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2
72화
균열에 들어오기 전 사람들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균열의 층에 대한 부분이다.
1층, 2층 하는 만큼, 한 번도 균열을 접하지 못한 초심자들은 착각하는 것이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문이나 포탈을 이용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방식으로 층의 구분이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하지만 균열에 한 번이라도 들어와 본 사람이라면 층의 구분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바로, 드넓은 필드의 끝에 이어지는 새로운 필드의 연속이 균열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굳이 1층, 2층 하면서 부르지만 사실상 상하로 이루어진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차원에 수평으로 이루어진 방 느낌의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럴 거면 구태여 구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유는 간단했다.
오로지 고작 유리창 하나의 간격만으로도 극한의 차이로 나타나기도 하는 필드의 생태계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설령 1층이 남극과 마찬가지의 극지방이더라도 2층은 고작 1~2센티미터 남짓의 거리로 화산 지대 같은 고열 지대가 형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극강의 환경의 변화를 거듭하는데 구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볼 때마다 신기하단 말이지.’
어떤 원리인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지만 고작 유리창 하나 거리로 풍경이 확 바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바닥의 풀도 정확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최강이 바라본 2층은 1층과 구조적인 면에서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차이는 있었다.
1층이 주변의 색채가 초록색이었다면 2층은 푸른색이었다.
웅덩이도 주변의 풀도 비슷했다.
최강이 자신을 반기듯 주둥이를 벌리는 뱀을 향해 쓱 손을 휘두르자 뱀을 중심으로 강력한 회오리가 형성되더니 뱀을 갈기갈기 조각내 버렸다.
지켜보던 하야토의 눈에 동요가 일어났다.
‘이런 종류의 전투도 할 수 있는 건가?’
최강을 단순히 무투가로 생각하던 하야토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지금의 전투 방식.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1층의 보조하는 능력도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할 만큼 빼어났지만 지금은 또 달랐다. 전형적인 무투가라면 할 수 없는 전투 방식인 것이다.
이런 유연한 전투 방식이 얼마나 무인에게 강점이 되는지 잘 알고 있는 하야토가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지금이야 아군이지만 최강은 역사적으로 악감정이 많은 적국의 무인이다.
적인 상황을 자신도 모르게 떠올렸기 때문이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수백 미터 떨어진 뱀도 거리 불문하고 토막을 내는 최강의 모습을 지켜보며 한참을 뒤따라가던 하야토가 생각했다.
‘씁쓸하군…….’
하야토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지금 최강의 모습을 보기 전에는 그래도 도울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저 자신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2층 입구에서부터 존재하는 뱀을 해치우며 일행들과 천천히 이동하던 최강이 멈췄을 때 들려온 목소리였다.
“뭔가가 오는데?”
“와요? 뭐가요?”
“아마도 몬스터겠지? 여기에 사람이 있을 리는 없을 테니까.”
최강이 말하고 잠시 후였다. 사람 형태를 한 다수의 그림자가 30여 미터 앞에 나타났다.
‘역시나인가?’
최강은 녀석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몬스터라고 확신했다. 전신의 절반 가까이가 파충류의 비늘 같은 것으로 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파충류처럼 갈라진 표피라거나 유독 튀어나온 하관은 덤이었다.
“이곳은 바실리스크 폐하의 영역. 무단으로 이곳에 침입한 죄는 크다.”
최강이 바실리스크라는 이름을 듣자 미묘한 반응을 보이는 최말숙에게 말했다.
“알고 있는 녀석이야?”
최말숙이 속삭였다.
“이름 정도는 들은 적이 있는 것이에요.”
“조금은 안다는 거네?”
최말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강이 말했다.
“뭐 하는 녀석인데?”
“뱀의 왕. 아라크네의 영역과는 대륙 반대편에 서식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몬스터인 것이에요.”
“뱀의 왕?”
최강이 눈앞의 녀석들의 생김새를 보고 있자니 최말숙이 말했다.
“악명으로 따지면 상당한 수준의 마족인 것은 틀림없사와요.”
최강이 미세한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그렇단 말이지…….’
최강이 최말숙과 키를 맞추기 위해서 굽혔던 허리를 다시 폈다.
녀석이 일행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죄인?”
“뭐 딱히 생각나는 말은 없는데, 문제 있을까?”
바실리스크가 고개 저었다.
“천만에.”
최강이 일행을 빙 둥글게 둘러싸는 몬스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데?”
바실리스크들이 들고 있는 창을 일제히 멋들어지게 겨누며 말했다.
“죽음으로 죄를 씻어라!”
***
어디 보자…….
“미세하게 유리한가?”
최강은 지금 유유히 포위를 빠져나와 싸움을 구경 중이었다.
최강이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네 사람이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몸 좀 풀까 하다가 빼앗긴 신세가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최강은 불만은 없었다.
지켜보는 것 또한 의외로 지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온 바실리스크는 일곱 마리.
일행보다 세 마리 많은 숫자였지만 싸움은 근소하게 유리했다.
싸움을 침착하게 쭉 지켜보던 최강이 목소리를 냈다.
“그나저나 의외로 세네.”
바실리스크를 가리키는 이야기였다.
일행은 자신의 스킬로 모르긴 몰라도 평상시의 배 이상은 강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나미사와 하야토의 칼날도 주소희와 최말숙의 주먹도 버텨 내는 저 단단한 비늘을 감안하면 원래라면 이길 수 있는 녀석들이 아님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이게 S급 균열이라는 건가?”
최강이 싸움이 길어지자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 17분가량 지나 있었다.
‘아무래도 다음 층부터는 힘들겠지?’
싸움을 지켜보던 최강은 그렇게 판단했다.
일단 아이템의 효과를 시험할 겸 데려오긴 했지만 의외로 뛰어난 효과를 확인했었기에 솔직히 조금 더 오래 데리고 다녀도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동행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2층에서 20분씩 시간을 허비하는 녀석들을 데리고 다녀 봐야 하루 이틀로 끝날 것 같지 않다고 느낀 것이었다.
층이 높아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최강은 특단의 결정을 내렸다.
최강이 마침내 마지막 적을 쓰러트리고 숨을 몰아쉬는 일행에게 다가가 말했다.
“다친 덴 없지?”
“덕분에요.”
솔직히 위험했던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위기의 순간에 최강의 배리어가 일행을 여러 번 살렸었다. 물론 주소희야 천주갑 덕분에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행의 말마따나 모두 멀쩡한 것을 확인한 최강이 말했다.
“여기서 쉬고 있어.”
“네? 어디 가시게요?”
최강이 나미사의 물음에 답했다.
“한 30분 정도만 다녀올게.”
***
10분.
최강이 마지막 층까지 도착하는 데 소요한 시간이었다.
일행과 헤어지자 최강은 전력으로 달렸다.
그리고 전력으로 달리다시피 하면서 몬스터를 처리했다. 그랬기에 가능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층인 거 같기는 한데…….”
최강은 이번 층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이 마지막 층이라고 확신했다.
저 멀리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우뚝 선 건물 때문이었다.
“다른 건 없는 거지?”
돌다리도 두들겨 보자고 기감을 펼쳐서 한참을 수색해 봤지만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건물 안의 강력한 기운 말고는 없자 최강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건물 앞에 도착한 최강이 문을 조심스럽게 밀었다.
크르르륵.
폭 100미터에 높이 5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문 한 짝이 별다른 저항 없이 큰 소음을 내며 밀리는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열린 적이 없었던 것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모래 먼지를 맞고 있자 최강이 연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가 석실 안을 비췄다.
석실의 내부는 뭐랄까
상당히 간단한 구조였다. 그 흔한 기둥 하나도 세워져 있지 않았고 그냥 넓은 운동장과 다를 바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휑한 느낌이 든다는 말은 아니었다.
“어서 오라, 인간. 기다리고 있었다.”
석실 좌우를 가득 감싼 거대한 두 마리의 검은 뱀이 그 첫 번째 이유였고, 두 번째로 그 두 마리의 뱀 머리가 맞닿는 문 맞은편 끝에 2개의 뱀 머리를 왕좌 삼아 앉은 바실리스크가 내뿜은 아우라 때문이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바실리스크는 이전에 만났던 녀석들과는 다르게 거의 사람의 모습과 동일했다. 구릿빛 피부 사이사이에 한두 칸씩 보이는 비늘 정도가 그가 바실리스크임을 확신할 수 있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바실리스크의 시선을 받던 최강이 말했다.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싸우기 전에 질문 하나 괜찮으려나?”
“뭔가?”
“내가 오기 전에 누구 왔다 갔어?”
최강이 왕좌의 아래 죽어 있는 여자 모습의 바실리스크를 보고 말했다. 여자 역시 남자와 다를 거 없이 거의 인간의 모습에 가까웠다.
“그럴 리가. 적어도 내가 이곳에 온 이후로 이곳에 방문한 손님은 그대가 처음이다.”
최강이 말했다.
“그럼 저거 역시 그쪽이 죽인 거?”
“그렇다.”
“어째서? 전력이 반으로 주는 거 아닌가?”
최강의 목소리를 들은 바실리스크가 광소했다.
“푸하하하핳.”
우수수수.
어찌나 크게 웃는지 천장의 돌 부스러기가 떨어져 내릴 수준이었다.
최강이 말했다.
“왜 웃냐? 좆같게.”
“이곳까지 그대가 해치운 근위병이 몇인 줄은 아는가?”
최강이 태연하게 말했다.
“몰라. 안 세어 봤거든.”
“1천여 기다. 하나같이 수백 년을 나와 함께한 정예였지.”
바실리스크가 정색하며 말했다.
“이제 알겠는가? 솔직히 나는 그대라는 괴물을 이길 자신이 없어. 때문에 수모를 당하고 그대의 손에 죽음을 당할 바에야 내가 죽여 준 것이지.”
“딱히 파충류에는 관심 없는데?”
바실리스크가 피식 웃더니 왕좌에서 내려서며 말했다.
“이제 잡담은 이쯤 하고 슬슬 시작하지.”
바실리스크가 내려서자 두 마리의 뱀이 머리를 틀어 최강을 무섭게 노려봤다.
최강이 천장에 닿은 두 마리의 뱀 머리를 바라보며 잠시 시선을 빼앗겼을 때였다.
바실리스크가 일순간에 최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신속한 움직임이었다. 움직임만 놓고 본다면 잠력을 폭발시킨 타쿠마와 비견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니시키 도장이 아니라 상대를 죽이는 전장인 것이다.
전장에서 상대방을 예우해서 여유를 부릴 이유 따윈 없는 것이다.
크윽…….
일순간에 최강의 품까지 파고들어 주먹을 꽂아 넣던 바실리스크의 움직임이 순간적이나마 굳는 것이 보였다.
무형기 때문이었다.
물론 곧바로 저항해서 끊어 내는 모습이었지만 찰나간 움찔하는 정도로도 최강은 충분했다.
황급히 바실리스크가 최강의 주먹을 막았지만 천지 가르기에 의해 무력화되는 모습이 보였다.
“미안하지만 봐주는 건 없어.”
쿵. 쿵. 쿠웅.
타쿠마 때처럼 무형기를 사용하지 않아 파해당하는 불상사 따위는 없었다.
깔끔한 천지 울리기와 천운 올리기가 이어졌다.
천지 울리기 때 주저앉은 석실이 천운 올리기가 이어지자 일순간에 터져 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떠올랐던 바실리스크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최강이 황천 보내기를 준비했다.
구덩이에 석실과 함께 묻힌 탓에 무형기에서 파묻혔던 뱀 두 마리가 잔해를 뒤집고 일어났다. 석실 밖으로 나오니 그야말로 어마어마하게 컸다.
진짜로 용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뱀의 주둥이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최강이 황급히 유형기를 일으켰다.
최강이 일으킨 회오리가 뱀이 뿜어낸 검은색 독에 의한 방패가 되어 가듯 점점 검은색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검은색 회오리에 두 마리의 뱀이 당해 무너져 내리는 모습이 이어졌을 때였다.
“황천 보내기.”
최강의 주먹이 바실리스크의 명치를 가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