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opened my eyes, I realized that modern life RAW novel - Chapter 73
73화
황천 보내기를 얻어맞고 시야에서 사라진 바실리스크가 한참 후 폭발하는 것이 보였다.
혹시 몰라 폭발이 있었던 곳으로 이동한 최강이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바실리스크의 널브러진 시체를 잠시간 바라보던 최강이 머리를 긁적였다.
“도대체가 알 수가 없네.”
최강이 원인 모를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강은 지금 원인을 모를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시체를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꺼림칙한 느낌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복부 부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고 절단된 하반신과 상반신은 분명히 바실리스크가 절명했음을 말해 주고 있는데도 위화감은 여전했다.
“뭐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스슥.
중얼거린 최강이 모습을 감췄다.
최강이 모습을 다시 드러낸 곳은 구덩이 아래였다.
바실리스크의 시체를 꼼꼼히 확인하던 최강이 역시나 같은 결론을 내리고 석실이 있었던 곳으로 몸을 돌렸다.
오기 전에도 확인했지만 두 마리의 뱀은 물론이고 여자 역시 남자와 다르지 않게 숨이 끊어져 있었다.
최강이 중얼거렸다.
“그냥 기분 탓인가?”
최강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시 홀로 구덩이에 남은 바실리스크의 풀린 눈 위로 따가운 모래 바람 한 줌이 스쳤다.
***
토와 후미토는 나미사의 아버지이자 토와파의 현 당주였다.
후미토는 솔직히 최강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
처음 이소군과의 관계 때문에 악연으로 시작되기도 했고, 이번에 시기가 공교롭게 타쿠마를 요양 신세로 만들어 버린 것 때문이기도 했다.
최강이 의도하지는 않았어도 본의 아니게 후미토의 마음에는 의심이 피어난 것이다.
때문에 후미토는 최강을 내부로 불러들이지 않고 딱 필요한 정도로만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것이 바로 S급 균열의 처리였다. 사실 S급 균열만 사라지면 타쿠마의 어쭙잖은 중재보다야 토와파 입장에서는 훨씬 좋았다.
본래 토와파와 시바사키파의 전력이 비등비등하기 때문이다. 선제공격을 당해서 반격을 하려던 차에 S급 균열 때문에 전면전을 미루어 왔지만 그게 아니라면 큰 손해를 본 적이 없는 토와파가 조심할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한 시간 전쯤에 최강의 S급 균열에 대한 출입 허가 요청이 왔었다.
이제 내일 저녁쯤이면 최강이 S급 균열을 정리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본래라면 아침쯤이 되겠지만 최강은 타쿠마와 싸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겼더라도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닐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를 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시바사키파와의 전면전도 내일 야간 기습으로 잡아 둔 참이었다. 그런데.
“당주님.”
이런 중요한 회의 도중에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었다.
후미토가 방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답했다.
“무슨 일이냐?”
“S급 균열에 관한 소식입니다.”
한 시간 전쯤에 허가를 받아 놓고 이제야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 후미토가 말했다.
“이제 들어갔다더냐?”
“아닙니다.”
수하의 답을 들은 후미토가 당황했다.
‘아니라고?’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말고는 별달리 짚이는 것이 없던 후미토가 잠시간의 생각을 깨고 말했다.
“그럼 무엇이냐?”
“S급 균열에 들어갔던 다섯 명이 방금 전 빠져나왔습니다.”
“뭐?”
너무나 당황한 후미토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냈다. 균열에 한 번 들어가면 몬스터를 전부 정리하기 전에는 귀환할 수 없는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S급 균열은 난이도에 차이가 있더라도 자신이 들어갈지언정 한 시간 안에 끝낼 자신은 없을 정도로 수준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S급 균열은?”
“S급 균열은 무사히 정리됐습니다.”
***
S급 균열을 정리한 최강은 다음 날 새벽 하네다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타지도 않는 티켓을 몇 번이나 사는 건지.”
최강이 어제 점심에 끊었던 표를 찢어 버리면서 말했다.
물론 한국행 비행기표는 토와파에서 지불해 줬지만 뭔가 예매했던 표가 한 번 더 쓸모가 없어지자 아쉬운 느낌이었다.
최강이 투덜거리고 있자 나미사가 답지 않게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
“저…… 최강 씨, 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표 때문은 아닐 것 같기에 최강이 말했다.
“뭐가?”
“그, 뭔가 대접은 고사하고 일만 하고 보내게 됐잖아요.”
나미사의 말을 들은 최강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또 뭐라고. 다음에 또 부탁할 일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때 갚으면 되는 거잖냐?”
“다음에 말인가요?”
“그래, 다음에.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사람…… 일은 모르는…….”
나미사가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죠! 사람 일은 모르는 거겠죠?”
한순간에 변하는 감정 기복에 최강이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그…… 그렇지.”
나미사의 입가가 조용히 올라갔다. 까치발을 들고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댄 나미사가 속삭였다.
“그러니까 언제든지 부탁해 주세요. 참고로 최강 씨가 하시는 부탁이라면 달밤에 레슬링도 OK니까요.”
방금까지 미안해하던 녀석이 맞는지 헛웃음을 지은 최강이 말했다.
“내가 그런 부탁 할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냐?”
나미사가 상긋상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면서요? 혹시 알아요? 그때야말로 유니크한 맛에 눈을 뜨실지.”
최강이 요물스러운 나미사의 눈웃음을 보고는 ‘픽’ 하고 웃으며 돌아섰다.
저 멀리서 주소희와 최말숙이 불렀기 때문이다.
일행들에게 걸음을 옮기며 최강이 말했다.
“심심하면 전화해라. 한가하면 놀아 줄 테니까.”
***
바실리스크는 조금 특이한 특성을 가진 종족이다.
바로 종족 정체성의 혼란이 있을 법한 최하위 말단부터 꼭대기의 왕까지 세대교체가 일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괄적인 교체가 일어나는 과정은 간단하다.
세대교체 시기가 되면 바실리스크의 종족 전체가 배란을 하고 그 알을 지킨다.
그리고 후세대가 부화하면 전 세대는 스스로 후세대를 위한 양분이 되는 것이다.
이 순리를 따라서 일괄적인 세대교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더욱 강한 진화를 거듭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바로 바실리스크의 권능.
‘포식’인 것이다.
최강이 이곳을 떠나기 전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는 이것과 크게 연관이 있었다.
최강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실제로 최강의 위화감의 시작은 바실리스크의 왕과 나누었던 대화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왕은 여왕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고 말했다.
그 말에는 한 줌의 거짓도 없었다.
그렇기에 최강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아니, 의심하지 못한 것이었다.
죽은 여왕의 배 속에 이미 다음 세대의 바실리스크가 자라고 있었던 것을 말이다.
푸욱.
2개의 양손이 바실리스크 여왕의 뱃가죽을 찢고 나왔다.
여왕의 배를 양팔로 힘겹게 벌리며 밖으로 빠져나온 바실리스크가 여왕 바실리스크를 말없이 바라봤다.
여왕을 바라보는 누런 눈동자에는 슬픔도 증오도 분노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잔잔한 호수 같은 눈이었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바실리스크가 호수 같은 눈으로 가장 처음 한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우걱. 우걱
여왕을 물어뜯어 먹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배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어린아이 크기 남짓하던 도마뱀의 모습이 점점 변해 갔다.
몸집도 성장할뿐더러 비늘이 하나씩 벗겨지며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여왕의 머리 부분을 바실리스크가 완전히 섭취했을 때는 온전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포식을 마치고 삭막한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던 바실리스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바실리스크의 권능, 포식으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근력, 체력, 지식적인 것뿐만 아니라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전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실리스크를 울린 것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왕의 손에 스스로 찔린 여왕의 모성애였다.
“크아아아아아!!!!!”
입가를 피로 붉게 적신 바실리스크가 슬픔에 담긴 포효를 질렀다.
광활한 사막한 복판에서 포효하던 바실리스크가 터덜터덜 걸어 마지막까지 왕을 지키던 두 마리의 검은 뱀을 포식하기 시작했다.
덩치 때문인지 섭취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무슨 일일까? 두 마리의 검은 뱀을 온전히 다 섭취한 바실리스크가 갑자기 이상한 현상을 일으켰다.
두려움에 질린 듯 주저앉아 양손으로 자신을 부둥켜안고 바들바들 떨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번에 바실리스크가 공유한 감정이 공포였기 때문이다.
두 마리의 검은 뱀에게 있어서 최강은 그저 공포였던 것이다.
하지만 바실리스크가 끝을 모르는 공포에 무너져 버린 그 순간.
문제는 그 순간에 일어났다.
그를 무너트린 것도 공포였지만 이성과 행동을 정지시킬 만큼 압도적인 공포가 이번엔 그를 구해 낸 것이었다.
절대적인 공포가 바로 생물의 가장 근본적인 생존의 DNA를 자극한 것이었다.
벌떡.
돌연 바실리스크가 일어나서 어디론가 걷는 모습이 보였다.
“먹…… 먹어야 해.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잠시 후 달리기 시작했다.
더 강한 후손을 남기기 위해. 절대적인 포식자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바실리스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왕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미친 듯이 왕의 신체의 포식을 시작한 바실리스크가 마침내 포식을 끝냈을 때였다.
쿠궁.
바실리스크의 온몸에서 보랏빛 오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왕을 통해 얻은 것은 강함. 오로지 강자로 살아가는 법이었다.
청년의 뺨에 남아 있던 얼마 남지 않은 비늘이 뜯겨 나갔다.
바실리스크는 이제 누가 봐도 평범한 구릿빛 피부의 남성이었다.
두 눈을 감고 스며들어 오는 왕의 마지막 기억을 주저하지 않고 바실리스크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전투의 파편을 마저 몸에 새긴 바실리스크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녀석으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아직 부족하다.
더 민첩하고 더 단단하고 더 강력해질 필요가 있었다.
세대교체의 의식을 완벽히 마친 왕이 걷기 시작했다.
이 공간이 본능적으로 무너져 내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틀…….’
아무래도 이 공간은 그렇게 길게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마지막 층을 벗어나자 이전 층에는 왕과 마찬가지로 세대교체를 마친 수천 마리의 바실리스크가 기다리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구조물 안에는 다름 아닌 바실리스크의 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새로운 바실리스크의 왕. 종족의 번영을 위해 나는 생존을 택하겠다. 나와 함께 살아남을 녀석은 오늘 밤 모두를 해치워라. 내일 아침 살아남은 다섯이 모두를 포식하고 생존한다.”
바실리스크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이름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의 이름은 바실리스크 샬렉. 너희들의 왕이다.”
샬렉의 말이 끝나자, 각양각색의 수십 미터 크기의 바실리스크들이 서로 뒤엉켜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샬렉도 예외는 아니었다.
생존을 위한 혈투가 더 강한 바실리스크의 종족을 살아남게 해 줄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