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
7화
다음 날 아침이 되자 김준영은 최강에게 알려 준 약속 장소로 이동해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안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약속 시간이 가까워지자 괜히 마음을 바꿔 먹은 최강이 다른 곳으로 잠적해 버린 것은 아닐까 김준영이 불안에 떨 때였다.
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왔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시계를 보던 김준영이 소리를 듣고 몸을 뒤로 휙 틀었다.
초록색 추리닝과 덥수룩한 머리 그리고 과하게 잘생긴 최강의 얼굴을 순서대로 확인한 김준영이 말했다.
“아닙니다. 저도 방금 나왔습니다.”
“그래?”
최강이 못 미더운 눈빛으로 김준영을 보다 말고 말했다.
“뭐, 좋다. 그래서 어디로 가면 되냐?”
“따라오시죠.”
***
최강은 김준영을 따라 걸을 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행인의 숫자를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10분여 정도를 마저 걸었을 때였다.
드문드문 보이던 사람들마저 어느 순간 딱 끊기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김준영과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저 멀리 보이는 바리케이드에 다수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 팀장님, 오셨습니까?”
통행을 통제하는 바리케이드 옆에 서 있던 무인들이 김준영을 알아보고 말을 건네 왔다.
“지나가도 되겠나?”
인사를 건넨 무인이 김준영의 말에 답했다.
“아, 물론입니다.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은…….”
최강을 슬쩍 흘기며 난처한 얼굴로 말하는 무인을 향해 김준영이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걱정 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무인이 주변의 동료들과 눈신호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끄덕.
“알겠습니다.”
최강을 들여보내 주기로 결론을 내린 건지 무인이 한 발 옆으로 물러나며 길을 열었다.
인원 통제 바리케이드를 통과하고 10여 미터쯤 걸었을 때였을까?
최강이 말했다.
“아직 더 들어가야 하나?”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됩니다. 방금 전의 저곳은 인원 통제를 위해 1킬로미터 밖에 설치해 둔 것이니까요.”
“흠…… 그래?”
최강은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지만 묵묵히 김준영을 따라 걷기로 결정했다.
뭐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었을까?
제법 긴 시간을 최강이 따라 걸었을 때였다. 앞서 걷던 김준영이 멈춰 서는 모습이 보였다.
“여깁니다.”
최강이 통행금지 테이프만 달랑 쳐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말했다.
“여기는 지키는 사람 하나 없어도 되는 거냐?”
김준영이 답했다.
“이곳도 안전 범위 내에 설치한 것이긴 하지만, 아라크네가 언제 영역을 확장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김준영이 통행금지 테이프를 한 손으로 올려 들며 옆으로 물러났다.
“저는 여기까지입니다. 따라 들어간대도 되레 방해만 될 테죠.”
“잘 알고 있어서 다행이네.”
김준영이 들어 준 공간으로 목만 슬쩍 숙여 들어간 최강이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며 손을 흔들었다.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어라. 금방 끝내고 돌아갈 테니까.”
김준영이 점점 멀어지는 최강의 모습이 작아지자 중얼거렸다.
“네, 부디.”
***
평소라면 사람이 가득하다 못해 미어터져서 시끄러울 번화가.
최강은 그런 번화가를 걷고 또 걸었다. 물론, 평소와는 다르게 번화가에는 최강 혼자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말이다.
혼자서 느긋하게 걷던 최강이 갑자기 어느 순간 멈춰 서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에게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아라크네의 영역이 시작된 것이었다.
“뭐, 직접 와 준다니 덜 번거로워서 좋네.”
최강이 수백 미터 밖에서 잡힌 기척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거드름 피우다 말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진으로 보기에 제법 크다고 생각된 아라크네의 기척이 인근에 다다랐는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흐음…….”
최강이 자신의 지척에서 느껴지는 아라크네의 기척과는 달리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아라크네 때문에 팔짱을 끼며 고심의 표정을 지어 보일 때였다.
최강의 표정이 날카로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쾅.
순식간에 수 미터를 이동한 최강이 방금 전에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 떨어진 물탱크를 확인하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모습이 보이지 않던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위였냐?”
건물 벽에 붙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반인반수 몬스터 아라크네를 확인한 최강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샤샥.
자리에서 사라진 최강이 아라크네의 눈앞에서 주먹을 쥔 채 모습을 드러냈다.
아라크네가 최강의 입가의 웃음을 인지하지도 못했을 만큼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다.
최강의 움직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아라크네가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허용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그러진 아라크네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은 최강과 정지한 아라크네의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였다.
쩌적. 쩌저적.
마치 찰나간 시간이 정지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공중에서 멈춰 있던 최강이 돌연 아라크네가 서 있던 고층 빌딩의 유리창에 금이 가는 모습을 확인했을 때였다.
챙그랑.
한계에 다다른 유리창이 일제히 깨지는 것과 동시에 아라크네의 어깨 윗부분이 둥그런 흔적과 동시에 피 한 방울 없이 소멸했다.
탓.
살포시 착지한 최강이 중얼거렸다.
“거미 사냥 완료.”
콰과광.
최강의 중얼거리는 소리에 맞춰 등 뒤에 뒤늦게 떨어져 흙먼지를 일으킨 아라크네의 하반신이 말해 주고 있었다.
최강의 승리를.
***
최강을 아라크네의 영역으로 인도한 김준영은 지금 바리케이드 근처의 카페에 있었다.
김준영이 카페 내부를 훑어보듯 눈에 담았다.
점원은 물론이고 손님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이지적인 느낌의 분위기를 풍기는 긴 흑발의 여인 빼고는 말이다.
“어떻게 되었죠?”
김준영이 여인이 앉아 있는 중앙 테이블에 다가가자 들려오는 말이었다. 김준영이 말했다.
“예정대로 아라크네의 영역까지 안내했습니다.”
“…….”
여인이 자신의 말을 듣고 한참을 말이 없자, 김준영이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가씨.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창밖을 보던 여인이 김준영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김 팀장님?”
“네, 아가씨.”
김준영의 대답이 있자 여인이 말했다.
“프리저의 생환율이 얼마나 될까요?”
“…….”
생환율, 꼭 최강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말 같았다.
김준영의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생각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절반…… 50%는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꽤나 높군요.”
“그렇……습니까?”
여인이 멋쩍은 웃음과 함께 김준영을 보던 시선을 다시 창밖으로 향하며 말했다.
“아까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보셨죠?”
“네, 그렇습니다만.”
달그락.
김준영의 말에 답하기에 앞서 여인이 커피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내려놓았다.
“실은 아까 김 팀장님이 프리저와 바리케이드를 통과하는 것을 지켜봤답니다.”
김준영이 의아한 얼굴을 그려 보였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구태여 자신에게 생환율을 물어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준영이 말했다.
“어땠습니까? 프리저의 내공은?”
“안 보였어요.”
“네?”
“안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없었어요. 마치 일반인처럼 한 줌의 내공도. 아니, 그보다…….”
여인이 김준영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사람 정말 프리저가 맞긴 한가요?”
***
예정대로 아라크네를 간단하게 해치운 최강은 지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음…… 이상하네.”
이유는 간단했다. 더 깊숙한 곳에서 또 다른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긁적긁적.
“뭐, 할 수 없나? 딴말 나오면 곤란하니까.”
‘돌아가서 따질까?’ 아니면 ‘하는 김에 확실하게 처리할까’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던 최강이 귀찮다는 듯한 중얼거림과 마침내 함께 걷는 모습이 보였다.
결정한 것이었다.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또 다른 기척을 처리하기로.
“여기인가?”
10분 정도를 기척을 따라 걷던 최강의 발걸음이 우뚝 서는 것이 보였다.
두 번째 아라크네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 도착한 것이다.
최강이 눈앞의 커다란 크기의 경기장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경기장 입구가 열리는 모습이 보였고, 그것을 본 최강이 중얼거렸다.
“들어오라는 거냐?”
망설임도 없이 아라크네가 바라는 대로 경기장으로 들어선 최강이 경기장 내부를 살폈다.
경기장 내부로 향하는 통로는 중구난방 쳐진 팔뚝만 한 거미줄과 접선 문제인지 스파크를 튀기며 온오프를 반복하는 전등 때문에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어지간한 담력을 가진 이라면 들어왔던 발걸음을 돌이켜서 바리케이드 밖까지 뛰쳐나갈 정도로 정상적인 광경은 아닌 것이었다.
하지만 최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거미줄을 헤치며 걸음을 계속해서 내디뎠다. 그리고 경기장의 통로를 쭉 가로질러 마침내 운동장에 닿았을 때였다.
어째선지 어두운 운동장을 보고 최강이 중얼거렸다.
“여기는 불 안 켜 주나?”
이상한 일이었다. 최강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이곳은 본래 돔 경기장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사방이 막혀서 빛이 대부분 차단되는 통로와는 달리 야간 등이 꺼져 있어도 어두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뭐…… 여하튼 최강이 그렇게 중얼거리고 운동장 중앙에 도착했을 때였다.
퉁.
야간 등이 일제히 켜지며 운동장이 밝아졌다.
밝아진 운동장을 관중석부터 운동장 천장까지 꼼꼼히 살펴본 최강이 인상 썼다.
“요상한 취미네.”
돔구장이 아니었음에도 어두웠던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다.
천장을 가득 메운 거미줄과 대롱대롱 달려 있는 사람 크기만 한 수천 개의 고치들.
이것이 원인이었던 것이다.
최강이 또 다른 것은 없는지 경기장 내부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쿵. 쿵. 쿵. 쿵.
천장에서 운동장으로 내리꽂히듯 무언가가 떨어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
최강이 사라지는 흙먼지 사이로 드러나는 네 마리의 아라크네를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오…… 연출 좋네.”
크기만 3미터 수준에 달하는 아라크네 네 마리를 앞에 두고도 최강이기에 부릴 수 있는 여유였다.
최강이 남 일이라도 되는 듯 여유롭게 아라크네를 지켜보고 있자, 아라크네 네 마리가 일제히 손바닥에서 거미줄을 뿜는 모습이 보였다.
쿠궁.
동시에 뿜어진 네 가닥의 굵직한 거미줄이 사방에서 날아와 부딪히며 소음이 발생했다.
경기장을 뒤흔드는 소음과 함께 흙먼지가 경기장 전체를 뒤덮었다.
충격의 여파로 천장의 고치들이 충격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떠올랐던 흙먼지가 마침내 서서히 옅어지며 최강의 모습이 드러났다.
목을 제외하고는 고치화되어 있는 최강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의 모습을 확인한 네 마리의 아라크네가 천천히 최강에게 접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저렇게 천장에 대롱대롱 달리는 거야?”
최강의 물음에 당연히 답은 없었지만, 최강은 천천히 다가오는 네 마리의 아라크네를 보고 확신했다. 그러시겠단다.
최강이 네 마리의 아라크네가 자신의 코앞에 도착하자 주변이 어두워짐을 느꼈을 때였다.
씨익.
“우선 두 마리.”
최강의 말과 함께 고치의 양옆이 뜯어지며 두 주먹이 좌우의 아라크네를 향했다.
투웅.
주먹이 직격한 두 마리의 아라크네의 복부에 직경 50센티미터 정도의 구멍이 생겨나는 모습이었다.
캬아악.
두 마리의 아라크네가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좌우로 비틀거렸다.
비틀거릴 때마다 구멍을 통해 초록색 아라크네의 혈흔이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쿠웅.
비틀대던 아라크네 두 마리가 허물어지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켜보던 남은 두 마리의 아라크네가 경각심을 느낀 것인지 일제히 튀어 오르며 양손으로 거미줄을 사출했다.
촤악.
고치를 손쉽게 찢어 버린 최강이 이번에는 양손으로 옆에서 날아오는 거미줄을 낚아챘다.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는 최강을 따라 두 마리의 아라크네가 원심력에 의해 빙글빙글 돌았다.
“먼저 한 마리!”
관중석에 먼저 한 마리를 던진 최강이 남은 한 마리를 같은 장소에 마저 던지며 말했다.
“돌 굴러가유!”
쿠웅.
두 마리의 아라크네가 겹쳐진 모습을 확인한 최강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샤샥.
꺼지듯 사라진 최강이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해 꿈틀거리는 두 마리의 아라크네의 앞에서 나타났다.
최강의 등장에 위기를 느낀 아라크네들은 급히 입에서 독을 분출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쿵.
다음 순간 둔탁한 느낌의 짧은 굉음이 불러온 광경은 이러했다.
관중석을 뚫고 경기장 밖까지 생긴 직경 1미터의 둥그런 구멍.
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
마지막으로 그 햇빛 위에 포개진 두 마리의 구멍 뚫린 아라크네.
네 마리의 아라크네가 순식간에 절명한 순간이었다.
고작 5분도 흐르지 않아서 상황을 종료한 최강이 손을 털며 말했다.
“깰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