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4
64화
국내 최고의 무림 관련 커뮤니티 무잘알.
그곳에 지금 떠오르는 사건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미노타우로스 사건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은 찾았대요?
└못 찾았다고 함.
└왜요? 듣자 하니 며칠간 류씨세가 영역에서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났다면서요.
└미노타우로스를 한 방에 조진다잖아요. 그게 무림인들 손에 잡히겠어요? 실제로도 한 번은 마주치기도 했었는데 도망갔다고 함.
└하…… 기대하고 있었는데.
미노타우로스 사건이 있고 벌써 4일째.
국내의 분위기는 묘한 기대감에 휩싸여 있었다.
누가 뭐래도 화려한 전철을 밟고 일순간에 국내 최고의 무림인이 되어 버린 최강.
그와 등장도 비슷했을뿐더러 이후 행동 패턴들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도 고의적으로 시선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의심을 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최강을 따라 한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미 모두가 따라 했을 것이다.
결국 의심은 있어도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증폭되는 이유 중에는 최강과 관련한 것도 있었다.
바로 현재 최강이 자유계약 상태라는 것이었다.
최강은 이제 언제든 그의 마음을 충족시킬 만한 국가가 있다면 떠나갈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번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무인이 최강을 대체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언제 또 한 번 국가 재난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에휴. 근데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해서 프리저가 남아 주면 만사 OK인데. 근데 정말로 협회에서는 최강하고 계약할 마음은 없대요?
└한 달 전쯤 마지막 발표 이후에 아무런 언급도 없으니 손 놓은 게 맞겠죠?
└솔직히 이쯤 되니 프리저가 밉기도 해요. 차라리 애초에 나타나 주지를 말든가.
└무슨 의미인 줄은 알겠는데요. 그래도 프리저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죠.
└맞아요. 염치가 있지.
└죄송합니다.
사람들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최강은 이미 리치로부터 한 번 한국을 지켜 낸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설령 최강이 돈을 좇아 해외로 나간다고 한들 그를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근데 프리저는 요즘 뭐 해요? 요즘 소식이 뜸한데?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는데 혹시 다른 분들은 알고 계세요?
└음 글쎄요.
└아니요.
최강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자 프리저의 근황에 대해서 사람들이 떠들 무렵이었다.
커뮤니티 채팅방에 익숙한 닉네임이 들어왔다.
‘돈많으면쳐봐’라는 닉네임이었는데 무잘알이라는 커뮤니티 한정으로는 ‘돈많’으로 불리는 네임드 유저였다.
└돈많 님 혹시 프리저 근황 아세요?
└아! 저도 지금 그거 때문에 자려다가 들어온 거예요.
└알고 계세요?
└네. 니시키 도장에 있대요.
└휴 다행이다 워낙 조용하길래 이미 해외로 이민 간 줄.
└근데 니시키 도장이요?
└네.
역시 무림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들인 만큼 니시키 도장이라는 말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강 정도 되는 사람이 니시키 도장에 갔다면 보나 마나 총사범 타쿠마가 목표인 것이다.
└드디어 랭킹 수집인가요?
└또 언제 일본까지 갔대?
└행보가 남다르긴 하네요.
사람들이 한창 흥분해서 떠들던 때였다. 유저 한 명이 돈많에게 말했다.
└근데 기사를 찾아봐도 없는데 어디서 들은 정보예요? 확실한 거예요?
└현지에서 통역하는 친구한테 들었으니까 확실해요. 4일 전쯤에 니시키 도장으로 온 한국인 세 명이 있는데 그쪽에서는 요즘 유명 인사라면서 혹시 아냐고 물어 오더라고요.
돈많의 말을 본 유저들이 말했다.
└오…… 그럼 거의 확실하겠네요?
└세 명이면 주소희랑 그 옆에 자주 보이는 여자애까지겠죠?
└근데 왜 유명해요?
└그게 어제 오전 대련까지 다섯 번 모두 일격에 끝내 버려서 그렇대요.
***
니시키 도장의 방어율은 상당히 높다.
견습 수련생 단계의 방어율은 80%로 시작해서 사범 단계까지 이르면 무려 97%를 자랑한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면 무려 사범 단계의 방어율치고는 상당히 저조해 보일 수 있는 숫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이해하고 본다면 그렇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애초에 사범층까지 도전자가 넘어온다는 것은, 9할 이상은 총사범 타쿠마의 랭킹을 노린 도전자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말하자면 이렇다.
최후에 도전자를 막아서는 수제자 후라타를 따로 떼어 내서 승률을 다시 매기면 99%에 가깝다는 것이다.
결국 97%라는 퍼센티지가 오히려 니시키 도장을 폄하할 수 있는 수치가 아니라 타쿠마 혼자서 이끌어 가는 조직이 아님을 새삼스럽게 말해 주는 수치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1%.
결국 타쿠마에게까지 도전하는 이들이 나타나고는 한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상대로 타쿠마가 이루어 낸 전적.
131전 129승 0무 2패.
무 따위는 캐지 않는 화려한 전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5년 전.
전성기의 상태가 한참 지난 상태에서 맞이한 1패를 제외한다면 전성기 시절 타쿠마가 했던 패배는 단 1패에 불과한 것이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결국 바꿔 말하면 타쿠마의 화려한 전적은 곧 니시키 도장의 자존심.
때문에 최근에 나타났다던 한국인 3인방의 소식에 수제자 후라타는 긴장했다.
직감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목표는 총사범 타쿠마.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방어해야 했다.
수제자 후라타가 사범급의 최말단이자, 자신의 수제자 유타에게 말했다.
“오늘 그 한국인들은 어떻게 됐나?”
“나름 괜찮은 녀석들로 배치했는데 패배했습니다. 일격에요.”
후라타가 수제자 유타의 말을 듣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강이 일본에 도착한 지 오늘로 6일 차다.
당연하지만 오늘 있었던 경기는 문도급 2차전이었다.
주시하고 있는 만큼 문도급 중에서도 준부사범급에 해당할 만한 실력자들을 붙였다고 자부하는 경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3패를 거둔 것이다. 이건 가볍게 여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생각이 깊어지는 후라타를 보고 유타가 급히 말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제까지 마찬가지로 일격이었던 두 여자들에게는 수십 합 이상을 나누는 분전을 펼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부사범 2차전쯤 되면 자연스레 남자 쪽도 걸러지게 될 것입니다.”
유타의 말에 후라타가 쓰게 웃었다.
“유타.”
“네, 스승님.”
후라타가 말했다.
“자랑이랄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곳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있다. 녀석이 중간에 멈춰 설 녀석인지 내 앞에 도착할 녀석인지.”
“…….”
니시키 도장에 도전하는 녀석들은 설령 목표가 타쿠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실력을 감추기 위해서 조금 고전하는 티를 내곤 한다. 그래야 도장 측에서 견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자는 그런 것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부류의 녀석들이 항상 자신의 앞에 당도했었다. 몰론 거기서 진짜는 백에 하나 정도였지만 이번이 그 하나가 될 것임을 후라타는 의심하지 않았다. 바로 이 사내가 얼마 전 한국을 구한 영웅이었음을 후라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리치를 제압하던 그 압도적인 무위.
아쉽지만 지금 자신이 막아설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것은 자신의 스승 타쿠마도 마찬가지라고 후라타는 생각했다.
타쿠마는 전성기가 한참 지난 상태였으니 말이다.
‘반드시 스승님께 위협이 된다.’
무언가 다짐하듯 비장한 얼굴로 후라타가 말했다.
“규칙을 어겨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다. 부사범 2차전에서 승부를 본다.”
***
최강 일행은 니시키 도장 안에 마련된 숙소 중 특실을 빌려서 머물고 있었다.
특실인 만큼 공간은 넓고 조용했고, 잘 관리된 안뜰에서는 기본적인 훈련을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물론 편의성이 있는 만큼 웃돈을 주고 머물러야 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돈이라면 애초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는 안 돼.’
니시키 도장 7일 차.
주소희는 달밤에 안뜰에서 홀로 수련 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오늘은 유독 상대에게 고전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손쉽게 승리를 거둔 나미사를 생각한다면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하아아암.
어디선가 하품 소리가 들려왔다.
마루 위였다. 슬쩍 숙소로 눈길을 옮긴 주소희가 태평하게 방 안에서 뒹굴고 있는 최강을 보고는 한숨 쉬었다.
“에휴.”
후드 티에 달려 있던 모자를 쓱 뒤집어쓴 주소희가 어디론가 가려고 하자 최강이 말했다.
“어디 가냐?”
“훈련하러요.”
“거기서 하지, 왜?”
“집중이 안 돼요.”
숙소를 빠져나온 주소희가 적당한 곳을 찾아 이동하다가 마침내 멈춰 섰다.
숙소와는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지만 개인 훈련 하기에는 딱인 환경이었다.
작은 옹달샘 하나와 산악 지대인 니시키 도장치고는 평탄한 지반.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방을 둘러싼 나무들이 외부와 거의 모든 면을 단절시키고 있었기에 누군가가 훔쳐볼 위험도 낮았다.
‘아닌데…… 이게 아니었던 거 같은데.’
허공에 대고 주먹을 내지르던 주소희가 고뇌에 빠졌다.
최강은 그날그날 대련이 끝나면 주소희가 그날 취했던 동작 중에 단점을 짚어 주고는 했다.
그런데 아무리 해 봐도 최강이 선보였던 느낌과는 묘하게 달랐다.
‘한 번만 더 해 볼까?’
주소희가 자신의 주먹을 바라보다가 한 번 더 자세를 잡을 때였다.
끌끌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보고 있자니 젊은 처자가 제법이허이.”
주소희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바라봤다. 아흔은 되어 보이는 자글자글한 주름을 가진 왜소한 체구의 노인이 보였다.
허리를 손 주먹질하며 나무 그루터기에 앉으며 노인이 말했다.
“이제 늙었는지 이곳에 오는 것도 힘에 부치는구만.”
“제가 훈련하는 걸 보신 건가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허이.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원래 이곳은 내 자리야. 내가 벽에 막힌 듯한 기분이 들면 틀어박혀서 수련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던 곳이니까.”
주소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째서 이런 절묘한 곳이 눈에 띄었나 했더니 저 노인의 훈련장인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런 줄은 몰랐어요.”
“아니, 아니. 그럴 거까지는 없네. 솔직히 요즘은 자주 오는 곳도 아니거든.”
노인이 사과를 받아 주자 주소희가 자리를 옮길 심산으로 다시 모자를 뒤집어쓰려고 할 때였다.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처자. 아까 내지르던 주먹, 누구한테 배운 겐가?”
주소희가 뒤집어쓰려던 모자에서 손을 놓고 말했다.
“왜요?”
“처자 같은 능력 있는 무인을 제자로 둔 걸 보면 훌륭한 무인인 것 같기는 한데, 좋은 스승은 아닌 것 같거든.”
주소희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능력을 썩히고 싶지 않다면 다른 스승을 알아보게나.”
“지금 흉보시는 건가요?”
노인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껄껄껄. 그렇게 들리던가?”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 때문에 자리를 옮기려고 하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네. 이런 썩은 내 나는 노인네보다야 처자 같은 아리따운 이가 사용해 주는 편이 이곳도 더 좋을 테니까.”
들어왔던 길로 다시 나가면서 노인이 말했다.
“처자. 모든 동작에는 의미가 있는 법이라네. 거기서는 기를 품에 담고 있는 동작이 아니라 미는 동작이야.”
노인이 바람처럼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귀신에 홀린 듯 바라보던 주소희가 잠시 후 옹달샘을 보고 돌아섰다.
‘미는 동작이라고?’
노인의 말에 홀린 듯 주소희가 자세를 잡고 주먹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옹달샘 위에 떠 있던 달이 반으로 갈라지며 양쪽으로 물이 소란을 일으키며 일렁였다.
조금 전까지는 상상할 수도 없던 위력이 주소희의 눈앞에 펼쳐졌다.
깜짝 놀란 주소희가 뒤를 다시 돌아보며 허공에 대고 중얼거렸다.
“뭐였지? 그 할아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