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류세란은 한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최씨 특전대 소속이다.
그래서 사무용 휴대폰은 지금 류세란이 가지고 있었다.
류세란은 오늘 오전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최성주와 관련된 전화였다.
병원에 도착한 류세란이 최성주가 입원한 병실 앞에 섰다.
“701호가…… 아! 여긴가?”
최성주가 입원했다는 701호에 도착한 류세란이 문 옆에 달린 명패를 보고는 노크했다.
응답이 없자 머리를 갸우뚱한 류세란이 말했다.
“들어갈게요.”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간 류세란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701호에 입원한 부하들과 함께 최성주가 침상에서 물구나무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백십칠!”
“파…… 팔백십칠!!”
최성주가 먼저 팔굽혀펴기를 하면서 선창하면 부하들이 후창하며 따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류세란이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900개를 돌파한 순간이었다.
“그…… 4장로님, 저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한계? 웃기지 마라! 나도 한 팔 너도 한 팔, 못 할 이유가 없다!”
최성주가 물구나무 자세로 버럭 소리 질렀다. 땀을 줄줄 흘리며 말이다.
“자, 외쳐라! 그리고 굽혔다 펴 구백십팔!”
다른 부하들과는 달리 한계에 다다른 부하는 최성주와 마찬가지로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최성주의 말을 들은 부하가 초인적인 인내를 발휘해 918번째 팔굽혀펴기를 달성하는 모습이 보였다.
“구…… 구백십팔!!!”
“거봐라. 할 수 있지 않느냐? 부족한 팔 하나의 근력은 근성으로 극복하는 거다! 또 그런 새파란 애송이에게 패배할 수는 없지 않느냐!”
최성주의 말에 잊고 있던 패배의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최성주와 다섯 사내의 눈이 타오르는 듯이 불타올랐다.
벌써 3일도 더 된 일이었지만 잊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일천!”
“일천!!”
모두의 외침과 함께 병실에 뜨거운 기류가 감돌았다.
정말로 근성으로 1천 개를 해낸 것이었다.
4장로의 붉어진 눈시울이 보였다.
“나는 너희에게 오늘 감동했…….”
그리고 4장로가 무리한 훈련을 극복해 낸 부하들을 독려하려 할 때였다.
마침내 끼어들 틈을 찾은 류세란이 말했다.
“저, 4장로님……?”
말을 하던 최성주의 고개가 문 쪽으로 휙 돌아갔다.
“사…… 사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최성주가 벌떡 일어나서 슬리퍼를 끌고 병실 앞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와 봤어요.”
최성주가 짐짓 분통하다는 듯 말했다.
“크윽……. 제가 부족해서 그만 사모님께 걱정을 끼쳤습니다.”
류세란이 말했다.
“도대체 어쩌다가 다치신 건가요? 보호자 등록은 또 왜…….”
류세란의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최성주가 병실을 두리번거리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따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최성주가 류세란과 이동한 곳은 병원 옥상이었다.
잠시간 씁쓸한 얼굴로 뜸을 들이던 최성주가 말했다.
“근래에 우리 영역의 몬스터들을 무단으로 해치우는 녀석이 있었습니다.”
“몬스터를요?”
“네. 또 몬스터를 기껏 해치운 주제에 사체를 환전하기보다 사례금 몇만 원만 챙겨서 달아나는 참 이상한 놈이었습니다.”
류세란이 너무나 익숙한 상황에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잠깐만요.”
“왜 그러십니까?”
“궁금한 게 있는데, 그럼 그 사람한테 당한 건가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류세란이 말했다.
“얼굴도 보셨겠네요?”
“네. 뭐, 그렇습니다.”
류세란이 말했다.
“어떻게 생겼나요?”
최성주는 아직 모르는 듯하지만 류세란이 생각하기에 이 문제, 묘하게 얼마 전에 있었던 미노타우로스 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그건 저도 잠깐 본 거라…….”
“추상적이어도 좋아요.”
최성주가 기억을 더듬듯 말했다.
“먼저 꽤나 어렸습니다. 나이는 잘 쳐줘도 10대 후반쯤. 외모도 꽤나 준수했습니다. 선생님 수준은 아니어도 여자깨나 따를 만한 얼굴이었죠.”
“그리고요?”
“키는 170센티미터 남짓 됐던 거 같고…… 체형은 여리여리했습니다. 또…….”
말을 하던 최성주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확인한 류세란이 말했다.
“왜 그러시나요? 뭐가 더 있는 건가요?”
“이상했습니다.”
“뭐가요?”
“녀석이 사용하는 기술.”
최성주가 마지막 소년의 주먹이 자신의 배에 꽂히던 순간을 떠올리며 말했다.
“선생님의 것과 같았습니다.”
***
거대한 균열을 통과하는 최강의 모습이 보였다. 최강이 먼저 들어가서 탐색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균열 안으로 들어온 최강이 주변을 살폈다.
“안쪽도 어지간하네?”
균열 안은 처음 보는 구조의 건축물이 즐비해 있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바깥과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 초록색 구덩이가 보였고, 건축물에 기생한 식물들과 이끼 때문에 밖보다 더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어디 보자, 1층은 이 녀석들뿐인 건가?”
균열 안에는 최강을 삼킬 듯 주둥이를 쩍 벌린 수십 마리의 뱀이 무형기에 당해 정지한 상태였다.
10미터는 기본이었고 큰 놈은 30미터도 거뜬할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뱀이 아니라 용 수준 아니야?’
물론 용까지는 아니겠지만 아무리 폄하해도 이무기 수준은 되어 보였다.
필드 전반적으로 이곳저곳 보이는 뱀들을 살피던 최강이 쥐고 있던 구슬에 내력을 주입했다.
구슬이 빛나더니 책의 형태로 변화했다.
책을 펴서 첫 장을 확인하던 최강이 소리를 냈다.
“어?”
전에는 리치 데이빗이라는 목차밖에 없던 책에 새로운 글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타쿠마.’
상당히 익숙한 이름을 확인한 최강이 새삼스러운 눈을 해 보였다.
“이거, 개사기 아이템인 건가?”
여태까지 별생각이 없던 아이템이 갑자기 새롭게 느껴졌다.
전장의 일기장이라는 아이템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쓰러트린 상대의 기술을 대가 없이 사용한다.
만약 승리할 수만 있다면 무한정 강해질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진 아이템인 것이다.
최강이 새로운 카테고리의 이름을 외쳤다.
“타쿠마.”
최강의 말과 함께 타쿠마의 기술 페이지가 생겨났다.
여러 기술이 있었지만 최강이 주목한 것은 단 두 가지였다.
잠력 폭발1. 잠력 폭발2.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줄 만큼 압도적인 타쿠마의 핵심 기술이었다.
최강이 타쿠마의 기술을 확인하고 책을 덮었을 때였다.
때마침 약속한 시간이 되자 안으로 들어오는 네 사람이 보였다.
“왔냐?”
나미사가 말했다.
“그 책은 뭐예요?”
“구슬.”
최강이 내력을 거두어들이자 책이 다시금 구슬로 변하는 모습이 보였다.
“어떻게 사용하는 거예요?”
“간단해.”
최강이 다시 내공을 주입해 책으로 변화시키고 말했다.
“데이빗.”
사실상 최강도 사용하는 건 처음이라 호기심 담긴 얼굴이었다.
“마나 에센스, 오버 헬싱, 파워 오라.”
최강이 대충 보이는 대로 몇 개의 스킬을 읊었을 때였다.
“어라?”
가장 먼저 주소희가 반응을 보였다. 손바닥을 쥐락펴락하던 주소희가 말했다.
“이거 최강 씨가 한 거죠?”
“그렇지.”
나미사도 최말숙도, 심지어 하야토도 말만 안 하지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다행히 덩치가 불어나거나 하지는 않네.’
솔직히 내심 불안해하고 있던 최강의 얼굴이 밝아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데드처럼 덩치가 불어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적용 대상은 피아 인식 정도로 충분한 거 같고. 다음은 위력 체크인가?”
버프는 일단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별다른 조건 없이 아군으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 같았다.
책의 내공을 회수해 다시 구슬 형태로 변화시킨 최강이 말했다. 버프를 해제하기 위함이었다.
주소희를 비롯한 일행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성공적으로 버프가 해제된 것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말숙아, 배고픈가 본데 요놈한테 주먹밥 좀 씨게 한 대 먹여 줘라.”
“알겠사와요.”
최강이 가리킨 뱀을 향해 폴짝 뛰어오른 최말숙이 주먹을 휘둘렀다.
턱주가리에 최말숙의 주먹이 적중하자 쩍 벌어진 주둥이가 닫히며 옆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보였다.
쿠웅.
이번엔 다시 책을 펴고 마찬가지로 버프를 사용한 최강이 비슷한 크기의 뱀을 물색해서 다시 한번 지시했다.
“이번엔 저놈!”
쿠웅. 주르르르륵.
단지 두어 개의 버프를 걸었을 뿐인데 눈에 띄게 위력이 상승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좀 전에 쓰러지는 것으로 그쳤던 뱀이 미약하게나마 주르륵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확실히 깜둥이 녀석이 몇조 원씩 들고 와서 팔라고 부탁할 만해.’
어째서 유니크 아이템, 유니크 아이템, 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편의성은 물론이고, 성능도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다음은.”
최강의 실험은 그 뒤로도 한동안 계속됐다.
스스로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부터, 리치가 사용했던 배리어를 비롯한 몇 가지의 스킬들이 그 대상이었다.
버프는 유감스럽게도 자신에게는 사용할 수 없었지만 다른 스킬들에서 의외의 이득이 있었다.
배리어를 비롯한 몇 가지 스킬들을 아군에게도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강이 1층 전반에 늘어진 뱀의 시체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뭐, 1층은 대충 끝난 건가?”
“그런 거 같아요.”
실험이 끝난 다음부터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였다.
딱히 최강이 움직이지 않아도 1층은 애초에 네 사람만으로도 충분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기에 최강의 버프가 더해진 것이니 말할 것도 없었다.
넓은 1층 필드.
소모된 시간은 고작 5분 남짓이었다.
나미사가 말했다.
“그런데 최강 씨, 이거 효과가 너무 좋은 거 아니에요?”
고무된 얼굴의 나미사를 본 최강이 말했다.
“그렇겠지.”
버프를 걸어 주는 입장인 최강도 개수를 늘려 갈 때마다 변화하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체감이 될 정도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최강이 나미사의 말을 받았을 때였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마지막 뱀을 처리한 주소희가 최말숙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곁에서 나타났다.
“저 그런데 최강 씨, 저건 정체가 뭘까요?”
“글쎄다.”
최강이 주변에 들어서 있는 수천 개의 건축물들을 바라봤다.
크기도 제각각, 넓이도 제각각.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작은 건 사람의 몸집만 했고 큰 것 같은 경우엔 그것의 4배가량 되는 것도 있었다.
‘그 전에 건축물은 맞는 건가?’
최강이 말했다.
“말숙이는 뭐래?”
“말숙이도 잘 모르겠대요.”
애초에 몬스터인 최말숙이 모르는 걸 최강이 알 리가 없었다.
새하얀 정체 모를 재질로 되어 있는 건물을 톡톡 두들겨 본 최강이 별 반응이 없자 말했다.
“뭐, 놔둬도 별문제 없어 보이는데. 그냥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