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미국 1군에 소속된 랭커 레베카.
그녀는 지금 수십만의 언데드 속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현실은 아니었다.
최고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의 첨단 장비가 이루어 낸 가상현실이었다.
최강과 리치 데이빗의 대결에서 측정된 마나의 수치를 데이터화시켜서 구현한 그때의 현장은 미국의 좋은 훈련이 된 것이었다.
레베카의 훈련 모습이 측정소의 화면에 떠올랐다.
전장에 홀로 서서 빗줄기같이 거침없이 화살을 쏘아 내는 레베카와 화살에 맞고 두부처럼 조각나는 데스 나이트들.
전투는 그야말로 일방적이었다.
중간중간에 리치가 다크 스피어를 소환해 던지기도 했지만 유유히 피해 내며 데스 나이트들을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레베카의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레베카가 데스 나이트들을 거의 정리했을 때였다.
측정소에 여성 목소리 톤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Code Number 13 레베카. page 1 clear.”
17초라…….
캡슐 속에 들어가서 가상현실 훈련을 하고 있는 레베카의 모습을 측정실의 화면으로 지켜보던 대통령이 말했다.
“어떤가, 제이스?”
“지난번 기록보다는 많이 빨라졌습니다. 대략 3초 정도 줄어들었군요.”
페이즈 1은 군단장 익시온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1천 마리에 다다르는 데스 나이트들을 리치가 쏘는 다크 스피어를 피해 내며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레베카는 고작 그것을 가상현실이라고 한들 13초 만에 해낸 것이었다.
대통령이 말했다.
“제이스, 자네는 몇 초였지?”
“마지막에 측정했을 때가 20초였습니다.”
“그래? 그럼 자네보다 빠르단 말인가?”
제이스가 약간 자극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더 지켜보시죠. 어차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제이스와 대화를 나누던 대통령이 기꺼운 얼굴로 다시금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서는 그새 페이즈 2가 진행 중이었다.
군단장 익시온.
확실히 다른 데스 나이트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존재였다.
100여 기 정도 남았을 때 합류한 익시온은 레베카의 화살에 맞고도 멀쩡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뿜어 대는 대지마저 녹이는 불꽃은 한 방이라도 걸리면 레베카라도 끝장낼 수 있을 법한 위력이었다. 하지만.
100여 마리 정도 남았던 데스 나이트의 잔당을 레베카가 마저 정리했을 때였다.
레베카가 하늘을 향해 활을 겨누었고, 잠시 후였다.
하늘에 위성처럼 몇 개의 빛이 번쩍하더니 그대로 땅으로 솟구쳤다.
그대로 꼬챙이 난 익시온이 꿈틀거리다가 가루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Code Number 13 레베카. page 2 clear.”
벼락과 같이 하늘에서 떨어진 다섯 줄기의 빛.
그것의 정체는 화살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컸다.
굵기로 보나 길이로 보나 이미 창의 규모에 필적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지켜보던 대통령의 시선이 말없이 경과 시간이 존재하는 화면 상단으로 향했다.
“37초군. 자네는 몇 초였지?”
“40초였습니다.”
대통령이 옅은 웃음을 머금으면서 말했다.
“반전은 다음 페이즈에서 나오는 것이겠군?”
때마침 안내음이 들렸다.
“Code Number 13 레베카. page 3 Start.”
페이즈 3은 다겹의 배리어를 발동시킨 리치가 언데드 강화 주술을 외치는 상황이었다.
페이즈가 시작되자 레베카가 달리는 모습이 보였다.
달려드는 언데드를 처리하며 군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향해 달리던 레베카가 정상에 도착했을 때였다.
지면과 평행으로 들린 레베카의 활이 리치를 향했다.
레베카가 든 활의 시위에 푸른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지지지직. 지지직.
푸른 뇌기를 머금은 전격이 일대를 밝게 밝히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였다.
콰과과광.
뇌성을 터트리며 레베카의 활에서 푸른 기운의 뇌광이 발사되기 시작하는 모습이었다.
푸른빛에 닿으면 어느 것이든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던 빛이 레베카가 겨누는 대로 쓱 한번 언데드들을 훑고는 리치를 향했다.
치지지직.
검게 타 버린 대지와 그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레베카의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불이 켜지면서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훈련 상황 완전 종료. 경과 시간 3분 15초.”
대통령이 조용히 제이스를 바라봤다.
제이스가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2분 11초입니다.”
픽 웃은 대통령이 마침 레베카가 들어간 캡슐이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는 훈련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통령은 어째서 페이즈 3에서 시간이 벌어졌는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레베카의 마지막 페이즈의 위용은 굉장했지만 강력한 한 방을 장전하기까지 과도한 집중력을 요구하는 듯했다.
때문에 언데드의 공격이 최소화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할 필요성이 있었고 시간은 거기서 벌어진 것이리라.
캡슐에서 일어난 레베카가 헤드기어처럼 생긴 장치를 안에 벗어 두는 것이 보였다.
때마침 걸어오는 두 사람을 향해 레베카가 말했다.
“어때?”
“전보다 23초 정도 단축됐군. 결과만 놓고 보면 이제 합격이다.”
레베카가 기지개를 켜고 듣다가 활짝 웃었다.
3분 36초. 상황별로 떼 놓고 봤을 때 최강이 리치를 처리하는 데 걸렸던 시간이었고, 드디어 그 기준 아래로 레베카가 통과했기 때문이다.
비록 최강을 스카우트하는 데 실패했지만 세계 최강 미국의 1군 랭커가 변방의 랭킹도 없는 무인보다야 수준이 낮아서는 안 된다는 프라이드가 작용한 훈련인 것이었다.
“그럼 이제 두 사람 다 훈련도 통과했겠다, 보름간은 자유겠군그래. 정해 둔 일정이라도 있는가?”
훈련은 이번 달 안으로만 통과하면 되는데 아직 보름 가까이 시간이 남아 있었다.
제이스가 말했다.
“그냥 자택에서 좀 쉴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 둘이서 여행이라도 다녀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구만.”
“저희 둘을 자꾸 엮으려고 하시는데,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그저 동료일 뿐입니다.”
“그런가?”
제이스의 말에 대통령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슬쩍 레베카의 안색을 살폈다. 역시나 제이스의 철벽이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제이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저희는 식사하러 갈까 하는데, 혹시 전이시면?”
대통령이 기껍게 웃으며 말했다.
“LA의 영웅께서 식사를 대접할 기회를 주신다니 영광이네만, 아직 이곳에서 할 일이 남아서 말이야.”
훈련장에는 레베카가 방금 전에 들어갔던 캡슐 이외에도 몇 개의 캡슐이 더 가동 중이었다.
스무 명의 1군 멤버 중에서도 두 사람은 일정이 없어서 비교적 훈련에 빨리 참가했지만 다른 멤버들은 사정상 늦게 시작했고, 아직까지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통과자 순으로 따지면 이 두 사람이 5번 6번째였다.
제이스가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대통령이 레베카와 함께 멀어져 가는 제이스를 보며 말했다.
“다 좋은데 참, 그쪽으로는 눈치 없는 친구란 말이야.”
***
훈련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레베카의 차로 이동 중이었다.
신호를 기다리던 레베카가 무언가 생각난 얼굴로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슬쩍 밀어 올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이스, 그거 알아?”
“뭐를?”
“우리보다 훈련 먼저 통과한 사람.”
관심을 보이던 제이스가 레베카의 말을 듣고 다시 시선을 문 쪽으로 옮겼다.
“아니, 별로 관심이 없어서 확인하지는 않았다. 왜 그러지?”
“우리보다 먼저 통과한 사람이 네 명 있거든?”
“그래서?”
제이스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레베카가 말했다.
“그중에 로버트가 있어.”
제이스의 고개가 레베카를 향했다.
“확실한가? 그럴 녀석이 아닐 텐데?”
로버트에 대해 제이스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애초에 훈련에 성실하게 임할 녀석이 아니었다.
“어, 확실해. 내가 일지 확인해 봤거든. 그것도 한 번에 통과했던데? 심지어 2분 초반대로.”
레베카와 제이스가 그렇듯 아무리 전투 스타일에 따라 소요 시간이 갈릴 수밖에 없다지만 2분 초반대라면 엄청난 속도인 것은 확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거야. 그래서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나 싶어서 뒷조사를 해 봤거든?”
“그랬더니?”
레베카가 신호가 바뀐 것을 확인하고는 액셀을 밟으며 말했다.
“출국했더라고, 한국으로.”
로버트가 한국으로 향했다면 목적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프리저…….’
제이스가 말했다.
“대통령께는?”
레베카가 당연한 거 아니냐는 듯 말했다.
“물론 말 안 했지. 제이스 너도 그걸 원할 거 같았거든. 맞지?”
로버트 대 최강.
전에 이미 로버트의 승리를 예상하며 나누었던 이야기였다.
“아, 로버트 그 녀석, 이번에 사고 한번 제대로 쳐서 한동안 안 봤으면 좋겠다. 그치?”
“그렇군. 불쌍하게 됐어, 최강.”
***
시바사키파와 토와파.
이 두 세력의 다툼은 거의 매년 이어져 왔다.
끝을 모르는 두 세력의 다툼은 근래에 들어서 타쿠마에 의해 과열된 적은 없지만 역사만 따진다면 그 이전부터 수백 년은 쭉 이어져 온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두 세력의 세력이 비슷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현대에 들어서 과한 경쟁이 오히려 국가적 손해로 다가오기 때문에 정부의 부탁으로 타쿠마가 개입했을 뿐이지, 사실상 가만히 놔둬도 쉽게 승자가 가려질 싸움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순식간에 하나의 거점을 시바사키 쪽에서 얻어 간 것도 모자라 곧이어 두 번째 거점 역시 손쉽게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날 최강에게 타쿠마는 이렇게 말했었다.
이상한 일이라고 말이다. 타쿠마는 필시 올해 토와파의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공항 근처의 식당에서 끼니를 때우던 최강이 나미사에게 말했다.
“근데 말이야. 이제 슬슬 들어 볼까?”
“뭐를요?”
최강이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시치미 뗄 거냐? 토와파가 안고 있는 다른 문제. 그 총사범인가 하는 양반이 그러더라고. 토와파의 문제는 시바사키파가 아닐 거라고.”
“…….”
나미사가 최강을 바라보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최강 씨니까 말해 주는 거랍니다.”
“알았으니까 빨리 말해 봐.”
나미사가 최강에게 넌지시 물었다.
“최강 씨는 점핑 현상이라고 아시나요?”
“대충?”
최강의 답을 들은 나미사가 말했다.
“올여름엔 대균열이 있었잖아요? 때문에 일본에서도 한동안 점핑 현상이 나타나고는 했었어요.”
최강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얼핏 듣기만 해도 분위기상 점핑 현상이 문제라는 듯 말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야, 그거였어? 근데 점핑 현상이라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될 만한 건가?”
최강도 점핑 현상을 경험해 봤다. 한 번뿐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최강이 점핑 현상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해도 뭔가 그것과 크게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한창 대균열이 문제일 때 한국에서 점핑 현상을 정리하던 것은 조중일과 정대욱이었기 때문이다.
나미사가 말했다.
“아니요. 일반적이라면 전혀요. 아무리 대균열의 징조로 나타나는 고단위 점핑이라고 해도 보통은 쉽게 해결이 되죠.”
“그런데 왜?”
나미사가 말했다.
“A급 균열에서 발생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