을 승리하신다면 2차전 일정을 잡으실 때 유의해 주세요.”
최강이 별다른 말 없이 부스를 나왔다.
접수를 마친 최강을 본 주소희가 말했다.
“어때요?”
“뭐, 별다른 건 없더라. 대련료가 좀 비싼 걸 제외하면.”
“얼마인데요?”
최강이 아까 신청서에 적혀 있던 가격표를 떠올리고는 말했다.
“100만 원.”
어째서 사람으로 붐비던 니시키 도장에서 이곳만 사람이 적은지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추억 삼아 하기에는 높은 대련비 때문인 것 같았다. 물론 그럼에도 신청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격을 고수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주소희가 말했다.
“비싸긴 하네요.”
“뭐 그렇지. 그래도 1차전을 이길 시에 2차전은 무료라고 쓰여 있더라. 어차피 질 마음은 없으니 회당 50만 원인 셈이지.”
최강이 최말숙을 보고 말했다.
“그럼 다음은 말숙이가 할래?”
“알겠사와요.”
최말숙이 부스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미사가 말했다.
“그럼 저도 접수하고 올게요.”
최강이 새삼스러운 얼굴로 나미사를 바라봤다. 이 녀석이 일본인이라는 것을 종종 까먹곤 하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생긋 웃었다.
“왜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요? 그럼 일단 다녀와도 되죠?”
“그래, 이따 보자.”
최강이 자신의 말에 일장기가 걸린 곳으로 사라지는 나미사를 확인하고, 잠시 후였다.
5분쯤 지나자 최말숙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다리던 주소희가 이어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최강이 최말숙에게 말했다.
“접수증 받았지?”
“물론인 것이와요.”
“줘 봐.”
최말숙이 내미는 접수증을 최강이 확인했다.
‘9번이네?’
최말숙은 자신과 같은 연무장이었다. 대련 시간은 4시 45분. 자신보다 15분 늦은 시간이었다.
‘좋은 일이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연무장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좋은 상황 같았다.
최강이 최말숙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접수를 마친 주소희가 걸어 나왔다. 최강이 말했다.
“넌 몇 번?”
“9번이네요.”
무슨 공통점이 있는 건가……?
주소희의 답을 듣고 최강이 잠시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주소희가 말했다.
“그래서 이제 세 시간 정도 남은 것 같은데 뭐 할 거예요?”
주변 이곳저곳에 널린 누각을 바라본 최강이 말했다.
“조금 돌아다녀 볼까?”
***
다행히 나가던 길에 최강은 나미사와 딱 만날 수 있었다.
“어라? 다 끝나신 거예요?”
“어. 뭐, 가볍게 적기만 하면 되는 거잖냐?”
최강이 나미사에게 말했다.
“근데 넌 몇 번?”
“경기장 말씀하시는 거죠?”
나미사가 흔쾌히 접수증을 보여 줬다.
‘2번?’
다른 곳이었다.
뭐 여하튼 딱 맞춰서 나미사와 합류한 최강은 연무장의 위치를 파악할 겸 해서 니시키 도장을 이곳저곳 살폈다.
미리 지리를 파악해 두는 편이 보름간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세 시간가량 시간을 보내던 최강이 3시 30분이 되었을 때였다.
‘여기가 9번 대련장인가?’
신발을 벗고 9번 대련장에 최강이 들어섰다. 대련장에서는 이미 대련이 진행 중이었다. 전형적인 기름 바닥 재질의 체육관과 대련장은 유사했다.
대련장 양 구석에 있는 구경꾼들을 확인한 최강이 구석의 빈자리로 가서 앉았다.
진행 중이던 경기를 잠시간 구경하던 최강이 따분한 얼굴로 핸드폰을 꺼냈다.
‘이제 한 20분쯤 남았나?’
핸드폰에 비치는 시간을 확인한 최강이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을 때였다.
대련장 중앙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방금 전까지 대련하고 있던 도전자 측의 남성이었다.
“웃기지 마! 이건 반칙이야!”
경기의 심판을 맡았던 남자가 말했다.
“반칙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놈이 어딜 봐서 견습 수련생이야.”
심판이 도전자의 말마따나 남자를 쓱 바라보더니 잠시 후 덤덤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대련 상대였던 사이토 군은 견습 수련생이 맞습니다.”
“저 녀석이 견습 수련생이라고? 난 지난 경기에서 1분 만에 상대를 K.O 시켰어. 그런데 저놈이 그놈과 같은 견습 수련생? 누가 봐도 조작인 게 분명하잖아!”
대화를 들어 보자니 원인을 알 것 같았다.
‘멍청하긴. 한국인 망신은 지가 다 시키네.’
애초에 운영 방침의 설명을 신청할 때 듣고 조금만 생각해 봤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웃기는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어째서 2차전의 상대를 니시키 도장 쪽에서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유는 간단했다.
저놈같이 허접한 녀석을 다음 라운드로 올려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당연히 비교적 그 등급대에서 뛰어난 녀석을 매칭시켜서 말이다.
최강이 도전자를 한심한 얼굴로 턱을 괴고 바라볼 때였다.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놈 얼굴. 저게 견습 수련생일 리 없어!”
최강이 도전자가 지목하는 대련 상대의 얼굴을 쓱 훑었다.
‘마흔 살쯤 되려나?’
확실히 견습 수련생이라고 하기에는 삭은 얼굴이긴 했지만 말이 너무 심했다.
‘상처받으면 어쩔 건데?’
얼마 전 리치에게 했던 일은 기억도 안 나는지 최강이 이러한 생각을 할 때였다.
“좋습니다. 크게 다치시지는 않은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다른 상대를 붙여 드리죠.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 견습 수련생 따위 비겁한 짓만 안 하면 어떤 놈이 오든 한주먹이야!”
심판이 픽 웃더니 말했다.
“무토.”
심판의 말에 옆에서 구경하던 회색 도복의 한 남자가 일어났다.
최강이 반가운 눈빛을 해 보였다. 저 녀석은 최강이 선택했던 녀석이었기 때문이다.
무려 2미터가 넘는 거구에 니시키 도장 10년 차.
눈에는 사선으로 난 상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쩍.
대머리였다.
세계관 최강자는 대머리가 아니다. 하나, 세계관 내에서 대머리는.
‘대개 강한 편이지.’
만화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토대로 섣부른 결론을 도출한 최강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상대 한번 잘 고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무토가 도전자의 앞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걸을 때마다 대련장 안에 쿵쿵 소리가 들렸다.
무토가 도전자의 앞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였다.
“히익! 죄송합니다.”
도전자가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려는 찰나,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최강이 픽 웃었다.
“재밌는 놈이네.”
제대로 된 배짱도 없으면서 소란은 왜 피웠는지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여하튼 소란은 그렇게 도전자가 도주함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한 5분쯤 지났을 때였다.
대련장을 정비하던 심판이 말했다.
“최강 님 계십니까?”
목소리를 들은 최강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드디어 차례가 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